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가능한 해운정책으로 법·제도적 장치 구축해야”

                                                                                        자료 : 해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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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고대CJ법학관, 해상법연구센터·해법학회·해사문제硏 공동주최
한국선박회사 보완점, 나용선등록제 도입, 하역보장 공동기금 등 논의


정부의 해운정책이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법과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해법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1월 12일 고려대학교 CJ법학관에서 열린 ‘외항정기선해운 재건을 위한 대토론회’에는 정기선 해운위기의 본질과 더불어 정부가 내놓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완책이 제시됐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연구원 해상법연구센터와 한국해법학회, 한국해사문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5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해상법, 선박금융, 화주 및 해상보험, 계약운송인, 공정거래법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가칭)한국선박회사’의 도입이 가져올 변화와 대책, 보완점이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

“한국해운 위기 속 새 출발 시점”
제 1세션은 ‘정기선 해운위기의 본질과 제시된 지원정책’을 주제로 하여 인하대 김춘선 교수(전 인천항만공사 사장)가 사회를 맡고, 윤민현 전 중앙대 초빙교수(선박회사 고문)가 ‘정기선 해운 위기의 본질과 해법’에 대해, KMI 황진회 박사가 ‘해운산업의 주요 정책 내용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황 박사는 산업정책에 대한 이론적 고찰과 함께 해운산업 장기발전 계획, 해운산업 구조조정 정책,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등에 대해 다루었다.

제 2세션 ‘지원정책에 대한 법제도적 검토’에서는 국제사법학회 정병석 회장의 사회로 고려대 김인현 교수, 김앤장 윤희선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정우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여산 권성원 변호사, 삼성SDS 이종덕 부장이 각 분야별로 해운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고대 김인현 교수(해법학회 회장)는 인사말에서 “한진해운 물류대란이 일단락된 지금 한국해운은 위기상황 속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서 있다”면서 “정부가 제시한 해운경쟁력 강화방안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 이번 대토론회를 열게 됐으며, 우리 해상법은 분쟁해결의 기능에서 탈피해 예방적이고 창조적인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춘선 교수, 윤민현 전 교수, 황진회 박사
△(왼쪽부터) 김춘선 교수, 윤민현 전 교수, 황진회 박사

윤민현 전 교수 “해운정책 실천가능 방안으로 과감한 개혁 필요”
이날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윤민현 전 중앙대학교 초빙교수는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크게 위축된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해서는 해운정책을 전시용이 아닌 실천 가능한 방안으로 ‘과감하고 개혁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정부의 역할과 영역도 명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교수는 “국내 해운정책은 기업과 정부의 영역이 혼재돼 있다”면서 기업의 성패와 경쟁력의 주체는 기업인데 최근 해운정책의 핵심으로 강조되는 경쟁력 강화 대책은 민간부문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는 70-80년대의 인식에 기인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한 핵심과제로는 국적선의 경쟁력 있는 선대로 개편과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했다. 한국선박이 해운원가 측면에서 열세인 점을 감안해 과감한 비경제선의 처분과 경제선의 확보로 선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며, 글로벌 트렁크 라인 네트워크가 붕괴된 상황에서 지역 또는 니치선사로 시작해 점차 재건하는 장기적인 재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는 △한국적 선대의 국가필수선대와 상업적 선대로의 양분화 △선박의 소유와 운항의 분리 △지배구조의 개선 △정책지원과 금융의 기본원칙 수립 △광범위한 ‘해운가이드라인(Maritime Guideline)’의 제정을 제시했다.

김인현 교수 “나용선 등록제 도입, 선주-용선자 가변적 약정 필요”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인현 교수는 (가칭)한국선박회사 도입에 따른 보완책으로 ‘나용선 등록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선박회사와 선주사를 육성할 경우 국취부 나용선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재의 국취부 나용선 제도의 효과를 유지하려면 나용선 등록제도의 도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칭)한국선박회사의 도입이 지속되면 많은 선박은 한국선박회사의 소유가 될 것이고 해상기업은 더 이상 국취부 나용선을 도입할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단순 나용선이나 장기 정기용선이 주류를 이루게 되며, 국취부 나용선자의 강제도선 면제, 외국선원 승선·조세·필수선대의 혜택과 한국 선박안전법·선박직원법의 적용도 없어지므로 보완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한국에 나용선등록을 하면 해사행정법상 한국선박이므로 한국정부가 관리할 명분이 생기게 된다”면서 “현재 국취부 나용선이 누리는 법적효과를 동일하게 입법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단행법에 단순나용선도 국취부 나용선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법규정의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한 예로 5년 이상 나용선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기선사의 대화주 신뢰회복을 위한 법적제도와 화주, 조선소, 금융과 상생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김 교수는 “화주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마지막 항차 하역보장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기선사들이 P&I보험, 혹은 공제를 결성하거나 공동기금을 조성해 하역회사에게 지급토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량화주와 금융권, 선사가 가변적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상생의 시각에서는 선복량 조절을 위한 국제공조체제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선주와 용선자, 은행과 선주, 선주와 화주 사이에 ± 15%의 가변적 약정을 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우영 변호사 “선박금융정책 보완해 현실성 있게 추진해야”
법무법인 광장의 정우영 변호사는 정부의 선박금융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향후 보완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의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 규모는 총 24억달러로 선순위대출 60%(미화 14.4억불), 후순위투자 40%(미화 9.6억불)로 구성돼 있다. 실행방식은 해운사의 신조지원 요청에 따라 수요를 감안해 수차례에 걸쳐 분할 실행한다. 해운사가 자구노력을 통해 일정조건 달성 시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원 선결조건은 ‘부채비율 400% 이하 또는 장기 안정적 장기운송계약의 수행’이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선박금융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하며 “향후 경쟁력 있는 선박확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실성 있게 정책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진해운의 자산매각사례, 채무재조정과 신속인수제, 경영지원협약에 따른 신뢰도 하락 등을 거론하며 “해운사가 자구노력을 통해 일정조건 달성 시 지원한다는 조건은 유동성은 일시 확보될지 모르나 중장기적 재무구조는 매우 악화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운선사가 부채비율 400% 이하이면 재무구조가 매우 양호한 상황이고, 컨테이너 분야는 장기운송계약이 없다”면서 “이러한 선결조건을 계속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원 선결조건에 있는 ‘선사 10% 투자’에 대해서는 “요즘 같이 어려울 때는 2.4억불의 총액도 작지 않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후순위 펀드금액 기준이 12억달러에서 9.6억달러로 감소한 것은 사실상 지원금액이 감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K-sure의 60% 보증가능성에 대해서는 “요건이 까다롭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면서 “금융리스의 경우 선사의 부채 비율 등 신용도에 따르고 신규건마다 부채비율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직접적 지분참여로 상호동시적 지원 필요
이에 따라 정 변호사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분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펀드 또는 한국선박회사, 캠코 등을 통해 직접적인 지분참여를 하거나, 대량화주나 신규 시스템에 의한 지분참여를 통해 상호동시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 변호사는 “자본금 확대로 인한 재무구조의 안정화와 실질적 대출을 통한 사업 기반의 확보는 상호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칭)한국선박회사와 관련해서는 △보증보험회가 후순위 대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하는 지 여부 △동 구상권으로 선순위 대주에 대항하거나 우선할 수 있는 지 여부 △선순위 대주단의 채권 회수 후 잔여 재산이 있는 경우 △잔여 재산에 대해 후순위 대주에 우선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WTO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선박신조 지원프로그램의 경우 “보조금협정은 물품을 규율하는 부속협정(Annex 1A)에 속하므로 해운업과 같은 서비스업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면서도 “특정 보조금이 서비스 사업자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관련물품의 생산자, 즉 조선소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경우 간접보조금으로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선박회사에 대해서는 “업무의 내용이 신조지원을 포함하지 않는 한 특별히 문제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류대란 방지 기금 설치 및 계약운송인 법적지위 확립 필요
이밖에도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앤장 윤희선 변호사는 외항정기선해운의 경쟁력 강화를 제약하는 경쟁법적 규제사항을 주제로 하여 공정거래법과 은행법, 해운법, WTO 보조금 및 외국 경쟁법에 대해 다루었다. 법률사무소 여산의 권성원 변호사는 화주보호 및 해상보호의 관점에서 정부지원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권 변호사는 “한진해운 사태에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점은 화주들이 최종목적지까지 화물을 운송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정기선사의 도산절차에 따른 물류대란이라는 동일한 위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빠른 하역과 최종목적지 운송을 위한 기금을 설치하는 방법이 좋다고 본다. 기금설치에 대한 법적근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의 이종덕 부장은 계약운송인의 관점에서 법적지위 확립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부장은 “지난해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회생절차로 인해 국내 상당수의 계약운송인이 그들의 영세함과 명확한 법적지위를 인지하지 못해 겪은 적잖은 어려움들로 지금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면서 “지금 계약운송인의 명확한 법적지위 확립이라는 선순환으로 그들의 역할과 지위를 질서 있게 하여 시장에서 화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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