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부터 단계별 TOC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 북항은 지난해 11월 부산항터미널(BPT)이 개장하면서, 2013년 이전 9개 부두운영사(TOC)에서 3개 TOC로 줄어들었다. 일단 BPT는 계속되던 영업적자에서 벗어나는 등 시작이 좋다. 그러나 남은 2개사와의 최종 통합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물량의 신항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단일 운영사 통합 논의가 계속 진행되야 한다는 의견이다.
 

 
 

부산 신항 개장 이후, 큰 폭의 물동량 하락을 겪으며 TOC의 경영난, 비정상적인 하역요금 덤핑 등의 몸살을 앓던 부산 북항은 2013년부터 TOC 통합을 추진하는 중이다. 2013년 12월에 감만부두 3개 운영사가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주식회사로 통합됐고, 2014년 2월 신선대와 우암부두가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널주식회사, 그리고 지난해 11월 신선대부두 운영사인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널주식회사와 감만부두 운영사인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이 부산항터미널BPT로 통합돼 현재 부산항터미널(BPT, 신선대·감만), 한국허치슨터미널(HKT, 자성대),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 신감만) 등 3개 TOC가 운영 중이다.

 
장금43% 지분 부산항터미널BPT 작년 11월 출범
올1~9월 물량 전년대비 소폭 증가, 영업이익 흑자 전환

지난해 출범한 부산항터미널BPT는 자본금이 570억원으로 장금상선이 43%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이고, CJ대한통운의 지주회사인 CJKX홀딩스가 42.41% 지분을 출자했다. 그 외 KCTC, 한진, 동부익스프레스 등이 소액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일단 BPT의 통합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이다. 물량과 채산성 모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산항 항만물류정보시스템(BPA-NET)의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1월~9월 누적 처리량은 신선대 141만teu, 감만 86만teu로 총 247만teu인데 반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신선대 166만teu, 감만 97만teu로 총 263만teu이다.

통합 전후로, 장금상선, 흥아해운, 양밍YANGMING 등 국내외 선사의 물량을 새로 유치한 것이 실적 향상에 기여한 것이다. 물론 부산 북항의 물동량 자체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상승(481만teu → 524만teu)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물량이 줄어든 부두(신감만 80만teu → 71만teu)도 있어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도 상승하고 있다. BPT는 올 1월, 보도자료를 통해 출범 3개월만에 수십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최근 공식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BPT가 초기에는 영업실적이 흑자로 돌아섰고, 지금까지도 괜찮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면서 “회계 감사 이후에 정확한 실적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경태 BPT 팀장은 “영업흑자를 계속 내고 있는 상황이며, 물량도 큰 폭의 상승은 아니지만 월 평균 29만teu 정도를 처리하며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따른 비용 합리화 인트라아시아 물량 효과적 공략
BPT 통합의 가장 큰 효과는 규모의 경제에 따른 비용 합리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역료와 전산망 단일화, 각종 하역장비 등의 연료유 구입체계 변경, 관리인원 축소 등을 통해 연간 7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이뤄졌으며, 물동량에 비해 남는 선석 2개를 BPA에 반납해 연간 140억원의 부두 임차료를 줄였다.

이를 통해 선석당 투입할 수 있는 장비가 늘어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환적화물의 부두간 이동ITT가 줄어들어 선사 비용부담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BPA가 제공하는 통합에 따른 인센티브도 경영적자 해소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트라 아시아 선사의 물량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인트라 아시아 선사의 경우, 신항보다 북항 기항을 선호하고 있다. 신항의 요율이 북항에 비해 비싸 비용 문제의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대표 인트라 아시아 선사인 장금상선의 BPT 투자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BPT 측은 “처리되는 대부분의 물량이 인트라 아시아 물량”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 파산과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등 올해 악영향을 미칠 요소가 있었으나, 부산 북항의 경우 오히려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해운 동맹 재편 이후, 4월에서 9월까지의 북항 물동량을 살펴보면, 자성대 부두는 104만teu, 신선대부두 114만teu, 감만부두 64만teu를 기록해 각각 13%, 20%,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 근해선사들이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운 데다, 베트남 등 고속 성장 중인 동남아시아 노선을 신규 개설한 덕분이다.

 
BPA-3개 운영사 ‘통합 TF’ 구성했으나 협상은 ‘지지부진’
아직 1년이 채 안된 시점이지만 BPT 통합의 효과는 적게나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추가 통합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BPA는 지난 11월 협상이 최종 결렬될 당시 올해까지 추가 통합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연내 통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BPT 측은 “협상이 소강상태이다. 3개 운영사와 BPA가 통합 TF 팀을 구성했으나 부산항 불개미 문제 등으로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합 이전으로 돌아가보면, 지난해 11월까지 BPA는 기존 4개 운영사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협상을 벌여왔다. 정부와 BPA는 단일 통합운영 법인 설립을 목표로 협상을 주도했으나, 결과는 신선대와 감만의 양자 통합으로 끝났다.

 
만성적자기업 떠안을 필요?
기업 매각 등 내부사정 이유로 통합에 미온적

이와 관련 자성대를 운영하는 HKT와 신감만의 DPCT의 입장은 각기 다르다. HKT의 경우, 지난해 9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통합 이전 신선대와 감만 운영사였던 CJ대한통운과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은 부두 임대료를 장기 체납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HKT 입장에서는 굳이 급하게 통합을 진행해 부실기업과 함께 하는 것이 실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또한 다른 북항부두들과 떨어져 입지해 있는 자성대 부두 입지 상, 통합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HKT는 통합 운영보다 신항 운영권이나 북항 재개발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예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DPCT는 “회사 내부문제로 인해 통합에 적극적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DPCT의 최대 주주인 동부익스프레스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북항 통합운영 논의가 시작한지 횟수로 5년이 지났다. 매년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마다 동어반복 하지만 이번에도 업계의 입장은 “큰 틀에서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선 이견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부산항 전체 물동량 중 북항에서 처리된 물동량은 33.9%에 불과하다. 매년 화물의 신항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항 물량의 ‘절대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단일 운영사로의 통합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하루 빨리 정부와 BPA가 재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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