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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鼎談/조양상선·C&라인·STX팬오션 경험으로 본 한진해운 사태
“ 선주협회 중심으로 국부유출·한진사태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517호] 2016년 10월 04일 (화) 11:21:03 이인애 komares@chol.com

 

   
조태현 前 조양상선 이사(좌), 이종민 前 C&그룹 총괄관리본부장(중), 권오인 前 STX팬오션 컨영업본부장(우)


 

패널: 조태현 前 조양상선 이사,

이종민 前 C&그룹 총괄관리본부장

권오인 前 STX팬오션 컨영업본부장

사회 및 정리: 이인애 해양한국 편집국장

‘회생이냐 청산이냐’ 미래가 불투명한 한진해운의 현실은 1차적으로 기업의 ‘경영실패’와 ‘장기 해운불황’에 원인이 있지만 2차적으로는 세계 10위권 글로벌 정기선사의 법정관리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의 ‘몰이해’가 불러온 사태라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한국해운의 역사에서 해운기업의 법정관리 사례는 여러 차례 반복돼왔는데, 부정기선사는 사업규모가 축소되어도 회생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정기선사의 경우는 조양상선을 비롯해 C&라인(구 동남아해운)과 STX팬오션의 정기선사업부 등 유사한 환경에서 회생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정기선사이자 세계 7위의 글로벌선사였던 한진해운의 정체성은 물론 기간산업으로서 정기선 해운업의 국가경제적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한 부정기선사들의 사례 정도로 가볍게 여긴 결과라는 비판도 ‘만시지탄’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파산법원이 9월 19일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해관계자들의 간담회를 개최한 이후 당장의 하역대란 해소비용은 마련됐지만 갈 길이 먼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일명 ‘한진사태’)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정기선 해운기업을 정리한 유경험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적 정기선사 조양상선과 C&라인, STX팬오션 정기선 사업부 등에서 법정관리 또는 청산시 관련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들을 만나 당시 해당선사들의 상황을 통해 한진해운 사태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또다른 한국해운의 위기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한진사태의 긴박한 상황 흐름을 주시하며 추진한 긴급취재였기에 9월 20일-22일 3일간 각자 인터뷰한 내용을 정담鼎談 형식으로 편집했다. 따라서 시점상 한진사태의 진행경과가 다소 다르며 최종정리한 시점이 9월 26일임을 공지한다.
 

인터뷰에는 조양상선 기획실 출신으로 청산처리를 맡았던 조태현 전 조양상선 이사, C&라인(구 동남아해운)의 급작스런 파산을 담당했던 이종민 전 씨앤그룹 총괄관리본부장, STX팬오션 컨선 영업본부 본부장를 역임한 권오인 전 STX팬오션 상무가 참여했다.
 

   
이인애 해양한국 편집국장

 

사회(이인애)=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8월 31일)과 동시에 시작된 ‘한진해운발 세계적 물류대란’은 3주가 맥없이 흘러갔다. 그동안 대주주 측과 채권단 측의 책임공방 양상으로 방치(?)되었다가 9월 21일 비로소 한진그룹측의 추가 자금지원안 확정과 그에따른 채권단의 지원 결정 등 ‘뒤늦은 대처’로 하역대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박에서 화물이 터미널에 하역된 이후에도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이라는 물류단계가 남아 있고, 이미 아무 대책없이 지나가버린 3주이상의 기간동안 적체된 각종 비용 증가와 운송지연 등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손실 및 손해배상소송 등 한진해운의 물류대란은 또다른 단계로 전개될 것이 예고돼 있다. 9월 26일 현재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총 97척중 해외하역대상 선박은 26척, 국내하역대상 선박 31척이고 하역이 완료된 선박은 42척이다.
 

한진그룹과 채권단의 자금지원 결단도 9월 19일 동사의 기업회생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 6부가 관련정부와 관계기관, 채권단, 한진해운 관계자를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고 한진의 법정관리 신청이후 파악한 중간점검 결과를 토대로 사태의 긴급성을 강조하고 청산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하자 나온 결과이다.
 

작금의 한진사태는 한진해운의 경영실패라는 1차적인 책임이외에도 컨테이너정기선사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가지는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대처한 정부의 정책 실패와 금융논리만을 내세운 금융당국의 책임도 면치는 못하게 됐다. 특히 한진사태에 과거 글로벌선사로서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결국 청산된 ‘조양상선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대처해야 했다는 뒤늦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실상을 해운업계는 많은 자리와 기회를 통해 수없이 강조해왔지만 제대로 관계당국에 전달되지 못했거나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은 해운전문지로서 진정 가슴아픈 결과여서 자괴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미 한진사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 청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지만, 11월중순경 법원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계속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시일이 남아 있고 가능한 한 한진해운이 생존하기를 바라는 해운업계의 바람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희망과 이후 한국해운업계에서 ‘또다른 한진사태’가 생겨나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아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일반인의 기억에는 어스름하겠지만 해운산업계에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되고 있는 조양상선과 C&라인 등 컨정기선사들의 청산 과정은 개개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담고 있다. 이들 선사의 사례를 통해 한진사태를 조명해보고 작금의 사태를 계기로 향후 한국해운이 취해야할 방향에 대한 말씀을 나누어 보려한다. 과거 선사들의 법정관리 또는 청산시점의 상황을 간단히 돌아보고 한진해운 경우와 비교해보겠다. 먼저 1997년 외환위기이후 계속된 경영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1년 5월 29일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으나 그해 8월 회사정리절차가 폐지되고 9월 11일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조양상선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조태현(조양)= 과거 조양상선의 법정관리행의 내용은 현 한진해운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 2001년 5월 회생절차를 신청한 조양상선은 법정관리 개시전 외항해운기업으로서 5개 운송사업체, 2개 금융사업체, 1개 원양수산업체, 1개 식품제조업체, 3개 기타 서비스업체 등 총 11개 관계사를 지배하는 조양상선그룹의 모기업이었다. 조양은 1990년대 초반까지 비교적 양호한 영업실적을 달성해왔으나, 세계일주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무리한 외형 위주의 경영전략이 부실화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영업망 구축에 따른 초기 투자비 과다, 구간별 수익성 불균형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 원가관리 한계로 인한 원가 대폭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부족에 이르렀으며, 이의 충당을 위해 단기차입금으로 운전자금을 조달한 것이 누적돼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됐다. 결국 1997년도에 큰 폭의 적자로 자본이 완전히 잠식되어 재무 부실화가 심각한 상태에 직면했다. 이후 운영자금 차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수익성은 저조했으며, 해외발생 비용이 누적되는 등 자금 유동성의 경색이 심화돼갔다. 금융권의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 압박으로 인해 단기적인 자금수급 부담 또한 가중됐다.
 

물론 이 와중에 자구이행 과정을 통해 항로의 구조조정과 선박 및 컨테이너 박스 등 해운관련자산의 매각, 토지 및 건물 등 부동산 매각, 용선료의 인하 재협상, 해외대리점의 잉여자금 조달,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지 않은 손익구조로 인해 부채규모만 소폭 축소되는 정도에 그쳤다.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특히 자금 유동성이 해소되지 않았던 것이다.
 

조양은 결국 고비용 원가구조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과도한 금융비용의 근복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단기적으로 자금경색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워져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하게 됐다. 당시 국내외 채권자들은 조양상선의 회생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적극 협력했는데, 이 점이 지금 한진해운의 사태와는 다른 점이다. 그 밖에는 조양과 한진의 부실은 비슷한 점이 많다.

 

사회= 당시 조양상선이 법정관리 신청하고 청산되기까지의 상황은 어떠했나?

 

조태현= 조양이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하고 나서 청산시점까지의 상황을 보면, 항로운영(권) 부문에서 선박 압류와 하역비 미지급 상태에 처함으로 인해 항로의 정상운영이 불가능했다. 항만하역 및 물류운영 부문에서도 항만터미널의 하역비 등 제반비용의 미지급금이 누적돼 하역관련 업체에서의 작업이 불가하고, 선지급 후하역 상태로 전환됐다. 이때 조양은 대주주의 사재출연금과 일부 계열사 매각대금, 자산매각대금 및 해외대리점의 지원자금 등으로 하역비 등 발생비용을 최소로 지급하면서 점진적으로 하역을 완료했다. 육상 직원과 선원 및 해외대리점 직원들에게 법정관리 대상으로 지정(승인) 가능하다며 수차 업체를 설득해 기 선적된 화물의 하역을 완료해나갔다. 당시 조양의 직원들은 실제로 청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컨테이너 및 벌크선박의 관리 부문의 경우, 자가소유 선박 및 컨테이너 박스는 거의 대부분 가압류 또는 억류됐으며, 용선료 미지급으로 인해 선적화물 하역완료후 선주와 용선주가 협의해 선박을 반환했다. 컨테이너박스는 자가 컨테이너보다 장기리스 컨테이너가 대부분이었으며, 자가 컨테이너도 항만터미널이나 데포(내륙운송기지), 화주공장 등에 분산되어 있어 반출이 불가했고 장기간 장치되면서 자국 항만업체에서 가압류하거나 관련업체에서 가압류를 했다. 장기리스 컨테이너의 경우는 원 소유주(임대업체)와 협의해 일정장소를 지정하여 흩어진 컨테이너를 모아서 반납했다. 해외대리점과 본사 직원들이 협조하여 모두 순차적으로 반납해나갔다.
 

부동산 등 고정자산 및 현금자산 부문에서는, 법정관리 개시 신청시점부터 자산이 동결되면서 법원의 관리 하에 있었기 때문에 미수운임 회수금, 일부 자산매각대금 등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서 일정부분 비용을 지급하면서 최소한의 항로와 영업망, 직원관리 등을 유지했다. 당시 회생 가능성도 상존했기 때문이었다.
 

인력부문에서는 청산 및 파산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쉬는 날도 없이 직면한 업무처리에 집중하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경주했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육·해상직원 및 해외대리점까지 모두 회사를 살리기 위하여 긍정마인드로 업무를 처리했었다.
 

 

사회= 2000년대초까지만해도 국내 3대 컨테이너 정기선사이자 글로벌 선사였던 조양상선의 법정관리와 청산 파장은 지금 한진해운의 사태와 규모 면에서 작았을 뿐 사태와 경과가 거의 똑같은 모습이다. 다음으로는 2008년초 파산한 C&라인(구 동남아해운)의 청산 당시 상황을 들어보겠다.

 

이종민(C&라인)= 2006년초 씨앤그룹이 동남아해운을 인수해 C&라인으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씨앤그룹이 인수한 당시 동남아 해운은 매월 약 20여억원씩 적자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회사의 재정상태, 특히 현금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그 결과 2008년초 선박 연료유 대금 미지급으로 인해 1척의 선박이 싱가폴에서 억류(arrest) 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이를 시작으로 국내외의 하역사들이 일제히 하역을 거부하고 항만의 선박입항을 거부하는 한편 선박 대리점도 입출항 수속을 거부했다. 이어지는 물품공급업자들의 물품공급 거부와 입항선박의 가압류, 각 항구의 터미널에서 선적을 대기 중이던 컨테이너의 가압류 등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배 한척의 압류에서 시작돼 당시 운영선대 30척 가량이 일제히 운항을 중단하게 된데는 3주 정도가 걸렸다. 규모는 작지만 현재의 한진해운 사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세계 각곳에서 선박이 압류되어 운항이 중단되고나니 사업을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다. 회사 임직원과 해외대리점 모두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아마 한진해운 역시 그러한 상황이라고 추측된다.
 

 

사회= 2013년에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의 경우 법정관리 시기에 사업을 정리하고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대부분의 컨테이너사업이 정리됐다.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

 

권오인= 한진해운과 STX팬오션(이하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까지 과정에서 공통점은 산업은행이 주 채권은행이고 둘 다 기업의 경영성과가 악화되어 외부지원이 없는 경우 기업이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양사의 차이점은 한진해운의 경우 단독기업의 사태, 즉 자율협약 기간을 거쳐 산업은행이 단계적으로 한진해운의 조치를 압박한 뒤 최종적으로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에 비해 팬오션은 STX그룹의 지원을 산업은행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돌연 팬오션의 법정관리 행을 선택하였다는 사실이다.
 

한진의 법정관리 사태는 한 사기업이 경영성과가 부실하여 법정관리 사태에 돌입한 사실과 해당기업이 국제해상 운송중 컨정기선 서비스에 종사하며 전세계적인 서비스망을 가진 국제적인 한국의 대표 해운기업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해운기업이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차후의 문제로 여겨 한국은 해운기업이 국가기간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기선 시장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공급과잉, 고유가, 물량 증가율 둔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머스크를 위시한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끝없는 선박 대형화와 서비스 확장전략에 하락한 저 운임시황이 결정적으로 해운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체력이 약한 기업들은 지속적인 적자 상황을 만회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얼라이언스에 잔류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박대형화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공급과잉에서 초래된 저운임 시황에 계속 노출되면서 경영수지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고유가 시절에 과다한 코스트 압박에 시달렸던 해운업계는 세계경제가 저유가 기저로 선회하면서 코스트는 인하됐으나 이번에는 경제성장률 저하에 따른 물량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가 옳았느냐 여부는 향후의 결과가 증명해주겠지만 일본 3대선사들의 정기선부문 합병, 대만의 양대선사들간 합병설의 회자는 국제 컨정기선 사업이 일개 기업단위에서 또한 개별 민간기업 차원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 Cosco와 China Shipping의 컨테이너부문을 전격적으로 합병했다. 결과적으로 국제 컨정기선 부문의 불황에서 살아남지 못한 기업은 한국의 한진해운(국제랭킹 7위)만이 될 공산이 높아졌다. 무역을 생명줄로 하는 우리나라는 해운부실로 인해 두고두고 무역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에 비해 열세인 상태로 살아가게 되는 결과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한진해운 사태가 이웃 일본과 대만의 이번 원양 컨테이너 정기선사 합병 등 전격적인 해운정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회= 말씀하신대로 세계 정기선 시장에서는 M&A에 대한 논의가 재삼 거론되고 있고 머스크는 최근 해운물류부문과 에너지부문으로 사업을 분리 정리하는 등 한진사태는 세계 정기선해운업계에 일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정관리 개시이후 하역을 비롯한 선박운송과 화물인도 관련 처리경과는 어떻게 되는지, 관련비용의 규모는 어느정도 인지 얘기해보도록 한다.
 

 

권오인= 선박의 경우 선박에 집행되는 압류 혹은 가압류가 법적인 쟁점이 된다. 가능한 한 조기에 이를 방지할 조처를 취해야 하고 이미 집행된 선박에 대해서는 공탁금을 걸고 해제해야 한다. 하역은 법정관리를 신청해 자산보전명령이 떨어진 시점을 전후해서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으로 분류가 되는데, 컨테이너 하역에 관련된 컨터미널도 마찬가지여서 기존의 채권과 법정관리 개시 이후 발생채권이 한국법원의 명령으로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으로 분류, 처리된다. 우리나라의 스테이오더가 승인되는 나라의 경우,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는 각 터미널에 하역비를 선납한 뒤 하역하고 터미널에 반입되어 선적을 기다리는 화물은 조기에 화주를 설득해 타 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유하며 양하돼 반출을 기다리는 화물에 대해서도 터미널과 협상을 통해 원활하게 화물이 반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부분의 터미널에서는 자사의 회생채권 확보를 위해 화주 또는 컨박스 오너에게 우선 터미널요금(회생채권)을 전가 부과하여 화물을 반출하게 된다. 이 경우 화주 또는 컨테이너박스 오너는 터미널이 부과하는 예치금 또는 보관료 명목의 비용(Deposit Money or Container Storage)을 선지불하고 나중에 이 비용을 한진해운에 청구(회생채권)해야 한다. 팬오션의 경우 국내외 터미널 요금을 회생, 공익 구분 없이 지불해 하역을 속행했다.
 

관련 비용의 규모는 선박과 화물의 양에 비례하게 되므로 산정하기가 곤란하며, 하역의 전제조건이 선박의 입출항이므로 선박의 압류(가압류) 해제에 따른 비용이 우선 지불돼야 한다. 용선선박은 선주가 미불 용선료를 이유로 선박의 운항을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 본선에 적재된 화물의 운송책임은 선주에게 전가되므로 선주와의 협상을 통해 화물의 양하, 인도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 화주를 통해 선주를 압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본선의 입출항과 관련한 각종 항계비용, 도선비용, 입출항료 등도 해결과제이며 도선 및 예선 비용은 회생채권의 경우 회생담보채권으로 우선 보호되며 회생절차 개시 이후는 공익채권에 해당된다. 각종 항계비용은 회생채권으로 분류되며 회생절차 개시 이후는 공익채권이다. 대리점 비용과 운임 채권은, 대리점의 경우 본사를 대리해서 협력사에 지불하게 돼있어 계약형태에 따르겠지만 사실상 현지에서 채무자가 된다. 대리점은 본사를 대리하여 운임을 수취해 본사에 송금하므로 일정기간 동안 수취운임을 보관하게 된다. 회생절차 개시는 채권은 즉시집행 및 법원의 관할이 되고 회생절차 개시전 채무만 동결되는 것이므로 대리점에 수취된 운임을 요령있게 처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종민= C&라인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지 않았다. 유동성 압박 속에서 선박들이 중국, 싱가폴, 홍콩 등 선적 또는 양하항의 외항에서 대기하거나 압류됐으며 거의 일시에 운항을 멈추었다. 법정관리를 신청해보지도 않고 유동성 문제로 손을 쓸 수 없는 사태를 맞았던 것이다. 따라서 터미널에 입고된 선적대기 화물은 화주들이 자신의 비용으로 다른 선사의 선박에 환적했고, 일단 양하되거나 배 위에 있든 컨테이너 화물 역시 화주들이 자신들의 비용으로 통관절차를 밟아서 찾아갔다.
 

 

사회= 법정관리나 청산의 경우 해당기업의 각종 자산과 인력의 처리는 어떻게 되는지?
 

 

조태현= 우선 조양상선의 경우 분류할 수 있는 자산이 선박, 컨테이너박스, 건물 및 골프장 등 부동산과 대인훼리 등 관계사 투자지분, 터미널·ICD·DEPOT(투자지분 포함), 사무용 집기 등이었다. 법원의 관리 하에 일부자산을 매각해 비용지불에 사용했다.
 

인력은 육상직원의 경우, 청산개시 결정 이전까지는 대다수 임직원이 회사 회생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노력했으며 미국의 무역센터가 테러로 폭격되었던 날(9.11) 내려진 청산 개시 결정 후 일부 직원은 스스로 해운관련 업체로 이직했고 일부 직원은 조양상선 임원들의 추천과 선주협회의 지원및 협조로 회원사에 취업을 적극 요청해 많은 인력이 해운관련업체로 이직했다. 그리고 남은 직원의 이력서와 리스트를 작성해 선주협회를 통해 회원사에 전달했으며, 임원들께서도 직접 회원사 및 해운관련업체에 전달, 직원들의 취업을 요청함에 따라 많은 직원들이 취업했다. 선원은 선박이 매각되거나 반선되는 시점에 하선해 스스로 취업을 했다.
 

인력관련, 미지급 급여 및 퇴직금 문제는 법정관리 신청 후 미수운임 수납금, 대주주의 사재 출연금, 자구이행 자금 등 회사의 수입원이 모두 긴급한 하역비 등 미지급 비용에 충당함에 따라 직원들의 급여나 퇴직금은 지급할 자금이 전무한 상태에 직면했다. 이에따라 일부 직원간에 동요가 있었으나 청산된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부문별 생존전략에만 몰두했었다. 청산개시 결정 이후에는 채권단과 잔여자산의 매각 방법, 매각대금 처리 등을 협의해 직원들의 퇴직금을 확보해 전직원에게 지급했다. 모든 자금을 미지급 비용에 충담함에 따라 파산법원과 채권단의 협조가 없으면 직원들 급여와 퇴직금은 지급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
 

 

권오인=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육상에서는 본사와 해외지사, 대리점, 그리고 협력사의 많은 임직원들이 순차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해상직원들도 선박의 매각에 따라 또는 서비스의 유지 여부에 따라 직장을 잃는 수순을 밟게 된다.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서 각자도생이 가장 우선이고 회사가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은 매우 제한적이다. 임직원도 회사도 생존여부가 불확실한 것은 매한가지이며 한진해운의 사태는 회사의 회생이 어렵다고 보는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므로 각자가 자기 살 길을 찾아나서는 것을 회사가 막지 않는 게 필요해 보인다.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는 신속하게 자산을 매각하게 되는데, 급히 매물을 내놓게 되면 제값받기는 고사하고 매입자를 찾는 것 자체가 시급한 과제가 된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판단하는 우량 자산을 국내 회사들이 매입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것도 필요가 전제돼야 하므로 누군가가 억지로 나서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대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량자산은 한진해운이 보유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므로 동업자들이 나서서 우선적으로 활용여부를 점검하고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법정관리의 일환으로 회사는 각종 계약의 이행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선택적으로 회사에 유·불리를 따져 계약의 계속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컨테이너 리스 계약의 경우는 대부분의 리스사들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회사에서 자사의 컨테이너를 회수하게 되므로 사실상 컨테이너 정기선사는 컨테이너 박스를 확보할 길이 없어진다. 이 대목이 컨테이너 정기선사와 부정기선사의 법정관리와 확연한 차이로서 컨테이너선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STX팬오션의 경우 1, 2차에 걸친 회생채권 확정절차를 거쳤는데, 이때 목록 기재액이 약 1만 3,000건에 11조 규모였다. 당시 시부인표에 따르면, 시인액이 1.6조, 부인액은 9.4조였다. 이후에는 회생채권 조사확정재판을 한다. 법정관리에서 회생채권의 확정절차에는 전산시스템의 지원이 필수이다.
 

 

이종민= C&라인은 선박과 컨테이너가 주요자산이었는데 선박은 각 항구에서 경매 또는 공개 매각되었고 컨테이너 역시 채권자들의 압류 절차를 거쳐서 경매로 매각됐다.
 

C&라인의 경우 기업회생 절차도 신청하기 전에 급격하게 선박 운항이 정지되고, 선박과 컨테이너에 대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즉, 가압류가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화주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았다. 또한 각 항구의 터미널에서 환적을 행하는 과정에서 가압류 집행 법원의 허가 또는 통관 등 행정적 절차 역시 비용과 시간의 소모로 큰 손해와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본다.
 

 

사회= 법정관리 과정과 청산과정에서 겪었던 주요 법적쟁점들과 그에 따른 교훈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또한 이번 한진사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경험상 의견이 있다면?
 

 

조태현= 청산과정에서 법적 쟁점들은 없었던 것 같다. 일부에서는 한진사태에 정부와 채권단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데 실제로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유는 부채규모와 항로권 유지 등 불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데다가 미래 수익가치와 자구이행 자산규모, 화주 및 거래처의 채권확보를 위한 화물압류 및 청구소송, 우발채권 발생 상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면, 정부나 채권단의 역할이 거의 없다. 단 기존 선박에 선적된 화물의 하역 등 일부 지원은 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의 상황을 감안해 보면, 현실적으로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진해운의 대주주와 관계사 및 계열사들의 강력한 회생의지이다. 그들의 자금이 한진해운으로 지원되어 화물이 하역되고 항로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와 채권단에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용선료 등 발생비용이 대폭 늘어나서 부담이 더 가중되고 회생 가능성은 점점 희박할 것이다.
 

한진해운이 자구이행할 자산규모는 모르지만, 일단 대주주의 사재출연, 계열사 매각, 보유 유가증권 매각, 선박매각 등 선대구조조정, 국내외 항만터미날/컨테이너 박스 매각 등 현금 유동성이 가능한 자산을 매각하여 한진해운의 생존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같은 사항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과정에 정부와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정부와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한다고 해도 법정관리 개시 진행 중이며 청산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한 적극적인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정부가 컨트롤 타워로 나서서 한진사태의 물류대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정부보다는 선주협회를 중심으로 회원사간 협력을 통해 대체선박 투입, 화물 이전 등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회= 각국에서 스테이오더가 승인됐다고 해도 협력업체와 협의가 잘 이루어져야 할 텐데 이때 유의점이 있다면?
 

 

조태현= 자체 회사회생 계획서를 수립하여 협력업체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론도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직 법정관리 개시 중이며, 회생이냐 청산이냐 결론이 날 때까지는 회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권오인= 법정관리는 이미 많은 회사들의 사례가 축적되어 특별히 법적인 쟁점사항으로 남아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회생채권 확정에 따른 시·부인 절차에서 채권자의 주장과 한진해운의 주장에 다툼이 발생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조사확정재판을 통해 회생채권이 확정되지만 많은 경우 이 과정에서 협상을 통한 회생채권 확정이 많아진다. 용선선박이 장기간 운항중지로 화물이 묶이는 경우 또한 시간 문제에 해당된다. 결국은 용선주가 운항을 재개하여 화물을 양하하게 된다. 운항중지 기간을 최소화해 화주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과제가 남는다는 문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 이미 정부가 나선 상황이다. 법정관리 개시 여부는 회생계획안을 가지고 법원이 최종 판단하게 돼있으므로 더 이상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만약 정부가 적극 나선다는 의미가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라면 이는 관련법과 절차에 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가 추가로 자금을 지원한다해도 이는 법원의 기업회생절차에 따라서 자금을 집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묶여 있는 화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지정한 법정관리인은 관련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므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말은 설득력이 없고 더해서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나선다는 것은 도움될 만 한 게 별로 없어 보인다.
 

특별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본선에 선적돼 있는 화물을 거점항구에 우선 하역하는 방안은 한진해운이 담보하고 있는 서비스 내용(직항의무)에 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를 정부가 무리하게 집행하는 경우 운송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클레임에 직면할 위험이 존재한다. 가능한 한 서비스 내용대로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회= 각 해당 해운기업의 정리과정은 그 자체가 고난이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으며 현 한진해운 사태의 해소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조태현= 청산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금 한진해운이 겪고 있는 과정에서 온국민이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선박 등 자산 가압류 해지를 비롯해 선적화물 하역 등 물류부문, 채권자들에 대한 대응, 미지급 채권의 업체별 파악 및 확정, 파산법원에의 등록, 직원의 취업 및 임금채권 등 퇴직금 확보 및 지급 등 쉬운 일은 없었다.
 

한진해운은 거래업체와 채권자들에게 법정관리로 정리가 되었을 경우와 및 청산/파산 결정이 났을 경우의 피해금액 비교 등을 잘 설명하고 설득해 청산보다는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고,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설득하고 주지시켜야 한다. 예컨데 한진해운을 매각한다거나 자산을 매각하여 미지급채권을 지불한다는 등 회사의 자구이행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자체 회생계획안을 수립하는 한편, 대주주와 임직원 모두의 회사 회생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권오인= 컨테이너 정기선사는 고객사가 개품 화주이다. 대·중·소로 나눠 보면 실화주보다는 포워더가 대부분이다. 중대형 실화주는 화물이 묶이는 상황에서 나름 대처할 여유가 있다. 대체화물을 우선 보내고 나중에 묶인 화물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고 수화주와의 협상을 통해 다른 방안을 함께 찾을 수도 있다.
 

문제는 운송을 대행하는 포워더이다. 이들은 실화주에게는 포워더의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운송인의 지위에 있다. 이 경우 포워더는 실화주에게 운송인의 1차적인 책임을 지며 그로인한 피해를 선사인 한진해운에게 손해배상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포워더가 실화주에게 부담하게 될 손해규모는 운송인보험의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형 실화주도 대체방안이 없고 한번의 선적에 회사의 존폐가 걸려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대리점 문제도 크다. 대리점은 본사를 대리하여 현지에서 활동하는 본사의 대리조직이지만 법정관리 하에서는 협력사로 분류되어 대리점에게도 피해가 고스란히 발생된다. 직원들의 처리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운항 또는 얼라이언스 파트너의 문제 역시 크다. 보기에 따라서는 각자가 공동운항 또는 얼라이언스 체결시 위험을 산정, 결정했기에 피해를 감내할 수 밖에 없다고 볼 수 있으나 만약 회생을 궁극적인 목표로 회생절차를 준비한다면 가장 먼저 사업파트너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만 한다.
 

 

이종민= 정기선 사업의 파산은 각국의 화주, 포워딩업체, 터미널, 하역업체, 선박의 입출항을 지원하는 선박 대리점을 비롯한 항만, 부두의 서비스 업체, 유류를 비롯한 각종 물품공급업체들의 손해와 고통이 너무나 심각하다. 특히 선박의 운항중단, 압류와 경매절차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선상 선원들의 임금체불, 건강악화 문제 등으로 인한 고통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진해운의 경우도 하역 및 물류대란이 큰 이슈가 되면서 선상의 선원들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덜 이슈가 되고 있는 느낌이지만, 이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살피는 것도 정부와 관계인들이 해야 할 큰 책무일 것이다.
 

 

사회= 매출액 7조7,000억원에 차입금 5조 6,000억원 지난해말 한진해운의 재무현황을 알 수 있는 지표이다. 9월 1일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 한진해운은 향후 10월 18일까지 채권조사를 마무리하고 10월 28일까지 최종 조사보고서를 내며 11월 25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조사위원회에서 회생계획안을 검토한 뒤 한진해운의 운명을 가를 회생과 청산 여부가 결정된다. 한진해운의 회생 여부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
 

 

조태현= 한진해운의 회생여부는 회계법인의 조사결과와 회생계획안을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 뭐라 언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압박용이었을지라도 법원이 청산 가능성을 대외에 시사한 바처럼 한진해운의 회생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대주주의 사재출연 지연 및 출연금 규모 등 노력 이 부족하고 대주주가 회사 회생을 포기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대주주의 회생의지는 부족해보인다. 자체 자구이행계획안으로 채권단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주요 자산과 계열사 등은 이미 매각하고 없다는 소문과 지속적인 해운시황 불황 등이 국내외에서 공히 한진의 회생이 어렵다고 생각케 하는 부정적인 환경 요인들이다.
 

해운을 잘 모르는 회계사들의 집단인 회계법인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해운기업의 재무상황과 회생여부를 따져보는 것도 문제이다. 어쨌든 한진해운 측은 구체적인 회생계획을 가지고 가능성을 열심히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현실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항로를 유지하려면 선박이 있어야 하는데 그 선박들이 모두 멈춰선 것이다. 아마도 법원이 긴급 간담회를 열어 청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물류 대란을 해결하고자 하는 액션이었거나 중간점검 결과 그렇게 판단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인 회생절차 가부는 회계법인의 기업계속 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진 결과에 따를 것이기에 아직 알 수 없다.
 

이후 뒤늦게라도 대주주와 그룹사, 채권단이 하역료의 비용을 마련하게 돼 선적화물의 하역이 완료된다고 해도 이후에 고려해야할 사항은 더 많다. 항만터미널과 항만서비스업체, 육상운송회사, 컨테이너박스 임대업체 등 미지급 비용을 받기 위해 자산압류, 화물압류 및 청구소송, 화주의 손해배상 청구 등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렇지만 회생을 염두에 둔 한진해운 임직원들의 사태해결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권오인= 지금 한진해운이 회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법정관리 개시이후 3주가 지나도록 선박압류와 입출항 거부 등 전 선박이 비정상적인 운항중단 상태에 놓여 있었는데, 이는 데일리 서비스까지 대두된 글로벌 정기선해운 시장에서 한진해운이라는 법인과 브랜드 가치가 죽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영위할 선박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심각성을 주시해보아야 한다.
 

 

이종민= C&라인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아니고 배 한척이 유류비 미지급 때문에 압류됐는데, 그것을 기화로 일파만파 각국의 항만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20일이 지나며 운항선대가 모두 운항중단되고 나니 대리점 기능 마비는 물론 회사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져 들었으며 대책을 세울 정신조차 차릴 수 없게 급작스럽게 모든 선박과 서비스가 스톱됐고 회생시킬 수 없었다. 우리 경우는 파산이 기정사실화되니 화물도 화주가 알아서 다 찾아갔다. 한진해운의 경우도 현재 패닉상태일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회생의 길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한진그룹과 채권단이 추가 자금을 지원해 하역이 시작됐다고 하지만 정기선사의 서비스에서 20일은 북미항로의 경우 항만에서 내려진 화물이 화주의 손에 전달될 수 있는 기간이고 유럽항로도 항만에 도착해 하역을 앞둔 정도의 시간이다. 관리 이전의 회생채권은 차치하고 관리이후 공익채권으로 생겨나는 채권의 규모와 운송의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등 사실상 한진해운이 부담해야 할 채권은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 법원이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한 것은 기업의 회생을 돕기위한 것인데, 법원이 해당기업의 청산가능성을 중도에 시사한 것은 정말 납득이가지 않는 일이다.
 

 

사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든 청산이 되든 현재 벌어져 있는 한진해운 사태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물류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으며 향후 수개월동안 그 악영향이 미칠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국가 신인도 하락은 물론 해운업을 비롯한 수출입업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해운에 미친 충격은 회복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추후 제2의 한진사태가 또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한진해운의 회생이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 보이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우리해운을 지키고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조태현= 현 상태에서는 한진해운이 실었던 화물의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선주협회와 해수부가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현대상선이나 아시아역내선사들을 통한 대체항로 및 선박 투입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국내외 선사에 흩어져 화물을 싣고 있는 화주들의 면면을 파악해 그들을 가능한 한 국적선사들이 계속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과거 조양상선이 담당했던 화물들은 당시 한진해운과 여러 국적선사들이 나눠서 쉐어했다. 지금 국적선사들의 규모나 서비스로는 한진해운이 점유했던 시장을 그대로 흡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주협회가 주도해서 한진해운의 고객들이 가급적 국적선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오인= 올해 5월 저는 ‘해운 이야기’를 발간했다. 5년전 일반인들의 해운이해를 돕기 위한 해운소개서를 구상했는데, 그때에도 해운의 미래는 밝지 못했다. 해운이야기는 해운이야말로 무역을 생명줄로 하는 한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초, 기간, 신경망, 플랫폼 산업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한진해운 법정관리라는 초유의 사태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해운산업계에 30년 넘게 종사했던 일인으로서 부끄럽고 송구하며 후배들에게, 해운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대중에서 죄송할 따름이다.
 

‘해운이야기’ 2부, 6장 8절 ‘법정관리회사의 구난비용’에도 기술한 바와 같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라는 회사업무는 결국 시간문제로 처리가 되지만 개인은 본인이 재직했던 회사가 고객사, 협력사, 그리고 채권단에 입힌 손실에 대해 자유로울 수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회사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는 과정은 많은 피해자를 낳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산업의 인과관계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면 이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는 너무도 해운기업의 실상을 국제적인 해운산업의 관점에서 조명하지 못한 뼈아픈 사태이고 이로 인한 파장은 앞으로 두고두고 국내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부정적으로 미치게 될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무역을 생명줄로 하고 있는 한국이 무역의 신경망이자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원양 컨정기선사를 지켜내지 못함으로 인해 향후 무역환경은 자손만대 가랑비에 옷 젖는 형국으로 살아가야 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가슴아프다. 한진해운 사태의 후폭풍이 가라앉고 난 뒤를 상상해 보면 마음이 한층 더 무겁다. 과연 한진해운 사태가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이며 누가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해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에 대한 경과의 기록과 한국해운산업의 규모 재산정을 통해 작금의 우리해운산업 현주소를 파악하고 향후 해운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국제사회에 몰고 온 파장을 잘 기록해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한진사태는 하역이 시작됐지만 진정한 위기는 그 이후에 조용히 찾아올 것이다. 국내 해운산업의 국제 신인도 하락과 수출입화주의 해상운송 서비스 제한이라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 해운산업계는 한진사태를 한국해운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사실로 엄중히 받아들이고 제2의 해운산업 건설을 위한 ‘종합청사진-그랜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6년 8월 31일을 ‘해운 국치일’로 기록하고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사태를 잘 수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한편 이를 계기로 한진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선주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주협회가 그동안 회원사 친목과 이익증진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가 필요한 정책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알리고 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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