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담보 목적물이 선박에 부합된 경우 보상의무자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다19659 판결-

다산 정약용의 초상
다산 정약용의 초상
Ⅰ. 사안의 개요
(1) I조선은 2007. 7. 25. S해운과 화학제품운반선 2척에 관한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건조대금은 선박 1척당 2,500만 달러이고, 그 중 2,000만 달러는 선수금으로 선박인도 전에 정해진 시기마다 500만 달러씩 4회에 나누어 지급하며 계약해제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I조선이 S해운에게 반환하도록 되어 있다.

(2) 피고 K은행은 2007. 10. 31. 및 2008. 3. 12. I조선과 I조선의 S해운에 대한 선수금반환채무를 보증하기 위하여 2건의 지급보증약정을 체결하고, 선수금환급보증서를 발급하였다. 피고는 지급보증채무를 이행한 후의 구상금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위 지급보증약정 무렵 I조선과 ‘I조선의 목포시 소재 사업장 내에 있는 이 사건 선박과 그 원자재’에 관하여 2건의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당시 사업장 내에 있던 건조 중인 선박 및 원자재에 관하여 점유개정占有改定의 방법으로 점유를 취득하였다. 이 사건 양도담보권설정계약에 의하면 “① I조선은 담보목적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갈아 놓거나 또는 새로 물건을 들여온 때에는 그 갈아 놓은 물건이나 새로 들여온 물건에 대하여도 따로 계약을 체결할 것 없이 모두 위 계약에 의하여 피고에게 양도되고 인도를 마친 것으로 하며, ② 담보목적물에 의하여 제조·가공되는 재공품·반제품·완제품·부산물이나 양도물건에 부합된 물건도 당연히 위 계약에 의하여 양도되고 인도를 마친 것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3) I조선은 2006. 9. 18. 원고 H은행과 수입신용장 거래를 위한 외국환거래약정을 체결하면서, 원고에 대한 수입대금채무 및 이에 부수하는 비용 등 채무에 대한 담보로 원고에게 수입신용장 발행과 관련된 거래에 수반하는 물품 및 관련 서류를 양도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2008. 4. 28. 및 2008. 7. 21. I조선이 이 사건 선박에 장착하기 위하여 노르웨이의 ‘프라모 시스템’으로부터 수입한 카고펌프 4기의 대금지급을 위하여 I조선에게 2건의 신용장을 개설해 주었다.
원고는 2008. 4. 28. I조선과 신용장 거래로 인한 I조선에 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카고펌프를 담보목적물로 하는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고, 2008. 10. 27. 이 사건 카고펌프 중 2기에 관한 선하증권을, 2009. 1. 30. 및 2009. 2. 12. 나머지 2기에 관한 선하증권을 취득하였다.

(4) 이 사건 카고펌프는 원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을 취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항에 입항되었고, 이후 I조선의 이 사건 사업장 내로 반입되어 2기씩 이 사건 선박에 장착되었는데, 이 사건 카고펌프는 화학제품운반선인 이 사건 선박의 핵심적인 하역장비로서 갑판 2m 아래 부분의 선체 내에 액체화학제품의 적하통로인 파이프와 용접된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한편 이 사건 선박 중 1척은 건조가 완료되어 2009. 6. 28. S해운 명의로 등기가 된 후 외국 선주에게 인도되었고, 나머지 1척은 2009. 10. 13. I조선의 부도로 80% 정도의 공정이 끝난 상태에서 건조작업이 중단되었다.
 

Ⅱ. 원고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카고펌프에 관하여 먼저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음에도, 뒤의 양도담보권자인 피고가 위 카고펌프를 이 사건 선박에 부착하여 용이하게 분리할 수 없게 하여 원고로 하여금 양도담보권을 실행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는 원고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261조에 의하여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Ⅲ. 대법원의 판단
양도담보권의 목적인 주된 동산에 다른 동산이 부합附合되어 부합된 동산에 관한 권리자가 그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 주된 동산이 담보물로서 가치가 증가된 데 따른 실질적 이익은 주된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권설정자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이 경우 부합으로 인하여 그 권리를 상실하는 자는 그 양도담보권설정자를 상대로 민법 제261조의 규정에 따라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양도담보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그와 같은 보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Ⅳ.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의 효력
1. 집합동산양도담보의 기능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면서 자금을 차용하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자금을 차용하기 위해서는 차용할 금액에 상응하는 가치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여야 한다. 그런데 토지나 공장 등 등기·등록할 수 있는 재산이 이미 담보로 제공되었거나 없다면, 사업장 내의 기계·기구 및 영업자산인 원자재·가공품, 창고안의 재고품, 선박엔진, 카고펌프 등 다수의 동산집합체를 일괄하여 담보목적물로 제공하여야 하며, 그 담보방법은 점유개정이 인정되는 양도담보가 된다. 이처럼 사업장 내의 영업자산인 다수의 동산집합체를 담보설정자의 수중에 그대로 두고 영업활동을 계속하면서, 그 동산의 집합을 일괄하여 담보로 제공하여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을 집합동산양도담보라고 한다.2)
 

2.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의 효력
(1) 재고상품, 제품, 원자재 등과 같은 집합물을 하나의 물건으로 보아 일정 기간 계속하여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삼으려는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설정계약에서는 담보목적인 집합물을 종류·장소 또는 수량지정 등의 방법에 의하여 특정할 수 있으면 집합물 전체를 하나의 재산권 객체로 하는 담보권의 설정이 가능하므로, 그에 대한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이 이루어지면 집합물을 구성하는 개개의 물건이 변동되거나 변형되더라도 한 개의 물건으로서의 동일성을 잃지 아니한 채 양도담보권의 효력은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친다.3) 이 경우에 양도담보권자가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담보권설정계약 당시 존재하는 집합물의 점유를 취득하면 그 후 양도담보권설정자가 집합물을 이루는 개개의 물건을 반입하였더라도 별도의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을 맺거나 점유개정의 표시를 하지 않더라도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나중에 반입된 물건에도 미친다.

(2) 양도담보권설정자가 양도담보권설정계약에서 정한 종류·수량에 포함되는 물건을 계약에서 정한 장소에 반입하였더라도 그 물건이 제3자의 소유라면 담보목적인 집합물의 구성부분이 될 수 없고 따라서 그 물건에는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3. 대외적 효력과 집행
(1) 동산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이 이루어진 경우에 양도담보권자는 양도담보권설정자를 제외한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자신이 그 동산의 소유자임을 주장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4)
(2) 동산을 목적으로 하는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채무불이행시 강제집행을 수락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한 경우, 양도담보설정자가 그 피담보채무를 불이행한 때에는 양도담보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실행하여 담보목적물인 동산을 환가할 때 집행증서에 기하지 아니하고 양도담보의 약정 내용에 따라 이를 사적으로 타에 처분하거나 스스로 취득한 후 정산하는 방법으로 환가할 수도 있지만, 집행증서에 기하여 담보목적물을 압류하고 강제경매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환가할 수도 있다. 동산의 양도담보권자가 강제집행을 수락하는 공정증서에 기하여 담보목적물을 압류하고 강제경매를 실시하는 경우,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경매절차는 형식상은 강제경매절차에 따르지만 그 실질은 일반 채권자의 강제집행절차가 아니라 동산양도담보권 실행을 위한 환가절차로서 그 압류절차에 압류를 경합한 양도담보설정자의 다른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압류경합권자나 배당요구권자로 인정될 수 없고, 따라서 환가로 인한 매득금에서 환가비용을 공제한 잔액은 양도담보권자의 채권변제에 전액 충당함이 당연하고 양도담보권자와 압류경합자인 다른 채권자 사이에서 각 채권액에 따라 안분비례로 배당할 것이 아니다.5)
 

4. 이 사건에서 양도담보권자
(1) 이 사건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은 이 사건 사업장 내에 있는 이 사건 선박과 그 원자재를 하나의 물건으로 보아 선수금환급보증에 따른 구상금채권의 담보목적으로 삼은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이고, 이 사건 양도담보권설정계약에서 말하는 ‘원자재’는 가공을 전제로 하여 가공되기 전의 상태인 자재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품인 부품이나 장치를 포함한 의미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카고펌프는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이 담보목적물로 정한 집합물의 구성부분인 ‘원자재’에 해당한다.6)

(2) 원고는 2006. 9. 18. I조선과 사이에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2008. 4. 28. 이 사건 카고펌프를 담보목적물로 하여 위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을 구체화한 후 2008. 10. 27.부터 2009. 2. 12. 사이에 이 사건 선하증권을 취득함으로써 선하증권 취득일에 이 사건 카고펌프에 관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고,7) 이에 따라 피고를 포함한 제3자에 대하여 이 사건 카고펌프에 대한 소유자임을 주장하여 그 담보물로서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3) 피고는 2007. 10. 31. 및 2008. 3. 12. 무렵 이 사건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당시 이 사건 사업장 내에 있던 담보목적물에 관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에 의한 인도를 받음으로써 이 사건 선박 및 그 원자재의 집합물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으나, 이 사건 카고펌프는 원고가 그에 관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한 이후에서야 이 사건 사업장 내로 반입되었으므로,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제3자인 원고의 소유물이 반입된 것이어서 이 사건 양도담보권설정계약에 정한 담보목적물의 구성부분이 될 수 없다.
 

Ⅴ. 양도담보권의 목적물이 부합된 경우 법률관계
1. 전용물소권과 민법 제261조

제3자가 타인 사이의 계약상 급부로부터 이득을 얻은 경우 급부자인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제3자에 대하여 계약상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인지는 종래 전용물소권轉用物訴權의 문제로서 논의되어 왔다.8) 민법 제261조는 첨부添附에 관한 민법 규정에 의하여 어떤 물건의 소유권 또는 그 물건 위의 다른 권리가 소멸한 경우 이로 인하여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법률효과만이 아니라 법률요건도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의미이다.9)

한편 판례는 부합과 선의취득과의 관계가 문제된 사안에서, 매도인에 의하여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를 매수인이 제3자와 사이의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3자 소유의 건물 건축에 사용하여 부합됨에 따라 매도인이 소유권을 상실하는 경우에, 비록 그 자재가 직접 매수인으로부터 제3자에게 교부된 것은 아니지만 도급계약에 따른 이행에 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된 것으로서 거래에 의한 동산양도와 유사한 실질을 가지므로, 그 부합에 의한 보상청구에 대하여도 선의취득에서의 이익보유에 관한 법리가 유추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10)
 

2. 부합에 의한 이익의 귀속자
부당이득반환청구에 있어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한다.11) 동산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하면서 양도담보권설정자가 양도담보권자에게 담보목적인 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이유는 양도담보권자가 양도담보권을 실행할 때까지 스스로 담보물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만약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양도받은 담보물을 환가하여 우선변제받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동산양도담보권은 담보물의 교환가치 취득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12)
이러한 양도담보권의 성격에 비추어 보면, 양도담보권의 목적인 주된 동산에 다른 동산이 부합되어 부합된 동산에 관한 권리자가 그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 주된 동산이 담보물로서 가치가 증가된 데 따른 실질적 이익은 주된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권설정자에게 귀속되므로, 부합으로 인하여 그 권리를 상실하는 자는 그 양도담보권설정자를 상대로 민법 제261조의 규정에 따라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양도담보권자를 상대로 그와 같은 보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3. 대상사안에서 보상의무자

이 사건 카고펌프는 이 사건 선박에 장착됨으로써 선박의 일부가 되어 훼손하지 않으면 분리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민법 제257조의 규정에 따른 부합으로 인하여 이 사건 카고펌프에 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부합에 의하여 실질적인 이익을 얻은 자는 주된 동산인 이 사건 선박의 양도담보권자에 불과한 피고가 아니라 그에 관한 양도담보권설정자인 I조선이므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부합으로 인한 보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Ⅵ. 대상판결의 의의
선박은 선각船殼 및 엔진, 닻, 하역설비 등 의장품艤裝品, 선박속구 등으로 구성된 ‘합성물’이므로13) 다양한 원자재가 필요하게 된다. 조선업자로서는 선박건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선박금융 이외에도 집합물에 대한 동산양도담보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상판결은 카고펌프가 양도담보권설정계약에서 말하는 원자재에 포함된다는 것과 양도담보 목적물이 부합된 경우 부합으로 인하여 그 권리를 상실하는 자는 그 양도담보권설정자를 상대로 민법 제261조의 규정에 따라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양도담보권자를 상대로 그와 같은 보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최초로 판시함으로써, 조선산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집합물 양도담보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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