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기업의 유턴(회귀)는 어떻게 가능했나

“규제 완화해 경제 선순환 이루었다”

 

日本 규제완화 정책 과감히 단행, 1,500여건 손봐
내각부 “규제지표치 감소하니 전체 산업생산성 ‘업’”
세계은행 “韓國 창업관련 규제순위 110위권”

 

오랜 불황 끝에 다시 경제호조를 맞고 있는 일본은 어떻게 재생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유수의 기업들이 일본으로 유턴(회귀)해 오면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우리경제에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제기됐다. 이미 선진국대열에 입성한 일본과 세계경제대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과의 사이에서 노동경쟁력은 이미 상실한지 오래고, 지식기반산업의 고갈도 이제 머지않았다는 시각에서 출발된 것이다. 과연 이 위기론에 공감하지 않은 한국인이 있었을까?


국내산업의 현황을 물류산업에 국한해서 생각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나온다. 최근 물류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몸값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인정받기 시작한 물류산업은 벌써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정부정책의 소위 ‘후광’을 받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적절한 물량’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벌써부터 진행된 국내 제조사들의 중국행은 국내에서 처리할 물량의 축소로 이어졌고, 물류기업들은 예전보다 사세를 키우며 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이미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상태로 접어든 물류기업의 실적 중 특히 3자물류 영업이익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폭이 줄어들고 있다. 한마디로 물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사에 의한 물량이 필요한데 그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 진출한 국내 제조사들 중 국내 유턴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소식은 자리라도 깔아주고 싶을 정도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희망’일뿐 진짜로 한국행을 선택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의 사업환경 경쟁력 때문인데, 그렇다면 일본제조기업들의 유턴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사례를 짚어보았다.
 
도요타 등 다국적 일본기업 유턴 사례 급증
핵심부품 중심으로 해외 母공장으로 활용
최근 5년간 일본의 공장 착공면적이 2002년 850만㎡, 2003년 930만㎡, 2004년 1,250㎡, 2005년 1,410만㎡, 2006년 1,570만㎡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현재 자국의 대표적 다국적기업에 의한 공장설립이 한창이다. 올해에만 도요타와 혼다, 샤프, 도쿄 제철 등이 해외공장에서 유턴했거나 기존설비에 대한 확충 투자를 하고 있고 캐논과 마쓰시바, 온워드 카시야마, 켄우드, 소니 등은 이미 자국으로 돌아왔다.


이들 기업의 주요 투자내용을 보면 우선 도요타는 10년만인 2003년부터 일본내 생산설비를 꾸준히 증설하고 있고, 최근 3년간은 북미시장 보다 3배 이상 일본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도요타의 일본생산량은 2006년 전년대비 내수차량 10.6%, 수출차량 24%으로 확대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2009년 완공예정으로 1,000억엔을 투입해 연간 2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건립을 수립했다. 


혼다 역시 30년만에 3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일본내 공장을 설립 중이다. 동 공장을 통해 혼다는 2008년부터 차세대 저연비 VTEC 엔진 년간 20만개를 생산할 계획이며 특히 이 공장은 신기술을 육성하는 해외공장의 母공장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샤프는 2004년 액정패널 및 TV부품생산·조립의 수직통합공장 준공으로 주변에 LCD관련 기술 클러스터를 발전시켰고 2009년 준공예정으로 5,000억엔 규모의 초박막 TV공장을 건립 중이다. 평판TV 공장이 세계적으로 5개 지역에 있지만 핵심부품인 LCD패널은 일본공장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2004년 6억240억엔을 투입해 박형패널 공장, 디지털 카메라 공장 등을 설립한 캐논은 2005년 잉크·카트리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인건비 절감을 실현하는 동시에 기술유출방지를 위해 중저가 복사기는 상해에서 맞춤형 고급복사기는 도쿄인근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도 도쿄제철은 15년만에 일본에 용광로 건설을 추진 중이고 소니는 8mm 캠코더 공장을, 온워드 카시야마는 무봉제 자동편직기(니트 의류) 공장을 중국에서 이전했다.

 

日 과감한 규제개혁이 선순환효과 ‘발산’
최근 일고 있는 일본기업의 유턴현상은 온 나라가 ‘국가 체질개선’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정부가 그간 꾸준히 펼친 규제완화 정책이 주효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월과 10월 ‘최근 일본의 규제정책 변화와 시사점’, ‘일본기업의 자국내 투자 U-턴 현상과 시사점’ 등을 통해 일본의 유턴현상을 연구한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경련에 의하면 일본기업들의 자국내 유턴은 소득대비 낮은 임금수준,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수출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금융여건, 해외기술유출 방지 등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특히 일본정부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한 과감한 규제개혁이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활성화 위한 전방위적 체제 변경
핵심규제 1,500여건 규제정책완화 단행
대한상공회의소는 동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추진한 규제정책에 3가지 특징이 있으며 이에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첫째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활성화를 위해 각종 핵심규제를 철폐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여건이긴 하지만 일본은 수도권 규제로 볼 수 있는 공장등제한법(2002년), 공장재배치촉진법(2006년)을 폐지했고 사업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지주회사 설립을 허용(1997)했으며 우리나라 출총제의 모델이 된 ‘대규모 회사의 주식보유총액제한제도’를 폐지(2002)하는 등 대기업집단에 대한 핵심규제를 상당부분 완화했다. 노동규제 부문에서도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해 파견 상한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2004)해 주었고 파견 허용업무도 확대(2004)했다.


둘째, 자국내 산업공동화를 막고 해외로 나가 있는 공장의 국내 ‘U턴’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했다. 공장 신설시 적용받는 대표적인 환경규제인 ‘공장입지법(공장면적 중 엄격한 녹지비율 기준)’을 2008년까지 개정하기로 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최근 일본정부는 환경오염 방지기술의 발달로 현실성이 떨어진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셋째, 기업들의 원활한 구조조정과 창업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정부는 기업합병절차 간소화(1997년), 연결결산제도 도입(2003년), 3각 합병 허용(2005년) 등을 통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최근 경제산업성은 업계 재편을 가속화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35%인 합병기업 국내시장 점유율 기준을 5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최저자본금 규제 특례(2003년)를 도입하고 이후 회사법 제정(2005년)을 통해 자본금 1엔으로도 주식회사 및 유한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99년 도입된 산업재생법은 과잉설비 폐기나 부실기업 채무조정은 물론 우량기업도 대상지원에 포함시켰다. 산업재생법은 합병 및 분사, 설비도입 등 투자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부동산 취득세 면제 등 세제감면과 저리융자 등 금융 지원하는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으로 샤프전자가 2004년 LCD 공장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신형설비로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설비투자에 대한 특별상각 수혜를 받았다. 이렇게 일본정부가 실시한 규제개혁은 1,500여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日 내각부 “규제정도 지속 감소 중”
규제지표치 0.1% 감소하면 생산성 0.14% 상승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구조개혁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규제정도를 나타내는 규제지표치가 95년 기준으로 제조업의 경우 1이었다면, 99년 0.32, 2002년 0.26, 2005년 0.23으로, 비제조기업도 99년 0.61, 2002년 0.46, 2005년 0.33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제지표치와 노동생산성뿐 아니라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본투자금액, 기술, 노사, 경영체제, 법·제도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총요소생산성’에 대한 지난 10년(95~05)간의 계량분석결과, 규제지표치가 95년 기준 1에서 0.1(10%)만큼 감소할 때마다 모든 산업의 총요소생산성의 성장률이 0.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부규제와 기업의 생산성은 반비례관계로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의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임금변동율 일본 유일 ‘하락’
‘민간의 활력’이 경제 회복한다는데 공감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규제완화 정책을 펼쳤다면 국민들은 임금 증가율을 낮춤으로써 노동시장 경쟁력을 제고했다.


일본의 소득대비 임금수준은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인 브라질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기준으로 시간당 임금을 1인당 국민총소득으로 나눈 수치를 통해 소득대비 제조업 임금수준을 살펴보면 브라질이 가장 높고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는 5위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23위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임금변동율(2005년 기준)을 10년 전과 대비해본 결과 우리나라가 86%로 가장 많이 올랐고 멕시코(55%)와 미국(38%), 홍콩(18%) 등의 순으로 상승한 가운데 일본은 7.3%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로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로 최근 일본의 노동시장 경쟁력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노사동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무분규 현상을 지속하면서 저성장 위기를 함께 극복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국가 체질개선’이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장기불황을 극복하게 위해 각종 정책와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이른바 ‘제도피로현상’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 사회에서는 정책과 규제 같은 비시장적 요소보다 ‘민간의 활력’만이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합의가 형성됨에 따라 기업과 개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하고 시장의 수요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와 신상품 등을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유로운 사업전개를 막고 고비용구조의 원인이 되어 온 정부의 규제·행정절차와 수주배분 등을 포함한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는데 온 나라가 함께 공감하고 힘을 결집시켜 얻어낸 결과이다. 

 

과도한 ‘정부의 손’이 시장 축소의 역효과
IMD “韓 기업 규제수준 61개국 중 51위”
일본이 규제개혁 등을 통해 설비투자가 증대일로에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004년 9,204건에 달하던 국내 공장설립건수가 2006년에는 6,144건으로 33.2%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제조업 임금이 가장 높은 비율(86%)로 오른 것은 물론, 생산성을 감안한 임금비용을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도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5%, -6%, 일본이 -13%로 하락한 반면, 한국은 2.5%가 상승했다. 이러한 수치들이 국내 노동시장에 대해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전경련이 해외사업장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직접투자 동기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국내수요 부진에 따라 중국, 인도의 시장잠재력을 겨냥한 경우가 37.1%로 국내 고임금에 대응해 베트남 등의 저임금을 활용할 목적인 경우(34.6%)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금과 같은 노동시장은 기업들이 유턴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도 기업 유턴을 막는 결정적 걸림돌이다. 올 상반기 UPS가 국내 중소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재벌에 대한 과도한 제한과 규정이 국내 시장을 위축하고 중소기업에도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 응답자의 66% 이상이 입을 모았다. 입안의도와는 달리 과도한 ‘정부의 손’이 경제의 선순환을 막고 있다는 것.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기업관련 규제수준은 51위로써 61개국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고 세계은행이 올해 9월 발표한 ‘2008 기업환경 보고서’에서 한국은 창업관련 규제순위가 100위권 밖인 110위로 지난해 101권보다도 9단계나 떨어져 실제로 정부의 규제정도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올렸던 금리는 중소기업의 투자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최근 계속되는 원화강세는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급격히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한국의 사업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일본은 온 나라가 ‘국가체질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사업하기 좋은 나라기에 성공해 대기업을 필두로 중견, 중소기업으로, 제조업에서 비제조업으로 투자의 선순환효과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오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실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체질개선은 기업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역시 체질개선을 통해 양토(壤土)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한국행이 조만간 ‘붐’을 이룰 수 있는 환경조성에 온 힘을 결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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