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2016 다보스포럼에서 던진 제4차 산업혁명의 화두가 해운업계에도 많은 도전과 과제를 주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딩, 빅테이터, 블록체인 등의 기술도입이 해운물류분야에 확산되고 있다. 과연 개념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들이 해운분야에 접목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예상하기 용이하지 않다. 피터 드러커 교수가 격찬한 세계 경제사를 바꾼 초혁신적 발명품인 ‘컨테이너 박스’와 같이 세계 무역과 해운분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상기 언급된 기술들이 어떻게 해운서비스 분야에 적용될 것이며, 안정화·상용화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잘 알 수 없다. 4차 산업에 적용되는 기술들은 정보통신 기반 하에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인 기술들과의 연결성, 융합성, 집중성을 통하여 새로운 기술로 재창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3차 운송혁명을 촉발할 것인가?
증기선의 등장으로 운송 빈도와 범위의 확산됨에 따라 국가 간 교역규모가 급증한 것이 1차 운송혁명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컨테이너화(Containerization)를 통해 2차 운송혁명기를 맞이하였다. 1956년 말콤 맥린은 유조선을 개조한 ‘아이디얼-X’로 명명된 배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35‘(10미터) 박스 58개에 화물을 싣고 미국 뉴저지에서 남부 휴스턴으로 운송한 것이 2차 운송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화물적재용기의 단위화·규격화에 따른 하역 효율성의 증대로 선박의 운항효율성이 향상되었고, 이에 따라 저렴해진 단위당 운송비가 글로벌화와 맞물려 세계 무역을 급팽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3차 운송혁명의 기폭제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에 따른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최소한 아래 두 가지 목적을 가져야 한다. 첫 번째는 실시간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되는 저렴한 맞춤형 운송서비스의 제공이다. 실시간 맞춤형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송계약에서부터 화물인도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화주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제반 기술의 사용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문제로 화물추적 및 관리의 용이성, 운송계약의 편의성, 연계수송 관리의 체계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신기술의 얼리 어댑터인 머스크사는 디지털화가 장기적인 생존에 필연적인 것이라 판단하고 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과 손잡고 IoT 기술을 접목한 선박 및 컨테이너 추적시스템을 개발하여 400여척에 달하는 자사 선박에 적용함으로써 솔루션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30여만 개의 냉동컨테이너의 원격 온도 조절과 관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독하고 관찰하는 원격컨테이너관리시스템(Remote Container Management: RCM)을 AT&T와 공동으로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한편 운송계약의 편의성과 연계수송 관리의 체계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기적 관점에서 IBM 사와 합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공급망관리에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화주, 항만운영업자, 국제물류주선업자, 운송관계인들 간에 이동 화물의 확인에 필요한 서류를 디지털화하여 제공하고 서류전달의 신속성을 확보하며 관계자들의 동의 없이 서류의 기록을  변조하지 못하도록 선적기록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화주들에게 운송계약의 편리성을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컨테이너 부킹 시스템인 원터치(OneTouch) 서비스를 머스크, 알리바바, CMA CGM가 공동으로 플랫폼 기반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계약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업종 통합과 존폐의 단초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공급자 측면에서 기술 도입이 선박의 운항 및 에너지 효율성 제고, 운송원가 절감, 연계수송의 관리 체계화, 서비스의 안정성 확보가 담보하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할 기술들이 선박운항, 항만시설, 그리고 다양한 운송과정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수준이 비슷할 때 해운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인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자율성을 통해 실시간 정보가 공유됨으로써 해운서비스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전 운송과정에 활용되고 있는 기술들과 호환성과 연결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글로벌 선두 해운기업인 머스크, CMA CGM은 물론 Hapag Lloyd, 일본 컨테이너 3사 등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은 이러한 기술들이 해운기업의 혁신을 유도하고 양질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생존에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3차 운송혁명의 종결점은 안정성과 효율성이 담보되는 자율운항선박
 AI와 빅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머리이고, 몸체가 되는 것은 센서, 카메라 등 물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정보로 변화시켜 네트워크를 통해 물체 간 연결과 가상세계를 만드는 IoT 기술이다. 2020년경에 약 500억 개의 물체나 대상이 IoT에 접속하여 활용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기술의 해운분야의 활용은 자율운항선박의 개발이다. 롤스로이스사가 구글과 손잡고 자율자동차의 기술을 접목한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고 있고, 이것이 2035년경 실제 운송서비스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박의 자율운항은 4차 산업 기술로 가능하겠지만 무인 자율운항선박은 화물의 보호, 디지털장비가 아닌 기계의 오작동 등 운항 중의 비상사태를 육상의 사무실에서 대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육상의 자율운행자동차 기술도 미완의 상태로 예상치 못한 많은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인간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준 기술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1차 운송혁명의 계기가 되었던 증기기관은 주전자에 물이 끊는 것에 착안한 것이고, 2차 운송 혁명인 컨테이너도 ‘크레인으로 트럭의 트레일러 부분(박스)을 통째로 선박에 실으면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하였다. 3차 운송혁명을 주도할 기술들은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의 통합체로 무선으로 단말기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해킹의 위험과 정보이동의 속도 차에 따른 문제 해결 등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60~70년대 공장 자동화에 따른 실업이 우려되었듯이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정과 존폐 업종간 충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방식에 묻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해운에 활용하지 못하다면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다. 어려운 해운시황에서 우리 해운기업들이 3차 운송혁명에 대비하여 막대한 자본이 투입될 해운플랫폼 구축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새로이 출범할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연합(KSP)과 협력하여 이 과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맥킨지 보고에 따르면, 화주들은 운송과정을 자기 공급사슬망에 포함시키기 위하여 질 좋고 저렴한 운송정보를 원하기 때문에 해운기업의 디지털화는 필연적이라는 말이 마음 깊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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