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감수보존인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선박이 침몰한 경우 손해배상책임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17다227677 판결1)-
 

 
 

Ⅰ. 사안의 개요
1.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와 감수보존결정

(1) 원고(J운수 주식회사)는 2002. 11. 18.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유류대금 등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한국해운조합에게 원고 소유의 84톤급 선박인 P호(이하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60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
(2) 한국해운조합은 2010. 7. 15. 피고(주식회사 Y)에게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 관리 업무를 위임하는 계약의 체결하였다.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 (목적)
이 사건 선박(의장품 포함)에 대하여 Y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감수보존 선박 관리 업무를 관계 규정에 따라 확실하게 수행하고, 이에 상응하는 적정한 비용과 수수료를 수수하는데 있음.
 

제2조 (감수보존 기간)
한국해운조합의 요청에 의한 선박 접수일로부터 한국해운조합의 해지요청일까지로 한다(단, 한국해운조합이 계약을 해지하고 할 때에는 최소한 해지일 7일 전에 Y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제3조 (업무의 범위)
Y는 선관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래의 업무를 일괄 수행한다.
1. 이 사건 선박의 안전한 보전과 의장품 및 일체 비품을 인수 이상 없이 유지 보존하는 업무
2. 선박 의장품 및 선용품의 도난 및 화재 등 의 사고를 예방하여 선박의 훼손과 멸실을 방지하는 업무
3. 감항능력 유지에 부수되는 선용품의 공급 및 수리 업무 등의 대행업무
4. 관리인의 통솔, 지휘감독(비상연락망 유지)
5. 기타 감수보존 선박 관리 업무에 수반되는 일체의 업무
 

제4조 (보고의무)
① Y는 매월 1회 감수보존 관리 업무의 수행사항을 한국해운조합에게 보고하여야 하며, 고장, 조난, 기타 관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한국해운조합 또는 관계인에게 즉시 보고함과 동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3) 한국해운조합은 2010. 7. 20.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0타경11386호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같은 날 위 지원에 2010타기1374호로 Y를 감수보존인으로 선임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감수보존처분을 해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목포지원은 2010. 7. 21.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고, 같은 날 채권자인 한국해운조합의 위임을 받은 Y를 감수보존인으로 선임하여 이 사건 선박을 원고로부터 인도받아 감수보존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2.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감수보존 개시
(1)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집행관은 2010. 7. 29. 원고와 Y, 한국해운조합 소속 관계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감수보존결정에 의하여 원고로부터 Y로 이 사건 선박의 점유를 이전하는 인도집행을 하였고, Y는 같은 날부터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인으로서 목포시 죽교동 620-230 소재 북항 선착장에 이 사건 선박을 정박시키고 점유·관리하기 시작하였다.
(2)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의한 인도집행 당시 기관실 전·후 선저외판 리벳이음 틈새와 너울성 파도로 인하여 선체 중앙으로부터 앞쪽 우현 수선상 외판의 파공부위를 통해 선내로 해수가 유입되고 있는 상태였고, 원고 소속 직원들이 1주일에 1회 정도 휴대용 잠수펌프를 사용하여 선내에 유입된 해수를 배출하면서 관리하고 있었다. 원고 측은 위 인도집행 당시 Y의 선박관리자에게 이러한 사정을 설명해주었고, 그에 따라 Y는 선내에 유입된 해수를 주기적으로 배출해가면서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였다. 그 후 선내에 유입되는 해수의 양이 증가하자 Y는 2~3일에 한 번씩 해수를 배출해가며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였다.
 

3. 경매신청 취하 이후의 상황과 이 사건 선박의 침몰
(1) 한국해운조합은 2011. 4. 5. 경매신청을 취하하고,2) 2011. 4. 28. 원고에게 ‘이 사건 경매절차가 중단되었으니 이 사건 선박을 매각하는데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으나, 위 내용증명은 ‘폐문부재’를 이유로 원고에게 송달되지 못하고 반송되었다. 한국해운조합은 2011. 5. 11. 및 2011. 8. 29.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을 다시 발송하였으나, 모두 ‘폐문부재’를 이유로 원고에게 송달되지 못하고 반송되었다.
(2) Y는 이 사건 경매절차가 신청취하로 종료된 이후에도 종전과 같이 계속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다가 선박관리비용이 점차 증가하자 한국해운조합에게 이 사건 선박 관리를 그만두고 철수해도 되는지 문의하였다. 한국해운조합의 담당자는 Y에게 ‘원고에게 연락했으니 걱정 말고 철수하라’고 회신하였고, Y는 2011. 9. 26.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그만두고 철수하였다.
(3) Y가 철수한 이후 이 사건 선박은 관리자 없이 선착장에 방치되어 선내에 해수가 계속 유입되었고, 그 결과 2011. 10. 7. 22:07경 침몰하였다. 침몰 직전 시점을 기준으로 한 이 사건 선박의 감정평가액은 440,000,000원이다.
 

Ⅱ. 판시사항
Y는 2010. 7. 21.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인으로 선임되었고, 2010. 7. 29. 집행관의 인도집행에 따라 소유자인 원고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인도받아 이를 점유·관리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2011. 4. 5.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경매신청이 취하되었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현실적으로 인도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이를 보관할 의무가 있는데, Y는 이 사건 선박을 원고에게 인도하거나 제3자에게 맡기지도 아니한 채 해수배출 등 선박의 유지·관리 작업을 중단하고 2011. 9. 26. 이 사건 선박에서 철수하여 이를 방치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선박은 11일 후인 2011. 10. 7. 선내 해수 유입으로 인하여 침몰하였으므로, Y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선박의 가액 상당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Ⅲ. 선박의 감수·보존
1. 감수·보존처분의 의의

선박은 경매절차 중에는 압류항에 정박시켜 두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선박은 부동산과 달리 이동이 가능하고, 선박 및 속구의 은닉, 훼손 등에 의한 가치감소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여 경매절차 수행을 확실하게 하고 그 가격을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감수인을 선임하여 선박을 감수(監守)하도록 하거나 그 보존(保存)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하였다(민사집행법 제178조 제1항). 감수처분과 보존처분은 원래 별개의 처분으로서 감수는 주로 선박 및 그 속구의 이동을 방지하기 위한 처분을 말하고(민사집행규칙 제103조 제2항 참조), 보존은 주로 선박 및 그 속구의 효용 또는 가치의 변동을 방지하기 위한 처분을 말한다(민사집행규칙 제103조 제3항 참조).3)
 

2. 감수·보존처분의 집행
(1) 감수명령의 집행은 채무자의 점유를 풀고 감수인이 선박을 점유하여 선박이나 그 속구의 이동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되므로(민사집행규칙 제103조 제2항), 예를 들면, 선박을 일정한 장소에 계류시키고 그 무단이동을 방지하기 위하여 조타장치를 봉인하거나 엔진의 열쇠를 보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법으로 한다. 실제로는 감수인이 직접 점유를 계속하는 데에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므로 감수보존회사에 감수를 대행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실무상 법원별로 선박관리회사를 등록받아 매년 심사를 거쳐 등록된 선박관리회사 중에서 대행자를 선임한다. 이 경우 대행자에 대한 보수도 감수비용에 포함된다.
(2) 보존명령의 집행에 있어서는 보존인이 반드시 선박을 점유할 필요는 없고 선박이나 그 속구의 효용 또는 가치의 변동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되므로(민사집행규칙 제103조 제3항), 예를 들면, 선박이나 그 속구가 손괴된 경우에 이를 독(dock)에서 수리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하면 된다. 또 그러한 구체적 집행처분의 필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보존인이 정기적으로 선박을 점검하는 것도 보존명령의 집행에 해당한다.

(3) 감수·보존명령을 중복하여 한 보통의 경우에는(민사집행규칙 제103조 제4항) 감수·보존인이 위와 같은 집행처분을 적당하게 실시할 수 있다. 실제로 감수·보존집행시 감수·보존인(보통은 집행관), 채권자(또는 대리인), 감수보존회사 직원 및 선원이 등시에 승선하여 당해 선박의 선장(또는 당직사관)에게 법원의 감수·보존결정문을 제시하면서, 당해 선박은 집행관이 점유하게 되었음을 통지하고, 선박감수보존회사에 당해 선박의 관리를 위임함으로써 선박의 점유가 확보된다. 집행을 마친 뒤에는 감수·보존인은 집행요지를 기재한 공시서를 선박에 게시하여 집행사실을 공고할 필요가 있다.
(4) 감수·보존인은 선박을 점검한 결과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으면 집행법원에 그 보고서와 비용청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채권자나 감수인의 집행위임에 의하여 선박의 인도집행을 한 집행관은 집행조서(감수보존처분집행조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선박을 점검한 때에는 점검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3. 감수보존인의 선관주의의무
중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매절차의 수행을 확실하게 하고 경매할 중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경매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중기의 감수와 보존에 필요한 처분으로 중기에 대한 소유자의 점유를 풀고 채권자가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보관할 것을 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취하하면 집행관은 채권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보관하고 있던 중기를 원상대로 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되고,4) 반환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관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법원의 감수보존처분으로 집행관 이외의 자가 선박을 점유·관리하던 중 경매신청이 취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Ⅳ. 대상사안의 검토
1. 감수보존인의 주의의무 위반

Y는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의 감수보존인으로 선임되어 2010. 7. 29.부터 이 사건 선박을 점유·관리하던 중 2011. 4. 5. 경매신청이 취하되었으므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위 선박을 원상대로 인도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는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인도하지 아니하다가 2011. 9. 26.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하였다.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감수보존결정에 따른 인도집행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Y가 철수한 때까지 주기적으로 선내에 유입된 해수를 배출해주어야 하는 상태였는데, Y는 이 사건 선박을 원고에게 인도하거나 제3자에게 맡기지도 아니한 채 해수배출 등 선박의 유지·관리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여 위 선박을 방치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선박은 Y가 철수한 날로부터 11일 후인 2011. 10. 7. 선내 해수 유입으로 인하여 침몰하고 말았다. 따라서 Y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이 사건 선박의 가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손해배상의 범위
가. 가액배상의 원칙

불법행위로 물건이 훼손된 경우 그 손해는 수리가 가능하면 그 수리비, 수리가 불가능하면 그 교환가치의 감소가 통상의 손해이다.5)

나. 과실상계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나,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6)
(2) 원심판결7)은,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발생하였으나, ① Y는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경매신청이 취하되고 이 사건 위임계약이 해지된 이후 감수보존 관련 보수를 전혀 지급받지 못하였음에도 5개월 이상 해수 배출작업을 계속하면서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고 있었던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경매신청이 취하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가 2009. 3. 19.경부터 폐업상태에 있었기는 하나, 이 사건 선박을 Y에게 인도하기 이전부터 주기적으로 해수 배출작업을 하여 이 사건 선박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경매법원으로부터 취하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선박의 상태를 전혀 확인하지도 않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자 그제서야 이 사건 선박의 가액 상당 손해를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8)에 비추어 보면, 공평의 원칙상 이 사건 사고에 대한 Y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체의 4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3. 선박관리의 중단이 불가피하였지 여부
(1) Y는 원고가 연락을 피하는 상황에서 Y가 기약 없이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어 불가피하게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2) 경매신청이 취하된 경우에도 그때까지 소요되었던 경매절차의 비용은 경매신청인이 부담하여야 하므로, Y는 이 사건 경매신청 취하 이후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인도할 때까지 발생한 유지·관리비용에 관하여도 법원에 감수보전비용으로 예납된 돈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은 이 사건 경매절차의 종료 여부와 무관하게 위 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Y가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를 계속하여야 하고, 한국해운조합이 그 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Y는 이 사건 감수보존 위임계약에 근거하여 한국해운조합에게 경매신청 취하 이후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인도할 때까지 발생한 유지·관리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한국해운조합이 Y에게 이 사건 선박의 유지·관리비를 상환할 자력이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Y가 과도한 비용발생으로 부득이하게 이 사건 선박의 관리를 중단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Y의 주장은 이유 없다.
 

Ⅴ.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선박 감수보존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경매신청취하 후 선박소유자에게 선박을 인도하기 전에 그 선박이 해수유입으로 침몰한 경우,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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