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보존집행 중인 선박의 사고위험”

서론

최근 국내에서 외국의 채권자가 선박우선특권을 근거로 압류 및 감수보존집행 중인 선박이 강풍에 정박지 인근 양식장을 침범하여 어민의 재산에 손해를 입힌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사고의 책임 당사자인 감수보존업체는 영세하여 자력이 불충분하고, 해당 감수보존업체를 선임한 채권자나, 감수보존명령에 의해 선박의 점유권이 배제된 선주, 그리고 감수보존 명령을 내린 법원에게는 법적 책임 가능성이 낮아 보여 피해자 구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선박의 감수보존 중 발생하는 제3자 배상책임 사고의 책임관계를 분석하고 제도적 문제점 및 개선사항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감수보존집행 중인 선박의 사고와 배상책임의 주체

민사집행법 상 채무자를 상대로 한 선박집행의 절차는 가압류(보전처분)과 압류/경매(강제집행)으로 구분된다. 가압류는 향후 채무자를 상대로 한 승소판결을 고려하여 집행자산이 될 선박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보전하는 조치이며(민사집행법 제295조), 압류 및 경매의 강제집행은 선박우선특권과 같은 권원을 근거로 선박의 즉각적 매각을 실행하는 조치이다(민사집행법 172조). 두 경우 모두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서 채권자는 법원에 선박의 감수보존명령(민사집행법 178조)을 신청할 수 있는데 그러한 경우 법원은 채무자(선주)에게 “선박의점유를풀고집행관또는채권자가선임하는감수보존업체에게선박의감수보존을맡길것”을 명령한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로 단순 가압류의 경우에도(즉 기존선원이 그대로 승선하는 경우) 상기와 같이 채무자(선주)의 선박점유를 배제시키는 감수보존명령이 내려지는데 이는 감수보존 선박의 사고책임 당사자에 대한 혼란을 주는 요소로 단순가압류의 경우에는 출항만을 금지시키는 명령이 내려지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한편 감수보존의 집행과 관련하여 사법기관의 지위를 갖는 집행관이 감수보존인으로 선임될 수 있는데 그 경우 선박에 대한 지식/기술 부족으로 집행관은 다시 감수보존업체를 대행자로 지정하여 감수보존업무를 수행한다. 집행관을 통한 업무 진행 시 추가적인 절차와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로 실무에서는 대부분 집행관 대신 채권자가 직접 감수보존업체를 선임하여 법원의 감수보존명령을 받는다.

감수보존업체

감수보존명령에 따른 선박의 점유 변경은 해당 선박에 의한 사고의 책임주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무상 선박의 점유를 이전하라는 법원의 감수보존명령이 내려지더라도 기존 선원이 반드시 하선하는 것은 아니며 단기간에 압류/가압류가 해소될 수 있는 경우 선원이 그대로 승선하며 소수(2명 정도)의 감수보존 인원만이 업무를 수행한다. 대조적으로, 선주가 변제 능력이 없어 선박을 포기하는 경우 (선원의 하선) 감수보존업체가 법원의 승인을 받아 필요 인원을 승선시키며 선박을 관리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선원의 하선 또는 잔류의 경우 모두 선박의 점유를 이전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고려했을 때 선박의 관리상 책임은 감수보존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존 선원이 하선하는 경우 실제로 감수보존업체 외에 선박을 관리하는 당사자가 없으므로 감수보존업체에게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정당하며, 선원이 잔류하는 경우에도 법원의 명령을 고려 시 기존 선원들은 단순히 감수보존인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감수보존중인 선박이 제3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 비록 선원을 고용한 선주는 선주대로 해당 선원의 과실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감수보존업체는 여전히 감수보존인의 지위로 인해 제3자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

한편 선주의 선박에 대한 점유를 배제시키는 것이 감수보존명령의 내용임을 고려하면 선주가 선원을 하선시킨 사실 자체를 선주의 과실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별도로, 사법기관에 속한 집행관을 통하여 감수보존명령을 집행하는 경우 집행관이 선임한 감수보존업체는 집행관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업체의 과실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집행관(즉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이다.

선주 / P&I 보험 / 선박우선특권

상기와 같이 선박이 감수보존 중 사고를 발생시키는 경우 그 선주의 책임은 제한적이다. 즉 선원이 잔류한 경우 선원의 과실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으나, 법원 명령에 따라서 선원이 하선한 경우에는 선주가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한편 사고의 종류에 따라서 선박의 점유 당사자와 무관하게 선주가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데, 충돌 및 항만/시설물 손상과 같은 경우에는 책임주체가 선박의 실제 점유관계에 따라서 변동된다. 반면 유류오염(유조선 또는 일반선의 연료유)이나 난파물 제거 사고의 경우는 관련법에 의해서 선주에게(도) 책임을 부담시킨다. 유류오염의 경우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유배법”)에 의해서 선주가 무과실책임을 부담하며, 선주는 유류오염 사고를 대비를 위한 강제보험(P&I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더욱이 유배법 16조는 피해자의 보험자 상대 직접청구권도 인정하며 보험사는 보험이 중단되는 경우 3개월의 통지기간을 거친 후에나 피해자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을 부정할 수 있다. 난파물 제거 사고의 경우에는 개항질서법 (26조)에 따라서 소유자와 점유자가 공히 책임을 부담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난파물 제거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강제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선주의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P&I 보험과 관련하여, 선박이 압류/가압류된 사실로 인해 기존의 P&I 보험커버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박의 유지관리에 필수적인 선원이 하선하여 승무정원 규정을 위반하거나 실제로 선박의 관리권한을 박탈당하는 경우 개별 보험규정에 따라 보험 보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선주의 재정상태 불안으로 선박이 압류/가압류 후 선원까지 하선하는 상황이라면 상기의 보험규정사항 이외에도 보험료 지급의무 및 각종 선박관리규정의 위반으로 P&I 보험커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선박우선특권과 관련해서는, 충돌 및 선박에 의한 항만/어장 시설물 손괴 사고는 선박우선특권에 해당할 수 있어 피해자가 가해선박의 경매를 통해서 피해를 보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박이 기존 선주의 점유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감수보존인의 관리 중 선박에 의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상법 777조 및 850조의 유추해석 상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 채무자는 선주를 전제로 하며, 외국의 경우에도 법원의 압류 중 선주의 점유가 배제된 상태에서 발생한 물리적 손해에 대해서는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리가 존재한다 (custodialegis). 특히 우리법원은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을 선적국법으로 적용하는데 많은 선박들이 편의치적 한 파나마의 경우에도 법원의 압류 중 발생한 사고는 선박우선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채권자 (감수보존업체 선임자)

국내 감수보존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여 선박의 대형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 그러한 경우 과연 감수보존업체를 선임한 채권자에게 감수보존업체의 과실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와 관련하여 채권자(도급자)와 감수보존업체(수급자)는 도급관계로 민법 상, 고용인/피고용인 관계에서의 사용자 책임과 다르게, 도급인은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업무 수행 중 수급인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민법 757조). 더욱이 감수보존업체는 법원에 의해서 승인되고 업무에 대해서 법원에 보고하고 감독을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 시 채권자의 책임은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상식의 기준에서 감수보존 중 선박의 사고 책임을 따져본다면 선주의 점유권 배제를 법원에 요청한 채권자가 감수보존업체와 그 책임을 같이 부담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법원

법원 역시 선박의 압류/가압류 집행과 관련하여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라 그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공공성과 사고원인에 대한 법원의 연관성 및 감수보존업체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의 과실 및 책임을 묻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채권자가 선임한 감수보존업체 대신 집행관을 통한 감수보존 집행을 하는 경우 집행관의 업무를 대행한 감수보존업체의 과실에 대해서도 집행관 (즉, 법원)이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한편 감수보존업무가 가장 빈번히 이루어지는 부산지방법원은 보다 신뢰할만한 감수보존업무의 처리를 위해서 2006년부터 “감수보존인 선정에 관한 처리지침”을 제정하여 활용해오고 있으며 해당 지침상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감수보존업체의 요건으로 자본금 1억원 이상, 선박관리업 등록을 마친 회사, 총 연매출 5억원 이상 또는 선박관리업 기준 연매출 2억원 이상, 감수보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원 및 직원을 고용한 자. 또한, 업체는 1억원 이상의 책임보험증서를 법원에 제출할 것이 요구된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상기와 같이 감수보존 중인 선박이 사고를 발생시키는 경우 영세한 감수보존업체만이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위험이 있으나 그러한 사고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관련자의 충분한 보험가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려된다. 비록 부산지방법원의 처리지침 상으로는 감수보존업체가 1억원 이상의 책임보험증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는 하나 1억원이라는 금액이 선박의 사고를 커버할 만큼 충분한 금액이 아니며 실무적으로 해당 보험이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감수보존인으로 선임 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호주, 미국, 싱가폴과 같은 영미법 계통의 경우 선박의 압류, 감수보존, 경매의 업무절차를 법원 집행관(marshal 또는 bailiff)이 법원의 명령에 따라 총괄하여 진행한다. 따라서 감수보존중의 선박사고에 대한 책임 당사자가 집행관이 되며 법원은 선박의 압류/가압류 신청 시 채권자에게 집행관을 피보험자로 하는 책임보험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별도로 입법을 통해 집행관의 책임을 면책시키는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에서도 법원은 사전에 채권자에게 선박의 압류에 대한 보험가입을 요구한다.

한편 호주의 경우에는 선박의 사고와 관련한 집행관(법원)의 배상책임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법원이 직접 Lloyd’s London 에 AU$2억불 (한화 1,750억원) 담보한도의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고 있다. 해당 보험의 담보위험은 인명피해, 유류오염, 대물배상, 구조료 및 잔해물제거이다. 관련 비용은 채권자의 압류/가압류 신청 시 채권자에게 부담시키며 채권자는 향후 채무자로부터 회수하거나 선박의 경매대금에서 우선 변제 받을 수 있다.(호주연방법원 홈페이지의 Admiralty Marshal’s Manual 참고 http://www.fedcourt.gov.au) 중국의 경우, 현지 변호사를 통한 확인결과, 우리의 경우와 같이 법원이 채권자에게 직접적으로 보험가입을 요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압류 중 선박의 선원이 하선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권자의 위험으로 감수보존업체를 선임하게 하여 그 위험을 채권자가 부담하거나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결론

감수보존 중 선박의 사고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충분한 담보한도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것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보험가입의 강제방법은 선박의 압류/가압류를 신청하는 채권자에게 관련위험을 커버하는 보험에 가입하도록 요구 방법과 호주의 경우과 같이 법원이 일괄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만 책임보험의 가입을 위해서는 책임당사자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할 것인데, 여러 상황의 고려 없이 무조건적으로 선주(채무자)로부터 선박의 점유를 배제하여 감수보존업체에게 선박관리를 맡기는 현재의 감수보존명령은 그 책임당사자에 대한 혼란을 유발한다. 따라서 단순히 출항만을 금지시키는 경우와 실제로 선박의 점유권을 배제시키며 법원 또는 채권자의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구분하여 선박관리의 책임당사자를 명확히 구분하여야 한다. 또한 보험에 대한 이해 향상으로 법원은 감수보존중인 선박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관련 보험을 통해 충분히 피해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태인지를 점검하고 불충분한 경우 관련자에게 보험을 가입하도록 요구하거나 법원이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