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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가 남긴 과제
[529호] 2017년 09월 27일 (수) 15:35:45 윤민현 교수 Penb46@naver.com
   

윤민현 교수
(경영학 박사, Penb46@naver.com)

◈ 해체되는 67년의 역사 
대한민국의 제1호 국영기업이자 제 1호 선사 대한해운공사는 1949년에 설립된 후 1968년에 민영화와 함께 한양재단 산하 기업이 되었고 1980년에는 대한선주로 간판을 바꾸었다. 제 1차 석유파동과 함께 해운계를 강타한 침체의 여파로 한국해운도 해운산업합리화라는 대 수술을 거쳐 재편되었지만 누적적자로 회사는 다시 한진그룹에 의해 인수되었고 당시 산업정책자금의 이용을 위해 한진그룹 산하 한진컨테이너 해운이 대한선주로 흡수 합병되는 절차와 함께 주주총회에서 상호를 대한선주에서 한진해운으로 개명하였다. 이런 과정 때문에 1949년에 설립된 대한해운공사는 때로는 문패가 바뀌고 이른바 오-너도 달라졌지만 법통상 한진해운의 뿌리는 대한해운공사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람으로 치면 팔자가 사나운 사주를 갖고 태어났는지는 모르나 순탄치 못했던 여정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병약해지더니 마침내 2016년 8월 30일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중단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다음날인 2016년 8월 31일 한진해운 여의도 사옥에서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 이사회가 개최되었고 곧 이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였다. 말이 ‘회생’이지 컨테이너 정기해운시장의 구조와 속성때문에 법정관리라는 것이 청산을 위한 하나의 절차일 뿐 한진해운이라는 유기체의 생명은 법정관리개시라는 그 순간 이미 회복불능의 내상과 함께 신경이 일시에 마비되는 식물인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파란만장했던 67년의 세월을 뒤로한 체 이제 그 영욕의 역사가 서울 염창동 어느 한건물에서 분해되고 있는 중이다.
작년 법정관리가 개시되고 난 후에도 혹자는 법정관리라는 이름 때문인지 2~3,000억만 있으면 회생이 가능하다거나 부산지역 일부 단체가 대거 상경하여 한진그룹의 사옥앞에서 한진해운을 살리라고 외치는가 하면 사실상 법정관리로 이끌어갔던 구조조정의 주체들까지도 마치 대주주가 결심만 하면 한진해운이 살아날 것처럼 오-너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며 법정관리이후 나타난 물류대란의 해결을 대주주에게 요구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상황인식
2016년 9월, 당시 현안이던 한진해운의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매우 미흡해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중단되고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개시됐다는 서언과 함께 :
①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 큰 손실을 초래하였다.
②정부 방침은 기업이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③기업을 올바로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주체가 먼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실질 개선을 추구하는 경우에 채권금융기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④그렇지 않으면 채권금융기관들이 함께 부실화돼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뿐만 아니라 결국 그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세금을 쏟아붓게 될 것이다
이상은 법정관리 개시후 그 후유증으로 인해 전 세계 물류 네트-웍이 극심한 혼란에 휘말려 있었던 2016년 9월 13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행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사실상 구조조정의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한진그룹이나 최대주주가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정부측 발언이 이어졌다(한국경제 2016. 9월 14일자).

내용의 전후관계를 살펴볼 때 금융정책적 측면에서 본다면 다분 이해가 가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국제무역량 운송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해운산업, 특히 무역상품의 운송을 전담하고 있는 해운대국 대한민국의 운송정책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묵인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오싹함을 느꼈을 분들도 한 두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 한진해운의 전 대주주인 한진그룹을 강하게 질타한 직후 며칠 안되어 금융감독원이 한진그룹 35개 계열사의 은행권 여신 현황을 파악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은행 건전성 차원의 점검일 뿐 압박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업인들은 금융당국이 여신 규모를 파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울만한데 개별 부실기업이 아니라 경영에 문제가 없는 계열사, 그룹 전체 여신을 점검하는 목적이 ‘건전성 점검’ 이라고 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

발언의 함의含意도 중요하지만 전체 문장의 취지로 볼 때 대통령의 발언치고 너무 강했다는 느낌과 함께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보고가 조금 일방적으로 왜곡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부처의 위상에 따라 발언의 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여러 자료들을 보면 주무부처에서는 양대 컨테이너선사의 필요성과 극단적인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관한 보고가 계통을 거쳐 올라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최종결정에 앞서 반드시 고려되었어야 할 핵심사항이 어느 단계에서 왜곡 혹은 누락되었는가이다. 경영에 실패한 대주주와 경영진을 문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당기업의 존립여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문제 아닌가... 비유가 적당한지 모르겠으나 Korail의 경영진이 무능하면 Korail의 문을 닫고 메트로 지하철의 지휘부가 경영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서울지하철을 폐쇄할 것인가 하고 물으면 사람들이 무어라고 대답할까...
 

◈ 컨테이너 해운과 법정관리
컨테이너 정기해운의 속성상 법정관리 하에서 회생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국내외 해운업계는 물론 주변산업 그리고 글로벌 하주들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사실상 법정관리로 유도한 주체가 바로 정부임에도 국내에서만 살려내라, 회생절차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하고 종 주먹을 들이대는 것이 얼마나 민망스러운 것인가...나중에는 그룹의 여신상태를 점검해보겠다는 당국의 발표에 놀란 나머지 이사들을 설득해가며 그룹사를 통한 지원을 시도해봤지만 ‘형사상 배임죄’를 이유로 부결되었고 전임.후임회장들이 사재를 털어 500억을 조성하였지만 그 돈은 한진해운의 회생과는 무관하게 혼란을 일시 소폭 완화하는데 투입되었을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재벌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 무능이 빚어낸 대참사’라는 비판과 함께 탓하기 공방속에 이른바 ‘맹탕 청문회’가 한동안 지속되었지만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법정관리를 주관해온 서울중앙지법 제6파산부는 2017년 2월 17일자로 한진해운에 파산을 선고했다. 법원은 한진해운이 주요 영업을 양도함에 따라 계속기업가치의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인정돼 파산선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기업을 계속 운영할 때 얻을 가치보다 높다고 결론을 내린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 것이다. 회계법인이 거론하였듯이 불확실성을 다분 내포하고 있는 국제컨테이너 정기해운의 속성상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할 필요성 자체가 법정관리를 개시하는 순간 이미 무산되어 버린 마당에 가능 불가능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또 하나 정기선 업계가 주목해야할 사실은 Bulk선과 달리 정기해운의 경우는 법정관리가 회생보다는 해당기업의 끝을 장식하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구조조정과 법정관리, 금융정책과 운송정책간의 역할과 공조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정기선해운의 장래는 법정관리로 가기 이전에 채권단에 의해 즉결 처분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금융정책과 운송정책
2016년 9월 8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맡은 법원이 DIP(Debt in possession) 파이낸싱을 요청을 했으나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이를 거절했다. 그후 2016년 12월 어느 날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기자단의 비판에 대하여 금융당국 책임자는 ①2016년 6월 말 기준 한진해운의 전체 부채는 6조 802억원이며,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4조 2471억원이지만 ②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8,689억원에 불과하다. ③한진해운을 살리려면 2019년까지 4조 6,000억원이 필요한 실정임에도 살렸어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라며 “금융논리로 산업을 잘못 진단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언제 해운업이 좋아질지 보장이 없는데 무조건 채권단에 돈을 대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조조정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진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에 대해 금융 총책임자의 입장에서는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운송정책을 간과하고 국가의 주요기능을 금융측면에서 독단으로 처결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한진해운 사태가 금융정책의 영역을 넘는 순간(필자는 그 시기를 산업은행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측으로부터 경영권 포기를 확인한 2016년 4월 중순으로 봄) 운송정책 부서에 바톤을 넘겼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8. 31조치 이후 정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파산을 염두에 두고 수개월 전 마련했다는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운송계획)’에 따라 주무부처에 비상대응팀을 마련했지만 물류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2016년 9월 4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9개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뒤늦게 발족시켰다. 어떤 상황인식하에 어떤 시나리오를 가상하고 비상운용계획을 마련했는지도 의문이지만 글로벌 물류대란을 한국의 정부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초기 대응전략 중에는 현대상선 선박을 대체 투입한다거나 국내외 하주들을 만나서 대책을 논의한다는 등 정기선 해운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복안들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한 마디로 시장의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부정기해운에서나 있을 법한 플랜들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한진사태의 파장
한진해운은 절차상의 여정이 남아 있을 뿐 실체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한진사태를 통해 한국해운계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 있다면 ; 한국해운에서 대마불사의 신드롬이 깨졌다는 것과 글로벌 컨테이너 Carrier의 도산은 국익차원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사실을 실증해주었고, 주식회사에서 대주주의 책임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식한도를 넘어설 수도 있으며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필수적 산업이라 하더라도 채권단 혹은 주무부서의 상황인식 부재 내지는 오판으로 그 명운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진해운사태에 대해 굳이 책임소재를 거론한다면 넓은 의미에서 해운의 중요성을 충분히 홍보하지 못하고 국민과 정부와 소통하지 못한 해운업계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면 한진해운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대주주와 정책부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정관리가 개시된 순간 한진해운은 사망선고가 되었음에도 학계, 언론, 정치권, 사회단체는 물론 정부 T/F에서까지 자금 지원을 전제로 회생가능성을 언급하였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운계는 되 짚어보아야 한다. 해운산업의 필요성을 강조함에 있어 이제는 삼면이 바다, 무역역군, 제 4군, 외화획득, 조선산업, 고용창출등과 같은 6-70년대 논리보다는 21세기 글로벌 해운시장의 구조와 경쟁환경, 생존전략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각국의 정책을 중심으로 접근하여야 하며 특히 상사베이스 차원을 넘어 컨테이너 정기해운의 안보, 전략적 필요성이 알려져야 한다.

Bulker 해운은 구조상 자생력도 있고 한국경제 규모로 비추어볼 때 넘어져도 자력으로 재건이 가능하지만 컨테이너 정기해운은 한번 괴사상태에 빠지게 되면 치유불능과 함께 범정부차원의 노력이 뒤 따르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장시일을 요한다. 과거에는 해운의 주기가 평균 7년 전 후라고 했으나 최근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예측불허다. 특히 수급관계에 민감한 정기해운은 상사베이스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장담 할 수 없다. 따라서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의 필요성에 관한 확고한 정책적 소신이 없이는 시황에 따라 제 2의 한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글로벌 한진 효과
매사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한진사태가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다준 것 만은 아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하고 값비싼 교훈이 될 수도 있다. 효과effect 측면을 요약해본다.
①글로벌 M&A의 촉진 : 한진사태가 경종이 되어 머스크와 Hamburg Sud, Hapag lloyds와 UASC, Cosco와 OOCL의 합병을 가속화 시켰고 준비되지 않은 7위 컨테이너선사의 도산이 초래한 엄청난 후폭풍을 통해 해운계로 하여금 일본 3사의 컨테이너사업의 J/V처럼 사전에 준비되고 계획된 M&A를 유도하는데 기여했다.
②얼라이언스에 잠재한 하주의 리스크 노출 : 얼라이언스의 구조상 하주가 운송계약을 한 회사는 A사 (Booking line)이지만 화물을 실제 운송하는 회사는 B사(Carrying line)일수 있다. 당시 Carrying line인 한진해운 선박에 선적된 타 Booking line의 화물은 물론, 한진해운이 Booking한 컨테이너를 선적한 CKYHE 얼라이언스 회원사들, 그리고 개별 선복교환협정에 의거 한진해운의 B/L이 발급된 화물을 받아 선적한 비얼라이언스 선사들은 한진선박 혹은 한진컨테이너라는 이유만으로 선박과 화물이 압류의 리스크에 노정되면서 물류대란에 휘말릴수 있다. 예상밖의 사태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인도가 지연됨으로 인해 유형 무형의 손실을 감수하여야 하는 하주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화물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 3의 선박에 선적 운송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되었고 Booking line은 물론 자신이 거래하는 얼라이언스의 타선사에 대해서도 경계하지 않을수 없게 된 것이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하여 국제하주단체가 강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계망 때문이다.
하주들이 선사를 선택함에 있어 운임과 써비스의 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왔던 종래의 인식을 벗어나 선박회사의 재정 안정도와 국제신뢰도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진해운사태를 통해 실감하게 되었다. 하주들이 체험한 문제의 리스크가 HMM을 포함한 한국해운이 극복해야할 가장 큰 장애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③동맹 파트너의 디폴트 리스크 :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크게는 얼라이언스로 작게는  비동맹사들과 항로별로 소규모의 Space-sharing을 통해 거미줄과 같은 운송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붕괴는 단순히 일개선사의 퇴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모두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입히게 되어 있다. 한진해운은 당시 CKYHE동맹에 더하여 다수의 맹외선사들과 선복교환협정(Loose-knit swapping)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물류시스템 차원에서 보면 한국선사라고 해서 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네트웍의 일부였다는 점이다. 한진사태 직후 얼라이언스 파트너에게  미칠수 있는 리스크의 실체를 목격한 CKYHE 회원사들이 서둘러서 한진해운 화물을 선적하지 않을 것과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주들에게 발표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바로 이러한 네트-웍 리스크 때문에 한진사태 이후 유사한 물류대란을 관리하기 위해 미국 FMC의 요청으로 얼라이언스 단위로 일명 ‘Rainy day fund’라 칭하는 비상신탁펀드(Contingency trust fund)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④시장의 안정에 기여 : 전체 공급점유율 3%, 그중 태평양 항로에서 7%를 점하는 한진해운의 퇴출로 만성적인 공급과잉이 다소 개선되면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에 활력소가 되었다. 특히 한진사태에 놀란 하주들이 건전한 선사들로 몰리면서 M/S 증가와 함께 실적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며 3대 얼라이언스가 가격통제권을 확보하는데도 결정적기여를 했다.
⑤원활한 물류를 위한 법의 신축성 : 압류금지 조치를 대하는 법원들이 법이 허용하고 있는 압류금지조치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Supply chain의 혼란을 방지하고 물류의 흐름을 보호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접안하역을 허락하되 해당 하역비의 사전 공탁을 요구하는 융통성을 발휘하였다.
 

Winner & Loser
전기한 것처럼 한진해운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글로벌 하주들과 물류운영자 그리고 한국해운계 자신인 반면 최대 수혜자는 한국해운계와 경쟁관계에 있는 글로벌 Carrier 들이다. 글로벌 하주, 배를 빌려준 선주, Box/chassis 주인, 항만과 터미널등 불측의 손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안타깝지만 참담한 심정을 가슴에 담아두고 이미 청산과정에 있는 한진해운에 대해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다.
대한해운공사가 뉴욕항로(1962)와 유럽항로(1977)를 개설, 부침을 거듭하며 50여년 운영하였던 양대 항로에는 2016년 초 당시만 해도 한국이 지배하는 컨테이너 선박 150여척이 취항하며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하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한국해운세가 몇 년전 6~7위에서 15위권으로 추락했다. 그동안 성장일변도였던 한국 정기선해운의 성장 동력에 찬물을 끼얹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해운산업에 대한 정책과 해운경영의 질과 한계를 노출시켰을 뿐 아니라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체 한국 채권단의 성급함을 노출시켰다. 결국 국제시장에서의 신뢰가 추락되고 한국해운의 민낯이 공개된 마당에 향후 시장에서 Korea Discount 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 한진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예리한 상황인식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한진사태의 공백을 선점한 외국선사, 특히 2M 소속의 머스크라인과 MSC였다. 연말과 성탄절 특수를 겨냥한 대량 물량들이 한진사태로 대체선을 찾기에 혈안이었고 한국은 물류대란의 와중에 추석연휴까지 겹쳐 우왕좌왕하고 있을 즈음 당시 휴항중이었던 양사의 4천~5천teu급 선박 12척을 9월 15일부로 아시아-미서안항로에 투입하면서 두 회사는 자다가 떡을 얻어먹는 형세가 되었다. 머스크라인의 경우 9월중에 주가가 25% 급등하였는가 하면 타선사들의 연간 물동량 증가가 전년대비 3% 안팎이었음에도 머스크라인의 경우 9%를 상회한 배경에는 한진사태로 놀란 글로벌 하주들이 안전차원에서 건전하고 신뢰할만한 선사로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2M에게는 저절로 굴러들어온 행운이었으며 한때 태평양항로에서의 열세를 보완하기 위하여 HMM 카드를 고려하였지만 그 가치가 희석된 만큼 굳이 하주들이 불안해하는 파트너에게 손을 내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HMM도 한진사태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 범정부차원의 구조조정 지침
한진사태 직후 강조한 구조조정의 원칙론은 금융정책에 근거한 것일뿐 금융과 산업을 연계한 것은 아니었다라는 지적을 면할수 없다. 적당한 시기에 정책부서와 심도있는 조율을 추진하였더라면 재정난과 별개로 국제시장의 재편 흐름에 따라 발전적 해체와 재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양대컨테이너선사를 통합할 수 있는 한국해운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데 그치지 않고 결과적으로 한국 컨테이너해운을 위기로 밀어넣은 우를 범하였다

사태직후 금융당국자는 원칙을 강조하며 또 이런상황 생기면 동일하게 할 것이라고 단언하더니 2016년 9월 7일 서울중앙지법의 요청(DIP 자금지원)에 대해 물류대란을 예상치 못했음을 시인하는 한편 이른바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비유하면서 DIP 금융이 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할뿐 아니라 회생불능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법원의 요청을 거절했다. 법정관리이후에도 대주주와 한진그룹에 자금지원을 요청(?)하였던 배경과는 사뭇 다른 논리로 듣기에 따라서는 잔류하기로 한 HMM에도 부담스러운 표현이다.
미흡한 오너와 실패한 경영진을 재제하여 원칙론을 실현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국익차원에서 원칙을 실현하는 댓가 치고는 그 피해가 너무 크다면 원칙론도 설득력이 없는 것 아닌가.. 구조조정은 당국자 스스로가 방송에서 밝혔듯이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이라야 하며 부실여신을 정상여신화 하기 위한 것이라야 한다. 과연 그랬는가. 해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한마디로 창조적 파괴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힘의 논리에 입각하여 당연히 있어야 할 정책부서간의 공조는 없었고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독단에 의해 일방적인 구조조정이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한진사태를 계기로 범정부차원의 운수정책과 금융정책이 함께 반영된 실효적인 구조조정의 원칙이 수립되어야 하는 이유다
 

◈ 교훈과 과제
한진사태를 통해 우리는 값비싼 댓가를 치르며 컨테이너 정기해운의 시장구조와 그 속성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더 엎그레이드 하였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해운기업은 ①창업보다 폐업이, 확장보다 축소가 더 어렵다 ② 따라서 불가피할 경우 시간을 두고 사라지는 Fade away라야지 어느날 갑자기overnight 도산시키거나 법정관리할 대상이 아니다. ③ 도산이나 법정관리보다는 자발적 철수를 유도해야 하며 ④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준비된 창조적 파괴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Bulk 해운이 양은냄비라면 컨테이너 정기해운은 유리그릇에 비유할 만큼 관련당사자stakeholder, 시장의 구도, 경쟁관계, 고객층과 고객관계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책의 실수였던 의도되고 계획된 것이었던 한진사태로 인해 한국의 컨테이너 정기해운은 역내 혹은 지역선사(regional carrier)로서의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선사(Global Carrier)로서의 역할은 2차 대전 직후 괴멸직전의 상태에 처한 일본해운에 비유할 만큼 고사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해운의 자력만으로는 회생의 동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굳이 해외경쟁선사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목하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해운 시장은 대형화와 함께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과 같은 Controlled Carrier가 아닌 한 모든 선사들은 민간, 상사베이스에서 운영되고 있다. 동서간 3대 간선항로(Trunk line) 중 유일하게 문이 열려있는 아시아-미서안항로는 한국해운계가 함께 살려내야 할 불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해당선사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며 한국의 정기선 업계 모두가 동참하더라도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오랜 세월을 요하기 마련인데 시간은 한국편이 아니다. 

어차피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대안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장기적 측면에서 정부 주도의 내셔널 캐리어 체제가 바람직한가 여부지만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지배구도와 경쟁환경에 비춰볼 때 국영선사 체제는 한시적이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글로벌 캐리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민영화의 대전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행히 현재 정부주도의 해양진흥공사나 현대상선의 지배구도상 정부는 이미 내셔널 캐리어 재건의 중심에 위치해있다. 문제는 한국해운이 극복해야할 취약한 재정안전도, 실추된 신뢰도, Korea discount 등의 효율적인 극복을 위해서는 정책부서와 정책은행이 주도하는 투 트랙보다는 단순화하는 것이, Back-seat driver 형보다는 Front seat driver 체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즉 민영화를 전제로 한 조건부 공사화 체제를 검토해야 할 시기다.

한국해운업계도 차제에 전열을 재정비할 필요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진해운사태를 통해 한국해운의 상황인식에 문제가 없는지 성찰해보아야 한다. 글로벌 모든 선사들이 함께 겪는 장기불황인데도, 주변의 해운국과 달리 유독 왜 한국해운계는 그중 가장 취약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명한 해운경제학자 Martin Stopford 씨는 「Recession are part of life-recessions are the times when companies get tested to see whether they were running properly in the good times」 라고 했다. 모두가 해운산업의 주기(cycle)를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는데 우리는 운항비도 보전이 안 되는 침체시장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자발적이고 선행적이기 보다는 타의에 의해 떠밀리듯이 구조조정을 하다보니 핵심자산부터 처분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Stopford 교수가 「The problem is that although everyone knows about cycles, it is very difficult to believe in them」 라고 했듯이 나는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주기와 무관하게 불황을 돌파할 묘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투자의 귀재이자 세계 최고경영자로 알려진 미국의 워랜 버핏(Warren Buffett)이 「When the tide goes out, you find out who has been swimming naked」 라고 했듯이 불황기를 겪다보면 경영의 성패와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은 체력전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야생(wild life)이다. 한국해운의 장래를 위해서는 엄마(정책금융)와 아빠(정책부서)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하는 유아기를 벗어나 이제는 야생으로 나가야 하며 정부도 야생에 적응하도록 적당한 수준에서 손을 놓아주어야 한다. 해운-조선, 선주-하주 상생론이 국민세금의 지원이 없이 관련업계의 자발적 의사로 이루어 질수 있을지... 중국의 한 작가가 중국을 두고 ‘Nations of Great Infant’라고 했듯이 한국해운산업이 ‘Industry of Great baby’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위기 때마다 백기사가 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모두를 다 껴안고 가겠다는 생각은 모두를 다 포기해야하는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한국해운의 장래를 위해 얻어야 할 교훈의 대가는 한진해운사태 하나로 족하며 제 2의 한진사태가 있어서는 안된다. 설마 괜찮겠지 하거나 외부의 도움에 기대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목하 국제시장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냉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원칙과 정도경영에 충실하는 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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