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행위에 의한 해상위험 및 대응요령

I. 서론
최근 발생한 해적사건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을 기점으로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국제적인 해적 소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적은 여전히 승선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협하는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까지 해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 우리나라 또한 해적행위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위한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고 법령을 강화하였지만, 해적행위는 근절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본 호에서는 해적행위의 최근 동향에 기초하여 해적우범해역을 항행하는 선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점검해 본다.
 

II. 해적행위의 최근 동향
최근 해적행위는 과거와 다른 몇 가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의 해적행위가 소규모 그룹 형태로 이루어지고 주로 경제적 원인에서 생계형으로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최근 해적행위는 조직적, 산업적 행위로 발전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가장 최근인 2017년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하여 최근 해적행위 동향과 주목할 만한 양태를 살펴본다.
 

1. 최근 해적사고 발생현황
(1) 발생건수의 전 세계적 감소추세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해사국(IBM)에서 발표한 ‘2017년 상반기 해적피해 발생보고서’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가 분석하여 2017. 7. 28. 배포한 「2017년 상반기 전 세계 해적사고 발생동향」 및 2015년부터 2016년까지의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는 2006년 239건, 2007년 263건, 2008년 293건, 2009년 410 건, 2011년 439건, 2012년 297건, 2013년 264건, 2014년 245건, 2015년 246건, 2016년 191건, 2017년 상반기 87건(이전년도 상반기 대비 최저)으로 감소하였다. 즉 2008년 이후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공격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해적피해 발생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였으나, 2011년 이래로 해적행위의 발생건수는 감소하고 있다.
위와 같이 최근 해적행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미국, EU,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우리나라와 같은 각국 해군의 역할이 강화된 것과 선사들의 무장보안요원 탑승, 선원대피처Citadel의 설치 및 내전지역 중앙 정부의 안정화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 최근 일부지역(소말리아, 필리핀)에서의 특이증가추세
그러나 대표적인 해적행위 지역으로 손꼽히는 소말리아 해역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해적공격 건수가 7건으로 전년 동기(1건) 대비 7배 증가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하여 분석 결과, 2011년도 이후 연합해군의 해적퇴치 활동, 해상특수경비원 승선 등으로 소말리아 해적의 해적행위는 다소 감소하는 양태를 보였지만, 이들 해적이 해적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말리아 해적은 RPG(로켓포) 등 자동화 무기로 무장하고 여전히 강한 공격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므로, 올해 상반기 소말리아 해적의 양태에 비추어 동 위험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은 높은 수준의 경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필리핀의 경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33% 급증하여 전체적인 감소 추세와 달리 사고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 해역에서 종전에는 예인선·어선이 주요 공격 대상이었으나, 최근 상선과 그 선원도 석방금 요구를 위한 납치·강도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해적공격으로 선원이 사망하거나 피랍선원이 참수된 채로 발견되는 등 필리핀 해역 해적의 폭력성이 고조되고 있다.
 

(3) 최근 해적사고 발생현황에 관한 기타 주목사항
지역적으로는, 위 소말리아(7건) 및 필리핀(13건)을 포함하여 인도네시아(19건), 나이지리아(13건), 베네수엘라(9건), 방글라데시(5건), 시에라리온(4건)에서 발생한 해적공격건수가 전체의 73.6%를 차지한 점이 주목된다. 이들 지역을 유념하고 동 해역을 항해할 때에는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명피해의 양태는, 2013년 373명, 2014년 479명, 2015년 333명, 2017년 상반기 113명(이전년도 상반기 대비 최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나, 납치사고는 2016년에 전년 대비 326% 증가(최근 10년 내 최대)한 이래 올해 상반기에도 최근 10년 내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납치사고의 대부분은 나이지리아(75.6%)에서 발생하였으며, 주로 총기를 소지하고 항행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그 특징으로 파악된다.
해적공격의 주요 대상은 수면으로부터 선박의 갑판까지의 높이가 낮고, 속력이 낮은 케미컬·화학제품운반선, 산적화물선, 일반화물선 등의 취약선박(최대속력이 15노트 이하이며 최소건현 8미터 이하인 선박)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최근 컨테이너선(올해 상반기 기준 7건), 원유운반선(올해상반기 기준 5건) 등도 해적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며, 이들 선박도 주의항행이 필요하다.
 

III. 해적사고 예방 및 대응
1. 해적행위로 인한 해상위험

해적사고 발생시, 선사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선박, 선원 및 적하의 안전이 될 것이다. 이들을 석방하기 위하여 지급될 수 있는 거액의 인질 석방금ransom도 문제가 된다. 또한 해적사고는 용선계약과 관련하여서도 다양한 법률분규를 야기하고, 선사에 대하여 예상치 못한 부담을 안겨줄 여지가 있다. 더불어 이러한 해적으로 인한 위험이 기존의 보험에 의하여 충분히 담보될 수 있는지가 선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 될 것이다.
이에 먼저 해상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실제 선사가 대응요령을 구비할 경우 참조할 사항과 법적 쟁점을 살펴본다.
 

2. 대응요령의 마련 및 정비
해적우범해역을 통항하는 선박의 운항선사는 상기와 같은 해적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하여, 해적사고 예방 및 대응요령에 관한 내부지침을 상시 정비하고 선원이 해적대응요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그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행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의 ‘해적피해 예방·대응 요령(해적피해 예방·대응 지침서 제3장)’,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적피해 예방·대응 요령(MSC Cir.1334, 2009.6)’ 및 국제해사민간단체의 소말리아 해적피해 예방·대응 요령BMP’이 주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며, 해적퇴치협정정보공유센터ReCAAP,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해사국IMB, 발틱국제해상위원회BIMCO의 해적피해 방지 관련 권고서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들 요령은 해적위험해역 진입전 조치, 해적위험해역 통항 중 조치, 해적공격 조우시 조치로 나누어 긴급대응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BMP의 이행은 선박의 해적피해방지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많은 사례에서 보고된 바 있으므로, 이와 같은 권고 요령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선사로서는 대응요령 정비 시 우리 정부가 해적사고 예방 및 대응과 관련하여 지원하는 대책을 함께 검토하여야 할 것인데, 현재 시행 중인 우리 정부의 주요대책으로는, 지정 위험해역에서의 선박통항지침 권고, 선박위치 추적시스템을 이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보안요원 승선, 선원대피처 설치의무화 등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해적사고 예방 및 대응 관련 우리 정부의 지원대책의 개괄>
① 아덴만 함정호송 지원: 청해부대 함정 1척을 파견하여 아덴만을 통항하는 우리 선박을 호송.
② 위험해역 운항선박 모니터링: 소말리아 해적 위험해역을 통항하는 우리나라 국적선, 우리나라 선사가 장기 용선한 외국적 선박 및 해외취업선박(등록 시)에 대해 위치 추적 및 해적공격정보 제공. 청해부대 함정에 선박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③ 해적정보망 운영: 해적 공격사례 및 해적모선 위치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www.gicoms.go.kr) 운영.
④ 해적 위험해역 지정: 아덴만, 홍해, 아라비아해 및 인도양 해역을 소말리아 해적위험해역으로 지정하고, 최고속력 15노트 이하이며 최소건현 8미터 이하인 취약선박은 위험해역 밖으로 항행하도록 권고.
⑤ 비상대응역량 강화: 민·관 합동훈련(해상모의 훈련) 연 4회 실시. 선사·선원 대상 해적피해방지교육 실시.
⑥ 국제항해선박 등에 대한 해적행위 피해예방에 관한 법률의 제정(2016. 12. 27. 제정 2017. 12. 28. 시행 예): 현재 해적행위 예방과 대응에 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내법을 제정하기 위함. 세계해사기구(IMO)를 포함한 각종 국제기구의 권고, 유엔해양법협약 등 유관 법령을 국내법에 반영. 해적행위 대응교육 및 선원대피처 설치, 해상특수경비업 및 해상특수경비원의 허가·자격기준 및 무기류의 반입·사용 등에 관한 사항이 주요내용임.
 

3. 계약분규 예방책 마련 및 정비 - 해적 위험 관련 정기용선계약의 정비
해적은 용선계약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법률문제를 야기한다. 예컨대, 납치기간이 off-hire에 해당하는지, 선주가 해적위험지역 항해를 거부할 권리를 가지는지, 보험료는 누가 부담하는지 등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미리 BIMCO Piracy Clause for Time Charter Parties 2013(이하 ‘BIMCO 해적약관’) 등을 참조하여 관련사항을 용선계약 체결 시 규정하여야 한다.
 

(1) 선박이 해적에 납치된 기간이 off-hire인지 여부
통상 off-hire clause(일정한 경우 용선자가 지급할 용선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관)에서는 해적 또는 납치에 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선박이 해적에 의하여 납치된 경우, 납치된 기간이 off-hire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선주로서는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 항해하다가 납치된 경우 on-hire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일 것이나, 용선자로서는 선장이 안전한 항로를 선택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납치된 경우 0ff-hire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off-hire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용선자가 부담하므로,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면 용선자에게 불리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Saldanah 사건(Bulk Carrier Co. Ltd. v Team-Up Owning Co. Ltd. [2010] EWHC 1340)에서는 ‘whatsoever’ 문구가 추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적에 의한 납치기간은 off-hire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는 NYPE1946 version의 clause 15+에 대한 해석이 문제되었던 것이어서 용선계약 rider clause 등 다른 계약조항의 해석이 문제가 된다면 달리 판단될 것이다.
BIMCO 해적약관 (f)항에서는 납치일로부터 91번째 되는 날부터 off-hire로 처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만 용선자로서는 실제 사건이 발생한다면 ‘3개월 on-hire’는 단기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미리 계약체결 시 협상력을 이용하여 off-hire가 시작되는 시점을 수정하여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2) 선주가 해적위험지역 항해를 거부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
용선계약에 Safe port warranty clause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삽입되는 경우 용선자에게는 안전한 항구를 지정할 의무가 있으므로, 안전한 항구가 아닌 경우 선주는 그 항구에 들어갈 것을 거절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아덴만 연안 항구에의 항해를 지시받은 경우 선주가 지정항으로의 항해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① 당해 항구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해적에의 위험 노출 없이 도착할 수 없다는 점, ② 그 지역에서 해적의 공격은 통상 발생한다는 점, ③ 납치를 면하기 위해서는 바상한 항해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Leeds Shipping Co Ltd v. Societe Francaise Bunge (Eastern City) [1958] 2 Lloyd’s Report 127). 통계상 특정항구에 선박의 소수만이 납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normal occurrence라고 할 수 있는지, 또한 해적의 공격을 통상의 항해기술로 피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는지가 선주로서는 입증하기 어려운 점이다. 즉 Sare port warranty를 근거로 항해를 거절한 경우 선주로서는 불리한 측면이 많다.
BIMCO 해적약관 (a)항은, 실제적이거나, 위협에 직면하거나, 보고된 해적행위 때문에 위험한 지역으로 선박이 향하거나 통과하도록 요구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며, 그러한 위험이 용선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존재하였는지, 그 이후에 발생하였는지는 상관없다고 규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따라서 해당지역이 위험한지 여부가 주요한 기준점으로 설정되게 되었다. 따라서 선주로서는 보다 유리한 주장을 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BIMCO 해적약관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추가 보험료의 부담주체
BIMCO 해적약관 (d)항은 이에 관하여 보다 명확하게 기술되었다. 선박이 해적위험에 노출된 지역을 통과하거나 향하는 경우, 선박소유자의 보험자에 의하여 요구된 모든 추가보험료 및 선박소유자가 요구하는 모든 추가보험의 비용은 용선자가 책임지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4. 보험의 확인 및 정비
(1) 선박보험

통상의 해상보험에서는 전쟁위험이 담보되지 않으므로, 결정적인 기준은 해적사고를 해상위험(marine risk)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전쟁위험(war risk)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였다.
해적행위는 처음에는 전쟁위험으로 취급되었으나 1983년 협회선박보험약관을 개정하면서 해적행위는 해상위험인 ‘폭력적인 절도’와 구별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 해상위험의 범위에 포함시켜 담보위험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따라서 선박보험의 경우에는 해적위험으로 인하여 피보험선박에 멸실 또는 훼손이 발생한 경우 이를 보험자로부터 보상받을 여지가 있다.
 

(3) P&I보험
대부분의 P&I Club은 단순한 해적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제3자의 손해에 대한 선주의 배상책임을 담보한다. 그러나 사고의 발생이 당해 Club의 보험계약규정에 무기 및 그와 유사한 무기의 사용으로 인한 경우 및 테러행위에 의한 경우에는 면책사유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전쟁위험담보확장보험 등을 추가 구비하여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적하보험
참고로, 우리 상법 제96조 제4호는 해적행위를 운송인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해적행위로 인하여 운송물이 강탈당하더라도 화주는 운송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으며 이러한 손해를 화주 스스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ICC(A)에서는 해적위험을 담보하는 반면, ICC(B),(C)에서는 해적을 담보하지 않는다.
 

IV. 시사점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해적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적행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해적행위는 조직화·기업화되고 있고 활동영역이 광역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수법과 행위가 진화해가고 있다. 특히 해적사고 발생 시 그로 인한 해상위험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및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는 각종 대책과 관련법을 준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사 또한 해적행위를 예방하고 실제 발생 시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정치한 대응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