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20년 조선강국, 해양플랜트 선진국 진입’

본고는 1월 18일 발간된 MEIC(해운거래정보센터)의 스페셜 리포트 내용으로,  필자인 최정석 책임연구원과 협의해  게재했다. -편집자 주-
 

중국 정부는 2015년 12월 제13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여 2016~2020년 동안 중국의 미래 발전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제 13차 5개년 계획의 기본 방향은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 목표’에 해당하는 ‘샤오캉(중산층) 사회’를 2021년까지 실현한다는 것이다. 샤오캉이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의미로 2020년까지 국내 총생산과 거주민의 1인당 수입을 2010년 대비 2배 이상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사회 구조의 개선과 신성장 패러다임 전략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선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며, 지역별로 난립해 있는 조선소들의 구조조정과 함께 기술개발과 미래 먹거리 사업 유치를 통해 새로운 100년의 초석을 만들어 나갈 계획을 수립하였다.

MEIC 스페셜 레포트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세부내용을 살펴봄으로써 미래 조선 산업의 변화를 예상해보도록 하겠다.
 

 
 

<전세계 선박발주 동향>
2016년 1~11월동안 중국 조선소는 총 187척의 선박을 수주하며 전 세계 수주량의 45%(척수 기준)를 점유했다. 수주 선종이 드라이벌크선 등 대형 상선 중심인 관계로 DWT기준 점유율은 61%로 전 세계 수주량 과반 이상을 점유했다.

반면 선박가격 기준으로 중국의 2016년 점유율은 전체의 22%를 차지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중국의 수주 대부분이 드라이벌크선 중심으로 선박가격이 고부가가치 선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6년 선박 발주량이 전년대비 70% 이상 급감하는 등 심각한 수주 감소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 세계 수주 점유율은 굳건한 모습을 유지했다.

중국의 DWT 기준 수주 점유율은 2012년 40%에서 등락을 오가며 50%를 넘지 못했으나 2016년 60% 이상을 점유하며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중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가별 선박수주잔량 동향>
수주잔량 측면에서도 중국의 약진은 두드러지고 있다. 2016년 11월 기준 수주잔량은 1,646척으로 전체 44%를 점유하고 있으며, DWT기준으로도 이와 비슷한 43.5%를 점유하며, 한국과 일본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의 수주잔량 점유율은 2013년 26%에서 2016년 23%로 소폭 감소추세이며, 일본은 같은 기간 19%에서 26%로 점유율이 증가하는 모습을 기록했다.

선종별로는 중국 조선소의 벌크선 수주잔량이 52.7Mil DWT로 전 세계 수주잔량의 59%를 점유하는 등 전체 수주잔량의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탱커선 수주잔량이 29.1Mil DWT로 한국이 수주한 전체 선박의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조선소별 수주잔량 동향>
중국은 CGT기준 수주잔량 측면에서 세계 10위권 내에 3군데의 조선소를 확보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5개, 일본이 2개로 한국의 위상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경우 메이저 조선소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각 조선소별 특화된 상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조선소가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30대 조선소로 범위를 확장하면 중국 조선소가 10개를 차지하며 한국의 5개에 비해 2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중국 조선소별 현황을 살펴보면 상해를 기점으로 저장성과 장쑤성 등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조선소들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소별로는 CGT 기준보다는 DWT 기준으로 수주잔량이 높은 편이며, 이는 지난해 수주한 30척의 39만DWT 발레막스 등 대부분의 선박건조가 대형 벌크선 중심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주요 조선소 가운데에서는 상해 Hudong Zhonghua의 약진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 조선소는 중국 국영기업인 CSSC그룹에 속하는 회사로서 벌크선 뿐만 아니라 최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STST 케미컬탱커선 4척을 지난 11월 노르웨이 선주로부터 수주 받는 등 총 9척의 STST 케미컬선 수주잔량을 확보중이며, 중국 조선소 가운데 유일하게 60,000cum 이상의 LNG선 9척을 건조하고 있는 등 중국의 전략적 기술 요충 조선소로 성장 중이다.
 

<중국조선산업 구조조정 현황>
중국에 자리잡은 조선소 수는 과거 1,000여개 이상이었다. 현재 집계된 667개의 중국 조선소 가운데 영업 중인 조선소는 171개 수준이며, 이 가운데에서도 선박을 실제로 건조 중인 조선소는 2015년 152개였으며, 2016년에는 107개로 감소하여 사실상 전체 조선소의 90%가 운영을 중단한 상황이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전 세계에서 1,000GT이상의 선박을 단 한척이라도 건조한 조선소는 325개에 불과했으며, 이는 지난 2010년의 648개에 비해 불과 5년 만에 절반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조선소의 공급능력 감축은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조선소들의 공급과잉 상황을 해결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3년 8월 ‘선박공업 전환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실시방안’을 발표한 후 조선소별 평가를 통해 차별적 지원을 공표하였다. 이로 인해 경쟁력이 취약한 조선소는 사실상 퇴출시키고 M&A 등의 통폐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는 자국의 조선소를 White List와 Black List로 분류하여 White List에 등록된 71개 기업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회생을 약속하며, 나머지 기업들은 사실상 퇴출시켜 무분별한 조선소의 난립을 억제하기로 결정하였다.

2016년 기준 중국 조선소들의 선박 건조현황을 살펴보면 CSSC와 CSIC와 같은 국영조선소가 건조한 선박이 중국 전체 건조량의 61%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White List에 포함된 조선소들이 34%를 건조하는 등 두 국영조선소 중심의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양대 국영조선소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 가운데에서도 상위 15개 조선소가 90%의 건조능력을 보이는 등 사실상 중국 조선소는 20여개 내외로 공격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있음이 조사되었다.

<중국 조선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정부의 고민>
앞서 소개한 중국 정부의 이러한 집중화 현상의 원인은 결국 중국 조선소들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조선소의 문제점으로는 (1)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영업구조 (2)열악한 노동문화와 노동의 질 (3)경쟁국에 비해 뒤처지는 생산기술과 능력 (4)인건비 상승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 생산성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발표된 ‘중국 제조산업 2025’ 육성 전략 가운데 조선산업을 10대 분야에 포함시켜 새로운 미래 조선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당시의 중점 과제로는 (1)심해탐사, 자원개발, 해양안전장비 및 시스템 발전 (2)해저정거장, 대형 부유식 구조물 구축 (3)해양플랜트 테스트, 모니터링, 검증 (4)해양자원의 개발 및 이용수준 제고 (5)크루즈선 기술 개발 (6)LNG선 등 고부가가치선박 경쟁력 강화 (7)지능화, 모듈화 등 관련 기술 확보 등이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산업 발전방향을 정리하면 결국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새로운 먹거리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만들어 향후 조선시장의 헤게모니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략들이 애매모호한 표현을 수반하고 있어 구체적인 대안 마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단기적인 산업 지원책에 해당하는 지난 2013년 발표된 ‘노후선 해체 보조금 정책’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정책들이 오히려 지난 몇 년간 중국 조선산업의 국제 순위를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노후선을 해체하고 자국 조선소에 친환경 선박으로 신규발주를 진행할 경우 GT당 1,500위안의 보조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면서 최대 신조선가의 40%에 해당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중국 선주들의 공격적인 선박확보가 조선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지난 1월 12일 발표된 중국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주요 골자는 결국 지난 2016년 발표된 ‘13차 5개년 계획’ 가운데 목표로 삼았던 중국 조선산업의 미래 비젼과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고 일부 현실적인 수정안을 제시함으로써 중국 정부의 조선산업에 대한 관심도를 전 세계에 또 한 번 상기시키는데 목적이 있다고 평가된다.

우선 중국 정부는 조선산업의 발전 목표를 ‘2020년 조선강국, 해양플랜트 선진국 진입’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이러한 세부적인 목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실행대안은 아래와 같이 비교적 일반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발표되었다.

▶구조조정 가속화 :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인수합병 및 낙후기업 퇴출 가속화, 우수기업 육성 및 기술 혁신을 통한 조선소별 전문화 특성 기업 육성, 크루즈선 개발, 요트, 심해어업, 양식설비, 재생에너지, 심해광업 등 신 성장동력 양성
▶기술개발 : R&D 연구강화, 조선소별 심해, 원양해양공정설비혁신센터 설립을 통한 기술혁신 추진, (심해개발, 대형 크루즈, 스마트선박)을 3대 중점 기술개발 품목으로 선정
▶생산 및 품질향상 : Smart 제조역량 강화를 위한 선박제조 공정 디지털, 자동화 추진, IOT와 클라우드 환경 구축을 통한 핵심 공정의 자동화 및 전체 공정의 서비스관리 역량 강화
▶경쟁력 확보 조치 : (1) 철강기업 등 연관산업과의 협력 강화, 신소재연구 강화 (2) 건조 중 선박을 담보로 한 금융정책 개선, 조선소 융자구조 개선, RMB 기반 결제기능 강화, 환율 Risk감소 등 금융구조 개선 (3) 선박수출 보험지원 확대, 기술 장비에 대한 보험보상 (4) 해상부유식 플랫폼, 해양탐사, 해양자원개발, 크루즈, 요트, 연안운송, LNG연료추진선 등 신규 수요 육성 (5) 선박공업협회, 중국선급  등 조선 관련 전문기구의 역량 강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

<시사점>
장기 해운·조선 불황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지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WTO를 중심으로 산업 지원에 대한 세계 여러 국가의 불만과 비판적 시각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부러움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결과, 법적인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유럽은 물론 아시아 각국들도 다양한 산업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중국은 과거 세계의 규칙을 뒤흔드는 국가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 속에 어느덧 해운·조선 시장의 선도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최대 국영해운기업인 COSCO가 금융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금융이 기반이 되는 해운 투자기관은 들어봤지만 해운이 기반이 되는 금융은 낯설다는 인식에도 새로움을 추구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의 모습을 우리나라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앞서 살펴본 중국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역시 경쟁국들로서는 향후 해운·조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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