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북항 안에서 항로 진입선박이 항로 항행선박의 진로를 피하지 아니하여 충돌

한국빅데이터학회 박주석 회장(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빅데이터학회 박주석 회장(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 충돌사건은 부산북항 안에서 A호가 항로에 진입하면서 경계소홀로 항로를 따라 항행 중이던 B호의 진로를 피하지 아니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되고, B호가 조기에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지 아니한 것이 일부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
 

<사고 내용>
ㅇ 사고일시 : 2009. 6. 22. 06:19경
ㅇ 사고장소 : 부산항 제1항로 제3번 부표 부근 해상
 

<사고 개요>
A호는 2009. 6. 22. 06:10경 부산북항 동명부두를 출항하면서 VTS센터에 출항보고를 하였고, 같은 날 06:13경 부산항 제1항로를 따라 출항 중이던 B호를 육안으로 초인하고 VHF로 호출하였으나 응답이 없었다. A호는 이후 같은 날 06:14경 [그림 1]과 같이 부산항 제1항로에 거의 직각으로 진입하고자 접근하던 중 VTS센터 관제사로부터 감만컨테이너부두에 접안하기 위해 제1항로를 따라 입항 중이던 컨테이너선 C호와 제1항로 밖 오른쪽을 따라 입항 중이던 예인선 D호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이들 선박과 VHF교신을 하여 충돌을 피하고자 좌현으로 변침하였다. A호는 같은 날 06:17경 컨테이너선 C호를 통과하자 상대선박 B호의 동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1항로에 진입하기 위해 재차 우현으로 변침하였고, 변침 직후 상대선박 B호가 VHF로 호출해서야 상대선박 B호를 인지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극좌 전타하였다. 그러나 A호는 선수방위가 약 100도일 때인 같은 날 06:19경 부산항 제1항로 제3번 부표 부근인 북위 35도 05분 24초·동경 129도 05분 27초 해상에서 자선의 우현 선미와 B호의 좌현 선미가 선수미선 교각 약 27도의 각을 이루며 충돌하였다.
 

 
 

한편 B호는 같은 날 05:50경 부산북항 제7부두 제71선석을 공선상태로 출항하여 입거를 위해 감천항 강남조선소로 향하였고, 점차 증속하여 같은 날 06:11경 내항방파제를 통과하기 이전에 벌써 주기관을 항내 전속전진으로 사용하여 속력이 11.2∼12.1노트이었다. B호는 내항방파제를 통과하면서 침로 125도로 정침한 후 12.1∼12.5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하였다. B호는 같은 날 06:14경 상대선박 A호와 입항 중이던 C호 및 D호 사이의 VHF 교신내용을 청취하여 상대선박 A호가 제1항로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B호는 회사 공무감독과 선내 위성전화를 사용하여 강남조선소의 도착예정시간 및 입거 등에 대해 통화하고, 전방경계에 치중하느라 같은 날 06:16경 제1항로에 진입하고 있던 A호를 육안으로 발견하였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침로와 속력을 유지한 채 항해하였다.

B호는 같은 날 16:17:41경 지근거리에 있는 상대선박 A호를 VHF로 호출하여 [표 1]과 같이 A호에게 자선의 진로를 방해하지 말라고 의사표시를 하며 그대로 침로와 속력을 유지한 채 항해하다가 충돌 직전에 충돌을 피하기 위해 타를 우현 10도로 사용하여 변침하고자 하였으나 타효가 생기기도 전에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A호와 충돌하였다.
사고 당시 해역은 흐린 날씨에 시정이 약 3마일이었고, 남서풍이 초속 약 3∼5미터로 불었으며, 해상상태는 잔잔하였다. 이 사고로 A호는 선미 우현외판이 굴곡되었고, B호는 선미 좌현외판이 굴곡되고 현문(Gangway)이 파손되었다.
 

○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은 부산항의 항계안 또는 부근에서 선박교통의 안전을 확보하고 해상교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개항질서법」2)의 규정에 의한 정박구역, 항로, 항법 및 속력제한 등과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을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에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 제6조(속력제한) 및 [별표 3]에 따라 부산 북내항에서 총톤수 500톤 미만 여객선을 제외한 모든 선박은 속력 8노트 이하로 항해하여야 하고, 부산 북외항에서 총톤수 1,000톤 이상 선박은 속력 7노트 이하로 항해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오륙도 및 조도 인근 협수로에서 모든 통과선박은 속력 8노트 이하로 항해하여야 한다.

 
<사고발생 원인>
1)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부산북항 안에서 제7부두 제71선석을 떠나 부산항 제1항로에 진입하여 항로를 따라 항행하고 있던 출항선 B호와 동명부두를 떠나 제1항로로 진입하려고 접근하고 있던 출항선 A호 상호간에 발생하였으므로 「개항질서법」제13조(항법)제1항3)이 적용된다. 따라서 항로 밖에서 항로로 들어오는 A호가 항로를 따라 항행하는 B호의 진로를 피하여 항행하여야 한다.
 

2) A호의 운항 상황
A호는 동명부두를 떠나 대산항으로 향하기 위해 부산항 제1항로에 진입하면서 충돌 6분 전 우현 정횡 약 1마일 떨어진 거리에서 부산항 제1항로를 따라 출항 중이던 B호를 레이더 및 육안에 의해 초인하였다. 그리고 A호는 제1항로에 진입하는 선박으로서 제1항로를 따라 항행하는 선박의 진로를 피하여야 한다. 그러나 A호는 B호와의 거리 및 방위변화 등에 대한 체계적인 경계를 소홀히 하여 B호가 12.1∼12.5노트의 속력으로 항행 중인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B호를 추월할 의도로 증속하여 제1항로로 진입하고자 하였고, 특히 제1항로를 따라 입항하고 있던 컨테이너선 C호와 제1항로 밖 오른쪽을 따라 입항하고 있던 예인선 D호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신경을 쓰느라 B호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였다. 그 결과 A호는 충돌 약 1분 전 B호가 VHF로 호출하였을 때까지 자선이 제1항로에서 B호를 추월하여 항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채 증속하며 제1항로에 진입하였고, 지근거리에 있는 상대선박 B호를 인지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극좌전타하였으나 상대선과의 충돌은 피하지 못하였다.
또한 A호는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부산북항의 항계 안에서는 8노트 이하의 속력으로 항해하여야 하나, 증속할 경우 제1항로에서 B호보다 앞서 항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속력을 9.1∼9.7노트까지 증가하여 제1항로에 진입하며 부산항 안에서의 속력제한 규정을 위반하였다.
 

3) B호의 운항상황
B호는 정기검사를 받기 위해 감천항 강남조선소에 입거가 예정된 상태에서 부산북항 제7부두 제71선석을 출항할 당시 평상시보다 흘수가 낮은 공선상태를 유지하였으며, 입거시간이 촉박하여 조기에 증속을 하였다. 그 결과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부산북항 항계 안에서는 8노트 이하의 속력을 유지하여야 함에도, 내항방파제를 통과하기 이전에 벌써 주기관을 항내 전속전진으로 사용하여 속력이 11.2∼12.1노트에 달하였고, 제1항로에서 침로 125도로 정침한 후 12.1∼12.5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하며 부산항 안에서 속력제한 규정을 위반하였다.

또한 당시 시계가 양호하였으므로 레이더와 육안에 의해 주위 선박들의 동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부산북항 안에서는 선박의 통항이 많아 경계를 철저히 수행하여야 한다. B호는 충돌 5분 전에 상대선박 A호와 부산북항에 입항 중이던 선박들과의 VHF 교신내용을 청취하여 A호가 항로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B호는 선수 쪽 전방경계에만 치중하였고, 충돌 3분 전에 항로에 진입하고 있던 A호를 육안으로 발견하으며, 당시 A호와 충돌의 위험이 존재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항행하였다. 특히 B호는 충돌 약 1분 전(06:17:41경) 지근거리에 있는 A호를 VHF로 호출하여 진로를 피하도록 장황하게 의사표시를 하면서도 자선의 침로와 속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항행하였고, 충돌 직전에 타를 우현 10도로 사용하여 변침하고자 하였으나 그 시기가 늦어 타효가 생기기도 전에 A호와 충돌하였다. 즉 비록 B호는 항로를 항행 중인 선박으로서 항로에 진입하는 선박 A호에 대하여 유지선의 지위에 있었다. 그러나 B호는 이건 충돌사고와 같이 A호가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하지 아니한다고 판단될 경우 실행가능한 한 사전에 A호에게 진로를 피하도록 하고, A호의 동작만으로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당시 주변 여건상 실행 가능하였던 자선의 속력을 낮추거나 침로를 우현으로 변침하는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협력동작을 취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4) VTS관제사의 관제업무에 관한 검토
VTS센터 관제사는 「부산지방해양항만청 해상교통관제운영규정」4)에 따라 관제구역 내에서 이동하는 선박에 대한 관제상황에 따라 관찰확인(1단계), 정보제공(2단계), 조언·권고(3단계) 및 지시(4단계) 등의 절차로 관제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이 A호와 B호 충돌사건에서 관제사가 이 규정에 따라 기여한 부분에 대해 살펴보면, 관제사는 양 선박이 출항보고를 하자 이를 인지하여 동정을 살폈으며, A호가 출항한 후 제1항로로 진입하면서 충돌 6분 전 B호를 VHF로 호출하자 A호가 B호를 인지하였다고 판단하였고, A호와 입항 중이던 C호 및 D호 사이에 충돌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A호에게 C호 및 D호의 정보를 제공하였다. 즉 관제사는 부산북항 안에서 항로를 따라 입출항하는 선박들과 항로에 진입하는 선박 사이에 충돌의 위험이 존재할 수 있고, 이 상황에서 해당 선박들이 서로 인지하고 있다면 관제상황 1단계 관찰확인 및 2단계 정보제공으로서 책무에 충실하였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건 충돌사고에서 부산북항 안에서 항행 중이던 A호와 B호는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의 속력제한 규정에 따라 8노트 이하의 속력으로 항행하여야 했으나 이를 준수하지 않았고, 당시 부산항 제1항로를 따라 입항 중이던 컨테이너선 C호도 이 속력제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관제사는 이들 선박이 속력제한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속력을 낮추어 항행하도록 권고 또는 지시를 하지 아니한 것은 아쉬운 점이 있다.
 

<시사점>
○초단파무선전화(VHF) 교신 시 자선의 의사는 간명하게 표시하자.
선박의 입출항이 잦은 무역항의 수상구역등에서는 선박 사이나 선박과 VTS센터 사이에 VHF의 교신이 많으며 선박의 안전항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VHF 교신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할 경우 규정된 항법에 따라 조기에 피항조치를 취할 시기를 놓치며 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충돌사건에서 B호는 충돌 약 1분 전에 A호와의 충돌 위험상황에서 VHF 교신을 통해 A호에게 자선의 진로를 피하도록 의사표시를 하면서 피항협력동작을 취할 시기를 놓쳤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선박에서 VHF 교신은 자선의 의사를 간략하고 명확하게 표시하여야 하며, 영어로 통화할 때에는 IMO표준해사통신영어를 사용하여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도록 하여야 한다.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상 속력제한 등의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자.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는 부산항의 수상구역등에서 선박교통의 안전을 확보하고 해상교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속력제한 규정을 두고 구역별 최고 항행속력을 정하여 고시하였으나, 부산항을 입출항하는 대부분의 선박이 이를 준수하지 아니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선장 및 항해사는 속력제한 규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도선사에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부산항의 속력제한 등을 포함한 제반 규정은 부산항에 입출항하는 모든 선박의 선장 및 항해사가 이를 알고 준수할 수 있도록 관련 해도에 “부산항에 입출항하는 선박들은「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및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할 것” 등을 표시하고, 또한 선장 및 항해사들이 반드시 숙독하는 「Guide to Port Entry」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VTS센터 관제사는 부산항을 입출항하는 선박이 속력제한 규정 등을 준수할 수 있도록 권고 또는 지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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