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GTO, 항만개발 투자리스크 줄이는 관건”

4월 19일, 수출입은행·해외항만개발 협력지원센터 주관, 관계자 90여명 참석
‘해외항만개발 지원협의체’, 항만개발 전문가 “항만개발 전문가 및 GTO 육성” 공감

 
 

항만건설시장의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견실한 GTO의 육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해외항만에 투자하려는 엔지니어링사와 더불어 선사, 국내 GTO간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월 19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수출입은행·해외항만개발 협력지원센터 주관 ‘2018년 제1회 해외항만개발 지원협의체 정기협의회’에서 김효진 삼정회계법인(삼정KPMG) 상무는 “항만개발이 다른 SOC 사업에 비해 건설 및 설계가 잘됐더라도, 자금회수를 위해서는 터미널 운영이 잘 이뤄져야하나 운영 능력을 검증하고 경쟁력을 갖춘 국내 GTO가 보이지 않는게 현실이다”고 언급하며 “글로벌 GTO 주도의 항만개발시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개발을 넘어 운영까지 주도적으로 가져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기협의회는 해외 항만건설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로,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 운영사, 건설사 등의 항만건설 업·단체로 구성된 ‘지원협의체’는 그간 2016년부터 3년간 8차례 정기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기회에는 총 40여개 기관, 9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2018년 해외항만개발협력사업 추진계획(조솔 해수부 사무관) △유·무상 원조를 활용한 해외항만개발 협력사업(김대진 대영엔지니어링 이사)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해외항만개발사업 진출현황과 문제점(최동호 한국항만기술단 상무) △항만 IT기업의 해외 진출사례와 해외항만개발사업 성공을 위한 제언(변응수 싸이버로지텍 팀장) △글로벌 항만개발사업의 필요성(김효진 상무) 등의 주제발표를 통해 해외항만투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과 기업사례 등을 공유하는 장으로 구성됐다.

해수부, ODA방식과 성과창출형 개발사업 병행 추진
첫 번째 주제를 발표한 조솔 사무관은 해수부가 추진할 해외항만개발 협력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항만의 수주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의 내실화를 다지고 사업을 ODA(공적개발원조)형과 성과창출형으로 나눠 사업 분석과 평가를 진행한다. ODA 사업은 항만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최빈국을 대상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이뤄지며, 성과창출형 사업은 국내 기업의 수주성과 달성을 위해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한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MOU 체결로 협력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진출지원 방식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 타당성조사 연구비 지원 및 해외항만개발 펀드 조성과 같은 금융 지원도 병행해 국내 기업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독자적 금융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더불어 해수부는 투자개발사업의 지속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사, 건설, 금융권 등으로 구성된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타당성조사 등의 과업 초기단계부터 다양한 기관이 참여해 체계적인 전략추진을 통한 해외 항만사업의 수주 가능성을 제고한다.

김대진, “항만개발은 대규모 사업.. 단일화된 금융지원만으로 부족”
김대진 이사는 ODA사업 추진방향을 살펴보고, 엘살바도르 항만과 방글라데시에 적용된 원조사례를 검토한 뒤 ODA사업의 활용방안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ODA 사업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수출입은행이 담당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유상원조 방식과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무상원조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EDCF의 항만분야 사업 가이드에 따르면, EDCF는 접안시설과 야적장을 기준으로 항만분야를 지원하며 사업규모는 1억불에서 2억 5,000불, 사업기간은 약 60개월 내외이다. 상업항만에 대한 대부분의 지원은 컨테이너 부두를 기준으로 산정되며, 하역장비는 통상적으로 지원을 받는 수원국에서 분담하거나 주하역 장비에 대해서만 EDCF 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KOICA는 ‘교통 접근성 향상 및 경제산업 발전 지원’ 전략 내 항공, 해운시설 구축에 대한 타당성조사 지원 프로그램을 두고 항만개발에 대한 무상원조를 지원하고 있다.

이어 그는 대영엔지니어링이 추진한 유·무상 원조가 적용된 엘살바도르의 아카후틀라 항만 개발에 대해서도 간략한 소개를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항만은 올해 타당성조사, 마스터플랜 등의 사업을 종료하고 ’20년까지 설계를 완료한 뒤 ’21년부터 3년간 공사가 진행된다. 이에 대해 그는 “최근 2단계 터미널인 컨테이너항만과 배후단지 조성에 EDCF를 통한 차관 지원키로 협의를 마쳤으며, KOICA를 통해 신규부두 축조 실시설계를 하는 것으로 사업화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EDCF 차관 조건은 이자율 0.15%, 10년 거치, 40년 상환으로 알려졌으며 컨테이너 부두 1선석 공사비용은 약 1억 4,000만 달러 규모이다.

방글라데시 항만은 현재 치타공항, 파이라항, 칸푸르항 등 3곳에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치타공항과 파이라항은 EDCF 차관방식을 통해 항만개발 사업을 추진되고, 칸푸르항의 경우는 준설 및 장비 지원에 대해서만 KOICA 사업과 함께 추진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항만사업 자체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기 때문에 EDCF 차관만으로 항만 개발이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차관규모의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이나 중국은 거대 자본을 투입해 개도국 항만투자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국내도 세계은행(World bank)와 같은 세계다자은행(MDB)과 공동으로 금융지원을 하거나 기존 EDCF 차관에 수출신용 자금 등을 혼용한 신용대책을 내놓는 것도 좋은 방편”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제시하는 지원책이 금융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차관승인이나 승인을 위한 지원업무 등의 행정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최동호, “해외항만개발 전문엔지니어링사 육성 시급히 필요”
최동호 상무는 엔지니어링사의 항만이 차지하는 사업비중 등의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외 엔지니어링사의 진출전략 등을 살펴본 뒤 해외항만 진출전략에 대한 제언을 이어갔다.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토목사업 중 매출금액의 비중이 도로가 약 400억(841건) 수준이며, 이어 항만이 322억(235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그는 “해외 건설사업 중 도로사업 건수가 절대적으로 많지만 항만건설사업비 규모가 매우 커 항만분야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해외항만개발사업 실적은 큰 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 상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수주는 전체의 95%인 6조 8,544억원을 기록한 반면, 해외 수주는 3,573억원인 5%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그는 “국내사업 물량 감소로 엔지니어링 기업의 해외사업 진출이 요구되고 있지만 전문 인력부족, 초기사업 리스크 등의 이유로 인해 해외사업진출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프랑스, 미국, 호주의 해외 엔지니어링 사는 사업특성화 다각화, M&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항만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선진기업인 프랑스 EGIS사는 아프리카 등의 개도국과 언어/문화권이 유사한 점을 이용해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자사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철도시설 특성화를 기반으로 한 물류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호주 SMEC사는 건설사업관리, 자문 등을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사업을 위해 가스/오일 등의 관련기업과의 M&A를 통해 해외 진출지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한편 국내 1위 엔지니어링사인 도화기업은 카자흐스탄, 알제리 등 해외지사를 설립하고 수주형 사업에서 벗어나 직접투자개발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상무는 “항만분야는 사업 특성상 전문성이 요구되나, 국내 기업엔 항만건설 전문회사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밝히면서 “실질적인 항만운영사업의 주체가 없고 엔지니어링 기업의 항만 전문 리스크 관리 역량이 부족해 사업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하며, 해외항만개발 전문엔지니어링사의 육성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변응수, “업계 전문가 통해 고객니즈 파악, 항만개발 인프라&소프트웨어 협업 필요”
한편 싸이버로지텍의 변응수 팀장은 항만IT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본 항만개발에 대해 발표했다. 싸이버로지텍은 국내 IT 기업 중 해운·항만·물류 등의 밸류체인(Value chain) 전 영역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한 디지털 해운기업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2000년 한진해운 IT 자회사로 출범한 동 사는 140억 규모의 매출회사에서 지금은 1,622억 규모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해외 매출 비중은 94%를 자랑하고 있다.

변 팀장은 자 사의 급속한 성장 요인으로 “고객보다 고객의 요구를 더 잘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싸이버로지텍은 400명의 직원 가운데 IT 전문가가 60%, 해운·항만·물류 컨설턴트 62명 등으로 구성됐다. 또한 해외 현지법인과 대리점에는 해운업계 종사자와 IT 전문가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장고객에 알맞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변 팀장은 “한진해운이 파산할 당시 해외 주재원들을 컨설턴트로 고용해 업계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글로벌 항만개발의 트렌드를 ‘무인화’와 자동화’로 꼽고 자동화 항만사업 성공을 위해 “엔지니어링 중심의 사업관점에서 인프라와 IT가 연계된 복합적인 항만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설계 및 개발단계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협업이 구축돼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출혈적 경쟁에 놓여있는 엔지니어링 사업에 컨설팅단계서부터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차별화 전략을 확보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소프트기업사가 비젼을 제시하고 이를 엔지니어링사와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고도 덧붙였다.

김효진, “견실한 GTO, 항만마켓·운영리스크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삼정KPMG의 김효진 상무는 항만 투자컨설턴트 입장에서 본 글로벌 항만개발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발표 서두에 “물동량 증가 추세는 둔하지만 성장은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수익성이 좋은 항만은 대부분 개발이 끝나 단순한 물동량 증가만으로 항만투자시황이 좋아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해 현재 해외항만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언급했다.

한편 항만투자는 대부분 민간이 참여한 투자개발형(Landlord)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민간이 투자하게 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수익성”이라고 언급하면서 “도로나 발전 등의 타 SOC 사업은 정부를 상대로 한 국민 개개인을 위한 B2C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를 예측하기 용이하고, 거시적인 통계를 보면 그 나라의 성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항만에 대해서는 “항만은 B2B사업이다. 거래대상과 협상대상에 따라 수익이 안정적이거나 불안정할 수도 있다”면서 “마켓 리스크를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제대로 산출해 낼 수 없다”며 항만사업의 불안정한 투자 특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는 항만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항만 투자자들은 수익성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항만개발에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이 대주주로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다만, 민간펀드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선진국 중심의 항만개발에 주로 집중투자를 하고 있어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도국 해외항만개발 사업에는 민간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것이 김효진 상무의 설명이다.

한편 세계항만이 처리하는 물동량의 대부분은 PSA, 허치슨, DP월드 등과 같은 글로벌 GTO에 의해 대부분 처리되고 있다. 세계 40대 상위 컨테이너 부두의 상당수가 GTO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2015년 세계 처리 물동량의 약 65%가량이 GTO가 지분을 갖고 있는 터미널에서 처리되고 있다. 특히 그는 “글로벌 GTO가 물동량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줄어들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흥국에 GTO 주도의 항만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APM 터미널은 최근 지역항만의 터미널 운영사와 M&A를 추진해 몸집을 계속 불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는 한국이 해외항만개발에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항만건설사업 목표를 단순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구축에만 머물게 할 것인지, 장기적인 측면에서 GTO 육성까지 해외항만투자사업으로 봐야할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종합적으로 보면 항만투자 마켓리스크와 운영리스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견실한 GTO의 육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개발을 하고 싶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성을 실현하려면 글로벌 GTO와 협업을 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선사나 국내 GTO가 항만개발 시 터미널 운영에 대한 비전을 투자자에게 명확하게 제시한다면 단순 머니게임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개발시장에서 국내 터미널 운영사가 주도적으로 투자 자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사견을 제시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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