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3회 마리타임코리아 오찬포럼’ 선협 김영무 부회장 주장

 
 

한진해운 노조 “문제는 시간, 지체시 직원·네트워크 다 붕괴돼”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을 50여척의 컨테이너 선박을 가진 원양정기선사로 회생시키는 방안이 조속한 시일 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은 10월 12일 열린 ‘제3회 마리타임코리아(Maritime KOREA) 오찬포럼’에서 “이미 대외신뢰도가 하락하고 용선선박이 반선되는 상황에서 법정관리 이전 상태로의 복귀는 의미가 없다.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의 조속한 처리와 함께 빠른 시일 내 회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포럼에서 김 부회장은 한진해운이 약 50여척 컨선을 갖추고 원양항로에 서비스하는 정기선사로 회생하는 방안으로, 선박은 한진해운의 우량선박과 용선선박으로 구성하며, 동남아 항로는 근해선사와 협업체제로 서비스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4,000-5,000억원의 운영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윤재 회장 “한진해운 회생에 힘 보태달라”

한국선주협회와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가 공동주최한 이번 포럼은 해운을 비롯한 해양산업의 동반발전 및 현안사항에 대한 정보공유와 효율적 대응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이윤재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야기된 물류대란으로 국내외 화주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며 이러한 여파는 곧 한국해운의 대외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한국해운의 자존심이자 대표 선사인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해 우리 해양산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국회에서도 힘을 보태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한진사태 이후 우리 해운산업 기반이 무너지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우리 해운업계는 금융권으로부터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라도 경영실적이 좋은 중소·중견 선사들이 해운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부족으로 흑자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지금이라도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강구해서 대한민국 해운을 다시 살려야 한다”면서 “우리 당의 물류해운대책팀에서도 당정협의를 거쳐 방향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이번 기회에 한국 해운을 위해 구체적으로 법과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당위성 뿐 아니라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면 정치권도 얼마든지 나눌 생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포럼에는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 고려해운 박정석 회장, 태영상선 박영안 사장, 한국해사문제연구소 박현규 이사장, 한국도선사협회 나종팔 회장,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염경두 위원장,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 하성민 위원장, 해기사협회 임재택 회장, 해법학회 김인현 회장, 선박안전기술공단 목익수 이사장, 해양보증보험 최재홍 사장 등 해운업계 각계각층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
발제자로 나선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

한국해운 신인도 하락 가장 큰 피해”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은 이날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세계적인 물류대란의 수습방안과 한진해운의 올바른 회생방안’이라는 발제에서 국가별 해운위기 극복사례를 비교하고 세계적인 물류대란 초래배경을 설명했으며, 이어 한진해운 현황 및 물류대란 수습대책, 법정관리 결정시 파급영향, 향후 예상문제점과 대책, 한국해운 재건계획 등에 대해 짚었다.

김 부회장은 “10월 7일 기준 한진해운 선박 97척 중 60척이 하역을 완료했고 37척은 대기 중이다. 아직 하역을 모두 완료하지 못한 상태여서 컨테이너 반출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 터미널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으로 인한 1차 피해는 선박입출항 및 양하비용 2억 5,000만 달러, 컨테이너 반출비용 최대 8억 5,400만달러가 예상된다. 2차 피해로는 선적된(Laden) 컨테이너 약 48만 8,000teu의 클레임 발생이 예상되고, 3차 피해는 청산 시 관련업계에 20조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4차 피해는 동맹선사에 적재된 한진 컨테이너 박스 처리 문제이며 약 3억달러의 클레임 청구가 추정된다. 5차 피해는 현지인 고용단절에 따른 외교분쟁 발생이 우려된다.

김 부회장은 “무엇보다 한국해운과 대한민국에 대한 신인도 하락이 가장 큰 피해”라고 지적하고 “신인도 회복을 위해 해운인 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진해운 컨선의 터미널 하역작업 이후 용선선박은 선주에 반선되고 사선은 금융권에서 압류하면 해외 네트워크가 붕괴될 것”이라며 “한진해운은 신속한 별도의 대책이 없는 한 하역작업이 완료되면 재기의 기회 없이 청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 회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50여척 규모 미주항로 중심 원양선사로 회생해야

김 부회장은 “회생계획안 제출시한인 12월 23일은 너무 늦다”면서 “그 때 가면 이미 한진은 무너진다. 그 이전에라도 빠른 시일 내 제출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생안에는 과다부채 및 고용선료 선박정리, 클레임 방지대책, 선주책임제한 적용 가능성, 현재의 영업조직 및 네트워크 유지방안, 적정규모의 선대 및 자금필요방안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김 부회장이 이날 밝힌 한진해운 회생계획(안)은 약 50여척 컨선으로 원양항로에 서비스하는 정기선사로 회생하는 방안이다. 한진해운의 우량선박 및 용선선박으로 구성해 동남아 항로는 근해선사와 협업체제로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운영자금은 4,000-5,000억원이 소요된다. 김 부회장은 “원양전문 정기선사로서 미주항로에 집중하고 동남아항로 피더링 서비스는 근해선사 협업체제로 서비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생방안으로는 2가지 안을 제시했다. 우선 1안의 경우 ‘법정관리를 통해 한진해운으로 회생하는 안’이다. 현재 한진해운의 네임밸류 및 네트워크가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동의가 필요하고, 약 7억달러 미불금의 정리가 필요하며, 우발채무 발생과 화주로부터 클레임 제기가 우려된다.

2안은 한진해운과 별개로 ‘새로운 국민기업으로 회생하는 안’이다. 장점으로는 한진해운 신인도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고, 채무 및 클레임 문제가 해결되며, 최고의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는 한진해운의 명성을 이용하지 못하며, 한국해운의 신뢰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 김 부회장은 “한진해운의 청산을 전제로 한 장점은 뉴컴퍼니로서 리스크가 없고 싼 용선선박으로 한진해운 네트워크를 이용해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름만 바꾸어 별도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신뢰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이 두 가지 안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정당, 한진해운, 부산지역 당사자들이 모여서 어떻게 회생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금방 회생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양과 인트라의 ‘선택과 집중’ 필요

김 부회장은 앞으로 한국해운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한국해운산업의 재건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원양과 인트라의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최소한 원양은 100만teu 이상, 인트라는 30만teu 이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예를 들었다. 현재 원양선사 1위인 머스크는 320만teu, 2위 MSC는 278만teu, 3위 CMA CGM은 217만teu 수준인 반면 현재 한진해운은 51만teu, 현대상선은 43만teu 수준이다. 글로벌 근해선사도 1위인 대만의 PIL이 36만teu, 완하이라인이 22만teu인 반면 한국의 근해 12개 선사는 총 합계가 27만teu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 부회장은 “우리도 규모를 좀 키워야 한다. 내부경쟁 보다는 공동운항이나 M&A 등을 통해 단일판매회사나 단일운영회사 체제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원양과 근해선사간 역할 분담 및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제주선박등록특구 및 톤세제도 영구화 △연간 55억달러 신규 선박건조 자금 지원 △시중금리 절반수준 금리 △물류자회사의 국제물류주선업무 금지 또는 계열사 물량 취급 제한 △인트라아시아 정기선사 전용부두 확보 △승선근무 예비역제도 유지확대 등을 제시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
발제자로 나선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

한진해운 노조 “한진해운 살려주세요”

한편 이날 포럼에는 한진해운 육상 및 해상노조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한진해운을 살려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며 회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한진해운 육상노조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장 입구에서 ‘한진해운 살려주세요 해운은 국가기간산업이다’라는 문구가 쓰여진 팻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9월말 출범한 한진해운 육상직원 노조의 장승환 위원장은 “법정관리 이후 한 달 열흘 동안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으나 아무도 저희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가만히 있으면 이대로 끝나겠구나 생각이 들어 노조를 설립했다”면서 “한진해운은 현재 거의 침몰하고 있고 많은 직원들이 떠나게 될 것”이라며 “한진해운 회사직원들은 최고의 능력을 가졌다. 남아 있는 한진해운의 유능한 직원들을 가능하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류대란을 정리하면서 ‘살아남기 힘들겠다’고 느꼈으나 M&A나 새 회사를 설립해 한진해운을 살리는 방안이 있다. 한진해운의 유능한 직원과 좋은 시스템과 싼 용선선박을 이용하면, 가장 경쟁력 있는 선사를 만들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우리 직원의 30-40%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직원과 네트워크가 모두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 얼라이언스와 아직 협상 시간 있다”

또한 장 위원장은 아직 ‘THE 얼라이언스’와 협상의 시간이 있다면서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라이언스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구주나 미주 등 어떤 선을 만들어 제안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상황은 우리 해운업 전체의 위기이나 여기서 조금만 정리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면 해운은 다시 살아날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한진해운 해상직원노조의 이요한 위원장은 “한진해운은 정부 지원 없이 살아남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그동안 노조는 비선에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움직였고, 집회, 언론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많이 노력했으나 끊임없이 벽에 부딪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선원들이 생존권, 근로조건, 고용권이나 개인의 이득을 요구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한 이유는 한진해운 회생과 한국 해운업의 유지계승 발전을 위해서”라며 “한진해운이 꼬꼬마 식으로 축소되어 회생하는 것도 지금 상황은 부정적 의견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정도의 여건을 만들어야 한진해운과 한국해운업이 더 축소되지 않고 크게 뻗어갈 수 있다”면서 “현재 한진해운 회생과 한진해운 사태의 직간접적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사내모금운동을 진행 중이고 앞으로 대외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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