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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운산업재건 계획을 보며
[536호] 2018년 05월 02일 (수) 09:56:49 하영석 komares@chol.com
   
▲ 하영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교수,전 한국해운물류학회장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정·발표하였다. 소 잃고 외양간까지 허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수출대국 한국에서 해상물류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각인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세계 최대 글로벌선사인 머스크사는 1997년 선박량 23만teu로 한진해운의 17만teu의 1.35배 규모로 영업력에 큰 격차가 없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머스크사는 414.6만teu를 보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절대 강자로 등극하였고, 한진해운은 파산하였다. 정부는 해운재건계획을 통해 잃어버린 해운강국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될 몇 가지 사항에 대하여 제언하고자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예정인 해운재건계획의 내용이 보도자료에 한정되어 있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는 용이하지 않다. 안정적 화물확보 지원방안, 저비용고효율선박의 확충, 해운기업의 경영안정지원이 재건계획의 주요 추진과제로 볼 수 있다. 이 추진과제들이 해운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공적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의 시기 선택과 지원의 주체가 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역할, 그리고 경쟁국들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세계무역기구의 보조금협정(WTO ASCM: WTO Agreement on Subsidies and Countervailing Measures)에 따른 분쟁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추진해야 한다.

재건의 시간적 범위와 방향

현재 정부는 5개년 계획에 따라 해운의 재건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이 계획의 중심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있다. 올 7월에 설립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자국화물의 적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선화주 간의 신뢰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이 주요 과제중의 하나이다. 정부는 선박량 100만teu 이상을 보유한 1개의 글로벌 선사를 존치시키고, 초대형선 선박 20척 이상을 발주해 선사의 대형화 유도는 물론,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화물확보가 담보되어야 한다. 현재 1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적 컨테이너 적취율의 개선이 없다면 2만 3,000teu 초대형선이 투입되고 100만teu 이상을 보유한 대형 선사가 존치된다고 해도 해운기업들은 재무적 위험을 벗어날 수 없다. 그룹(기업집단)의 물동량에 의존하여 성장하고 있는 2자 물류기업들이 우리나라 수출 컨테이너 1,000만개의 약 8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컨테이너 선사를 포함한 3자 물류기업의 경쟁력있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송능력에 한계가 있는 2자 물류업체는 그룹의 신용도와 이미지를 기반으로 3자 물류시장에서 화물을 끌어 모은 후, 상한선을 정해 입찰한다. 해운기업은 적정운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가 운임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에서 해운물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현재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으로 장기운송계약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핵심은 표준 선박의 정상운항비용 보전원칙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2자 물류업체의 불공정행위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국내시장에서는 2자 물류업체의 허용물량(그룹 물량 30%)을 초과하는 타 기업 화물을 처리할 수 없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공공화물 운송에 대한 입찰 기준을 가격위주가 아닌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수출컨테이너 화물이 적정배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어려운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고사되고 있는 해운물류기업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컨테이너 화물배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화주, 선사, 조선사가 함께하는 상생펀드의 조성은 물동량확보 차원과 위험관리 차원에서 적정한 관리방안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신뢰기반 하에 연관기업 간 호혜의 서클(reciprocal circle)을 구축하는 것은 어떤 지원정책이나 제도보다 효과가 클 뿐 만 아니라, 지속성장의 발판이 된다.

연관 산업과의 협력 범위

해양물류네트워크 재건사업의 핵심이 되는 컨테이너 정기선의 경우, 3개 얼라이언스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 컨테이너 정기선은 서비스의 질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였지만, 대규모 선사 중심으로 얼라이언스가 형성되면서 서비스의 질 보다 정형화된 서비스에 대한 단위당 운송원가가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따라서 컨테이너 정기선 재건을 위해서는 얼라이언스에 초대될 수 있도록 일정 규모를 갖추고 초대형 선박을 가진 선사가 있어야 한다. 독자 선사가 얼라이언스에 비해 더 좋은 항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항 효율성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3.1조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업계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조정하여 환경친화적 초대형 선박을 선사에 제공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Drewry 자료에 따르면 1만8,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의 단위당 비용이 8,000teu급 선박의 25% 수준으로 초대형선박이 제공하는 비용 우위 강점을 가지기 위해서는 선박 교체밖에 없다. 이와 함께 운영선사가 규모의 경제성을 갖출 수 있도록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1개와 인트라 아시아지역 1~2개의 선사로 통합·운영될 수 있는 구조개편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머스크사의 CEO와 업계 전문가들은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통폐합은 매우 긴급하고 그것이 생존과 직결되며, 향후 10년간 5~6개의 선사만 생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선사의 통폐합은 수익성이나 경영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임을 직시하고 신속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선사의 초대형선의 발주가 자칫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소를 지원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철저한 재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WTO 보조금 문제 가능성에 대비한 계획 수립

한국은 EU와 2002년 한차례 조선 보조금 분쟁으로 WTO에 제소를 당했고, 대부분 승소하였지만 수출입은행의 제작금융과 선수금환급보증의 일부에 대해 패소하였다. WTO 보조금 협정에 따르면, 보조금은 정부의 재정적 기여로 수혜자에게 혜택이 부여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사실 WTO 보조금 및 상게조치에 관한 협정은 상품교역에 대한 규범이기 때문에 서비스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EU도 1998년 WTO 사무국에 ‘국제운송 운항지원금 제도’는 해운서비스에 대한 보조이므로 WTO 보조금 협정의 적용 제외사항이라 하였다. 따라서 해운산업의 재건에 대한 지원은 큰 논란을 발생하기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한 선박발주가 조선산업의 간접적인 지원혜택으로 간주된다면 이미 2002년에 경험한 바와 같이 EU와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와 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추진하고 있는 해운재건 계획이 효율적인 글로벌 해상물류네트워크의 복원은 물론, 수출강국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대한민국의 재도약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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