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산법과 해사분규의 진행

I. 서론
장기화된 불황으로 국내외 주요 선사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법원에 회생절차 혹은 파산신청을 통하여 현실적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존속을 꾀하거나 청산하고 있다. 이는 선사로부터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저당권자 혹은 일반채권자에게는 자신의 채권이 충분이 보전받지 못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가 되며, 따라서 선박을 압류하거나, 계약상 관할지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등, 여러 법적 구제절차를 구할 것이다.
해운회사의 영업과 선박의 운용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채권, 채무자들을 생성하고, 또한 채권이나 채무의 발생이 국제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영업수단인 선박이 해외의 다양한 국가에 입항할 수 밖에 없으므로 국내에서의 도산절차가 해외에서 인정되어야 실질적인 도산절차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법적구제는 대개 채권자를 위한 제도이며, 해당 국가가 관할을 행사함에 비해, 도산관련 법은 주로 계속 기업가치를 유지시켜 회생을 가능하게 하거나, 혹은 청산시 청산가치를 높이는 제도이며, 신청받은 법원이 관련된 모든 분쟁 혹은 채권에 대한 관할을 집중하여 행사하려고 하므로, 이 두가지 법적 절차는 서로 대립될 수 밖에 없다.

이에 국제도산 하에서의 해상기업에 대한 해사분규의 진행이 어떠한 차이점을 보이는지가 관련 당사자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에 국제도산법으로 많이 참고가 되는 UNCITRAL Model Law on Cross-Border Insolvency(이하 “Model Law”) 및 주요 국가에서 나타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II. UNCITRAL Model Law on Cross-Border Insolvency
1. 소개 및 구조

1997년 UN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서는 국제도산에 대한 각국의 법제를 통일화하기 위하여 국제도산에 대한 모델법을 제정하였다. 해당 모델법은 현재 43개국에서 채택하여 국내법으로 입법화하였으며1),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 통일화에 영향을 받아 기존의 관련 법률을 일원화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신설, 국제도산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2)
Model Law는 국제도산에 관한 절차를 크게 주절차(Foreign main proceedings)와 종절차(Foreign non-main proceeding)로 구별하여, 국제도산절차가 주절차로 승인되는 경우, 해당 국가에서 계류중인 개별소송 및 강제집행을 자동적으로 정지시키는 등의 강력한 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2. Foreign main proceedings(주절차)
위에서 언급한 주절차의 효과를 얻기 위하여는 채무자의 주된 이익의 중심지(Centre of Main Interests, 이하 COMI)가 존재하고 있는 국가에서 도산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3) 따라서, 도산채무자가 도산절차를 주절차로 승인받기 위하여는 현재 도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에 COMI가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COMI는 반드시 해당채무자의 주소지 혹은 설립지일 필요는 없으며, 실제 주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다른 사정과 같이 고려되어 인정받을 수 있다. 외국 법원이 타국의 주절차를 인정하는 경우, 채무자의 자산, 권리, 의무 및 책임과 관련된 개별소송, 집행등이 정지되며4), 채무자 자산에 대한 처분 혹은 이전할 권리행사가 정지된다.5)
 

3. Foreign non-main proceedings(종절차)
종절차는 주절차 외에 채무자가 COMI가 없더라도 영속적인 경제적 활동을 해당 국가에서 했다고 인정하는 경우, 해당 국가의 법원이 도산으로써 인정하는 절차이다.6) 이 경우 채무자는 해당 국가의 법원에 영속적인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종절차의 효과는 주절차와 큰 차이는 없어보이나, 다만 종절차에 대하여는 채무자 자산에 대한 보호 및 구제조항에서 법률에 따라 종절차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구제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7) 주절차에 비해 요건을 제한하고 있으며, 주절차 국가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전 긴급한 사정에 비추어 채무자의 자산이나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주절차의 관리에 장애가 되는 경우에는 구제조치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주절차의 효과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종절차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8)
 

III. 해사분규와 국제도산법에 관한 주요 국가의 입장
Model Law를 채택하여 국내법으로 입법화한 국가라도 Model Law를 전부 수용하거나 혹은 국내법으로 입법화시 다양한 조건을 추가하여 법제화하기 때문에 실제 국제도산에 대한 국가별 적용례는 상이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Model Law의 해석에 있어서도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 미국
미국은 Model Law를 수용하여 연방파산법 제 15장(Chapter 15)9)을 신설, 적용하고 있다. 미국법에서 대물소송과 국제도산은 국제도산법이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vridiki Navigation Inc. v Sanko SS. Co 판결10)에서 메릴랜드 법원은 일본 동경의 파산절차를 인정하여 압류해제를 인정하였는데, 이는 미국 법원이 외국의 파산절차를 인정하는 시점부터 채권자들의 분쟁을 다룰 수 없으므로, 채권자들이 미국에서 선박을 계속 압류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동 판결은 채무자가 미국 법원에 Chapter 15에 대한 신청을 하고 신청여부가 심사되는 과정에서 선박이 압류된 상황에서도 국제도산법을 우선 적용하였다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호주
호주는 Cross Border Insolvency Act 2008을 통하여 국제도산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동 법 또한 Model Law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의 내용이 Model Law와 동일하긴 하나, 사안에 대한 적용은 미국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Yu v STX Pan Ocean Co Ltd 판결에서 호주 연방법원은 채무자의 외국 회생절차는 인정하면서도,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대물소송으로 인한 선박압류 해제 신청은 거절하였다. 법원은 Model Law 및 Cross Border Insolvency Act 2008은 법률간의 우선순위에 대한 규정이 없이 국내법 적용을 인정하고 있으며, 호주의 Corporations Act 2001에서는 이미 담보권이 있는 채권에는 파산절차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 점,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대물소송은 담보권이 있는 권리에 대한 소송이므로 Model Law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동 판결은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대물소송이 주요 내용이므로, 선박우선특권이 아닌 채권으로 인한 대물소송이나 혹은 단순 담보확보를 위한 선박압류는 여전히 Model Law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3. 뉴질랜드
뉴질랜드 역시 Model Law의 영향을 받아 The Insolvency (Cross-Border) Act 2006를 신설, 국제도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Maritime lien이 아닌 해사채권에 관한 분쟁이 있어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Kim and Yu v STX Pan Ocean Co Ltd 판결에서 원고는 선박의 물품공급업자, 중개업자, 대리점 등이었으며, 2013년 6월 7일 피고가 한국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였다. 이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원고들은 피고의 선박에 대해 뉴질랜드 법원에 대물소송을 개시, 14일에 피고의 선박이 압류되었다. 한편, 피고는 2013년 6월 17일 한국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명령을 확보하였으며, 2013년 6월 25일 뉴질랜드 법원에 국제 회생절차에 따른 인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자신의 대물소송 및 해사채권에 관한 분쟁을 뉴질랜드 법원이 계속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뉴질랜드 법원은 위 대물소송은 뉴질랜드 The Insolvency (Cross-Border) Act 2006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시하면서도, 원고의 대물소송 개시 시점이 회생절차 명령을 받기 전이라는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는 채무자는 Model Law에서 규정하는 긴급 중간신청을 통하여 회생절차 명령을 받기 전이라도 자신의 자산을 보전하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11)
 

4. 남아공
남아공 또한 Model Law를 채택하여 Cross-Border Insolvency Act 42 of 2000을 제정, 국제도산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만, 해당 법은 기존 Model Law에서는 요구하지 않는 호혜성Reciprocity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Model Law 채택 국가와 차이가 있다.12) 동 법의 적용범위를 정부가 지정한 국가에 관하여 적용한다는 제한조항을 삽입하며, 신청이 있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모든 보전조치가 행해지지는 않게끔 장치를 두고 있다.13) 따라서 남아공에서 국제도산에 따른 인정 및 보전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법원의 판단이 우선 적용된다.
남아공 해상법은 해사채권으로 인해 법원 명령으로 인한 선박 압류 혹은 선박 매매는 원칙적으로 도산절차와는 별개로 진행된다는 규정이 있어, 해사채권자들은 보호를 받고 있다.14) 
 

IV. 결론
UNCITRAL에서 국가별로 상이한 국제도산제도를 통일화하기 위하여 Model Law를 제정하였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는 하나, 실제 Model Law를 채택한 국가들도 해석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Model Law를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기타 국내법과의 조화 및 국내 채권자 보호를 위하여 Model Law에서 소개하지 않고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삽입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으므로, 각 당사자들은 해당 국가가 Model Law를 채택하였다고 해서 다른 국가와 동일한 기준으로 국제도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앞서 우선 해당 국가의 법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채무자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해당 절차가 주요 국가에서 쉽게 인정받을 수 있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검토한 바와 같이 국가별로 국내법이 다르고 또한 같은 Model Law를 적용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실제 적용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다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는 아직 국제도산에 관한 국제적 통일화가 미흡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회생절차 후 신속히 주요 영업국가의 국제도산법을 검토하여, 절차에서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