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사문제연구소 창립 47주년을 맞아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新春)입니다.
유독 봄에만 ‘새’자를 붙이는 까닭은 봄이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4월 화창한 봄날에 한국해사문제연구소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해운입국(海運立國)과 해양문화 창달을 위해 47년을 달려 왔습니다.

“경쟁이란 도그마(dogma)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산업이 없으면 경쟁정책의 존립근거도 없다.”
지난 3월, 한해총이 개최한 포럼에서 발표자 서울대 이봉의 교수가 던진 화두(話頭)입니다. 경제원리와 산업정책의 온도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인더스트리얼 캐리어와 2자물류 문제로 고심하던 해운물류업계로선 귀가 번쩍 뜨이는 말입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틀은 첫째, 갑을관계 개선, 둘째, 재벌개혁, 셋째, 소득불균형 해소입니다.
우리 사회에 축적된 폐해를 청산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불공평하게 기득권을 확보한 사람들을 출발선으로 되돌리겠다는 생각입니다.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문제를 정부가 한번 풀어보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에 소유하고 싶은 마음과 지배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이를 타율적으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부조화와 부조리가 생기고 있습니다.
저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 말처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런 문제들도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國富論)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와 분업화된 효율적인 노동이 필요함을
주장하였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시장경제와 분업화,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난 250년의 세계 역사가 증명합니다. 

내부거래라는 부당지원과 사익편취의 구조인 인더스트리얼 캐리어와 2자물류 체제에서
분업화와 공정한 거래가 가능할까요?

전문해운물류업체들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계속 흔들리고 독과점으로 인한 비용증가와 소비자인 화주의 불편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고요히 사물을 바라보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자(莊子)의 포신이정(抱神以靜)을 생각하며,
그 마음으로 50주년을 향해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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