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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覇氣)인가? 실리(實利)인가?
[530호] 2017년 11월 01일 (수) 15:03:45 윤민현 Penb46@naver.com
   

윤민현

(경영학 박사, Penb46@naver.com)

2008년은 모두가 주지하듯이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해운시장이 폭락했던 해이자 원양정기해운계로서는 EC에 의해 전통적인 극동운임동맹이 붕괴된 해이기도 하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원양정기선사들은 공동운항 형태를 통해 동일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간에 운임전쟁이나 시장지분(market share) 쟁탈전 없이 사전에 배정(allocation)된 비율을 준수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거에 선사들에 의한 공동운임설정(collective price setting)행위가 금지되면서 금융위기에 동맹붕괴라는 이중고로 인해 휘청거릴 정도를 넘어 무릎이 꺽이는 치명상을 입게 된 것이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장래를 예감한 정기선 해운시장은 유럽항로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응모드로 전환하였다. 전통적으로 지역이나 문화중심으로 결성되어왔던 공동운항체제가 국적이나 지역을 초월하는 이합집산과 함께  필요시에는 어제의 적과도 서슴없이 동거하는가 하면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왔던 파트너에 대해서도 주저없이 등을 돌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였다. 선박의 크기도 규모의 경제를 이유로 4,000teu급에서 5배이상 대형화되면서 ‘화물은 적고 배는 남아돌아가는’ 만성적인 공급과잉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태리프라는 이름 하에 선사들이 일방적으로 책정한 가격(운임)을 받아들이며 선박회사의 스케쥴에 맞추어 화물을 준비해야했던 화주들에게는 바야흐로 시장이 Buyer's market으로 전환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시장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싸게 싸게’만을 요구하며 하주들이 촉발한 운임전쟁은 결국 선사들로 하여금 원가절감을 목적으로 초대형선을 건조토록 하였고 소석율 달성을 위해 메가급 얼라이언스가 출현하면서 시장은 적자생존의 피를 말리는 경쟁이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공멸의 위기에 직면한 선주들은 2016년을 정점으로 발주 억제, 계선과 폐선, 항차 취소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인위적 선복조절에 들어갔고 그 효과로 2017년 2/4분기부터 시장은 조금씩 바닥 탈출의 조짐을 보이는가 싶었다. 그러나 수주 가뭄에 목이 타는 조선업계, 고 효율 선박을 요구하는 경쟁 환경, 그리고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고 있는 풍부한 대기자금등이 3박자를 이루며 만들어낸 바닥선가가 선주들을 유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선주들의 자제력이 어느 정도 지속 될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였다.

역시 우려했던대로 선주들의 절제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9월초 CMA-CGM이 중국에 2만 2,000teu 급 9척을 발주했다는 발표가 있고 불과 몇 시간 후에 제 2위 선사 MSC가 이번에는 동급선박 11척을 한국에 발주, 한달 동안에 현 선복의 2%에 상당하는 44만teu가 추가되며 공급증가를 부추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운임전쟁을 주도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Maersk 라인이 시장회복을 위해 시장점유율 싸움이나 운임전쟁을 중단하고 모처럼 미약하나마 청신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발주)을 자제할 것을 업계에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과 며칠전까지 발주보다는 기존선박의 대형화(upgrade)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던 2M의 유일한 파트너 MSC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몇 해전부터 제1위 Maersk와 2위의 MSC가 초대형 선박으로 선대를 보강하고 있었을 당시, 재정난으로 관망하고 있었던 제3위 선사인 CMA-CGM의 처지에서 저선가로 초대형선을 발주하는 것은 글로벌 제3위의 지위와 함께 Cosco와 결성한 Ocean Alliance안에서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컨테이너 정기해운산업은 그 특성상 냉정한 상황인식과 시장에 대한 분석, 그리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한다. 따라서 어느 분야보다도 리더의 개성(personalities)과 경쟁심리(fierce rivalries)가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제1위 Maersk Line의 최대주주인 AP Moller Maersk의 손자 Robert Uggla가 얼마전 AP Moller 지주회사의 회장이 되었고 MSC, CMA-CGM 모두 창업자의 2세가 회사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개성과 사고방식이 반드시 선대先代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신세대가 주도한 일련의 초대형선 발주가 시장의 수급균형을 위협에 빠트릴 수 있을지는 모르나 패기 왕성한 젊은 2세대들에게는 시장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선두의 지위와 주도권 확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다. 실제 최근 10년 사이에 펼쳐진 발주 경쟁을 보면 3사 모두가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유지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위 3위 선사들이 일거에 2만 2,000teu 급 20척을 발주하였음에도 나머지 경쟁선사들이 시장의 수급균형을 이유로 그냥 지켜보고 있을런지... 제반여건을 고려할 때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제1의 후보는 Cosco다. 현재 진행 중인 OOCL의 인수가 완료되면 Cosco는 제 3위 선사를 넘보며 Ocean Alliance 내에서 CMA-CGM의 위치를 위협할 수도 있다. Maersk Line은 불과 한달전까지 스스로 향후 수년간의 수요증가를 예상하고 충분한 선복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당분간 발주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던 만큼 당장 제 2라운드 발주 행렬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일, 칠레, 카타르, 사우디 등 중동 5개국이 참여한 다국적 해운사인 Hapag-Lloyd도 선두대열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하여 최근 약 7억 달러에 가까운 증자를 시행하였는가 하면 현재 CMA-CGM의 주식 24%와 3개의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터키의 재벌 Robert Yildirim이 그의 미국항만사업 확장을 위해 보유주식을 매수할 상대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2010년에 5억 달러, 2013년에 추가로 1억 달러 등 총 6억 달러와 맞바꾼 24%의 주식을 인수할 만한 후보는 현 시장의 여건상 극히 소수에 불과한 상황, 만일 OA 회원인 Cosco가 CMA-CGM의 24% 대주주가 된다면 시장의 구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현재 통합작업이 진행 중인 일본 3사의 J/V ‘ONE’은 3사 공히 누적된 적자와 목하 진행 중인 합병전 구조조정이 완료되기 까지는 당분간 추가 선복투자가 난망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들 이외에도 대만의 EMC와 Yangming이 있지만 그들의 지정학적 혹은 정치 공학적 이유로 생존을 하더라도 선두주자들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약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보인다.

분명한 것은 시장의 재편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발주상태인 1만 6,000teu급 이상의 ULCs 82척(현선단의 8%, 총 170만 teu-2017. 9월 기준)이 2020년까지 인도가 완료될 예정이고, 재편된 3대 얼라이언스들의 운항협정이 2020년 전후로 재검토기에 접어든다는 점, 2020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BWMC와 Global Sulphur Cap의 이행을 위한 막대한 자금부담, 2020년에 만료 예정인 정기선 해운에 대한 EU의 경쟁법 일괄적용 면제(block exemption), 점증하는 화주들의 선사들에 대한 불만과 규제강화 요구에 화답하려는 규제당국의 반응 등 2020년을 전후하여 가시화될 해운시장의 향배에 결정적 변수가 될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감안할 때 정기선 해운시장의 장래는 불확실성 그 자체다. 수급안정을 지키려는 ‘실리’와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패기’의 경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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