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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실의 경제학(2)-게임이론과 글로벌 해운 거버넌스
[534호] 2018년 03월 02일 (금) 14:00:50 고병욱 valiance@kmi.re.kr
   
고병욱 경제학 박사(valiance@kmi.re.kr),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게임이론(game theory)은 사회생활에서 끊임없이 맺게 되는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를 게임 상황으로 보고, 이들 사회적 관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사회과학 분석방법의 하나이다. 우리가 외딴 섬에서 혼자 살아가지 않는 한, 내가 사회적으로 얻게 되는 거의 모든 결과물은 나의 결정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게임이론은 전략적 상호작용(strategic interactions)의 관계에서 합리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분석한다.

게임이론의 구성요소는 ▲게임 참여자(player) ▲게임 참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strategy) ▲선택된 전략들로 인해 발생하는 게임 참여자의 보수(payoff)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게임이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사례를 살펴본다.

철수와 만수가 큰 죄와 작은 죄를 같이 범했다고 생각해 보자. 경찰은 작은 죄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확보했지만, 큰 죄에 대해서는 심증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경찰이 큰 죄의 수사를 위해 이 둘을 각기 다른 방으로 분리하고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만수가 자백하지 않고 철수만 자백을 하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정상을 참작하여 철수만 석방하고, 만수는 원칙대로 큰 죄와 작은 죄의 책임을 물어 10년 징역형을 받는다. 그러나 둘 다 자백을 하면 큰 죄와 작은 죄의 책임을 물어 둘 다 5년 징역형을 받지만,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작은 죄만 처벌되어 1년 징역형을 받는다. 만수에게도 똑 같은 제안을 한다.

철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만수가 자백하는 경우 자신도 자백을 하는 게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자백 5년/묵비권 10년). 만수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자백을 하는 게 이득이 된다(자백 석방/묵비권 1년). 즉 철수 입장에서는 만수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자백하는 것이 이롭다. 만수도 철수와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이 게임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을 우월전략(dominant strategy)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철수와 만수에게 자백이 우월전략이 된다. 그리고 이들 우월전략들의 조합, 즉 (철수의 자백, 만수의 자백)이 우월전략 균형이 된다.

이러한 우월전략 균형의 성질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내쉬 균형이란 현재의 전략 조합에서 어떠한 경기자도 이탈할 유인이 없는 균형을 의미한다. 죄수의 딜레마의 우월전략 균형도 철수와 만수가 이 균형에서 벗어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내쉬 균형의 전형적인 한 예가 된다. 이 같은 죄수의 딜레마의 내쉬 균형은 경제학에 큰 시사점을 던져 준다. 철수와 만수는 서로 묵비권을 행사할 것을 공모함으로써 내쉬 균형보다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묵비권, 묵비권) 전략 조합으로 옮겨 갈 수 있으나 이는 균형 전략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화되지 못한다. 즉 특정한 게임 상황에서 이기심에 이끌린 참여자의 의사결정이 사회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낳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내쉬 균형이 바로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산업에 적용된다. 컨테이너 해운산업은 선사들 간에 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다. 따라서 경쟁 선사에 비해 운임을 낮춤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강하다. 즉 경쟁 선사(B 선사)가 운임을 고수하는 전략을 사용할 때 자신(A 선사)은 운임을 낮추는 것이 매출을 증대시켜 이득이 된다. 나아가 경쟁 선사가 운임을 낮출 때 자신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운임을 낮추어야 한다.

< 컨테이너 해운산업의 딜레마>

   
 

선사들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운임 인하, 운임 인하) 전략 조합이 (운임 고수, 운임 고수) 전략 조합보다 손해가 된다. 그러나 화주 입장에서는 득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멸적 운임경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이 방치된다면 컨테이너 해운산업에 대한 투자위축으로 결국에는 화주가 운임 상승과 서비스 질의 저하라는 문제를 맞게 될 것이다. 또한 독일, 중국, 대만 등의 경쟁 국가들이 이 같은 치킨게임으로 손실을 보는 자국의 선사에 금융지원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지원을 하지 않아 국적선사가 사라지게 되면, 결국 이러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해외 경쟁선사들이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운임을 더 많이 받을 우려도 크다.

컨테이너 해운산업은 시내버스와 같이 정기선 사업으로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선박에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해도 서비스가 제공되어져야 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1875년 영국-캘커타 해운동맹(conference)이 결성된 이후 100년이 넘게 해운동맹이 정기선사들의 과당경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1984년 해운법을 제정하여 선사들의 독자행동권, 서비스 계약(service contract) 등을 허용하여 동맹기능을 현저히 약화시컸다. 또한 EU는 2008년 10월부터 EU에 취항하는 서비스에 대한 해운동맹을 전면 금지시켰다. 해운동맹 약화로 선사들이 자율적으로 취해온 과당경쟁 예방대책이 사라지게 되었다. 바로 이 같은 선상에서 2015년, 2016년의 운임 치킨게임이 전개되었고, 한진해운의 파산과 그를 전후(前後)로 해서 컨테이너 선사 간 대형 M&A가 발생했다. 즉 선사들은 M&A를 통해 경쟁 선사의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집중화는 경쟁에서 도태된 국가의 수출입 화주에게는 득(得) 보다는 실(失)이 된다. 따라서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산업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과당경쟁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글로벌 해운 거버넌스 구축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UN의 국제해사기구(IMO) 산하에 (가칭) ‘세계해사위원회(World Maritime Committee)’를 설치하여 글로벌 차원에서 해운의 산업정책과 경쟁정책을 조율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 등과 협력하여 국제논의를 주도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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