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병역인구 감소, 2020년 700명 축소 불가피”

해운업계 반발, “국가안보 기여 대응논리 마련고심”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인원 축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방부가 군 복무 대신 배를 타는 승선근무예비역의 인원을 2020년까지 현재 1,000명에서 700명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우고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축소에 ‘말도 안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현재 정부 설득 논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해운 노사정단체들은 ‘승선근무예비역제도 개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사시 승선근무예비역의 필요성과 역할 등 국가안보적 측면에서 대응논리를 담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오는 4월말까지 이를 최종완료해 대책마련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최근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승선근무예비역에 대한 정원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의 전환·대체복무제도 폐지 계획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개년에 걸쳐 대체복무요원과 전환복무요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대체복무요원과 유사한 승선근무예비역도 2020년까지 현재 1,000명에서 700명으로 인원 축소가 불가하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국방부가 2023년 대체복무제도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관련업계와 교육계의 거센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국방부는 아직 협의 중인 사안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올해 전환복무에 편성된 연 배정인원은 5만 6,000여명이다. 의무경찰이 1만 4,806명으로 가장 많고 의무해경이 1,300명, 의무소방원이 600명이다. 대체복무요원의 경우 산업기능 요원 6,000명, 전문연구요원 2,500명, 공중보건의 2,000여명, 승선근무예비역이 1,000명이다.

해수부-국방부 협의 중, “쉽지 않은 분위기”

승선근무예비역 축소방침 소식이 알려지자 선주협회, 해기사협회, 해양대, 해사고 등 노사정 해운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승선근무예비역제도 개선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적극 대응에 나섰다. 추진위는 주무부처인 해수부와 지난 1-2월에 걸쳐 잇달아 ‘승선근무예비역 개편 관련 대응회의’를 열어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해수부와 추진위는 매달 국방부와 동 제도 축소를 둘러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협의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아직 국방부와 협의가 진행 중이고 확정된 것이 없어 얘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승선근무예비역의 특혜논란이 있어서 협의 분위기가 유리하지는 않다. 이에 해기직업 매력화와 해기전승 유지 등 해운업 측면보다는 국가안보 측면에서 논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6년 승선근무예비역 인원은 1,000명이었고 이중 826명이 외항선 선원으로 근무했다. 내항선은 105명, 원양어선은 59명, 근해어선은 10명이었다. 국가필수 지정 선박운항에 필요한 최소인원 5,000명을 확보하려면 현 수준의 승선근무예비역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 측면보다 안보측면에서 논리 마련 고심

해운업계는 현재 KMI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유지발전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유사시 승선근무예비역의 필요성과 역할 등에 대해 해운산업 측면보다는 국가안보 차원의 대응논리가 한층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다른 대체복무요원과의 형평성 논리에 맞게 승선근무예비역도 인원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도 승선근무예비역에 대한 특혜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측면의 논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한 전문가는 “승선근무예비역 자체가 전시에 무엇을 하는지 일반인에게 각인되지 않아 특혜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반인의 시각과 국가안보, 동북아 해양력 경쟁 등의 측면에서 해기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엄밀히 말해 승선근무예비역은 대체복무가 아니므로 형평성 논리로 함께 인원을 줄인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축소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해운업의 재건이 소원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해운 노사정단체들은 아직까지 동 사안이 수면 위로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를 조심스러워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한 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 실무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공론화되어 승선근무예비역 자체의 특혜논란이 더 커질까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KMI에 발주한 연구용역은 오는 4월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해운업계는 이를 바탕으로 승선근무예비역을 오히려 확대하거나 최소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중간보고회는 2월 28일로 예정돼 있다. 한 관계자는 “이 중간보고 결과를 기반으로 우선 국방부 실무자 선에서 협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해양력포럼(회장 박명석)은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는 해양산업의 선원공급과 국방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2월 24일 국회에서 열었다.

승선근무예비역 3년간 승선으로 병역이행, 2007년부터 시행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국가비상시 전략물자 수송 등에 필요한 해기인력 동원과 필수·지정 선박의 운항요원 확보를 위해 2007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해양수산계 고교 및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해기사로 소집되어 5년 이내에 3년간 승선을 통해 병역의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제도로 만 40세까지는 예비역으로 제4군 수송부대로 편입된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해기사를 희망하는 우수한 젊은 인력을 해양수산계 고교나 해양대로 유입시키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동 제도가 축소되면, 가뜩이나 기피하는 해기사 직종에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해양산업 전반의 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또한 동 제도가 축소되면 해운업계의 요청으로 증원된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 입학정원의 재조정과 교수 및 관련시설의 유휴화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사대학생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정원이 500명 증원돼 2018년부터 졸업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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