6월 26일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식                             출처 : AP연합
 6월 26일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식                             출처 : AP연합
6월 26일 확장 개통식…최대 1만 4천teu 통과 가능
파나막스 퇴출과 캐스케이딩…선박크기 경쟁 불가피

9년여에 걸친 긴 공사 끝에 파나마 운하가 6월 26일 확장 개통했다. 최대 1만 4,000teu급 선박이 통과할 수 있게 되면서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아시아-북미동안 노선에는 최근 들어 6,000teu에서 1만teu급 대형선의 투입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파나마 운하의 확장 개통으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됐다.

6월 26일(현지시간) 태평양과 대서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총 길이 82km의 파나마 운하가 9년간의 확장공사를 마무리하고 개통식을 가졌다. 파나마정부는 선박대형화 추세에 맞춰 지난 2007년 9월 초 운하 확장공사에 들어갔다. 50억달러 이상이 투입된 확장공사는 당초 운하 개통 100주년인 2014년 8월경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시공업체와의 분쟁 등으로 개통이 2년가량 지연됐다.

기존 운하는 폭 32m, 길이 295m의 파나막스급 선박만 통항이 가능했지만 새 운하는 폭 49m, 길이 366m의 포스트 파나막스급 선박이 통항 가능해지면서 전 세계 모든 선대의 90% 이상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기존 4,000-4.500teu급에서 1만 3,000-1만 4,000teu급까지 확대됨에 따라 전 세계 컨 선대의 통과비율이 74.6%에서 97.1%까지 증가했다.

통항규모 2배 증가, 해상물동량 30% 증가 예상
운하통과시간은 기존 12.6시간에서 8-10시간으로, 대기시간 포함시 최대 32.5시간에서 24시간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일일 최대 35-38척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으며, 대서양과 태평양간 통과 선박량은 2배, 해상 물동량은 30% 증가할 것으로 파나마운하관리청(ACP)은 예상했다.

ACP에 따르면, 현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해상 물동량은 전 세계의 5-6% 수준이다.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3.7%가 운송되며, 2015년 230만teu가 통과했다. 출발지 기준으로 2015년 최대 운하 이용국은 미국, 중국, 일본, 칠레, 한국 순으로 주로 북남미 및 아시아 지역 국가다. 지난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한 선박은 1만 2,386척으로 2억 2,914만 3,000톤의 화물을 처리했으며, 이중 아시아-미동안 간선항로 화물이 전체 통과화물의 35.8%를 점유했다.

 
 
6월 26일 개통식, 70개국 2만명 참석
6월 26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에서 열린 확장 개통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8개국 정상을 비롯한 70개국 정부 대표,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치러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이 대통령 특사로 참석했다.

이날 개통식 당일 새 운하를 통과한 첫 선박은 6월 11일 그리스 피레우스항에서 출항한 코스코 차이나의 9,400teu급 ‘Cosco Shipping Panama’호였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올 1월 선박건조를 마치고 중국 선사 코스코에게 인도한 동 선박은 올 4월 ACP의 추첨을 거쳐 개통식 통과 선박으로 선정되자 상징성을 고려해 선박명을 ‘안드로니코스’에서 변경했다. 이 선박은 부산항에 들른 뒤 8월 초 최종 기착지인 상하이에 도착할 예정이다.

새 운하의 상업운항은 개통식 다음날인 27일 시작됐으며 일본 NYK의 4만 6,000톤급 LPG선 ‘린덴 프라이드’호가 첫 통과했다. 동 선박은 일본 아스트모스에너지가 미국에서 수입한 LPG를 일본으로 수송한다.
연간 10억달러의 통관수입을 거두는 파나마정부는 이번 운하 확장 개통으로 세계 해상물류 시장 점유율이 현재 보다 5% 증가하고, 10년 내 통항수입은 3배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파나마 운하가 확장 개통되었더라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둔화된 상황에서 단기간에 변화가 발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운송시간 11일, 비용 3/1 절감 효과
확장 개통된 파나마 운하에 대형선박의 통항이 가능해지면서 세계 교역의 흐름과 해운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대형선의 투입으로 아시아-북미간 해상운송에서는 최대 11일의 운송기일이 단축되고 운송비용도 3분의 1 가량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아-북미 노선에서 기존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던 선박들 일부는 파나마 운하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에너지업계는 파나마 운하 확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급증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운하 확장으로 미국산 셰일가스와 LNG 및 LPG 등의 아시아행 수송에 걸리는 시일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존 파나마 운하는 수로의 폭이 좁아 통과 가능한 LNG전용선이 거의 없었으며 에너지 업체들이 주로 쓰는 초대형 가스운반선이 통과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한국까지 LNG를 수송할 경우 미국 동부에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항로는 45일이 걸리지만 확장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면 25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국내 에너지 업계는 파나마 운하 확장에 따라 현재 대부분 중동에서 들여오는 가스 수입처를 다각화하고 가격 하향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간 미국산 가스는 중동산 보다 10% 가량 저렴하지만 운송기일이 길고 운송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연간 280만톤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파나마 운하를 통해 도입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의 수출입화주들은 이번 파나마 운하 확장으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콩, 옥수수, 밀 농산품분야와 Dole과 같은 글로벌 식품업체들의 공급망 개선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확장 개통한 파나마 운하                                          출처 : ACP
 확장 개통한 파나마 운하                                          출처 : ACP
미동안 물동량 증가, 서안항만과 경쟁
새 운하 확장에 따라 포스트 파나막스급 대형선박이 통과하게 되면서 앞으로 북미동안 주요 항만들의 물동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항 등 동부 항만들은 그간 파나마 운하 확장에 대비해 초대형선을 처리하기 위해 85억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인프라 확장투자를 진행해왔다. 이에 물동량을 둘러싼 미 서부와 동부항만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파나마 운하의 확장 전에는 보통 서부에서 내륙철도를 통해 화물이 동부로 운송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파나마는 글로벌 제조업체의 물류허브로서 향후 피더서비스가 상당히 개설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를 복합 물류거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운하 인근에 컨테이너, LNG터미널 등 물류시설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부산항의 경우 파나마 운하 확장에 따라 통과 서비스 및 통과화물량의 증대가 예상되면서 향후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파마나 운하 확장으로 선사들이 아시아-미주 항로에 대형선박을 투입하면 동북아시아 허브 항만인 부산항에서 환적하는 물동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아-북미노선 선박크기 37% 급증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을 전후로 아시아-북미동안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의 크기가 1년새 눈에 띄게 급증해 주목된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15-2016) 파나마운하를 경유한 아시아-미동안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의 평균 크기는 4,000teu급에서 6,000teu급으로 37%까지 급증했다. 아-유럽, 아-지중해, 아-미서안 등 다른 항로의 증가세가 0-7% 수준임을 비교하면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최근 1만 4,000-1만 9,000teu급 이상의 초대형선ULCS의 신조발주 및 인도에 따라 아시아-북유럽과 아시아-지중해 항로의 선박크기를 끊임없이 대형화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른 캐스케이딩이 가속화되고 있다. 선사들은 1만 9,000teu급 선박이 투입되면서 기존 항로에서 퇴출된 1만 2,000-1만 3,000teu급 선박들을 환태평양 아시아-북미, 남북항로 등으로 재배치하며 새로운 투입처를 물색하고 있다.

MSC의 경우 인도-유럽, 아-서아프리카, 아-남미서안 항로에서 최대 1만3,000teu급 선박을 투입한다. MSC는 6월 중 1만 2,000teu급 선박 2척을 단독서비스인 ‘아프리카 익스프레스(Africa Express)’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1만 3,000teu급 일부를 극동-남미서안 ‘안데스 익스프레스(Andes Express)’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신 2015년말 건조된 1만 9,224teu급 ‘MSC JADE’호는 2M의 아-유럽 서비스인 ‘AE-2/Swan’노선에 합류시켰다. MSC는 6월말 1만 9,224teu급 1척과 1만 9,154teu급 2척을 인도받아 아-유럽 노선에 모두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초대형선의 인도는 MSC 선대의 캐스케이딩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사, 태평양 항로 선복 감축
일부 선사들은 전통적인 성수기가 도래하기 전 환태평양 선복량을 자발적으로 감축하기도 했다. CMA CGM의 경우 아-북미서안 항로에서 1만 7,800teu급을 투입하고자 하는 계획을 포기했으며 코스코 차이나의 경우 5,800-1만teu급이 투입되는 아-북미 서비스 ‘ACC’를 최근 중단했다. AAC 서비스는 CMA CGM, UASC, 함부르크수드, PIL이 선복공유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코스코는 동 서비스의 중단에 대해 “아-북미 ‘CEN’서비스에서 최근 투입 선박의 크기를 8,500teu에서 1만 3,000teu로 업그레이드하며 선복량이 과잉된 부분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오는 7월 태평양 항로의 전체 선복량은 전년동기 대비 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여름 성수기 이전 아-북미서안 노선과 아-북미동안의 서비스 축소에 따른 것이다. 전체 선복량의 경우 아-북미서안이 3% 하락하고 아-북미동안은 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진·현대 선박대형화 시급, 통과료 인상 억제도
파나마 운하 확장에 따라 전체 매출의 40% 정도가 미주노선에서 창출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박대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 중 가장 큰 규모는 1만 3,000teu급이며, 8,000teu 미만 선박이 한진해운 약 75%, 현대상선은 65%를 차지한다. 대형 선박은 모두 유럽 노선에 배치돼 있고 미주노선은 4,500teu급만 다닌다. 이에 운임폭락 가운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시아-미동안 주력 선대인 1만-1만 3,000teu급 대형선박을 확보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글로벌 얼라이언스 2M과 G6, CKYHE는 최근 아시아-북미동안의 서비스를 잇달아 개편했다. (기존 동맹은 내년 3월까지 계약이 유지되며 OCEAN, THE 얼라이언스 등 새 동맹은 내년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감)
현대상선이 현재 속해 있는 G6는 최근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에 따라 1만teu급의 포스트 파나막스급 선박을 아시아-북미동안 신규서비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상선과 APL, 하팍로이드, MOL, NYK, OOCL로 구성된 G6는 새로운 ‘NYX’를 시작할 예정이다.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새 서비스는 청도-닝보-상해-부산-만사니요(파나마)-뉴욕-노포크-사반나-만사니요(파나마)-부산-청도 순으로 기항한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E도 확장 개통된 파나마 운하를 통해 북미동안 서비스를 개설하고 6월부터 최대 8,500teu급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진해운과 코스코 차이나, K라인, 양밍, 에버그린이 속한 CKYHE는 아시아-북미동안 5개 서비스(AWE1, AWE3, AWE4, AWE8, NUE)의 개편을 발표했다. 포트 커버리지 최적화를 위해 AWE1은 6,500teu급 9척을 투입하고 나머지 4개 서비스는 8,500teu급 10척을 투입한다.

머스크와 MSC로 구성된 2M은 아시아-북미동안 서비스 일부를 기존 수에즈에서 파나마 운하 경유로 변경할 예정이다. 파나마 경유 아-북미노선에서는 뉴욕항의 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파나막스급 대거 퇴출? 캐스케이딩, 어디로?
파나마 운하 확장으로 6,000-1만teu급 대형선박들의 아시아-북미노선 투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존 파나마 운하를 오가던 파나막스급(4,000-5,300teu)선박은 대대적인 항로 재배치 혹은 퇴출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을 앞두고 지난 8개월 동안 컨테이너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파나막스급 선박들은 주요 항로에서 대거 이탈되어 나왔다. 파나막스급 선박들의 계선과 휴항이 잇따랐으며 스크랩도 가속화됐다. 최근 시장에서는 14년짜리 젊은 선령에 속하는 파나막스 선박도 해체업체에게 매각된 사례도 있다.

파나막스 선주들에게는 우울한 소식들이 더해지고 있다. 용선운임과 재매각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4,200teu급 선박의 용선료가 일일 운항비 보다 낮은 4,750달러로 폭락하기도 하는 등 파나막스급 수요는 침체되고 있다.

이에 경쟁력을 잃은 파나막스급 선박들의 캐스케이딩(전환배치)이 본격화되면서 타 항로의 공급과잉과 운임하락의 침체는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파나마 운하에는 4,500teu급 선박 250척 가량이 운항이나 향후 이중 100척 가량이 빠져 나올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아시아 항로 캐스케이딩, 운임하락 우려
특히 파나마 운하에서 밀려난 4,000-5,000teu급 선박들은 주로 1,000-2,000teu급이 운항하는 아시아 항로로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선복량 과잉과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MI에 따르면, 3,300-5,100teu급 선박 67척이 아시아 지역으로 배치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현재 운항 선박량의 17% 정도다. 추후 1만teu급까지 전환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선주협회도 확장 개통된 파나마 운하가 전 세계 해운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김영무 부회장은 파나마 운하 확장이 ‘캐스케이딩 효과’와 미주 항로 공급과잉 등에 영향을 줘 전 세계 해운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6월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의 영향 및 대응’ 세미나에서도 참가자들은 파나마 운하 확장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심층 분석과 중장기적인 종합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파나마 운하 통과료의 인상 억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역사적인 해운 불황의 시기에 파나마 운하가 확장 개통하면서 해운시장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새 운하의 선박크기 경쟁이 과열되고 기존 파나마 운하에서 운항되던 파나막스급 선박들 가운데 캐스케이딩된 선박은 아시아 항로에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아 국내 해운업계의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파나마 운하 확장을 계기로 해운시장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치밀한 전략과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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