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충돌사건은 양 선박이 장기계선 중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악천후 상태에서 선박소유자 및 선박관리자의 안전관리 소홀과 안전관리요원들의 부적절한 안전조치로 인하여 닻이 끌려 발생했다.
 

<사고 내용>
ㅇ 사고일시 : 2010. 2. 11. 07:42경

ㅇ 사고장소 : 부산남외항 제5정박지(부산항 생도등대로 남서방, 약 2.8마일 해상)

 

ㅇ 부산남외항 정박지 주변현황
부산남외항 제5정박지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산항 항계 밖에 위치하고, 북서~북동북쪽이 육지에 의해 가려져 있고 서북서~북동쪽 방향은 개방되어 있다. 또한 이 제5정박지는 저질이 펄(Mud)이고 수심이 40~70m로 총톤수 1만톤 이상 선박의 정박지로 사용되고 있다. A호와 B호의 정박장소 수심은 각각 약 60m 및 50m이었다.
 

 
 

ㅇ 양 선박의 일반현황 및 관리
A호는 독일선사의 발주로, B호는 싱가포르선사의 발주로 조선소 C사에서 건조·진수되었으나 발주자들의 인도가 지연되자 조선소 C사 시운전팀이 이 선박들을 부산남외항 제5정박지로 이동시켜 투묘하고 선박인도 시까지 대기할 목적으로 부산항만공사에 계선신고를 하였다.

양 선박은 6,500TEU급 컨테이너 전용선으로서 상갑판 하부에는 선수로부터 선수탱크, 제1번~제7번 화물창, 기관실, 제8번 화물창 및 타기실 순으로 구획되어 있고, 화물창의 하부와 양측에 선박평형수탱크 및 연료유탱크가 배치되어 있으며, 기관실 위로 선원거주구역과 선교가 배치되어 있다.

양 선박은 선수 좌·우현에 동일하게 각각 지름 100mm의 닻줄 13절(357.5m) 및 14절(385m)과 무게 12,675kg의 고파주력형(AC14형) 닻(Stockless anchor) 1개씩이 설비되어 있다. 또한 양 선박의 상갑판 상부에는 컨테이너를 최대 7단까지 적재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 적재기둥(Lashing Bridge)이 설치되어있다. 양 선박은 레이더(ARPA 기능 포함) 2대, 지피에스(GPS), 항해자료기록장치(VDR), 자동식별장치(AIS), 전자해도(ECDIS) 등을 포함하여 국제협약의 요건에 맞게 항해계기와 통신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ㅇ 양 선박의 관리
조선소 C사는 부산남외항 제5정박지에 계선하고 있는 양 선박에 대하여 선박관리자 D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계선기간 중 선박의 보존 및 관리와 비상 시 대피를 위한 단기간의 항해지원 등을 주목적으로 척당 5명의 선원을 상주시켜 교대근무토록 하였다. 특히 계약내용 중에는 선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장비의 오작동이 발생하였을 때 선박관리자 D사가 모든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에 선박관리자 D사는 선원들과 촉탁선원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양 선박에 각각 선원 5명을 승무시켰고, 이들에 대하여 각각 선장, 1등항해사, 기관장, 1등기관사 및 갑판장의 직책을 주어 근무하도록 하였으며,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매주 금요일 오전에 교대시켰다. 양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들은 양 선박이 선박국적증서를 소지하고 있지 아니하여 「선원법」에 따른 승선공인을 받지 아니하였다.

또한 조선소 C사는 양 선박에 생산설계팀 직원 1명을 상주시켜 청수·연료유의 보급, 회사와의 연락업무 및 선원의 관리감독업무를 담당케 하고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매주 금요일과 월요일 오전에 교대시켰으며, 시운전팀이 수시로 승선하여 양 선박의 주기관 및 주요설비에 대하여 작동·점검 등을 하였다 그리고 양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 5명과 조선소 C사 직원 1명은 계선 중 주묘여부 확인, 초단파무선전화(VHF) 청취, 주변 선박의 동정 파악 및 회사와의 업무연락 등을 위한 선교당직과 상주자의 생활을 위한 발전기·보조기관·청수펌프·온수펌프 및 공기압축기 등의 운전점검과 기관실 순찰 등의 기관당직을 수행하였으며, 자체적으로 주기관을 작동할 수 없어 기상악화로 피항조치를 하고자 할 때에는 조선소 C사 시운전팀의 지원을 받아야 가능하였다.
 

ㅇ 양 선박의 검사
A호는 발주자가 몰타 국적과 독일선급(GL)을, 그리고 B호는 발주자가 영국 국적과 영국선급(BV)을 지정하였다. 그러므로 양 선박은 건조과정에서 해당 기국의 건조검사와 해당 선급의 강선규칙에 따른 검사를 받고, 또한 시운전까지 실시한 상태이었다. 그러나 양 선박은 사고당시 발주자들의 인도지연으로 기국 및 선급으로부터 선박국적증서·선박검사증서와 선급검사증서를 발급받지 못하였다.

 
ㅇ 해상 및 기상상태
기상청은 남해동부먼바다 및 남해동부앞바다(부산앞바다)에 사고 전일(2010년 2월 10일) 15시 00분 및 18시 00분에 풍랑주의보(북동~동풍, 초속 12~16m)를 발효하였고, 이 풍랑주의보는 사고 당일(2월 11일) 08시 00분 및 09시 30분에 풍랑경보(북동~동풍, 초속 18~21m)로 대치된 후 사고 다음 날(2월 12일) 12시 00분에 해제되었다.

사고 당시 부산앞바다에서 가까운 거제도에 설치된 해상부표에서 관측된 해상 및 기상자료를 살펴보면 사고 당일 03시 00분 이후 기압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북동~동북동풍이 평균 초속 13.1~17.6m, 최대 초속 17.3~23.2m로 불었고, 유의파고가 2.9~4.7m로 일었으며, B호의 좌현 닻이 끌리기 시작한 시점 이후에는 최대 초속 약 22m의 북동~동북동풍이 불었다.
 

ㅇ 사고개요
A호는 2009년 5월 22일 부산남외항 제5정박지에 닻줄 11절(Shackle)과 함께 우현 닻을 투묘하였다. 이 선박에는 선장(1급항해사 면허 소지)을 포함한 선원 5명과 조선소 C사 직원 1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선장은 1등항해사와 매 6시간씩 교대로 선교 항해당직을 수행하였다. A호 선장은 2010년 2월 10일 18시 00분경부터 부산 앞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에서 같은 날 23시 45분경 선교에 올라온 1등항해사에게 당직을 인계하였고, 당시 최대 초속 15~16m의 북동~동북동풍이 불고 있어 주의해서 당직을 수행하도록 지시하였다. A호 주변 해상은 다음 날인 사고 당일(2월 11일) 03시 00분경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기 시작하였으며, 선장이 같은 날 05시 45분경 선교에 올라왔을 때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최대 초속 18~20m의 북동~동북동풍이 불고 3~4m 높이의 물결이 일고 있었다. 선장은 같은 날 07시 20분경 초속 20~22m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태에서 작동 중인 레이더로 B호의 닻이 끌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즉시 휴대폰으로 B호 선장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고, 또한 조선소 C사 직원은 육상의 차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이후 A호는 B호의 닻이 끌리며 계속해서 접근하여 같은 날 07시 42분경 A호의 좌현 선미부와 B호의 우현 선수부가 선수미선 약 15도의 교각을 이루며 [그림 2]와 같이 1차 충돌하였다. A호 선장은 A호가 1차 충돌 후 우현 닻이 끌리기 시작하자 1등항해사에게 좌현 닻을 놓도록 지시하여 같은 날 08시 45분경 좌현 닻을 투묘하며 닻줄 5절을 내어 주었다. 그러나 A호는 계속해서 닻이 끌려 같은 날 11시 40분경 A호의 좌현 선미부와 B호의 우현 선수부가 2차 충돌을 한 후 거의 나란히 붙어있는 상태에서 부딪치기를 반복하면서 풍하 쪽으로 떠밀렸다. A호 선장은 좌현 닻이 B호 우현 닻과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감아 올렸고, A호가 계속해서 풍하 쪽으로 떠밀려 같은 날 14시 00분경 B호와 떨어지자 우현 닻을 올려 B호 선미로부터 약 0.4마일 떨어진 장소에 좌·우현 닻을 놓아 다시 정박하였다.

한편 B호는 2010년 1월 17일 부산남외항 제5정박지에 닻줄 11절(Shackle)과 함께 좌현 닻을 투묘하였다. B호도 A호와 같이 선원 5명과 조선소 C사 직원 1명과 함께 승선하여 근무하였다. 다만 B호 선장은 1등항해사 및 갑판장과 3명이 매 4시간씩 교대로 선교 항해당직을 수행하였다.

B호 선장은 기상청에서 2010년 2월 10일 15시 30분에 같은 날 18시 00분부터 풍랑주의보가 발효된다고 발표하여 이를 알고 있었으나 같은 날 24시 00분경 1등항해사와 당직을 교대하면서 기상이 악화될 경우 연락하라고 구두로 지시하였고, 이에 1등항해사가 다음 날인 사고 당일(2월 11일) 선교당직 중 기상상태가 나빠졌다고 보고하였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1등항해사는 같은 날 04시 00분경 갑판장에게 선교당직을 인계하였다. B호 선장은 같은 날 07시 10분경 선교에 올라와 작동 중인 레이더로 선위를 확인한 결과 같은 날 07시 15분경 많은 비가 내리고 초속 20~22m의 북동~동북동풍이 불고 있는 상태에서 좌현 닻이 끌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에 B호 선장은 선내 방송을 하여 같이 근무하고 있던 조선소 C사 직원을 불러 닻이 끌리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조선소 C사 차장에게 보고하여 육상직원의 지원을 요청하도록 하였다. 또한 B호 선장은 1등항해사 및 갑판장에게 선수로 나가 투묘준비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1등항해사 및 갑판장은 B호에 승선한 이래 한 번도 닻을 투묘해 본 적이 없었고, 또한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투묘준비가 늦어졌다. B호는 좌현 닻이 끌리면서 계속해서 약 225도 방향으로 이동하였고, 기관장은 선장의 선내방송을 듣고 선교에 올라왔으나 주기관의 사용방법을 몰라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었다.

B호는 좌현 닻이 계속해서 끌려 같은 날 07시 42분경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A호와 1차 충돌하였다. 이후 1등항해사와 갑판장은 비바람 속에서 투묘준비에 열중하느라 선장과 적절한 교신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투묘준비가 완료되자 우선적으로 좌현 닻줄을 11절에서 12절까지 내어주었고, 같은 날 07시 45분경 우현 닻을 투묘하여 닻줄 13절을 내어주자 닻끌림이 정지하였다.

이 사고로 A호는 좌현 구명정 1척, 구명벌(Life raft) 2대 및 좌현 승하선용 사다리가 심하게 파손되었고, 선원거주구역, 컨테이너 적재기둥(Lashing bridge) 및 선체외판이 굴곡 손상되었으며, 우현 양묘기의 클러치 및 브레이크 라이닝이 손상되었다. 그리고 B호는 선수 우현외판과 불워크 등이 굴곡 손상되었고, 구명벌 2대 및 우현 승하선용 사다리가 파손되었다.

조선소 C사 차장은 A호에 승선 중인 직원으로부터 B호의 닻이 끌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예인선을 수배하여 즉시 시운전팀과 함께 B호에 승선하여 지원하고자 하였으나 기상이 악화되어 예인선의 항해가 불가능하여 지원하지 못하였다.

조선소 C사는 이 사고 이후 A호와 B호의 승선 선원을 7명으로 증원하였고, 선원 7명에게 주기관 및 주요기기의 작동법을 교육시켜 비상 시 주기관을 운전하여 항해할 수 있도록 하고, 기상악화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시운전팀이 승선하여 대기하도록 조치하였다.
 

ㅇ 사고발생 원인
1) 양 선박의 법적 지위에 대한 검토
선박에 관한 각종의 법률은 완공된 구조물로서의 선박에 적용되고 있다. 건조에 착수한 선박에 대하여 언제부터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선박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는 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으나, 「선박안전법」상 선박의 완공시점을 선박검사증서가 교부되는 시기로 보아야 하고 또한 선박법 상 선박에 대한 등기 및 등록 후 선박국적증서가 교부되는 기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선박검사증서가 교부되려면 미준공상태에서 선박의 구조 및 설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운전(Sea Trial)이 필요하다. 시운전시에는 선박의 조종성능과 관련된 선박의 속력, 제동거리, 선회권을 측정하며, 기관 및 조타기의 작동상태 등을 시험하게 된다. 그러나 시운전 당시 선박은 선박으로서의 외관은 갖추었어도 준공된 선박과 같은 각종의 법령이 적용되지는 아니한다. 즉 시운전하는 선박에는 선원법과 선박직원법의 규정에 따른 법정 선원 및 선박직원이 승무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시운전하는 선박이라도 감항성 부족으로 인하여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인명과 재산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운전을 행하기 전 최소한도의 감항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며, 이러한 확인을 위한 검사가 임시항해검사이다. 외국에서 매입한 선박으로서 아직 정기검사를 받지 아니한 선박을 임시로 항해에 사용하는 경우도 역시 감항성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이므로 임시항해검사를 받아야 한다.

임시항해검사를 받고자 하는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의 건조자는 선박검사신청서에 선박의 운항계획서를 첨부하여 국토해양부장관(국내에서 건조된 후 외국에서 등록할 예정인 선박의 경우는 지방해양항만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선박안전법 시행규칙」제22조). 선박검사관은 선박의 상태와 선박의 운항계획서를 확인한 후 임시항해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당해 선박에 대하여 임시항해검사증서를 교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선박검사관은 현장에 나가 선박의 건조상태 및 시운전에 필요한 감항성의 확인을 행하게 된다.3)

A호는 발주자가 몰타 국적과 독일선급(GL)을, 그리고 B호는 발주자가 영국 국적과 영국선급(BV)을 지정하였다. 그러므로 양 선박은 해당 기국의 건조검사를 받고 해당 선급의 강선규칙 요건에 따라 건조되었으며, 시운전을 마친 상태로서 물에 뜰 수 있고(浮揚性),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積載性), 이동할 수 있는(移動性) 특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해사안전법」상 선박4)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호와 B호는 시운전을 포함한 건조·진수단계에서 기국 및 선급으로부터 모든 검사를 통과하여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를 교부받을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으나, 발주자들이 선박의 인도를 지연하며 이 증서들의 교부를 신청하지 아니함으로써 해당 기국으로부터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를 발급받지 아니한 상태이다. 따라서 양 선박은 「선박법」 및 「선박안전법」상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선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2) 양 선박에 승무한 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검토
양 선박의 발주자는 건조 전 양 선박의 기국을 각각 몰타와 영국으로 지정하였고, 양 선박은 건조·진수된 후 발주자의 인도지연으로 선박국적증서를 소지하고 있지 아니하였다. 이로 인해 선박관리자가 고용하여 선장, 1등항해사, 기관장, 1등기관사 및 갑판장의 직책으로 승무한 자는 국내법에 따라 교육훈련을 이수하고, 또한 우리나라 정부에서 발급한 해기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선원법」에 따른 승선공인을 받을 수 없었으므로 법적으로 선원으로 승무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단지 선박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요원으로 승무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박관리자가 고용하여 양 선박에 승무한 자에 대해서는 「선원법」 및 「선박직원법」상 선원 또는 선박직원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보았고, 이에 이들의 행위 대하여 선원 또는 선박직원으로서 요구되는 직무를 적절히 수행하였는지 과실여부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

 
3) 닻끌림에 대한 고찰
가) 사고당시 상황
사고당시 부근해역에는 최대풍속이 초속 22m로 불고, 해상에는 높이 3~5m의 높은 물결이 일었다. 양 선박의 닻정박 위치는 수심이 각각 약 60m 및 약 50m에 저질이 펄이고, 북서~북동북쪽 방향은 육지에 의해 가려져 있었으나, 북동쪽부터 서북서쪽 방향은 개방되어 있어 풍파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사고당시 A호는 선수흘수 5.20m, 선미흘수 7.10m의 공선상태이었고, 정면풍압면적이 약 1,539㎡, 측면풍압면적이 약 6,365㎡이었다. 또한  무게 12,675kg의 고파주력형(AC14형) 스톡리스 닻이 좌현과 우현에 각각 설치되어 있고, 지름 100mm의 닻줄 11절(302.5m)을 내어 우현 닻을 놓았으며, 해저에서 선박의 호스파이프(Hawse Pipe)까지 높이는 약 78.2m이었다.

그리고 사고당시 B호는 선수흘수 3.10m, 선미흘수 5.50m의 공선상태이었고, 정면풍압면적이 약 1,623㎡, 측면풍압면적이 약 6,844㎡이었다. 또한  무게 12,675kg의 고파주력형 스톡리스 닻(기존 이 좌현과 우현에 각각 설치되어 있고, 지름 100mm의 닻줄 11절(302.5m)을 내어 좌현 닻을 놓았으며, 해저에서 선박의 호스파이프(Hawse Pipe)까지 높이는 약 70.3m이었다.

   
나) 양 선박의 닻끌림에 대한 검토
정박 중인 선박에는 풍압력, 표류력 및 해·조류에 의한 유압력 같은 외력과 파주력, 프로펠러 추력 등 대항력이 미치게 되며 선박에 미치는 외력이 대항력보다 클 경우 닻이 끌리게 된다.

선박의 선체에 미치는 외력은 풍압력을 비롯하여 표류력, 유압력도 있지만, 이 충돌사건의 경우 양 선박이 공선상태에서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풍압력만으로도 닻이 끌렸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풍압력(Ra)을 실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아래의 G. Hughes의 합성풍압저항계산식을 이용하여 양 선박의 풍압력을 구해보면,  
Ra = ½ρCwa(ATcos2θ+ALsin2θ)V2w
여기서 ρ: 공기밀도(0.125kg·sec2/m4), 
         Cwa : 풍압계수,  Vw : 풍속(m/sec),
         AT : 측면풍압면적,  AL : 정면풍압계수
계선 중인 양 선박의 최대 수풍각을 30도로 볼 때 공선상태인 컨테이너선의 풍압계수는 1.331이므로 A호와 B호의 풍압력은 각각 100.49톤 및 107.18톤이 된다.
A호 : Ra = 0.083(ATcos2θ+ALsin2θ)V2w
             = 0.083×(1,539cos230○+6,365sin230○)×222
             = 110,285.8㎏ ≒ 110.29톤
B호 : Ra = 0.083(ATcos2θ+ALsin2θ)V2w
    = 0.083×(1,623cos30○+6,844sin230○)×222
             = 117,626.7㎏ ≒ 117.63톤
반면에, 파주력(FH)을 구해보면, 위에서 검토 및 계산된 닻끌림의 조건과 풍압력을 고려할 때 A호와 B호의 닻줄 현수부(S)와 해저에 깔린 닻줄 길이(l)는 각각 약 291.3m, 약 11.2m와 약 283.7m, 약 18.8m가 된다.
 

여기서  S: 닻줄 현수부 길이,  
            h: 해저에서 선박의 호스파이프까지의 높이
          H : 선체에 미치는 수평장력 
         Wc: 수중 닻줄 단위길이의 중량
그리고 저질이 펄(mud)이고, 고파주력형(AC14형) 닻이므로 닻의 파주계수(λa)는 8이며, 닻줄의 파주계수(λc)는 1.0이다. 또한 수중 닻무게(Wc)는 약 11.01톤이고, 수중 닻줄 단위길이의 중량(Wc)은 0.219톤(지름 100mm 닻줄의 단위길이 중량은 219kg이다)이다.
그러므로 A호와 B호의 파주력(FH)은 각각 약 93.20톤 및 94.85톤이 된다.
    FH = λaWc+λcWcl 
    A호 = 8.0×11.01+1.0×0.219×11.2 ≒ 90.53톤
    B호 = 8.0×11.01+1.0×0.219×18.8 ≒ 92.20톤
결국 A호와 B호는 각각 좌현 닻과 우현 닻을 닻줄 11절(302.5m)을 내어 놓았고 그 결과 파주력이 각각 90.53톤 및 92.20톤으로서 풍압력 110.29톤 및 117.63톤에 미치지 못하여 당시의 표류력 및 유압력을 무시하더라도 닻이 끌리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4) 악천후 중 부적절한 안전조치
앞에서 A호와 B호의 정박 중 닻끌림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결과 당시 상황에서 닻이 끌리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선박이 악천후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정박할 경우 적절한 투묘방법 및 대응조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닻줄의 길이를 길게 내어줄수록 파주력은 커지며, 악천후 상태에서 닻줄은 수심의 4배에다 145m를 더한 길이(4D+145m)를 기준으로 통상적으로 이 보다 길게 내어 준다. 또한 단묘박(Lying at single anchor)보다는 이묘박(Riding at two anchors)을 한다. 이때 강력한 파주력을 얻기 위해서는 좌·우현의 닻을 비교적 근거리에 놓고 거의 같은 길이의 닻줄을 내어 주는 것이 좋다. 다만, 선체의 진회(Swinging)방지와 선수의 상하운동에 대한 완충효과를 고려하여 좌·우현 닻의 교각이 50~60도 정도 이루도록 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A호와 B호는 닻줄을 13절(약 358m)까지 내어 주고 좌·우현 닻의 교각이 60도 정도가 되게 이묘박을 하였다면 해저에 깔린 닻줄의 길이(l)가 각각 66.7m 및 74.3m가 되어 파주력이 각각 약 102.69톤 및 약 104.35톤이 되고, 이묘박을 하였을 경우 파주력이 단묘박의 약 1.7배가 되므로 양 선박의 파주력은 각각 약 174.57톤 및 약 177.40톤에 이르게 된다.

이에 추가하여 정박 중 조류가 강하게 흐르는 곳이 아니므로 선체의 풍압면적을 적게 하기 위하여 실행가능한 한 선박평형수를 많이 적재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A호와 B호의 소유자는 각각 수심이 60m 및 50m인 지점에 닻줄 11절(약 303m)과 함께 단묘박을 하였고, 양 선박에 승무 중인 안전관리요원들은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에서 초속 22m의 북동~동북동풍이 불고 있었음에도 닻이 끌리기 이전에 닻줄을 더 내어주거나 반대편 닻을 놓아 이묘박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또한 선박평형수탱크에 선박평형수를 적재하는 등 어떠한 추가적인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다.
 

5) 선박소유자 및 선박관리자의 선박안전관리 소홀
정박 중인 선박은 악천후 및 위급한 상황에서 승무 중인 선원들에 의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승무 중인 선원들에 의해 적절한 대응이 불가할 경우에는 적절한 육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고 당시 A호와 B호의 소유자는 발주자의 인도지연으로 조선소이다. 선박소유자 조선소 C사는 A호와 B호를 건조·진수한 후 발주자가 인도할 때까지 부산남외항 제5정박지에 투묘 대기시킨 후 시운전팀이 수시로 승선하여 주기관 및 주요기기를 작동·점검하였으며, 양 선박의 보존 및 관리와 비상 시 대피를 위한 단기간의 항해지원 등을 목적으로 선박관리자 D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안전관리요원 5명과 자사직원 1명을 상주시켰다. 그러나 선박소유자는 양 선박을 선박관리자에게 위탁관리토록 하면서 승무 중인 안전관리요원 5명의 고의 또는 과실로 장비오작동이 발생하였을 경우 선박관리자가 모든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선박소유자와 선박관리자는 안전관리요원 5명에게 주기관 및 주요기기의 작동방법에 대해 교육시키지 아니하였고, 더욱이 선박관리자는 선박소유자와의 계약사항을 근거로 안전관리요원들에게 주기관 및 주요기기를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B호는 닻이 끌리며 A호와 충돌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승선하고 있던 안전관리요원들이 주기관 및 양묘기(Windlass) 등 선박설비를 작동할 수 없어 좌현 닻의 추가 투묘 및 주기관 사용 등을 통한 주묘(닻끌림)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적기에 취할 수 없었다.

특히 선박소유자와 선박관리자는 양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안전관리요원들이 선박에 설치된 주기관 및 주요기기를 작동할 수 없어 악천후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고 전날 18시 00분경 부산앞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으므로 사전에 육상 시운전팀을 양 선박에 승선시켜 대비하거나 선박의 안전관리요원들에게 기상변화에 주의하며 당직을 철저히 수행하여 악화되기 이전에 보고토록 하는 등 관리감독을 하여야 하나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육상 시운전팀은 해상 및 기상상태가 악화되자 양 선박에 승선할 수 없었다.

이러한 선박소유자와 선박관리자의 행위는 이건 충돌사고와 관련하여 양 선박에 대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였다고 판단된다.
 

<시사점>
○ 발주자의 인도 거부 또는 지연으로 장기 계선 중인 신조선은 비상상황에서도 즉시 대응하여 운항할 수 있는 선원을 승무시켜야 하고, 관할관청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필요함

조선소는 건조·진수된 선박이 해운경기의 침체로 발주자가 인도하지 아니하거나 인도를 지연할 경우 조선소 안벽의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정박지에 장기 계선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 선박들에 대한 소유권은 발주자에게 인도될 때까지 조선소(선박건조자)에게 있다. 이 발주자의 인도지연 신조선은 시운전을 마치고 주기관 및 주요기기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어 운항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기국과 선급으로부터 각각 선박국적증서·선박검사증서 및 선급검사증서를 발급받지 아니하여 현행 국내법 상 선박관리를 위해 승무하는 자에게 승선 전에 적절한 해기사면허 소지와 교육훈련의 이수여부 등을 확인할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국내 조선소(선박건조자)는 이 신조선들을 정박지에 계선될 경우 선박을 언제든지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시운전팀 또는 선원을 승무시켜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고, 관할관청에서는 이를 적절히 관리·감독할 필요성이 있다. 즉 발주자 인도지연으로 장기 계선 중인 신조선에는 안전관리를 위해 「선원법」 및 「선박직원법」상 자격을 갖춘 최소한의 선원 및 선박직원이 승선공인을 받고 승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

○ 신조선에 승선하는 선원은 주요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교육과 법정 안전교육의 이수가 필요함
발주자 인도지연으로 장기 계선 중인 신조선의 안전관리를 위해 승선하는 선원은 해당 선박에 설치된 주기관 및 주요기기를 작동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하고, 선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승선 전 안전 및 구명설비를 취급할 수 있도록 법정 안전교육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

○ 장기 계선 중인 선박의 선교 항해당직은 유효한 항해사 면허를 소지한 자에 의해 수행되어야 함
A호는 유효한 항해사 면허를 소지한 선장 및 항해사가 매 6시간씩 교대로 선교당직을 수행하였으나, B호는 항해사 면허를 소지하지 아니한 갑판장을 포함한 선장 및 항해사 등 3명이 매 4시간씩 교대로 선교당직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B호는 갑판장이 당직수행 중 닻이 끌리기 시작하였으나 이를 알지 못하였고, 뒤늦게 선장이 선교에 올라와 이를 알고 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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