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평균연령 ‘55세’…수급 안정화 방안 시급”

 
 

4월 13일 김동철·황주홍 의원 주최, 産·學·政 60여명 참석
신규진입장벽 완화·정년제 폐지·민사책임제한 도입 등 논의


현재 도선사의 평균 연령이 55.5세로 점차 고령화되면서 국내 도선사의 수급 안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도선사의 신규 진입장벽 완화와 정년제 폐지 등의 문제가 업계의 주요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4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항만안전 확보를 위한 도선제도 개선방안’ 국회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김동철·황주홍 국회의원(국민의당)이 주최하고,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가 주관,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해법학회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에는 해양수산부, 국회의원, 도선사, 선주 등 산학정(産學政) 해운 관계자 60여명이 참석했다.

김동철 의원은 개회사에서 “현재 도선사 평균연령은 55세로 과거보다 10년이 높아졌고, 도선사가 되어 일할 만 하면 퇴직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숙련된 도선사 자리를 경험이 부족한 신규 도선사들로 채우면 항만안전의 저해 우려가 있다”고 밝히며 도선사 정년제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는 지상원 한국해양대 교수가 ‘항만안전 확보를 위한 고급해기사 및 도선사 수급방안’을,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도선사 민사책임 제한 도입 필요성’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홍래형 해양수산부 항만운영과장,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박영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양희준 부산항도선사회 회장,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이사가 토론을 벌였다.

 
 

도선사 진입규제 완화 필요하다”

선박 6,000톤→3,000톤, 선장경력 5년→2년으로 개정해야

지상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도선사의 진입규제를 완화하여 수요자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연령층의 도선사들이 분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우리나라의 도선사 면허 응시자격은 1급 항해사 면허 소지 6,000톤 이상 선박의 선장으로서 5년 이상 승무한 경력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진입장벽으로 시급히 완화해야 장래의 수급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지 교수의 주장이다.

지 교수에 따르면, 도선법 개정을 통해 총톤수 3,000톤 이상 선박의 선장경력 2년으로 진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IMO의 STCW 협약에서 선박의 크기를 구분하는 최대 선박은 총톤수 3,000톤 이상 선박이며, 외국 도선사 응시자격을 비교해도 선박의 크기에서 총톤수 6,000톤 넘는 선박에서의 경력을 요구하는 나라는 없다. 현행 총톤수 6,000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진입장벽 강화 측면 이외에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행 선장경력 5년 요구는 우수 선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해양계 대학 졸업생들은 졸업 후 최초 선장 진입 시까지 최소 10년, 통상 14년 정도 기간이 소요되며, 선장경력 5년을 위해서는 최소 7년, 통상 10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지 교수는 “도선사가 되기 위한 선장경력 5년을 요구해서는 20대 초반의 항해사에게 도선사로 가는 징검다리로서의 선장직에 대한 근무 자체를 포기할 수 있게 한다”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도선사의 승선경력은 직책을 가리지 않고 2년부터 6년까지”라고 설명했다.

“도선사 현행 정년제도 폐지해야”

정년 65세 조항 삭제, 면허 유효기간 68세말까지

지 교수는 이와 함께 도선사의 현행 정년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도선법을 개정하여 도선사의 정년 65세 조항을 삭제하고, 도선사 면허의 유효기간을 68세 말까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개정된 도선법은 도선사 면허를 4개 급수로 구분해 면허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 정년을 65세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지 교수는 도선사의 현행 정년제도를 폐지하고 도선기술이 완숙기에 달한 도선사를 항만안전 향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면허의 신규발급이나 갱신시 유효기간을 68세가 끝나는 시점까지 한정하여 발급한다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숙련 도선사의 퇴직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신규 도선사의 평균연령은 2007년 48.4세에서 2016년 평균 55.5세로 10년간 7.1세가 증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이다. 지 교수는 “현행 체제 유지 시에는 개선의 여지가 없고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숙련도선사 확보가 매우 어렵다”면서 “신규 도선사의 평균 나이로 볼 때 최고의 기량을 갖출 수 있는 완숙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현행 정년제도에 의해 도선업무를 그만두어야 하므로, 유능한 기술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연도별 도선사의 퇴직 예정자 현황을 보면, 2017년 16명, 2020년 33명, 2021년 28명, 2022년 30명, 2023년 29명, 2024년 26명이다. 특히 2020년-2024년에 퇴직자가 집중되어 심각한 수급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 교수는 “이전 10년간 연평균 퇴직자는 9.3명이나 향후 10년간 연평균 퇴직자 22명이 발생한다”면서 “정년 3년 연장효과 발생 시 수급 어려움의 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년 3년 연장이 가능해져도 고령화에 대한 안전저해 우려 근거는 없다고 보았다. 지 교수는 과거 10년간(2004-2014) 124만 5,000여건의 도선에 44건의 사고가 발생한 사례를 들며, “10만건 도선에 사고 발생확률은 3.5건이다. 65세 이하의 사고확률은 0.000034, 65세 초과자 사고확률은 0.000048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령 증가에 따른 신체적 노화진행에 연관된 안전저하 우려는 매년 단위의 엄격한 신체검사가 도입되어 있고, 야간근로 등과 같은 근무시간이나 과중한 업무 부담 배려 등으로 해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의료법에 의해 면허를 받아 업무를 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의 경우 법정정년은 도입되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의한 각종 운전면허와 식품위생법상 조리사 면허도 마찬가지다. 또한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은 도선사의 정년제도를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선사 민사책임제한 도입 필요”

과도한 민사 손해배상 노출, 도선사 책임보험 가입해야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현재 도선사들이 민사책임에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에 노출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도선사의 민사책임제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도선사의 지위는 개인 사업자이지만 도선 시에는 선박소유자의 일시적 피용자이다. 도선사는 선박소유자에 대한 대내적인 책임과, 제3자에 대한 대외적인 책임으로 나뉜다. 대내적인 책임(도선사-선박소유자)은 약관에 의한 규율로, 예를 들어 도선사의 과실로 인한 선저 손상으로 선박소유자의 수리비가 발생하는 경우다. 도선사의 책임은 도선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부담으로 선박소유자는 직접 도선사에게 청구하며, 도선사는 약관을 근거로 당해 도선료만큼만 책임을 부담한다. 고의 혹은 중과실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강제도선구역에서는 약정이 없기 때문에 적용이 없다는 판결이 있다. 또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하면 적용에서 제외된다.

대외적인 책임(도선사-제3자)으로는 특별규정이 없고 민법, 상법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부두손상시 부두소유자의 손해배상이나 선박충돌시 상대방 소유자의 손해이다. 도선사는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여, 선박소유자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 이 때 상법상 책임제한 주장이 가능하나, 2만톤의 경우 40억원에 달하는 등 매우 고액이라 할 수 있다. 도선사가 제한 없는 책임에 노출된다는 것이 문제다.

김 교수는 “민사책임이 판례상 인정되어 감내하기 어려운 높은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2009년 울산항 사고에서 도선사는 1억 7,000만원의 배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소유자 및 운송인은 책임제한이 가능함에도 운임의 일부만을 획득하는 도선사에게 전액배상에 가까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후 “영국, 싱가포르, 프랑스, 베트남 등 선진 해운국은 도선사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선사의 민사책임제한을 도입할 뿐 아니라 도선사도 책임보험에 가입하여 사고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도선법 제36조의 2(도선사의 책임제한)에 ‘도선 중이었던 선박의 도선료의 O배(1안), OOO원(2안)으로 제한된다’는 내용을 신설해야 한다. 책임제한 금액은 도선사협회와 이용자인 선주협회 등과 도선료, 보험료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도선료의 5-10배로 정하거나, 금액으로 500만원 내지 1,000만원 등으로 협의해 정할 수 있다. 또한 도선법 제36조 3(책임보험의 가입)을 신설하여, ‘도선사는 제36조의 2에서 정한 금액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김 교수는 “도선사도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의 필요성이 있다”면서 “책임보험에 가입하여 피해자는 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가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도선사의 민사책임제한의 기대효과로는 △분쟁 회피로 인한 정신적인 안정감 확보 가능 △책임보험 강제화에 따른 효과적인 피해보상 △피해자의 효과적인 보호 △국제경쟁력의 확보 가능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장점만 추가됨 등이 있다.

 

 
 

해수부 “정년폐지는 고령화 사고 우려로 시기상조”

종합토론의 참여자들은 도선사의 정년폐지와 진입장벽 완화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홍래형 해수부 항만운영과장은 “도선사 정년퇴직의 일시증가 등 도선사 수급에 대한 우려가 있고 신규 도선사의 진입연령이 올라가고 있어 기본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에 정부도 공감한다”면서도 “정년 폐지는 아직 고령화로 인한 사고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어렵다. 도선사는 수 제한과 규제를 통한 독점적 지위 인정과 개인사업자 측면의 2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권희 해기사협회 회장은 “완숙한 도선사의 정년연장과 진입장벽의 완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나이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정년 보다 면허갱신과 실제 도선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검증시스템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선사 민사책임제한 도입과 관련해서는 “도선사의 책임이 가중될수록 자기 안전장치를 위한 보험 등 코스트가 발생하고 이는 결국 선주와 오퍼레이터에게 전가된다”면서 “책임제한을 도입해 편안한고 안전한 도선 서비스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도선사도 하나의 자격증이므로 정년은 폐지하고 갱신제도에서 검증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도선사 면허기준인 총톤수 6,000톤 이상은 합리적 이유가 아니라 도선사 수를 조절하기 위한 목적 같다. 국제기준을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년문제 외 젊은 인력 유입대책 마련해야”

양희준 부산항도선사회장은 “2008년 이전 도선사 면허는 68세까지, 2008년 이후 면허는 65세까지로 정년이 이원화되어 있어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젊고 유능하고 숙련된 도선사를 확보하도록 도선사의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는 밝혔다. 그는 “현재 선박 대형화 추세이므로 선박크기는 6,000톤을 유지하되 5년 선장경력을 3년으로 내리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으며 “얼마 전 실제 부산에서 도선사고가 났다. 도선료는 35만원이었는데 화주가 도선사에게 청구한 구상권은 6,000만원이었다. 도선사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도선사 연령이 고령화되고 있으므로 단순히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 뿐 아니라 젊은 인력의 유입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10-20년의 지속적인 도선 서비스를 위해서는 응시연령에 제한을 두고 60세 합격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선사 제도의 보호와 동시에 최상의 서비스 도출을 위한 자정능력과 견제가 요구된다고도 했다.

조 상무는 “일부 선사들은 도선 서비스에 대해 계획서 미비, 파일럿 스테이션 위반, 장비 미사용, 브릿지 팀웍 미비 등의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도선사고 발생 시 숙려제도가 있으나 업무정지에 포함되는 식으로 원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일본도선법에는 자정능력제도로 면허취소 조항도 있다”고 부연했다. 도선사 민사책임제한 도입에 대해서는 “도선사 책임 액수를 한정할 경우 서비스품질 및 안전·책임의식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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