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이 조업후 항행 중인 유조선의 진로로 갑자기 접근 충돌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양호한 야간에 여수 연안에서 A호가 조업 후 귀항 중 조타실을 비운 채 어획물 선별작업을 하느라 경계를 소홀히 함으로써 항행 중인 B호의 진로로 갑자기 접근하여 발생한 것이나, B호 선장이 직접 조선하지 아니한 것과 부적절한 레이더 관측 등도 일인이 되어 발생했다.
 

사고내용
○사고일시 : 2016. 5. 5. 22:20:41경
○사고장소 :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 소재 작도등대로부터 022도 방향, 약 4.8마일 해상
 

○ 충돌장소의 주변현황
이 충돌사건이 발생한 수역은 여수·광양항에 입·출항하는 선박들이 이용하는 교통안전특정해역에 설치된 여수해만 통항분리수역의 남쪽 끝단으로부터 남방, 약 6마일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중동에서 원유를 운송하는 초대형 유조선을 포함하여 여수·광양항과 대만 및 싱가포르 사이를 운항하는 선박들은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수해만 통항분리수역과 작도 사이를 침로 172-352도 방향으로 항해하며 충돌수역을 지나가게 된다. 또한 인천항·목포항 등 서해안과 여수·광양항 사이를 운항하는 연안 선박들도 안도와 소리도 사이의 수역과 여수해만 통항분리수역을 이용하며 충돌수역을 항해한다.
 

 
 


○ 사고개요
A호는 선장과 선원 등 2명이 승선한 가운데 여수시 남면 소리도 부근 해상에서 선단선 5척과 함께 새우조망조업을 하였고, 2016년 5월 5일 22:16:29경 양망작업을 마치고 여수시 돌산읍 소재 군내항으로 귀항 차 침로 약 290도로 정침하여 자동조타로 전환한 후 속력 약 7노트로 항해하였다. 선장은 이후 조타실 밖으로 나와 좌현 쪽의 기관실 출입구 앞에서 선수방향을 본 채 어획물 선별작업을 하였고, 선원은 선수부의 좌현 쪽에서 선미 쪽을 보며 선장과 서로 마주보면서 어획물 선별작업을 하였다.

그 결과 A호는 선장과 선원이 A호의 우현 쪽에서 접근하고 있던 B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상기 일시 및 장소에서 A호의 선수부와 B호의 좌현 중앙부가 선수미선 교각 약 41도를 이루며 충돌하였다. 
B호는 2016년 5월 5일 21:20경 여수·광양항 D-2 정박지에서 선장을 포함한 선원 22명이 승선한 가운데 출발하여 싱가포르로 향하였고, 같은 날 21:50경 레이더(탐지거리 6마일 설정, Center Off 상태)에서 [그림 3]과 같이 선수 전방 5.6~6.8마일 거리에 있는 어선 5척을 탐지하였다. 이때 A호(1번 선박)는 B호의 정선수 좌현 1도 방향, 약 6.8마일 거리에 있었고, 어선 5척은 서로 0.5~1.32마일 떨어져 있었다. 어선 5척은 같은 날 22:00경 1척이 이동하여 [그림 4]와 같이 B호의 좌현 쪽에 3척, 우현 쪽에 2척이 있었고, A호는 B호의 정선수 좌현 2도 방향, 약 4.7도 방향에 있었다.

B호는 같은 날 22:03경 침로를 175도에서 178도로 변경하였고, 어선들은 [그림 5]와 같이 B호의 선수 전방 2.6~3.8마일 거리에 있었다. B호는 같은 날 22:07경부터 어선들을 레이더로 탐지하지 못했다가 같은 날 22:10:21경 [그림 6]과 같이 B호의 정선수 좌현 11도, 약 2.4마일에 있던 A호 1척만을 레이더로 탐지하였고, 이후 레이더에서 어선들을 탐지하지 못했다.
B호 선장은 같은 날 22:14경 3등항해사에게 항해당직을 맡기고 선교 뒤쪽의 컴퓨터실에서 업무를 하였다. 3등항해사는 같은 날 22:16:29경 정지해 있던 A호가 이동하자 관찰하였다가 같은 날 22:17:50경 타를 우현 10도 사용하였고, 선장에게 “작은 어선이 우리 배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하였다.
B호 선장은 같은 날 22:19:12경 타를 우현 20도, 같은 날 22:19:40경 우현 30도, 충돌 직전 좌현 전타를 사용하였으나 상기의 일시 및 장소에서 양 선박이 충돌하였다.
사고 당시 해역은 흐린 날씨에 시정이 7마일 이상으로 양호하였고, 남동풍이 초속 6∼9미터로 불며, 파고 약 0.5미터의 잔한 물결이 일었다.

ㅇ 원인의 고찰
1)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양호한 넓은 바다에서 새우조망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던 어선 A호와 여수·광양항을 출항하여 싱가포르로 항해하던 유조선 B호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양 선박의 항법상 지위와 적용항법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가) 어선 A호의 항법상 지위
A호는 새우조망어선으로 투망·예망·양망 및 어획물정리작업 등 연속적인 조업 중에는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에 해당한다. 따라서 A호는 충돌 약 4분 12초 전까지 양망작업 중으로써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에 해당하였으나, 충돌 약 4분 12초 전부터 귀항하기 위하여 침로 약 290도, 속력 약 7노트로 항행을 시작하였으므로 사고당시 “대수속력을 가지고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한다.
 

나) 유조선 B호의 항법상 지위
B호는 여수·광양항 D-2 정박지에서 공선상태로 싱가포르를 향해 출항하였고, 충돌 약 31분 전 침로 175도 및 속력 13.1노트로 항행 중이었으며, 충돌 약 16분 전 어선들을 피하기 위하여 침로를 178도로 변경한 후 충돌 약 3분 전 피항 차 우현 변침하기 직전까지 침로 178도를 유지하였다. 따라서 이 선박은 A호와 동일하게 “대수속력을 가지고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한다.
 

다) 충돌 전 사고수역의 상황과 B호의 조치사항
사고수역은 여수·광양항에 입출항하는 상선들의 주 항로이고, 사고당시 새우조망어업에 종사하고 있던 어선 5척이 [그림 3]∼[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까운 어선들과 0.5∼1.3마일 떨어져 조업을 하고 있었다. B호는 충돌 약 31분 전 침로 175도로 정치하여 여수시 소재 작도까지 항해할 예정이었으나, 선수 전방에 위치한 어선들 사이를 항해하기 위하여 충돌 약 16분 전에 침로를 175도에서 178도로 변경하였고 그 결과 정선수 전방 좌현에 위치한 A호와의 최단근접거리DCPA가 약 0.45마일이었다.
 

 라)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양호한 야간의 연안 수역(여수·광양항에 입출항하는 상선들의 주 항로 수역)에서 침로 178도, 속력 13.1노트로 항행 중이던 B호가 자선의 선수 전방 좌현 쪽에서 정지된 상태로 밝은 작업등을 켜고 양망조업 중이던 소형 어선 A호(총톤수 4.99톤, 길이 10.2m)와 최단근접거리 약 0.45마일로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A호가 충돌 약 4분 12초 전 접근하고 있는 B호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양망작업을 마친 후 항해등을 켜고 침로 약 290도, 속력 약 7노트로 항행함으로써 양 선박이 서로의 진로를 횡단하는 상태로 접근하며 충돌의 위험이 존재하게 되어 발생하였다.

A호는 충돌 약 4분 12초 전부터 충돌할 때까지 약 0.49마일을 항해하였고, B호는 이 기간 동안 약 0.9마일을 항해하였다. 이때 양 선박은 서로 시계 안에서 횡단하는 상태로 접근하였고, A호가 피항선에 해당한다. 한편 충돌사건에서 횡단하는 상태항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 동안 양 선박이 서로 침로 및 속력을 유지하면서 충돌의 위험이 있는지 식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또한 양 선박 사이에 충돌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판단된 후에도 양 선박이 선박의 조종성능 등을 고려하여 피항선의 피항조치와 유지선의 최선의 피항협력조치를 취할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 특히 B호는 길이 238m 및 너비 44m의 유조선으로서 선회권이 커서 충돌 약 4분 12초 전 선수 전방 약 11시 방향, 약 1.1마일 거리에서 정지된 상태로 있던 A호가 항해를 시작하여 접근하는 상황에서 충돌의 위험을 판단하고 피항협력조치를 취하는데 선회수역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충돌사건은 충돌 약 4분 12초 전에 A호가 항해를 시작하면서 충돌의 위험이 존재하기 시작하였고, 약 4분 12초의 시간은 B호가 충돌의 위험을 식별하고 피항조치를 취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어 항법을 적용할 수 없는 근접상황에 해당되므로「해사안전법」제96조 및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제2조의 규정에 따라 “절박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을 적용하여 양 선박이 서로 합당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고 판단된다.
 

2) A호의 경계소홀 및 무리한 항해
A호 선장은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기 위하여 항해를 시작하기 전 시각·청각 및 당시의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주위의 상황 및 다른 선박과 충돌의 위험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항상 적절한 경계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A호 선장은 충돌 약 4분 12초 전 A호의 전방 약 1시 반 방향, 약 1.1마일 거리에서 B호가 침로 약 178도, 속력 13.1노트로 접근하고 있었으나, 경계소홀로 이를 알지 못한 채 양망작업을 마치고 귀항하기 위하여 A호를 침로 약 290도 및 속력 약 7노트로 운항하였다. 특히 A호 선장은 A호의 항해 중 조타실에서 근무하며 레이더 및 육안에 의한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하나, 조타실을 비운 채 조타실 밖에서 어획물 선별작업을 하였고, 그 결과 양 선박이 충돌할 때까지 B호를 발견하지 못한 채 A호를 무리하게 항해하였다. 따라서 A호 선장의 행위는 이건 충돌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3) B호의 운항상황
가) 선장의 직접조선 불이행

B호 선장은 사고당일 21:20경 여수·광양항 D-2정박지에서 정박 중인 B호를 양묘하여 출항하였고, 충돌 약 30분 전 침로 175도로 정침한 상태에서 당시 시정이 약 7마일이었으므로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수 전방 좌·우현 쪽에 5.6∼6.8마일 거리를 두고 위치하고 있는 어선 5척이 레이더에 탐지되었고,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이 경우 B호 선장은 수립된 안전관리체계에 따라 B호가 어선군을 안전하게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직접 조선하여야 한다. 그러나 B호 선장은 이후 직접 항해당직을 수행하며 충돌 약 17분 전 침로를 178도로 변경하였으나, 충돌 약 6분 전 B호의 전방 좌현 쪽에 어선 3척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3등항해사에게 별다른 지시사항 없이 항해당직을 맡기고 선교 뒤쪽의 컴퓨터실에서 업무를 하였다. 그 결과 3등항해사는 충돌 약 4분 전 A호가 이동하는 것을 육안으로 보고 레이더로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고, 이후 충돌 3분 전에 타를 우현 10도로 사용한 후 선장에게 보고하였고, 이에 B호 선장은 충돌 약 1분 전 우현 전타를 하여 피항조치를 하였으나 이건 충돌사고를 피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B호 선장은 어선군이 산재한 연안 수역에서 어선군을 안전하게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 직접 조선하여야 하나, 3등항해사에게 별다른 지시사항 없이 항해당직을 맡긴 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B호 선장의 행위는 이건 충돌사고의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나) 부적절한 레이더 관측
선장 및 항해사는 항해당직 중 레이더를 작동하여 경계를 할 때에는 불충분한 레이더 정보에 근거를 둔 억측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레이더의 특성, 능력 및 한계, 해면 및 기상상태와 다중반사·간접반사·측엽(Side Lobe)·거울면반사 및 레이더간섭 등에 의해 거짓영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이득Gain, 동조Tuning, 해면반사파 제거 기능STC 및 우설반사파 제거 기능FTC 등을 적절히 조정하여 사용하며, 자동충돌예방보조장치ARPA 기능이 설치되어 있을 경우 이 기능을 사용하여 탐지된 물표에 대한 계통적인 관찰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B호는 ARPA가 설치된 레이더 2대를 탐지거리 6마일에 설정하여 사용하였으나, ARPA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STC 기능을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약 2.5마일 이내로 접근한 소형 어선들이 레이더에 의해 탐지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B호는 사고당시 작동 중인 레이더를 적절히 조정하여 주변 어선들에 탐지하고 계통적으로 관찰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다) 소극적인 피항동작
이 충돌사건은 앞서 항법의 적용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충돌 약 4분 12초 전 양 선박이 약 1.1마일로 근접한 상황에서 정지하고 있던 A호가 항해를 시작하며 충돌의 위험이 존재하게 되었으므로 “절박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을 적용하여 양 선박이 서로 합당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B호가 충돌 약 4분 12초 전 항해를 시작한 A호의 동정을 파악한 후 충돌 약 3분 전부터 충돌할 때까지 행하였던 행위에 대해서는 절박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조치이었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나, B호 3등항해사가 충돌 약 3분 전 타를 우현 10도 사용하여 소극적으로 피항조치를 취한 것과 선장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후 충돌 약 1분 전 우현 전타로 타를 사용하여 대각도 우현 변침으로 피항조치를 취한 것을 볼 때 사고당시 B호 선장이 직접 조선을 하였다면 보다 빨리 대각도 우현 변침하는 등 적극적인 피항조치를 취하여 충돌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라) 충돌 후 도주
선장 또는 승무원은 자신의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후 상대선박의 구조 요청이 없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만약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5조의12 참조 바람).
B호 선장은 이건 충돌사고 후 자선과 어선이 충돌한 것을 육안으로 보지 않았고, 또한 이후 자선의 선미 쪽에 어선이 떠 있는 것을 보고 충돌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여 어선과의 교신을 시도하지도 아니하고 또한 여수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에 보고하지 아니하였다.
이후 B호는 충돌 후 약 2시간 30분 동안 항해하던 중 여수연안 VTS로부터 연락을 받고 충돌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고, B호의 충돌사고 후 도주행위가 이건 충돌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관련이 없다고는 하나, 이건 충돌사고로 A호 선장이 사망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된다. 
 

시사점
○선장은 어선군群 통과 시 직접 조선하여야 하고, 가능한 한 어선군 사이로의 항행을 피할 것

우리나라 연안을 항해하는 상선들은 계절에 따라 어선군이 형성되어 조업을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어선군 사이로 항해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선장은 어선군을 안전하게 벗어날 때까지 직접 조선하여야 하고, 어선군 사이로 항행하던 중 선수 전방의 좌·우현 쪽에 있던 어선들이 동시에 이동할 경우 절박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실행가능한 한 어선군의 우현 쪽으로 항행하거나 어선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항행하여야 한다.
 

○항해당직 중 당직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 금지
선교 항해당직자는 주위의 상황 및 다른 선박과 충돌의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청각 및 당시의 상황에 맞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하므로 항해당직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를 선교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선은 항행 중뿐만 아니라 조업 중에도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할 것
어선은 항해 중뿐만 아니라 조업 중에도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여야 하고, 특히 조업을 마치고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는 레이더 및 육안에 의해 주변에서 이동 중인 선박의 동정을 철저히 파악한 후 작업등이 경계를 제한하지 않도록 소등하거나 차단한 후 항해등을 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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