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6나8789, 8796 판결
[판결요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취소를 규정하고 있는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에는 그 취소권의 행사기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영국 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보험자가 기간의 제한 없이 무한정하게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보험계약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여야 하고, 보험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을 의사임이 명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경우나 보험자가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된 경우라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일 뿐, 그렇다고 하여 그 상당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우리「상법」제651조 소정의 제척기간에 상응하는 1개월 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판결전문]
서울고등법원
제19민사부
판결
사건 2016나8789(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16나8796(반소)  보험금
원고(반소피고), 피항소인 H 주식회사
피고(반소원고), 항소인 W목재 주식회사
제1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5. 26. 선고 2015가합6143(본소), 2016가합753(반소) 판결
변론종결 2016. 11. 30.
판결선고 2017. 1. 13.

주문
1. 피고(반소원고)의 본소 및 반소에 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본소 및 반소를 통틀어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본소】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 사이에 체결된 별지 제1항 기재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별지 제2항 기재 사고로 인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반소】
원고는 피고에게 271,257,36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5. 19.부터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반소 청구취지와 같은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2호증, 을 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제1심 증인 최○○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1]
-피고는 D사로부터 솔로몬제도에 있는 총 부피 879.714㎥의 원목 140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를 수입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15. 2. 14. 기선 E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는 솔로몬제도에서 이 사건 화물을 싣고 부산항으로 출항하였다.
-2015. 3. 4. 23:00경 이 사건 선박이 인천항을 거쳐 부산항으로 운항하던 중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 중이던 바지선과 충돌하여 이 사건 선박의 좌측면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이 사건 선박은 2015. 3. 9. 예인선에 의하여 부산항으로 다시 운항을 시작하였으나, 2015. 3. 10. 07:20경 흑산도 인근에서 전복되기 시작하였고, 2015. 4. 13. 완전히 침몰하였다. 그 과정에서 이 사건 화물도 바다에 잠겨 멸실되었다.
 

[2]
-B은행 ○○지점(이하 ‘B은행’이라 한다)은 피고가 수입하는 화물에 관한 적하보험계약의 체결을 대행하여 왔는데, B은행의 직원 최○○이 2015. 3. 6. 오전경 피고를 대행하여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별지 제1항 기재 적하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위 최○○에게 교부된 보험증권에는, “멸실 여부를 불문하고 위험이 부보된다”(to be assured, lost or not lost),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영국의 법과 관습이 적용된다”(All questions of liability arising under this policy are to be governed by the laws and customs of England)(이하 ‘이 사건 약관’이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피고는 2015. 5. 18.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의 멸실로 인한 보험금 271,257,360원을 청구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보험계약은 이 사건 약관에 따라 영국해상보험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될 당시에 이 사건 화물이 멸실된 사실을 알았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무효이고, 설령 피고가 이를 몰랐다고 하여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자체는 인지하였으면서도 이를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러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영국해상보험법 제17조, 제18조에 따라 이 사건 2015. 12. 8.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이 사건 사고 등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본소로 이에 관한 확인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보험계약에는 영국법이 아닌 대한민국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는 이 사건 화물이 멸실되지 아니하여「상법」제644조(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의 효과)에 따라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자체를 몰랐으므로「상법」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에서 정한 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위반하였다고 하여도「상법」제651조에서 정한 해지권 내지 취소권의 행사기간이 도과하였다. 위와 같은 고지의무의 위반 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여「상법」제655조(계약해지와 보험금청구권) 단서에 따라 원고는 여전히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원고에게 반소로 위 보험금 271,257,36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3. 준거법
가. 이 사건 약관

1)「국제사법」제25조는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서,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26조 제1항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에서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에 해당 부분에 관하여는 당사자가 선택한 법이 준거법이 되지만, 준거법 선택이 없는 부분에 관하여는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194 판결 참조).
2) 이 사건 보험증권에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영국의 법과 관습이 적용된다”는 이 사건 약관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약관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유효하므로(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28779 판결 참조),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책임의 문제에 관하여는 영국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3)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약관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나 B은행에 이 사건 약관을 설명하지 아니하여「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3조 제4항을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약관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먼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하여 약관규제법 제3조 제4항이 적용되는지 살피건대, 이 사건 보험계약은 대한민국 법인 사이에 체결된 계약인 점,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보험사고가 발행한 장소 모두 대한민국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대한민국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 중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는 대한민국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사항은 약관의 내용이 계약내용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 참조), 이에 관하여는 영국법이 아니라 대한민국법인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

다음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약관을 설명할 의무가 있는지 살피건대,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이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제4항이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약관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고객을 보호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따라서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이 바로 계약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사업자로서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 참조).

그런데 을 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체결한 다른 해상적하보험의 보험증권 내지 송장에도 이 사건 약관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1997년경부터 약 18년간 원목을 수입하면서 연 평균 40~50건 정도의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이미 이 사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에게 약관규제법 제3조에 따라 이 사건 약관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보험계약의 취소
가. 보험계약 성립 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주장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을 10, 11,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후 5일이 경과한 2015. 3. 10.경 전복되기 시작하여 2015. 4. 13.경 완전히 침몰한 점, △관할 해양경비안전서장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직후가 아닌 2015. 3. 10.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선박의 침몰에 대비하는 조치를 지시하였던 점,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손해사정사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에는 이 사건 선박의 파손된 부위를 수리한 다음 물빼기 작업을 하면 다시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2015. 3. 4.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당시에 이 사건 화물이 멸실되어 2015. 3. 6. 체결된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주장
1)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보험계약을 해지·취소하는 문제는 보험계약에 따른 책임의 문제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약관에 따라 영국법이 적용되고,「상법」제651조가 정한 제척기간이나「상법」제655조의 인과관계에 관한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영국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영국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17조
해상보험계약은 최대선의(utmost good faith)에 기초한 계약이며, 만일 일방 당사자가 최대선의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은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제18조
① 이 조항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피보험자는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하며, 통상적인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어야만 할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약, 피보험자가 이러한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 보험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② 신중한 보험자가 보험료를 정하거나 또는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모두 중요하다.

3)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이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1항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살피건대, 갑 9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최○○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의 좌현에 폭 10㎝, 길이 4m 크기의 파공이 발생하였고, 사고 발생 직후 함정 8척 및 항공기 3대가 동원되어 구조작업을 한 끝에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한 18명의 선원이 모두 위 선박에서 탈출한 사실, △이 사건 화물은 물에 뜨지 않는 싱커(sinker) 수종의 목재들인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선박이 이 사건 사고로 운항능력을 상실하여 예인선에 의하여 예인되다가 침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사고의 정도 및 선박 충돌 사고의 빈도나 선박 충돌 사고 시 이 사건 화물의 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험료를 정하고 그 위험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사정으로서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가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4) 다음으로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3, 9, 10호증, 을 1, 6, 11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김○○의 일부 증언, 당심 증인 최○○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최○○은 약 6년 전부터 피고가 외국 업체와 목재 수입 계약을 체결하면 피고의 요청을 받아 현지에서 수입할 목재를 검목한 후 이를 선적하는 업무를 대행해 왔다. 최○○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이 사건 화물이 부산항에서 하역되는 것을 보기 위하여 매일 이 사건 선박의 대리점인 S해운에 전화하여 이 사건 선박의 동선을 확인해 오고 있었다.
-최○○은 2015. 3. 5. 오전 이 사건 선박의 입항일을 확인하기 위하여 선일해운에 전화를 하였다가 S해운의 이사 주○○으로부터 “전날 야간에 선박 충돌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 선박의 입항이 늦어질 것이다”고 전해 들었다.

-최○○은 그 후 2015. 3. 5. 11:00경 피고의 직원 김○○에게 전화하여 선일해운으로부터 확인한 위와 같은 사실을 전달하였다.
-피고의 직원 김○○은 2015. 3. 5. 최○○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후 11:33경 이 사건 선박의 부산항 대리점인 P에 전화를 걸어 P의 직원 안○○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받았고, 그 이후 2015. 3. 6.까지 여러 차례 안○○과 통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직원 김○○이 위와 같이 최○○이나 안○○을 통해 여러 차례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전해 듣고, 안○○과는 여러 차례 통화를 하면서 입항 일정을 확인했으면서도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그 당시 피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이○○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2015. 3. 5. 09:24경 “(조난사고) 군산, 충돌선박 발생, E호”라는 글이 게재되고, 2015. 3. 6. 09:17경 “군산 선박 충돌사고 대처상황”, “피해현황: E호의 선수부 파공으로 좌현으로 약 30도 경사 침수”라는 글이 게재되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사고 발생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설령 피고가 이 사건 보험 계약 당시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통상적인 업무수행과정에서 알고 있어야만 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1항에 의하여 피고가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간주된다.
 

다. 취소권 행사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주장
1) 피고의 주장

원고는 2015. 4.경부터 피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를 수집하고 2015. 5.경 손해사정사를 통하여 피고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피고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들에 대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로부터 수개월이 경과한 후에 이 사건 2015. 12. 8.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위 의사표시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져 효력이 없다.
 

2) 판단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취소를 규정하고 있는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에는 그 취소권의 행사기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영국 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보험자가 기간의 제한 없이 무한정하게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보험계약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여야 하고, 보험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을 의사임이 명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경우나 보험자가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된 경우라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일 뿐, 그렇다고 하여 그 상당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우리「상법」제651조 소정의 제척기간에 상응하는 1개월 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28779 판결 참조).

원고는 피고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여 오다가 이 사건 소송에 이르렀고, 이 사건 소송에서도 시종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으며, 다만 이 사건 보험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방법으로 2015. 12. 8.자 준비서면에 의하여 위 보험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게 되었는바, 원고가 이처럼 취소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제3자의 권리관계가 개입하게 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보험계약 취소의 의사표시가 상당한 기간이 도과된 상태에서 행사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
그러므로 원고는 영국해상보험법 제17조, 제18조에 의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 것인데,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하여 영국해상보험법 제17조, 제18조에서 정한 최대선의의무 및 고지의무를 위반함에 따라 이를 취소한다는 원고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2015. 12. 8.자 준비서면이 2015. 12. 10.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2015. 12. 10.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하여 원고에 대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본소 및 반소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고의영(재판장), 양환승, 최영은(주심)
 

2.서울고등법원 2017. 3. 16. 선고 2016나2065603 판결
[판결요지]

적재물을 적재한 상태의 화물차량이 선박에 선적되어 위 선박이 해상에서 이동하는 도중에 위 선박이 해상에서 침몰함에 따라 이 사건 적재물이 선박과 함께 침몰하여 발생한 사고에서, 육상운송과 해상운송의 위험은 본질적으로 다르고 통상적으로 해상운송이 육상운송보다 위험도가 높다고 할 것인데, 수탁화물만을 개별적으로 선박에 선적시킨 경우와 차량에 적재하여 차량 자체를 선박에 선적시킨 경우를 놓고 볼 때, 그 위험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는데, 수탁화물을 차량에 적재한 채로 그 차량 자체를 선박에 적재시켜 해상에서 운반하는 경우는 수탁화물만을 개별적으로 선박에 선적시킨 경우와는 달리 차량운송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이를 적재물배상책임보험계약의 담보대상이 되는 것으로 예정하였다고 볼 아무런 근거규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약관에서 보상하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는 ‘운송과정 중에 발생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판결전문]
서울고등법원
제16민사부
판결
사건 2016나2065603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항소인 D보험 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N서비스
제1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5. 5. 21. 선고 2015가합60774 판결
환송전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4. 21. 선고 2015나2030020 판결
환송판결 대법원 2016. 9. 23. 선고 2016다221023 판결
변론종결 2017. 3. 2.
판결선고 2017. 3. 16.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별지 제1항 기재 사고와 관련하여 별지 제2항 기재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1) 원고는 손해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화물운송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피고는 2014. 4.경 주식회사 I와 사이에 100kW급 에너지저장 계통연계형 시스템 1대 등 물품(이하 ‘이 사건 적재물’이라 한다)을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적재물의 운송과정에서 발생된 사고로 인하여 적재물에 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하여 원고와 사이에 2014. 4. 9. 적재물가액 4억 원, 1사고당 보상한도액 5억 원, 보험기간 2014. 4. 11.부터 2015. 4. 11.까지 등으로 하는 별지 제2항 기재와 같은 적재물배상책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사고의 발생
1) 피고는 이 사건 적재물을 제주도로 운송하기 위하여 2014. 4. 15. 서울 공세동에 있는 주식회사 I 사업장에서 이 사건 적재물을 인도받아 ○○이 운전하는 5톤 화물차량에 이를 적재시켜 인천항으로 이동한 후, 그 곳에서 제주도행 선박인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에 위 차량을 이 사건 적재물이 적재되어 있는 상태로 선적시켰다.
2) 세월호는 인천항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항해하던 중 2014. 4. 16.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리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침몰하였고, 위 화물차량에 적재되어 있던 이 사건 적재물 또한 멸실되는 별지 제1항 기재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3) 피고는 2014. 12. 10.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통보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을 청구하였는데, 원고는 그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다. 보험약관의 내용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적재물배상책임보험 보통약관 중 이 사건 사고와 관련 있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적재물배상책임보험 보통약관
 

Ⅲ. 화물자동차운송주선위험
제45조(가입대상)

이 제3장(화물자동차운송주선위험)의 가입대상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규정한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자 및 운송가맹사업자에 한합니다.
 

제46조(보상하는 손해)
회사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상의 보장지역 내에서 보험기간 중에 자기의 명의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개 또는 대리를 의뢰받은 수탁화물에 대하여 화주로부터 수탁받은 시점으로부터 수하인에게 인도하기까지의 운송과정(차량운송 및 화물운송 부수업무) 동안에 발생된 보험사고로 인하여 수탁화물에 대한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
 

제49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1. 계약자 및 피보험자의 고의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2. 전쟁, 혁명, 내란, 사변, 테러, 폭동, 소요, 노동쟁의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3. 지진, 분화, 홍수, 해일 또는 이와 비슷한 천재지변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4. 피보험자와 타인 간에 손해배상에 관한 약정이 있는 경우, 그 약정에 의하여 가중된 손해배상책임. 그러나 약정이 없었더라도 법률규정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부담하게 될 배상책임은 보상합니다.
5. 핵연료물질(사용된 연료를 포함합니다. 이하 같습니다) 또는 핵연료물질에 의하여 오염된 물질(원자핵 분열 생성물을 포함합니다)의 방사성, 폭발성 그 밖의 유해한 특성 또는 이들의 특성에 의한 사고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6. 제5호 이외의 방사선 조사 또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손해
7. 전자파, 전자장(EMF)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8. 통상적이거나 급격한 사고에 의한 것인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공해물질의 배출, 방출, 누출, 넘쳐흐름 또는 유출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및 오염제거비용
9. 수탁화물의 하자, 자연소모 또는 성질로 인한 발화, 폭발, 뜸, 곰팡이, 부패, 변색, 향기의 변질, 녹과 기타 이와 유사한 사고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10. 피보험자의 대리인이나 근로자 또는 그의 가족, 친족이 행하거나 가담한 도난이나 강도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11. 차량의 덮개(차량에 부착된 덮개를 포함합니다) 또는 화물의 포장불완전(해당 적재화물 자체의 포장불완전 및 적재화물의 결박 부적정 등을 포함)으로 생긴 손해 및 보장차량의 충돌이 수반되지 아니한 경우 수탁화물 간 충돌, 접촉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12.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2조(운행상의 안전기준)의 적재중량과 적재용량 기준을 초과하여 적재함으로써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단, 차량높이 기준은 도로법 시행령 제55조(차량의 운행제한) 제2항 기준을 적용함). 다만, 도로교통법 제39조(승차 또는 적재의 방법과 제한)에 의해 출발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은 때와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사고의 원인이 초과적재가 아님을 입증할 때에는 실제 적재중량에 대한 적재중량 또는 실제 적재용량에 대한 적재용량의 비율로 그 손해를 보상합니다.
13. 보장차량의 충돌이 수반되지 아니한 경우 냉동냉장 장치 또는 설비의 고장이나 전기공급의 중단에 의한 온도변화로 수탁화물에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14. 국가나 공공기관에 의한 수탁화물의 징발, 몰수, 압류, 파괴 또는 국유화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15. 분실, 감량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16. 기계류, 전자기기류 또는 이와 유사한 재물의 해체 또는 설치 중에 생긴 손해
17. 수탁물이 수하인에게 인도된 후 14일을 초과하여 발견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18. 이사화물과 관련한 배상책임
19. 피보험자가 자기소유의 화물자동차로 차량운송 중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20. 피보험자가 소유 또는 관리하는 창고(모든 보관시설을 포함합니다)에 보관 중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용어의 정의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보험계약은 약관 규정상 피보험자가 차량운송 및 화물운송부수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만을 담보하는데, 이 사건 사고는 차량운송 및 화물운송부수업무를 벗어난 해상운송 중 발생한 것으로서 그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손해가 아니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이 사건 적재물의 화주는 4·16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 배상법’이라 한다)에 따라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았고 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2) 피고의 주장
가) 이 사건 보험계약은 운송인 등이 운송과정 중 우연한 사고로 화주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내용의 책임보험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상 면책약관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하여 담보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차량을 선박에 선적시켜 이동하는 중에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손해는 담보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 등 보험상품의 내용 및 담보대상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사고로 피해를 입은 화주들이 세월호 배상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고의 화주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종국적으로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의 존부에 영향이 없다.
 

나. 판단
1)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하여 담보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원고의 적재물배상책임보험 보통약관(이하 ‘이 사건 약관’이라 한다) 제46조가 ‘피보험자의 수탁화물이 화주로부터 수탁받은 시점으로부터 수하인에게 인도하기까지의 운송과정(차량운송 및 화물운송 부수업무) 동안에 발생된 보험사고로 인하여 수탁화물에 대한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기 위해서는 위 약관상의 보험금 지급대상이 되는 운송과정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적재물이 멸실되는 등으로 피고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적재물을 적재한 상태의 화물차량이 선박에 선적되어 위 선박이 해상에서 이동하는 도중에 위 선박이 해상에서 침몰함에 따라 이 사건 적재물이 선박과 함께 침몰하여 발생한 사고인데,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약관에서 보상하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는 ‘운송과정 중에 발생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약관에 의하면, 그 가입대상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화물자동차법‘이라 한다)에서 규정한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자 및 운송가맹사업자로 한정되어 있고(제45조), 용어의 정의 규정에서는 보상하는 손해 규정의 ‘법률상의 배상책임’에 대하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의 손해배상책임에 따른 배상금을 말합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화물자동차법은 제7조에서 화물의 멸실·훼손 또는 인도의 지연으로 발생한 운송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상법 제135조의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준용하고 있는데, 상법은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상법 제135조와는 별도로 ‘해상편’에 그 근거규정을 따로 두고 있음에도 화물자동차법은 상법상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 않다.

② 이 사건 약관상 보상하는 손해는 ‘운송과정 동안에 발생된 보험사고’로 규정하고 있고, 운송과정에 관하여는 ‘차량운송 및 화물운송부수업무’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제46조), 차량운송 및 화물운송부수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위 약관의 담보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차량운송’이란 차량을 동력수단으로 사용하는 운송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차량이 선박이나 비행기에 선적되어 선박이나 비행기를 동력수단으로 하여 이동되는 경우에는 차량을 동력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차량운송이라고 할 수 없다.

③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 가입대상자의 사업 기반이 되는 화물자동차운송업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여 유상으로 화물자동차를 사용하는 운송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것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운송의 목적으로 수탁받은 화물을 화물자동차로 운송하는 동안에 발생된 보험사고를 담보하는 것인데, 수탁화물을 차량에 적재한 채로 그 차량 자체를 선박에 적재시켜 해상에서 운반하는 것은, 위 약관 정의규정에서 ‘화물운송부수업무’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는 ‘수탁화물의 반입, 반출, 환적 및 기계를 이용한 상·하차 등 통상의 운송과정 중에 발생하는 차량운송과 관련된 부수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④ 나아가 육상운송과 해상운송의 위험은 본질적으로 다르고 통상적으로 해상운송이 육상운송보다 위험도가 높다고 할 것인데, 수탁화물만을 개별적으로 선박에 선적시킨 경우와 차량에 적재하여 차량 자체를 선박에 선적시킨 경우를 놓고 볼 때, 그 위험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는데, 수탁화물을 차량에 적재한 채로 그 차량 자체를 선박에 적재시켜 해상에서 운반하는 경우는 수탁화물만을 개별적으로 선박에 선적시킨 경우와는 달리 차량운송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이를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대상이 되는 것으로 예정하였다고 볼 아무런 근거규정이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운송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볼 수 없다.
2) 원고가 이 사건 약관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가) 일반적으로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사람은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으므로, 만약 그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그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그 약관조항은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28808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화물운송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인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약관 제45조에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가입대상을 화물자동차법에서 규정한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자 및 운송가맹사업자로 한정하고, 제46조에서는 보상하는 손해에 관하여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상의 보장지역 내에서 보험기간 중에 자기의 명의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개 또는 대리를 의뢰받은 수탁화물에 대하여 화주로부터 수탁받은 시점으로부터 수하인에게 인도하기까지의 운송과정(차량운송 및 화물운송부수업무) 동안에 발생한 보험사고로 인하여 수탁화물에 대한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약관에 따라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한편 화물자동차법은 제35조, 제70조에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화물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운송사업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화물을 취급하는 운송주선사업자, 운송가맹사업자는 같은 법 제7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하여 적재물배상 책임보험 또는 공제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이를 가입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화물자동차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화물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운송사업자나 특정 화물을 취급하는 운송주선사업자 등이 반드시 가입하여야 하는 의무보험으로서, 보험계약자인 피고로서는 보험금 지급대상이 되는 보험사고가 ‘차량운송 및 화물운송부수업무’가 이루어지는 육상운송 과정 동안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한정되고 수탁화물을 적재한 차량이 선박에 선적되어 선박을 동력수단으로 해상구간을 이동하는 경우에는 제외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 약관 중 보상하는 손해에 관한 규정은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손해라 볼 수 없고, 이 사건 약관 중 보상하는 손해에 관한 규정은 원고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라 할 수 없어 그에 관한 원고의 설명의무 위반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당사자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다.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 그 확인의 이익도 있다고 인정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이다. 제1심 판결은 그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시철(재판장), 김관용, 임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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