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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실의 경제학(5)
지식창출 메카니즘과 경영 시사점
[537호] 2018년 06월 01일 (금) 14:38:57 고병욱 komares@chol.com
   

고병욱
경제학 박사(http://blog.daum.net/valiance)
한국해양수산개발원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 경제의 지형이 매우 빠르게 그리고 크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사, 하역사, 국제물류기업, 선박관리업 등의 해사산업계뿐 아니라 이들의 고객 기업인 화주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이 바라는 서비스와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변화하는 수요·공급 여건에 대응하여 최적의 기업경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지식(소비자 만족, 원가절감의 지식)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경영학자 노나카(Nonaka) 교수는 일찍이 이러한 기업의 생존·발전전략을 지식창출 관점에서 해석하고 조직의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1995년 노타카 교수의 “조직적 지식창출의 동태적 이론”(A Dynamic Theory of Organizational Knowledge Creation)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우리 해사산업계의 경영상의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필요한 경우, 별도의 언급 없이 필자가 노타카 교수의 주장을 확대 해석하기도 했다).

노나카 교수의 지식창출이론의 핵심에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과 명문화된 지식(explicit knowledge)의 구분이 있다. 이 구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의 “우리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이 알 수 있다”(We can know more than we can tell)라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지식이 명문화된 지식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 중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이 암묵적 지식이다.

산업계에서 이러한 철학적 논의가 큰 함의를 지니는 것은 시장, 특히 고객의 요구가 대부분 처음에는 암묵적 지식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반해, 기업의 상품은 명문화된 지식에 기반해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고, 구매한 이후에도 매우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이 처음에는 명문화되지 않은 지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이 기업의 존망이 걸린 시장움직임에 대한 암묵적 지식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명문화된 지식으로 변환하여 미래의 기업 상품에 담아내느냐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에게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작업공간에는 비용절감을 가능케 하는 단서(端緖, clue)가 암묵적 지식의 형태로 있다. 이를 어떻게 명문화된 지식으로 변환하여 업무효율화를 달성하느냐에 원가절감의 마법이 있을 것이다. 즉 암묵적 지식을 명문화된 지식으로 변환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따라서 지속적 경쟁우위(소비자 만족, 원가절감의 지식) 확보를 위한 기업의 지식창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지식 간(암묵적 지식·명문화된 지식)의 변환 방식을 좀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소비행태, 작업방식 개선 아이디어 등에 대한 암묵적 지식을 공유하는 단계가 필요하다(사회화, socialization). 이러한 사회화 과정에서 개별 근로자들이 마케팅, 생산과정 등에서 경험하는 매우 구체적인 다양한 사례들이 조직 구성원들 간에 공유된다. 이렇게 암묵적 지식이 공유되면서 다양한 경험들 속의 공통된 경험이 이해되고, 이러한 공통경험을 명문화된 지식으로 변환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질 것이다(외부화, externalization). 특히 이러한 외부화 과정은 최종적으로 하나의 모형(model)을 만들어서 조직 내에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완결된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과 제품개발팀이 협력하여 새로운 신상품 생산에 필요한 기획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이러한 외부화 과정이다. 이렇게 외부화된, 즉 명문화된 지식은 회사에 축적되어 있던 기존의 명문화된 지식과 연계(융합, 통섭)되어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조합, combination). 물론 이러한 조합과정에서도 새로운 지식이 창출될 수 있다.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명문화된 지식은 다시 일선 부서에서 사용되면서 다시 내부화(internalization)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신상품을 마케팅팀이 시장에 내놓는 과정이 내부화과정이고, 이 내부화과정에서 소비자의 반응 등이 다시 암묵적 지식으로 만들어 진다. 이러한 지식 간의 변환 방식을 정리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 변환의 과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직선적인 인과관계를 갖기 보다는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보다 상세한 설명은 앞서 언급한 노나카 교수의 1995년 논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또한 바로 이러한 지식창출의 과정이 일본 기업이 세계 2차 대전 이후 1980년대까지 미국 기업을 추월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록 지금의 일본이 과거의 영광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일본의 산업 경쟁력은 이러한 기업의 혁신역량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럼, 이러한 조직의 지식창출과정에 대한 이해는 우리 산업계에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는가? 먼저, 지식창출과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경영철학이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창조적 혼돈(creative chaos)을 불가피한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는 외부의 시장 및 기술적 변화는 기업에게 커다란 혼돈을 야기하지만, 이를 외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기업은 이러한 혼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기업(조직) 내에 최소한도로 필요한 다양성(requisite variety)을 확보해야 한다. 고객과 마주하는 사람, 상품을 만드는 사람, 인사와 재무를 맡은 사람, 회사 전체의 미래를 기획하는 사람, 이러한 모든 사람들이 필요하다. 셋째, 정보의 중복(redundancy of nformation)이 필요하다. 보통 중복이라고 하면 불필요하게 자원이 투입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보의 중복은 기업이 당면한 창조적 혼돈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인적 자원들(requisite variety)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마케팅팀의 난제를 기획팀에서 해결할 수도 있으며, 기획팀의 난제를 마케팅팀에서 해결할 수도 있다. 이러한 교차 문제 해결(cross-solving)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의 중복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지식창출경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확대하고, 최고 경영자와 일선의 근로자 간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탑-다운(top-down) 경영은 회사의 지식창출 책임을 너무 최고 경영자에게 부여하고, 바텀-업(bottom-up) 경영은 일선의 근로자의 자율성을 너무 확대하여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미들-업-다운(middle-up-down) 경영을 통해 최고 경영자는 회사의 비전을 설정하고, 일선의 근로자는 중간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회사의 비전이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중간 관리자는 이 같은 과정에서 회사의 지식창출 중간 다리(bridge)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회사는 i) 위계적인 조직체계에서 수행하는 일상적 업무와 ii) 회사 발전을 위한 지식창출 업무를 구분하고 이 두 가지의 업무가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식·정보 시스템을 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hypertext)처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회사의 구성원들이 필요한 지식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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