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여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작년까지만 해도 20개 대형 컨테이너서선사중 다수가 적자였고 소수의 흑자선사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1/4분기 실적발표에 의하면 선두주자였던 Maersk라인만 적자를 겨우 면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적자로 나타났다. 올해 실적이 2009년 이래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1만 6,000teu급 이상의 ULCs는 현 취항선복(51척)보다 더 많은 선복(66척)이 향후 2년 내 출시될 예정이어서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이 와중에 선사간 합병, 흡수, 철수와 함께 불과 5년 사이에 얼라이언스가 6→4→3개로 소수 대형화되는 등 사상 최대의 지각변동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원가 개선,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체력전을 통한 인위적 공급조절이 목표가 아닌지 의문스럽다. 실제 M&A를 주도하는 측과 추종하는 측의 내면을 선사별로 살펴보면 개편의 모티브와 지향점이 모두 동일한 것만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70~80년대에 해운산업합리화란 이름으로 행해진 일본의 M&A는 선사-하주-금융권의 공조속에, 선제적이고 방어적인 M&A였다. 통합의 이면에는 Sumitomo, Kawasaki, Mitsubishi 등 대기업 집단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 등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정기선사간 M&A가 없었지만 석유, 가스 화학분야 전문인 JX 그룹의 화물을 수송하는 Nissho Shipping과 Yuyo Steamship이 JX Shipping으로, Nippon steel(NS)과 Sumitomo Metal의 주도로 NS Shipping과 Shinwa Kaiun이 NS United Shipping으로(2011년) 통합되는 등 Tanker와 Bulker분야의 통합은 모두 하주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근래 회자되고 있는 일본 컨테이너 3사의 통합문제를 두고 아직은 모기업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이나 시장의 리스크에 보수적이며 선행적으로 공동 대처해왔던 전력에 비추어 볼 때 침체가 장기화 되는 한 3사의 통합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 해운사상 Hapag-Lloyds(1847년 설립)처럼 M&A와 인연이 많은 선사도 없다. 70년대에 Norddeutscher Lloyds(1857 설립) 인수, 80년대에 DGG Hansa와 Rickmers-Linie 사 등 자국선사들을 흡수한데 이어 2005년에는 캐나다의 CP Ships, 2015년에는 칠레의 CSAV사와 합병하였다. 한편 Hapag와 함께 독일의 양대 간판선사이자 같은 함브르그시에 위치한 Hamburg Sud(1871년 설립)와는 1997년 이후 2012년까지 네차례에 걸쳐 합병 논의가 있었으나 매번 지배구조에 관한 이견으로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다. 2008년에는 회사가 NOL에 매각되기 직전, 독일 간판회사가 팔려나가서는 안된다는 여론속에 시, 은행, 보험그룹 등이 결성한 Hamburg Consortium(일명 Albert Ballin)의 참여로 매각이 무산되기도 했다. Hapag의 현 지배구조는 CSAV(31.4%), 함브르그시(20.6%), Kuhne Maritime(20%), Tui(12%)등으로 되어 있으나 중동의 다국적선사인 UASC와의 통합으로 중동 6개국, 칠레, 독일 등 8개국이 참여한 다국적 해운기업이 되었다.
 
UASC와 Hamburg Sud가 폭 넓은 선복교환협정을 맺고 있어 Hapag-UASC-Hamburg Sud가 통합할 경우 세계 3~4위의 선사로 부상할 수도 있다. 결국 Hapag사는 독일인들의 애국심 덕택에 부활에 성공하였지만 독일의 M&A 역시 합병을 통한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그것과 유사하다.
중국은 중국해운의 M&A는 해운산업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112개의 SOEs(State owned enterprises)를 40개로 통합한다는 범정부 차원의 지침에 근거한 것이다. 해운의 경우 COSCO, CSG, Sinotrans, CM
ES 등 4대 해운그룹 산하 12개사의 1,300여척을 컨테이너, 탱커, Bulker, 항만과 물류 등 부문별로 특화한다는 전략이다. 재편을 통해 세계 제 3위 컨테이너선사, 제 1위 Bulker와 Tanker 선사를 출현시켜 국적선의 적취율 향상과 함께 글로벌화를 위한 초석으로 삼겠다는 정책이다. 결국 중국해운의 M&A는 컨테이너선사들의 재편을 촉진시켰을 뿐 아니라 글로벌 해운시장의 수급균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Top-5’선사 경우, Maersk는 Sea Land와 Safmarine(1999년), P&O/Nedlloyds(2005년)를 인수하고 최근 NOL의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대형사 인수를 통해 지난 20년간 부동의 세계 제 1위 선사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NOL을 인수한 CMAㆍCGM 역시 프랑스 국영 CGM과 중소선사들을 인수하며 성장해온 공격형 기업이다. ‘Top-5’중 자체성장을 고집하고 있는 제2위 MSC를 제외하면 Maersk, CMA CGM, Hapag-Lloyds등 유럽의 선두주자 모두가 M&A에 적극적인 선사들이다. 특히 Maersk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인수를 위한 기금(Maritime Vulture Fund)으로 $1.8bn을 조성하고 취약선사를 물색할 만큼 위기에 강한 선사이며 Hamburg Sud 역시 1955년 Oetker 그룹이 인수한 이래 지금까지 미국, 네델란드, 이태리, 대만, 칠레 등 국내외 선사 15개를 흡수하며 성장해 온 M&A 전문기업이다.

최근 NOL, MISC, Zim 등이 간선항로에서 철수하였다. NOL은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과 과도한 APL 인수가격($825m)이 부담이 되어 최근 3년간 $1,2bn에 달하는 누적적자 끝에 결국 2015년말 CMA CGM으로 넘어갔다. 말레이지아 국영선사인 MISC 역시 누적적자로 컨테이너 선단 30척을 정리하며 2011년 철수했고, 그해 이스라엘의 간판선사 Zim도 공개합병을 시장에 제의하며 간선항로에서 자선을 철수한 상태다.
M&A 움직임은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었으나, 최근 중국 양대선사의 통합을 계기로 글로벌 캐리어들의 소수 대형화 개편이 다시 힘을 얻어가고 있다. NOL의 CMA CGM 편입, 중국양대선사 통합, Hapag-UASC 합병 등 큰 틀의 M&A는 확정되었고 나머지 변수는 Hamburg Sud, Japanese Trio의 진로와 위기에 처한 Korean duo의 향배다.

현재와 같은 장기침체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고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인내도 바닥을 드러낸 이상 취약한 선사들에게는 자력 갱생, 철수, 합병이외에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향후 정기선 분야는 원가가 낮은 시장의 리더가 통합을 주도할 것이며 주변의 통합은 small player들에게는 무형의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선사가 다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상위 40개사 중 18개가 사라졌으며, 이들 18개사의 M/S 총계는 32%, 즉 선사당 평균 2% 수준이었다. 결국 시장은 유럽주도 ‘Big-5’의 과점속에 M/S 2~3% 수준의 아시아권 소형사들이 그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상황이 전개 될 수 밖에 없다. ‘때가 되면 좋아지겠지’ 하는 70~80년대 사고는 매우 위험한 인식이다. 강자가 약자를 흡수하는 것은 대체투자 효과를 노리거나(인수가격이 쌀 경우) 퇴출을 통한 공급조절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과거 예였다.

그간 성사된 M&A의 유형을 살펴보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며 선대 개편과 확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M&A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해운사, 다가올 시련기에 대비하여 체력정비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합병을 행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 선사, 시장의 리스크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가 벼랑 끝에서 타의에 의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우리는 어디에 해당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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