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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J/V, ‘ONE’이 시사하는 것
[526호] 2017년 06월 30일 (금) 11:09:40 윤민현 Penb46@naver.com
   

윤 민 현

(경영학 박사, Penb46@naver.com)

작년 10월 일본 컨테이너 3사의 컨테이너부문이 ‘ONE(Ocean Network Express)’으로 통합되면서 일본의 컨테이너해운 3국시대가 거去하고 명실공히 일본 유일무이의 간판 정기선사 ONE이  태동하였다. J/V의 본부는 싱가폴에 위치하며 총 사령관에는 일본인이 아닌 벽안의 전문경영인 Jeremy Nixon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형은 7월 1일부로 갖추지만 본격적인 사업개시는 내년 4월 1일로 될 모양이다.
‘Zero’에서 시작한 일본 해운세는 경제개발과 전후 전시보상 등의 힘으로 60년대 초 이미 1,000만 총톤을 돌파하고 공급과잉시대에 진입했으며 1964년 정부주도로 대대적인 재편(‘해운집약’)에 들어갔다. 집약의 목표는 일본해운 기업의 체질 강화, 과당경쟁 방지, 일본경제의 고도성장에 대응하는 대규모 선단의 확충 등 기업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50만 중량톤 이상의 선복 보유와 100만톤 이상의 지배선단을 구비한 중핵체中核體를 중심으로 6개의 기업집단을 구성하고 그 산하에 계열사와 전속사를 두어 집약체화 함으로써 일본의 전 외항해운을 공조와 경쟁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성장일변도의 일본경제라는 거대한 파이pie가 있었기 때문에 과당경쟁의 배제와 과점 방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으나 20년후 일본 해운계는 제 1차 해운집약의 성과를 전반 10년은 공功, 후반 10년을 과過라고 자평했다(1984년 일본 해운백서). 이른바 「해운자유의 원칙」에 근거, 국제해운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대두된 64년도 해운집약의 효과에 대한 비판이다. 즉 세계의 동시불황, 재정적자, 개인소비의 위축, 설비투자와 국내소비의 감소, 글로벌 무역의 둔화 등 80년도의 상황이 1차 재편당시와는 정 반대로 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차 재편이 자본주의의 경제원칙을 무시한 채 양적팽창에 치중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일본해운이 선복과잉으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1차 해운집약정책이 일본해운에 미친 효과는 민간영역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었다. 2차 대전 직후 문자 그대로 괴멸상태에 빠진 일본 해운계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상위 해운국으로 부상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상선대의 역할이 안보차원, 국가경제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관리될 때에는 외항해운이 정부의 지원과 통제하에 있었지만 자국중심을 떠나 국제경쟁시대에 진입하면 할수록 정부의 역할은 단계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1차 집약이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졌다면 중핵中核 6사 체제에서 다시 3사 체제로 전환되는 2차 집약은 정부의 간섭 없이 주변산업의 참여 하에 관련업계간 조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조치였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다소의 혼선은 있었지만 항상 더 크고 강한 선사로 탈바꿈하였다는 사실이다. 2차 집약이후 일본 정부의 정책 역시 해운기업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개별 기업이 할 수 없거나 비효율적인 분야를 담당하고 국제시장에서 일본 해운계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130여년에 걸친 일본 해운사를 보면, 대주주에 의한 일방적인 경영개입이 없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보수적인 경영과 함께 무역, 조선 등 주변산업과의 공조 공생을 실천해왔다. 조선업계가 어려우면 철강업계로 하여금 후판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이 규정하고 있는것도 아닌데 일본선주가 발주하는 선박의 80%가 국내에서 건조될 정도로 해외발주보다는 국내조선소에 발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해왔다.
혹자가 ‘문화는 철학이요, 철학은 정책이다(Culture is Philosophy, Philosophy is Policy)’라고 했듯이 일본의 기업문화가 그러하기에 굳이 선하주 상생, 해운과 조선의 상생을 외치지 않더라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Japan First 정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기업문화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 하에서 법이나 행정 또는 정치력을 빌려 상생을 강요할 때 과연 상생본연의 실효를 기대할 수 있을지...3사가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그들의 기본시각은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90년대 지역본부장으로 해외근무 당시 시장현안을 두고 글로벌 선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중간 중간 커피브레이크 때 모양새를 보면 일본 3사는 휴게실에서 함께 앉아 대화를 주고 받지만 우리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국내선사이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것이 실상이었다.

1964년 1차 해운집약을 추진할 당시 1,197만 총톤(세계 1억6천만, 당시 한국은 12만9천톤)이었던 일본의 선복량은 20년만에 약 4천만톤(세계 4억 1,600만톤)으로 세계 제1의 선복보유국이 되었다(이상 LR).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해운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일본 산업계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가의 도움이 있었음을 일본 해운계 스스로가 자인하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도 한국해운 재건을 목표로 정부주도하에 1985년말 66개 선사를 20개 그룹 선사로 재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해운산업 합리화라는 조치가 있었다. 그러나 사후관리 부재로 용두사미로 끝났고 장기적 침체끝에 2003년 하반기부터 전무후무한 해운호황이 5년간 지속되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재활의 동력을 상실한 채 오늘의 현상에 처하게 되었다. 정부, 학계, 연구기관 어느 곳에서도 한국해운 시장의 실태와 정책에 관한 성찰이 단 한차례도 행하여지지 않은 채 정부와 해운계 간의 상관관계는 80년대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일본 3사의 합병문제는 오래전부터 거론돼왔지만 고객층의 반응, 합병을 달가워하지 않는 대주주인 주력기업집단의 시각 때문에 성사되지 못하고, 2016년도까지 각사는 자체 선단운영계획에 의거 발주와 용선을 해왔다. 그러다가 세계 최대 하주국인 중국이 일국에 2개 컨선사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하에 Cosco와 CSCL을 통합하고, 외형상 민간기업이지만 정책의 영역하에 있다고 믿어왔던 한진해운이 일거에 도산하는 것을 보고 불과 2개월만에 서둘러 ONE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ONE의 진로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수학에서는 1+1+1=3이 되지만 ONE의 경우는 3사의 선대구성과 항로가 유사하여 시너지 효과도 별로이지만 합병에 앞서 발주선박의 취소 혹은 연기, 용선선박의 조기반선, 노후 비경제선의 처분 등 난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독자체제로 운영되어왔던 조직의 통합과 인력의 재배치도 넘어야 할 벽이다. 작년에 타계한 EMC의 장영발 회장이 과거 이태리 국영선사 Lloyd Triestino를 인수한 뒤 가장 어려웠던 점이 양사 조직의 인적통합이었다고 했을만큼, 외형보다 사람의 결합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KSC와 한진 컨테이너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어려움 중의 하나도 바로 인적 통합이었다. 통합회사에 재직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양사 통합후 10년이 지날 때 까지도 완전한 통합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본다.

이러한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ONE의 장래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이 더 크다. 그동안 일본의 하주들은 이들 3사중 어디와 거래를 할 것인가를 두고 나름 선택에 고심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지만 이른바 ‘주식회사 일본-Japan Inc’ 정신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ONE의 고객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하주들의 입장에서는 한진해운 사태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선사에 All-in 하기보다는 분산을 원할 것이며 그 대상은 신뢰할만하고 재정적으로 건전한 선사가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과거 3사체제 하의 개별선사와 비교해 ONE에 대한 하주들의 신뢰도는 가일층 향상될 것임은 분명하다. 기존 3사가 ONE의 대주주로 되어있고 일본의 대표기업집단들이 3사의 주주지만 관행에 비추어볼 때 3사는 물론 기업집단들이 경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인 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선복기준 Hapag Lloyds가 제 5위(150만 teu), ONE이 140만teu로 제 6위이지만 전자는 추가 발주가 없고 ONE의 현 발주량 30만teu가 2021년까지 인도되면 제 5위 선사가 된다. Top 5의 1~3위는 유럽선사들이지만 2위(MSC)와 3위(CMA CGM)는 철저한 가족경영 중심이어서 투명성 결여와 State-backing 면에서 취약하다. 4위의 중국국영선사는 해운산업으로서의 독자적인 역할보다는 세계 최대 하주국인 중국의 수송비용 관리에 목적을 두고 해운을 통한 이익 창출보다 수송원가 절감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있다. 2014년 기준 운임보다 수송코스트 절감을 통해 취할 수 있는 기여도가 연간 2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던 것처럼 중국 국영선사는 서비스의 질이나 신뢰도 면에서 아시아의 최강자가 되기에는 시장의 신뢰구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구도를 살펴볼 때, 유럽의 최강자가 머스크 라인이라면 아시아 최강선사가 될 제 1의 후보는 질적 양적 측면에서 ONE이라고 해도 크게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당분간은 마땅한 대항마가 없는 이웃의 입장에서 한국해운에 미칠 파장, 특히 한국하주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한진해운은 7위, 일본 3사는 모두 10위권 밖에 있었지만 이제는 판세가 뒤바뀌었으며 그에 그치지 않고 한국은 Regional Carrier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반면, 일본은 불원 글로벌 Top-5로 부상하는 동시에 아시아권 선두주자로서 머스크 라인에 필적할 만한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때 무언가 아쉽고 씁쓸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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