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바다의 날’기념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선상 세미나-


 

 
 

크루즈 페리’와 오사카, 교토, 나라
역사와 문화 만나다

5월 16-20일 5일간 174명 부산-오사카간 ‘팬스타 드림호’ 승선 이동
 

제 22회 ‘바다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한국해사문제연구소의 선상세미나 및 해외문화 체험이 5월 16-20일 5일간 진행됐다. 팬스타라인닷컴의 ‘팬스타 드림호’를 타고 일본 오사카와 교토, 나라 역사와 문화체험, 항만시찰을 떠난 해사문제연구소의 선상세미나에는 고려해운항공, 동신선박, 두양리미티드, 해양과학기술원, 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바다사랑회 등 해사산업계 관계자 및 가족 등 총 174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선상세미나 참여일행(이하 일행)의 여정은 첫날, 부산 북항에 위치한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집결해 19시간의 항해를 거쳐 오사카항에 도착한 뒤 둘째날, 오사카의 대표 유적지인 오사카성과 인기명소 도톤보리에서 오사카의 역사와 문화를 둘러보고 셋째날,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에서 금각사, 천룡사, 청수사, 아라시야마 등을 둘러본 다음 넷째날은, 나라시(동대사, 사슴공원)를 들러서 오후 늦게 다시 팬스타 드림호에 승선, 이튿날 정오 부산 북항 여객부두에 도착하는 4박 5일 일정이었다. 이번 세미나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고 장시간 페리선으로 오가는 여행어서 지루함과 안전이 은근히 염려됐다. 그러나 그 많은 인원이 별탈 없이 안전하게 페리선을 경험하고 항만도시 오사카를 비롯한 인근 역사 도시들을 둘러본 유익한 일정이었다.
 

오사카여행은 수년전 항공기를 이용해 꽉찬 3일 일정으로 다녀온 바 있다. 그래서 KTX와 배를 타고 이동하기 위한 시간만 꼬박 이틀이 걸리는 부산-오사카간 페리투어가 사실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서 한참을 망설였다. 항공기 이용에 비해 너무 긴 시간이 이동에 소요되다보니 바쁜 일상의 경제활동인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고민을 할 것 같다.

그러나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오사카와 교토가 가지고 있는 여행지의 매력과 더불어 이번 오사카 선상여행에 기자를 이끈 것은 일행이 승선한 ‘팬스타 드림호’가 페리선에 크루즈 개념을 도입한 국적 카페리선사라는 점이었다. 한중일 간에 여러 카페리선과 크루즈선을 승선한 경험이 있기에 ‘크루즈 페리’를 지향하는 팬스타라인닷컴의 오사카 카페리 서비스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선상세미나 일행은 여정의 첫날인 5월 16일 오후 1시 부산 북항 재개발지에 신축된 국제여객터미널 3층에서 집결했다. 이날 오사카행 페리에는 우리 일행외에도 부산시에 소재한 삼정고등학교 학생 수학여행단도 함께 승선했다. 세월호 사고이후 처음 재개되는 페리를 이용한 수학여행단이라고 한다.
 

 
 

신축 국제여객터미널 환경 쾌적 공항 같은 시설
새로 지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넓고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출국수속을 마친 일행은 긴 실내공간으로 마련된 통로를 거쳐 램프를 통해 ‘팬스타 드림호’에 승선했다. 수속에서 페리에 승선하기까지 터미널 환경이 잘 정비된 공항시설 같다. 터미널 야드에는 페리선에 선적을 앞둔 눈에 익은 선사명이 새겨진 컨테이너들이 야적돼 있었고 팬스타 드림호 외에도 부관훼리 ‘성희호’와 대아고속해운의 ‘오션 플라워 2’가 접안해 있었다.

팬스타 드림호는 3시30분경 여객 355명과 컨테이너화물 100teu를 싣고 출항해 4시경에는 벌써 부산항을 빠져 나갔다. 낮 출항에다 날씨까지 쾌청해 부산 북항의 컨터미널, 수리부두, 재개발지, 조선소, 동삼동지역, 해양대학교 등 부산북항과 주변 이모저모를 한눈에 구경할 수 있었다.   

승선이후 4시경 일행은 로비층에서 이번 선상세미나의 취지인 일본항만 시찰과 문화탐방에 대한 간략한 세미나(고대 한일간 해상교통로와 한일교류-강영민 해사문제연구소 전무)와 참가자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 기자는 19시간의 긴 항해를 책임진 선장을 만나기 위해 팬스타 드림호의 브릿지를 방문했다. 이 배의 항행은 2명의 선장이 관장하는데, 세미나당일 선장은 송형준씨였다. 말쑥한 차림의 송형준 선장(우측사진)은 기자와 또다른 방문객 너댓명에게 팬스타 드림호에 대한 일반적인 개황과 항해장비, 선원들을 소개했다.
 

25노트로 부산-오사카간 19시간 운행,
日 세토내해 협수로 통항

팬스타 드림호는 부산항과 오사카항 구간을 주 3회 운항하고 있으며 항해속도는 25노트(시속 40km정도)로 빠른 편이다. 긴 시간 일본의 내해(세토)를 거쳐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 드림호는 긴 여정에 크고작은 많은 상선과 어선들과 함께 항행을 하게 된다. 따라서 안전운항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송 선장은 말했다. 특히 팬스타가 세토내해를 항행하는 다른 선박에 비해 운행속도가 빨라 편도 운행에 100여척의 선박을 추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승선여행에서는 일본내해의 협수로에서 앞서 있던 여러 선박이 어느순간 뒤처져 멀어지는 광경을 계속 목격할 수 있었다. 팬스타 드림호는 일본내해 운항중 협수로 구간에서는 8시간 정도 선장이 직접 도선을 하고 있다. 선장외에도 브릿지에는 사관과 부원이 2인 1조 3인 1조를 구성해 근무하고 있으며, 선장의 경우 주 5일 근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배에는 2명의 선장과 1등 항해사 2명, 2등 항해사 2명, 조타수, 실습 항해사를 비롯해 기관, 조리, 안내, 공연 등 각분야의 선원 65명이 승선하고 있다.

 

 
 

오션폴리텍과정이 배출한 해기인력, 송형준 선장
송형준 선장은 2002년 오션폴리텍 과정을 통해 해기사가 된 일반대학교 출신의 15년 경력 해기인력이었다. 그는 3등 항해사로 해운업계에 입문해 그동안 케미칼선과 여객선 등을 승선했으며 국내 최초로 설립됐던 크루즈선사 ‘하모니 크루즈’에 승선했었지만 회사의 폐업으로 해수부 소속 선박검사관으로 전업했다가 다시 배를 타게 된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젊은 40대 선장이다. 그는 선원직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건 등에 의해 선원직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더 악화된 측면이 있는데, 외부의 시선처럼 선박이 위험하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팬스타 드림호에는 우리나라 선원은 물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선원이 승선하고 있다. 크루즈선박에 승선한 경험이 있는 송 선장은 크루즈선의 경우 18개국에 달하는 다국적 선원의 혼승도 경험했다며 국적선박의 다국적 선원의 추세에 대해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최근 안전이 또다시 핫이슈가 됐다. 승객의 입장에서 안전항해는 제일 중요한 일이기에 팬스타 드림호의 안전관리가 궁금했다. 한일 카페리선박의 경우 3개월에 한번 선박검사를 일본에서 PSC 검사를 받고 국내항에서는 FSC심사를 받는다. 1년에 한번씩 드라이도크에서 점검과 수리를 한다. 팬스타 드림호도 일행이 세미나를 출발하기 1주일전 안전점검과 수리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해도, 즉 선박의 네비게이션을 일주일마다 업데이트하는 것도 안전을 위한 필수사항으로 선장은 이를 강조해 설명했다. 그밖에도 매주 소화와 퇴선 등 안전훈련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KT돔 안테나 설치로 24시간 인터넷 환경,
스마트선박앱 위치와 비상탈출경로 제시, 이벤트 안내 등 

팬스타 드림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서비스 구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선내 인터넷 환경이 24시간 가능하며 스마트선박앱을 통해 선내시설에 대한 안내와 이벤트와 비상시 안전한 대비를 위해 자기위치 파악과 대피로 안내 등이 구현된다고 홍보된 바있다. 이를 확인하는 것도 이번 선상 여행의 한 이유였다.

실제 팬스타 드림호에는 KT의 큰 돔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 한국 연해에서 KT 와이파이가 서비스되고 일본내해에서는 Docomo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선원은 물론 여행객들도 이용할 수 있는데, 와이파이존은 카페와 크루즈 존의 라운지 등 공용구간에 한정돼 있지만 해외여행을 위한 이동중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며칠 집을 비우게 된 주부 입장에서 집에 있는 아이들과 언제든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실시간으로 국내뉴스를 접할 수 있어서 19시간의 항행시간이 생각처럼 지루하지 않았다. 스마트선박앱은 비상시 자신의 위치에서 탈출경로를 가이드하고 선내시설과 이벤트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면에서 스마트시대에 적극 부합하는 측면을 보였다.

저녁식사이후 선상에서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식사는 여러 과일과 채소류, 빵, 음료, 밥, 파스타 등 한식과 양식을 고를 수 있는 다양한 메뉴가 준비된 뷔페식으로 준비된다. 보통 카페리선박에서 접할 수 있는 식사와는 달리 왠만한 호텔 수준이다. 음식을 먹고난 접시도 서빙 선원들이 그때그때 치워준다. ‘크루즈 페리’를 통해 차별화된 카페리여행을 선도한다는 팬스타의 서비스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갑판에 올라 끝없이 뒤로 밀려나는 바다에서의 일몰을 완상한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타는 순간 시작되는 여행’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크루즈 페리’를 지향하는 팬스타 드림호는 객실을 ‘크루즈 존’과 ‘페리 존’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고 ‘서비스 존’으로 카페와 크루즈 존을 위한 라운지, 테라피하우스, 면제점 등이 마련돼 있다. 크루즈 존에는 로얄스위트 룸외에도 2인실 디럭스스위트 룸이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는 바다전망과 화장실, 샤워실이 갖춰져 있다. 크루즈 존의 전용 라운지(파라다이스)에는 커피와 차, 간단한 다과, 안마기 등이 마련돼 있으며 인터넷도 가능하다. ‘페리 존’에도 바다전망의 2인실은 화장실과 객실이 갖춰져 있고 생수와 커피, 차도 제공되며 4-5인용 패밀리룸에도 바다 전망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춰져 있다.
 

시모노세키 등 일본내해 야경과 풍광
크루즈여행 느낌

저녁 9시 30분경 창밖으로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비춰져 깜짝 놀랐다. 끝없는 해상을 항해할 경우 볼 수 없는 구경이다. 급히 갑판으로 나갔데, 아마도 시모노세키였던 것같다. 그랜드써클 등 여느 도시야경과 같은 광경을 여객선을 타고 좀더 멀리서 관람하는 것같은 이색체험이었다. 그제서야 여행전날 지도를 통해 부산-오사카간 항행경로가 떠올랐다. ‘일본내해를 통과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이때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일본 육지나 섬에서 보내는 각기 다른 야경과 풍경을 볼 수 있었고 수많은 선박들을 추월하며 일행이 탄 선박은 밤새 오사카항을 향해 움직였다. 선장이 “100여척을 추월하며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되새겨졌다.

일행의 승선일정 내내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선장은 ‘정말 운이 좋은 승객들’이라며 멀미도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롤링이 있으면 잠도 설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잔잔한 바다와 밤새 안전항행에 애써준 선원들 덕분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17일 새벽 5시 오션뷰측 객실에 묵은 덕에 늦은 밤까지 일본 내해 주변야경을 볼 수 있었지만 동이 트는 시간과 함께 일찍 눈이 떠졌다. 이때부터는 크루즈선을 탄 느낌으로 일본 내해와 오가는 선박들, 일본의 육지와 섬의 풍광을 관람할 수 있다. 아침식사도 뷔페식이었다. 전날 메뉴가 좋았기에 식사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식당에 갔는데 인지상정인가 이미 많은 이들이 줄을 서 맛있는 아침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기분좋게 평소보다 많은 양의 아침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커피한잔을 챙겨 인터넷이 되는 와이파이존으로 향했다. 깨워줘야만 일어나는 아이들이 아침 일찍 스스로 일어나 잘 준비하고 있는지 걱정이 돼, 카톡으로 아들을 불러본다. 일어났다는 답과 함께 하루 일정을 교환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기를 응원하고 나니 멀리서 고베항이, 더 멀리서 오사카항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사카 전경 관람 낮은 오사카성 천수각
야경은 ATC센터 전망대

아침 10시 30분경 오사카항에 도착했다. 접안과 입국 수속 등에 시간이 걸려 배에서 내린 일행은 오사카 여행의 시작을 초밥과 우동세트 점심으로 시작했다. 오사카에서의 첫날 오후여정으로 오사카성과 쿠로몬시장, 도톤보리를 둘러보았다.

오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오사카성大阪城은 일본 역사상 가장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83년에 건립한 성이다. 16세기 당시에는 요도가와 강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큰 규모였지만 대부분이 소실되어 1950년대에 재건된 일부 성채만 남아 있으며, 지금은 일부 성채를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돼 있다. 특히 하절기에는 많은 행사가 열려 내·외국 관광객이 볼거리와 먹거리를 위해 오사카성을 찾는다고 한다. 오사카성 주변에는 역사박물관이 있고 여러 전시관 및 콘서트홀 등도 자리하고 있으며 신문, 금융, 방송국 등 많은 기업이 소재하고 있어 오사카의 경제, 정치 중심지이기도 하다. 오사카성은 천수각 관람이 대표적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해자와 성채를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천수각은 35m 높이의 5층 구조물로 원래는 목조건물이었으나 콘크리트 건물로 재건됐다. 3층에는 황금 다실을 만들어 놓아 관광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 여정인 쿠로몬 시장은 우리네 동네시장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각종 절임음식과 식자재, 의류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해외여행에서도 선물보다 생필품을 사는 습관이 생겼다. 우리 단무지보다 좀더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은 단무지를 된장과 매실에 절인 것으로 구매했다. 국내에서는 현지가의 2배 이상으로 판매되고 있음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짐은 무게를 더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일행 중에는 K브랜드 세라믹칼을 구입한 분도 있는데 면세점보다 좀더 저렴했다.

오사카의 인기지역인 도톤보리道頓堀 지역은 과거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수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을 통해 오사카 최고의 관광 명소가 돼있으며 한국 관광객에게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로 꼽힌다. 이곳에는 음식점, 기념품 가게, 수많은 술집, SPA의류 상점 등이 소재해 있다. ‘일본의 부엌’이라고 할 정도로 오사카는 음식이 발달돼 있다는데 도톤보리에서 다양한 오사카의 음식점이 모여 있다. 도톤보리에서는 파스를 비롯한 약제류와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일본은 정가에 소비세가 추가로 부가되는데 이곳에서는 일정금액 이상 구매하면 이 소비세를 면제해주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생필품과 기념품을 구입한다.

일행의 일부가 묵은 라메종호텔은 오사카 신시가지에 위치해 있다. 오사카항만과 근접해 있고 잘 구역된 공간과 도로, 고층의 비즈니스 타워 등 신도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근에 아시아트레이트센터ATC가 위치해 있는데 이곳의 55층 전망대에서 관람하는 야경은 낮에 천수각에서 오사카 전경을 관람하는 것과는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700엔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51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이후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서는 오사카항의 전경과 터미널 구석구석이 보이고 항구도시인 오사카의 화려하면서 독특한 밤풍경을 보여준다.
 

 
 

일본정취 흠씬 교토, 세계문화유산만 17곳,
일본국보 20% 보유

18일 여행지는 교토였다. 교토는 일본의 국보와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유적이 많은 고풍스러운 일본정취를 흠씬 즐길 수 있는 고도이다. 막부시대 이전까지 천황 중심의 정치가 펼쳐지던 시기 정치중심지였던 교토는 이후 미나모토 요리토모가 막부를 설치하고 에도(도쿄)가 무사시대의 중심이 되면서 정치기능은 잃었지만 아직까지도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로서 문학과 문화, 종교적으로 풍부한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중 교토가 폭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고도로서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 역사학자가 귀뜸해주었다. 현재에도 12세기 일본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교토는 일본 국보에서 20%, 중요문화재에서 15%를 차지할 정도로 귀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1994년에는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이라는 이름하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이때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은 사찰 13개소, 신사 3개소, 성 1개소 등 총 17개소이다. 금각사, 은각사, 천룡사, 청수사 등 수많은 크고작은 사찰과 신사가 있으며, 이곳에 고풍스러운 일본의 전통문화가 베어 있다. 이에따라 교토에는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일 날이 없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연인원 3,600만명이라니 세계적 관광지로서 교토의 인기를 가름할 수 있다. 일행은 금각사와 천룡사, 청수사를 들렀다.

제일 먼저 들른 금각사의 본이름은 로쿠온지이며 임제종 사찰이다. 건물의 외벽에 금박을 입힌 긴카쿠(금각)가 유명해지면서 금각사로 불리고 있다. 394년 무로마치 바쿠후의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가마쿠라 시대에 지어진 사이온지가의 산장을 매입해 별장 기타야마전으로 개조했다. 이후 1408년 요시미쓰가 죽은 뒤 그의 유언에 따라 쇼코쿠사파의 선사로서 로쿠온지라 불리게 되었다. 도쿠가와 시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건물은 불에 타 소실되거나 이전되었으며 긴카쿠만이 기타야마 전의 유적으로 남아 있다. 이곳은 금각사를 중심으로 한 정원과 건축이 극락정토를 표현했다고 하며 1994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3층 누각으로 건축된 금각사는 3층이 불당식, 1·2층은 주택식으로 지었다. 특히 1층은 침전스타일로 2층은 무가스타일, 3층은 중국풍의 선종불전스타일로 꾸며진 무로마치시대의 대표건물로 꼽힌다.

이어서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아라시야마 대나무숲길로 가는 도중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 ‘덴류지(천룡사)’에 들렀다. 천룡사는 임제종 덴류지파의 대본산으로 1339년 요시노에서 죽은 고다이고 천황의 보리(극락왕생)를 위해 아시카가 타카우지가 무소 소세키를 창시로 창건된 역사깊은 사찰이다. 이곳은 1356년부터 8차례나 대화재를 겪어 현 건물은 대부분 메이지시대에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천룡사는 가장 일본스러운 정원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소 소세키가 만들었다는 ‘소겐치 못정원’은 일본에서 최초로 사적·특별 명승지 1호로 지정됐으며,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맨발로 다다미 바닥의 절 내부를 관람하며 정원을 완상한 뒤, 정원을 직접 산책할 수 있다. 단아한 모습의 정원은 화려하기보다 조촐하면서도 가꾸는 이의 정성이 베어있음이 느껴진다. 소나무 아래 이끼로 조경된 모양이나 때마침 정원사가 땅에 바짝 엎드려서 잡풀을 제거하고 조경을 다듬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전통적인 정원이라는 천룡사는 그렇게 찾은 이를 차분해지게 하는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교토의 대표적인 유서깊은 또다른 사찰, 청수사淸水寺는 778년 설립됐다. 교토시 동쪽편의 오토와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름은 오토와 폭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창건 이후 수 차례 화재로 소실됐다가 에도시대 초기 1633년 도쿠가와 이에미스의 령에 의해 현재 모습으로 재건됐다. 이곳 역시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도 교토의 문화재’의 일부이다. 청수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십일면천수관음상’이 모셔져 있는 본당과 절벽 위에 세워진 거대한 목조구조물인 기요미트테라와 탑, 정원, 우물 등이다. 청수사에서 교토시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청수사는 지진과 내란이 잦았음에도 오랜 세월 동안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으며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나라 동대사 세계최대 목조건물,
창고 정창원 신라 기록도

19일 일행은 나라시의 유서깊은 사찰, 동대사(도다이지, 東大寺)를 찾았다. 동대사는 743년 건축된 세계 최대의 비로자나불이 모셔진 절이다.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로서 헤이안 시대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은 본당인 금당金堂과 대문인 난다이몬南大門을 비롯한 8개의 국보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로, 나라 관광의 중심이다. 본당인 다이부쓰덴(大   殿)에는 앉은키 15m의 청동불상이 모셔져 있다. 원래 청동불상은 소실되어 기존 규모의 1/3로 축소해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다이부쓰덴 뒤편에 있는 큰 기둥 아래쪽에는 큰 구멍이 하나 있는데, 청동불상의 콧구멍 크기라는 얘기가 있으며, 이곳을 통과하면 불운을 막아준다고 해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줄을 서서 이곳을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대사의 뒤편에는 755년 쇼오무천황이 설립한 목조건물 창고인 정창원正倉院이 있다. 이 곳에 보관된 유물은 신라와 당을 중심으로 하는 외래문물과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그중 ‘매신라물해買新羅物解’는 신라에서 구매할 품목과 수량이 적힌 것으로 당시의 교역품을 알 수 있다. 그 내역에 각종 금속제 가반과 숟가락, 동경, 인삼 등의 약용품 등이 보인다고 한다. 보물의 명칭과 수량을 기록한 ‘국가진보장國家珍寶帳’에도 각종 신라물품에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신라에서 주문한 물품인 모단毛緞, 금은평탈金銀平脫의 칠기와 약품, 향료, 악기 등의 기록과 실물이 보이는데 ‘신라무가상묵新羅武家上墨’, ‘신라양가상묵新羅楊家上墨’이라는 글자가 유물자체에 적힌 채 전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정창원의 기록과 실물은 중국 서안西安의 법문사法門寺 문물에 보이는 기록과 함께 통일신라시대 유물, 특히 안압지 유물 등에 대한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어 국내 역사학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창원은 역사학자나 역사에 관심이 깊은 이들이 주로 발길을 옮기는 곳이며, 일행이 방문한 날에는 폐쇄되어 있어 건물만 보아야 했다.

반나절 나라관광을 마치고 오후 5시 오사항에서 다시 팬스타 드림호를 타고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오사카항이 한눈에 담길 정도로 멀어질 즈음 고베항으로 보이는 지역을 지나며 또다시 크고작은 많은 배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항행하는 모습을 보며 일본내해에서 일몰을 맞았다.

돌아오는 배에서는 저녁시간에 1시간 동안 첼로와 바이올린 공연과 마술공연에 이어 승선객들의 장기자랑 이벤트가 마련됐다. 우리 세미나 일행 중에도 노래로 장기를 뽐낸 이가 있었으며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은 춤과 노래 등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크루즈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면을 보여준 이벤트였다. 부산항으로 귀국하는 항행여정 또한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2-3일 오사카와 교토, 나라의 역사와 문화체험으로 쌓였던 피로는 쾌적한 항행과 함께 숙면으로 많이 해소됐다. 

승선 다음날 20일 오전 11시30분경 팬스타 드림호는 부산항여객부두에 들어서 30여분간의 접안작업을 마치고 12시부터 하선을 시작했다. ‘지루하지 않을까? 이동시간이 너무 길다. 멀미는...’ 망설이며 우려했던 이번 선상세미나 동행은 ‘바다의 날’을 기념하는 의미의 크루즈 페리 체험과 항만도시 오사카, 역사도시 교토와 나라의 문화체험이 유쾌한 여행이었다. 여행의 질을 좌우하는 날씨운까지 좋았던 통괘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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