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사태를 계기로 국내 정책금융의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해운금융 시스템의 일환으로 정부가 설립할 (가칭)한국선박회사를 ‘한국형 선박은행’으로 육성하자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KMI 동향분석’ 6호에서 고병욱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해운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해운금융시스템 구축해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가칭)한국선박회사를 명실상부한 한국형 선박은행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한 “한국선박회사가 2.6조원의 선박신조 지원프로그램으로 건조되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크선 등의 관리책임과 함께 선박의 소유권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동 보고서는 또한 “한국선박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신조발주와 중고선 매입, 대선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면, 우리 해운산업이 선박의 소유와 운영을 분리해 시황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책금융기관과 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이 협력해 실효적인 후속조치를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방향성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서두에서 해운시황의 호황과 불황기를 대처한 국내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이 해운의 산업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시행되지 않아 경쟁국의 해운금융지원정책과 달리 실효성이 떨어졌음을 지적하고, 그 시장실패 요인으로 △해운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출기관과 선주간 입장차에 따른 해운금융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 장애 △화주에 수출입화물 수송의 안정성과 수송비 인하 등 외부효과를 제공하나 이를 내부화하는 제도적 장치 부재 △다양한 해운금융 이해 당사자 구성 등을 짚었다.

아울러 보고서는 이같은 해운금융의 시장실패 요인이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한국선박회사 설립 등을 통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정책금융지원으로 해운금융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지만, 정부대책이 해운업계의 자생력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추가 보완적 대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보완과제로는 △한국선박회사를 한국형 선박은행으로 기능 강화 △한국선박회사 보유할 중고선박에 대한 노후선 조기폐선과 친환경선 구매 지원으로 선대 품질경쟁력 확보와 재무적 안정성 제고 △글로벌 해운산업의 거시적 건전성 확보 차원의 국제협력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동 보고서는 해운업계의 자생력 제고와 지속가능한 제도 안착으로 위한 대안으로 (가칭) ‘동태적 자금축적 프로그램(Dynamic Cash Accumulation Program for Liquidity Crisis)’을 제시하고 이를 한국선박회사의 기능강화방안과 연계시킬 것으로 제안했다. 동태적 자금축적 프로그램은 ‘운임수입력의 일정비율, 호·불황의 운임에 비례해 평소 자금을 축적하고 유동성 위기시 자금부족에 대응하자’는 개념의 구상으로, 해운기업의 경우 톤세적용 논리를 준용해 매년 자본금을 출연하는 기업에 한해 한국선박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지금은 민간부문에서 여력이 없어 한국선박회사가 정책금융기관 중심의 출자로 설립되지만 향후 지속 가능한 자금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심이용자의 위험 공동부담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참여선사의 시장 위험관리 역량과 투자 합리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동 보고서는 아울러 한국선박회사의 선대품질 제고방안으로 노후선의 조기폐선 지원과 친환경 선박구매자나 소유자 지원내용을 담고 있는 ‘친환경 선박지원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또한 선종별로 노후 비환경선에 대한 규제를 시행해 세계 선박량을 조절하는 등 국제협력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동태적 자금축적 프로그램’에 기반한 한국선박회사의 민간참여가 활성화되려면 관련 회계 및 신용평가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분투자로 한국선박회사 운영에 참여할 경우 지출된 출연자본금의 재무제표상 인식방법도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동 보고서에 앞서 KMI는 동향분석 3호를 통해 ‘해운업 구조조정 지원, 정책금융 왜 실효성 없었나?’ 주제의 보고서에서 한진사태를 계기로 해운업계 지원돼온 정책금융의 실효성을 진단 하는 등 최근 해운에 대한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방향에 대한 연구 결과물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동 보고서에서 김태일 해운정책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진해운 사태에 이르기까지 해운업에 대한 지원은 P-CBO와 운영자금 기한연장 등 단기유동성 지원에 그쳤고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금융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에반해 “조선업은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등 자본확충 형태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이 이루었는데, 이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순수 민간기업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국책은행의 소유기업이라는 지배구조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동 보고서는 해운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이 자신의 추가부담 리스크를 더 중시한 것으로 진단하고, 이같은 국책은행의 의사결정이 해운기업의 단기 유동성 지원에 참여했던 관련 금융기관의 손실을 간과한 측면도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유동성 지원을 보증한 신용보증기금이 9,000억원 정도 손실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해운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이 산업정책 관점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못했지만, “한진해운 사태 이후 선박확보 지원 등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수립된 만큼 구체적인 지원계획이 조속히 마련돼 해운기업에 대한 지원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해운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은 글로벌 해운산업의 추세를 반영해  추가지원방안이 지속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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