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된 BBCHP 선박 ‘누구 소유인가’

 
 

‘한진샤먼호’ 가압류 논란, 포장당책임제한, 포워더 책임 등 논의

10월 11일 고대 해상법연구센터 주최·해법학회·해사문제硏 후원

BBCHP(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 선박의 한진해운 재산 여부, 상법상 한진해운의 책임제한 가능성, 공익채권과 회생채권의 구분, 포워더의 책임과 보호 등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를 둘러싼 주요 법적 쟁점을 놓고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10월 11일 고려대 CJ법학관 베리스타홀에서 ‘제 2회 한진해운 물류대란 법적 쟁점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가 주최하고 한국해법학회와 한국해사문제연구소가 후원한 이날 좌담회는 지난 9월 7일 ‘제1차 긴급좌담회’에 이어 2번째로 마련된 것이다.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의 법적 쟁점을 공유하고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법학자, 변호사, 업계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좌담회는 고려대 로스쿨 김인현 교수(해상법연구센터 소장)가 설명과 진행을 맡았으며 이화여대 로스쿨 한민 교수(도산법 전문), 명지대 법대 최세련 교수(해법학회 상무이사), 한국해법학회 권성원 변호사(법률사무소 여산)가 토론자로 나섰다.

총 7가지의 쟁점이 논의됐으며 △외국에서의 스테이오더(stay order)범위, 법원의 강제집행 불허 선박의 범위 △하역대란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운송인, 포워딩사의 책임과 보호 △화주의 손해의 범위와 보호 △컨테이너 박스의 처리문제 △회생절차에 대한 이해 △기타 선원, 해외영업망, 항만공사 등 예상 피해자의 보호 순으로 진행됐다.

한진해운은 지난 8월 30일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9월 1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채권회수를 위한 한진해운 선박의 해외 가압류 및 압류가 시작됐고, 육상에서는 하역회사들이 하역작업을 하지 못해 상품을 수입자에게 인도하지 못하는 물류대란이 벌어졌다. 10월 10일 기준 한진해운의 사선·BBCHP·BBC 선박은 컨테이너 23척, 벌크선 10척으로 총 33척이고 정기용선 선박은 대부분 반선되고 컨테이너 12척이 남아 있다. 비정상운항 선박은 37척이다.

BBHCP 선박, 강제집행 여부 의견 ‘분분’

이날 좌담회는 김인현 교수가 먼저 쟁점을 정리해 설명하고, 토론자들이 이에 따른 견해를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인 ‘스테이 오더의 범위, 법원의 강제집행 불허 선박의 범위’에 대해 토론자들은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BBHCP)’ 선박을 채무자의 재산으로 보아 회생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논란은 지난 10월 7일 창원지방법원이 부산신항에 정박한 ‘한진샤먼호’의 가압류를 허가하면서 빚어졌다. 창원지법은 미국 연료회사인 월드퓨얼서비스가 낸 임의경매신청을 받아들였으며 10월 17일 ‘한진샤먼호에 대한 임의경매신청 승인이 부당하다’며 한진해운이 제기한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법원은 한진샤먼호의 소유권은 여전히 파나마국 법인에 있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로스쿨 한민 교수는 “아직 소유권은 편의치적국가 소유자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으므로 한진해운의 소유와 재산이 아님에 따라 채권자는 임의경매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교수는 “만약 한진해운의 소유권을 인정하면 우리나라의 회생절차를 인정하지 않는 해외에서 한진해운의 BBHCP 선박이 가압류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다른 해운사들도 소유권이전나용선계약 취급에 관해 상당한 고심을 했다”면서 “현재 대법원 판례는 없으며, 서울지법에 의하면 이 선박은 SPC 소유이고, 따라서 SPC에 대한 채권자들이 이 선박에 관한 선박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선박우선채권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SPC 위의 금융기관”이라고 보았으며 “용선료가 미지급되어 금융기관은 선박저당권을 설정해 얼마든지 임의경매 신청할 수 있어 근본적으로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권성원 변호사는 BBCHP 선박도 한진해운의 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채무자 재산의 범위는 소유의 개념만이 아니라 사용의 개념도 추가하여 회생이라는 목적에 맞추어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재산이라고 하는 것은 소유만 아니라 실제로 영업상의 목적으로 허용되는 다른 형태의 물건들, 권리들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 “해운기업은 소유만이 아니라 용선의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한진해운은 회생 전 BBCHP 61척, 정기용선 선박 97척이 있는데 이중 실제 소유권이 있는 선박은 극히 적다. 나머지 배에 대해서는 모두 선박우선특권이나 기타 선박집행 대상이 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인현 교수는 “법률상으로는 아직 한진해운의 소유가 아니고 기대권을 가지고 있을 뿐인 것이 맞지만 한국의 해운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BBCHP 선박의 숫자가 워낙 많아 이를 사선으로 인정하여 보호하지 않으면 영업이 되지 않으므로 회생의 목적을 살려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BBCHP는 채무자회생법의 목적을 존중하여 이를 채무자의 재산으로 보아 압류가 금지되는 것으로 하고, 선박우선특권자는 회생담보권자로 회생절차에서 보호하는 것이 균형 잡힌 결론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험제도로 정기선사 정시성 보장하자”

두 번째 주제인 ‘하역대란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에서는 정기선사의 정시성을 보장하는 보험제도의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김인현 교수는 “이번에 한진해운 사태로 하역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해 정기선 운항의 신뢰성이 추락했다”면서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항차에 대하여 하역작업비 지급을 보장하는 보장계약체결을 원양정기선사의 등록조건으로 강제화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이행보증보험, 책임보험이 있지만, 영리보험이 어렵다면 정기선사들이 국제적으로 공제를 하든가 상호보험 혹은 기금을 운영해서라도 이를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토론자들은 영리보험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최세련 교수는 “보험의 구성방식이 문제”라면서 “이행보증보험 방식으로 하면 계약상 채무이행담보여서 문제가 없을 것이나 책임보험으로 하면 하역료 미지급으로 인한 사고인지를 참고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험회사가 얼마나 보험상품을 개발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성원 변호사는 “선박은 국제적으로 항행한다.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해운회사만 대상으로 하는 보험은 개발되기 어렵고 전 세계 해운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는 P&I에서 담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보험사고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담보 위험성이 큰 보험을 개발해 적용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운송주선인은 책임제한 어려울 듯

실제운송인인 한진해운과 계약운송인인 포워더들의 책임과 보호제도 문제도 논의됐다. 김인현 교수에 따르면, 운송 중 운송물에 손상이 발생하거나 지연손해가 발생하면 수출자나 선하증권 소지인 등은 우선 자신의 계약당사자인 포워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손해를 배상한 포워더는 실제 손해를 야기한 한진해운에게 구상청구를 하거나 운송계약상의 청구를 하게 된다.

김 교수는 “대체로 포워더들은 영세하고 가입한 책임보험금액의 한도는 1억원이다. 물류대란으로 손해를 입은 수출입업자들이 포워더들로부터 배상을 모두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포워더들은 다시 한진해운으로부터 구상을 받아야 하나 한진해운이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회생절차에서 회수의 가능성이 낮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이번 한진해운 사태에서 포워더들의 존재가 드러나는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포워더의 책임보험은 최저가입 금액이 1억원으로 한 건의 보험사고당 1억원을 커버하는 형태다. 한 건의 사고가 보험법상으로 많은 논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적어도 책임제한을 인정하려면 운송인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 운송주선인은 책임제한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물지연, 적하보험 커버 안돼

화물지연은 적하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 변호사는 “현재 화물의 멸실, 훼손에 대해서만 적하보험 보상을 한다”면서 “화물 지연은 적하보험으로 인정 안한다”고 말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적하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인 화주의 의사에 기반하지 않고 운송인 임의로 항해를 변경하거나 이로할 경우 담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하역항과 항로변경 시 운송인이나 제3자에 의해 강요된 행위인지, 화주의 선택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상법이 정액배상주의이므로 “만약 지연으로 인해 냉동화물이나 신선식품이 손상이 있다면 화물손상이어서 문제가 안되지만, 순수한 지연은 배상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플로어에서는 “화주들이 터미널과 한진해운에 하역비를 이중부담하여 짐을 찾은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이중지급의 책임은 한진해운에 다시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나 이것이 공익채권인지, 아니면 회생채권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는 화물의 손해를 측정하기 어렵다”면서 “아직까지 생각보다 화주가 채권신고를 많이 한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화주들이 불같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하역에 대한 문제가 완료되지 않았고, 화물클레임들이 성립되고 확인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물건이 깨져도 당장 채권신고 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화물손상도 조사를 하고 클레임을 정립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면서 “지금 한진해운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한달 반인데, 화주들이 자기 손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책임한도 가능여부, 실효성 의문”

상법상 선주가 가지는 책임의 한도를 계산할 수 있다면 한진해운의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인현 교수는 실제운송인인 한진해운의 책임문제와 관련해 ‘포장당 책임제한’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상법상 선주는 선박톤수에 따른 총체적 책임제한이 가능하고, 지연손해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총톤수 3만톤의 경우 약 70억원으로 책임이 제한된다. 10척이면 700억원, 50척이면 3,500억원으로 제한되므로 한진해운의 물류대란 관련 채무는 대략적 그 크기가 가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물류대란 관련 채무가 천문학적인 숫자로 몇 조에 달해 한진해운은 회생이 불가하다는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기에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물론 책임제한 대상이 아닌 채권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회생절차에서 총체적 책임제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권변호사는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회사에 대해 선주책임제한을 진행하는 실익이나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컨테이너박스는 한진해운의 소유인 경우에는 한진해운의 재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압류 및 가압류의 대상이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여전히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진해운 사태로 부산항이 입을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 변호사는 “부산항이 환적항 지위를 잃는 것은 굉장히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환적물량이 줄어들면 결국 일자리가 감소하게 된다. 물동량 하락과 투자비용 손실, 부두 및 하역회사 등 항만에 미치는 실질적인 파급효과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주 화물 포기, 추가비용 발생 문제

플로어에서도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많은 선박이 회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한진해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은 운송계약 불이행으로 상당한 리스크가 있으나 회항 오더의 주체가 법원이나 해수부라고 하면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항된 선박의 화물을 육상에 내려서 화물에 대한 처분을 신속히 해야 한다. 운송인으로서 주권면책이 방어되니 일단 화주들이 일시적으로 이중부담이 되더라도 다른 선사를 통해 목적지까지 운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화주들이 이미 재수출을 한 경우 기존 컨테이너를 야드에 방치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스토리지와 디머리지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데 나중에 터미널 측에서 포워더나 화주에게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과 대응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권 변호사는 “실제 이런 화물 처리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형식적 경매라는 제도가 있으나 물건을 사갈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계속 스토리지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므로 선사와 네고하거나 부두에서 그 화물을 임의로 매각하거나 해서 귀결된다. 여기에 어떤 청구권을 행사하는 마땅한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국내 해기사 외국선박 승선 시 병역법 개선돼야”

선원문제와 관련해서는 플로어에서 한국해양대학교 이윤철 해사대학장이 우려 및 건의사항을 밝혔다. 이 학장은 “그간 한진해운에 사선 뿐 아니라 BBCHP도 실질적인 대한민국 선박으로 여겨져 1년에 50-60명씩 졸업생들이 취업했는데, 향후 어려운 상황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장은 “해기사는 단순히 해기사로 남는 것이 아니고 일정 해상경력을 바탕으로 육상전문직종으로 진출한다”며 “(한진해운 사태로) 해기사가 승선을 포기하려 한다는 말은 실제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적선사의 취업이 어려울 경우, 외국선박에 해기사로 취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외국선박 승선 시 병역법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주협회 조봉기 상무이사는 “현재 국적선에서 일할 국내 선원들이 부족하여 외국인 선원을 많이 고용하는 실정이므로 이번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국내 해양대 졸업생들이 취업을 못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 조 이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배를 타고자 하는 사람이 부족하다”면서 “한진해운 때문에 인력이 남아도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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