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단지 고부가가치, 창고기능만으로 달성 힘들다”

6월 18일 서울 코엑스, 제3회 한독물류컨퍼런스, 항만 배후단지 부가가치 창출안 논의
“배후단지 내 가공산업 육성”, “물건 재생산, 장비 유지·보수” 등 다양한 전략 눈길

 

 
 

항만배후지역에 잠재된 부가가치 물류활동을 확대하고 물류시장의 선진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다변화되고 있는 물류시장의 트렌드에서 한국과 독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의 장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6월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3회 한독물류컨퍼런스’는 한국과 독일 물류인의 만남의 장으로 올해 컨퍼런스는 ‘The way to innovations for future logistics - 항만도시 배후지역의 부가가치 물류활동 확대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베어트 뵈르너 주한독일 부대사,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이철우 새만금개발청장 등 양 국 항만관련 기관 대표자뿐만 아니라 양 국의 주요 대학 교수 및 기업 관계자 등 약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번째 섹션에서는 최신 물류 트렌드의 소개와 한국·독일의 항만·물류 개발 사례에 대한 발표가 있었으며, 두 번째 섹션에서는 독일 빌헬름스하벤항과 CJ대한통운의 실무진이 발표자로 나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항만과 물류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발전전략을 논의했다.
 

비용절감, 적기배송, 이산화탄소 절감 등 물류체인 디지털화 불가피
첫 번째 세션의 첫 발표자로 나선 베를린공과대학 물류학과장이자 BVL 자문위원인 프랑크 스트라우베 교수는 ‘물류 최신 동향 및 성공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의 포문을 열었다. 스트라우베 교수는 “물류가 앞으로 사회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 디지털화, 자동화외에 여러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제조-보관-배송 등 물류체인 속에 있는 관계자는 비용절감, 적기배송, 이산화탄소 절감 등의 주요 이슈로 인해 디지털화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며, 이 모든 것은 고객의 만족도와 관련됐기 때문에 고객의 의사가 반영된 물류체인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이자 BVL 한국대표부 부의장 김용진 교수도 ‘물류 4.0 핵심 비즈니스 트렌드’라는 주제로 국내 물류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연구결과에서 ‘적기배송’, ‘디지털화’를 핵심 키워드로 꼽고 이를 위해 ‘예측물류 5개년 적기배송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배후부지 고부가가치 실질적 진전 없어, 가공산업 등 다양한 산업 유치돼야
하태영 KMI 항만수요 예측센터 센터장은 ‘국내 항만배후 부가가치 물류 현황 및 발전방향’을 발제로 항만물동량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항만배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배후단지의 8-90%가량이 ‘창고형태’의 시설에만 집중하고 있어 고용을 창출하거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부가가치의 창출효과는 실질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배후단지에 위탁가공, 수탁가공 등 가공산업을 활성화시켜, 가공단계에 있는 수출·입 자재를 배후단지에서 가공을 통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로 변모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수입품 중 제3국에서 원자재가 가공이 돼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 규모는 연간 160억달러 수준으로 이 부분을 타켓으로 한 마케팅을 진행하면 고용창출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하 센터장의 설명이다. 또한 해수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항만배후단지 기본계획’을 매 5년마다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으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치 속에 고부가가치 항만 조성에 대한 추진전략은 존재하지만 실행방안이 미비해 배후단지 내 가공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또한 퀴네물류대학 총장 토마스 스트로토테 교수도 “물류 운송과정 중에 존재하는 배후단지의 역할은 단순히 저장시설에만 국한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비해 술과 잔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물류창고에서 만들거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두 제품을 물류창고에 모아 세트로 재생산할 수 있다. 또한 포크레인을 사는 대신 잠시 대여해서 사용하기 원하는 물류 업체에 예약시스템을 통해 포크레인을 대여하고 또한 이를 최상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게 유지·보수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업체도 배후단지에 입주할 수 있다. 스트로토테 교수는 “물류 이동과정 중 어느 특정 부분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특정 서비스를 타겟으로 한 마케팅을 배후단지에서 지속적으로 유치한다면 배후단지의 부가가치도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도 말했다.
 

빌헬름스하벤항, 아우토반과 불과 900m..조속한 화물 반출입 가능
이어 두 번째 세션에서 빌헬름스하벤 컨테이너터미널 마케팅주식회사의 안드레아스 불빈켈 대표는 독일 차세대 항만으로 주목받고 있는 빌헬름스하벤항에 대해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동 항만은 수심 18m를 확보해 400m의 컨테이너 선박이 화물을 최대한 적재한 상태에서도 접안이 가능하다. 독일의 주요 항구도시들은 외곽 고속도로(아우토반)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우토반에서 주요항구까지의 거리는 평균 35km인 반면, 빌헬름스하벤항과의 거리는 불과 900m 정도이기 때문에 화물 반출입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물량 처리량은 약 270만teu수준이기 때문에 많은 화물을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컨테이너 처리속도는 시간당 28개에서 35개 수준으로 부산항과 맞먹는다.

함부르크, 로테르담 등의 화물을 발틱해로 운송하기 위한 환적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한 빌헬름스하벤항은 최근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발틱해 인근 항만으로 기항하자 부산항을 포함한 주요 항만과 운송 서비스계약을 맺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매년 약 10-15%가량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편 빌헴름스하벤항 배후단지에 대해 그는 “기차를 통해 들어오는 육류를 해동시켜 아시아와 유럽에 공급할 수 있는 콜드체인뿐만 아니라 항구 접안에 필요한 무어링(계선) 사업, 빈 컨테이너 보관 등의 서비스 기업이 현재 배후단지에 입주한 상태”라고 밝히면서 “현재 5만평(5헥타르) 규모로 배후단지에 입주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베타적 사용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며, 이 부분은 타 유럽 항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국 물류기업의 적극적인 문의를 부탁드린다”고도 언급했다.
 

CJ대한통운, 무인물류·예측물류·지능물류로 디지털 물류시장 선점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 정태영 원장은 ‘디지털 물류 2020’을 주제로 ’20년까지 CJ대한통운이 디지털 물류체계를 완성시키기 위한 과제, 배경, 전략 등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물류시장은 최근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환경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물류서비스에 대한 복잡도가 증가했으며, 소비자 수요에 맞게 시스템의 변화를 꾀하다 보니 드론 등과 같은 수·배송 체계에서도 다양해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물류시장은 기존의 시장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시스템을 갖춰 가치를 창출해야만 하며, CJ대한통운은 이를 위해 ‘디지털 로지스틱스 2020’ 계획을 수립해 기술, 서비스 분야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동 사는 하드웨어 로봇, 자동화 장비 등을 통해 주로 ‘무인물류’를 지향하고 있으며, 물류서비스 분야에서는 빅데이터를 통해 물류 처리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예측물류’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끊김없는 물류 처리 시스템 구축과 정보 지식화를 통한 지능형 체계 구현을 위해 AI, IoT를 이용한 ‘지능물류’를 통해 정보를 지식화한다.

특히 물류창고 내에서 물건이 처리되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로봇 가이드형 피킹 솔루션이나 무인검수 시스템, 하차 자동화 장비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획기적인 기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태영 원장은 “장비·기술의 혁신은 초기 비용이 더 많이 들지라도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사가 물류시장에서 꾸준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물류과정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겠다”고도 언급했다.

한편 이날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새만금개발청 옥나라 사무관의 ‘물류허브로서 새만금 미래비전’을 끝으로 주제발표가 마무리됐으며 이후 이성우 KMI 본부장을 좌장으로 항만배후부지 활성화에 대한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질의 중 특히 부산항이 고부가가치 항만배후단지로 전환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커피가공업의 유치가 정부의 배후단지 내 임·농산물 규제로 인해 배후단지 내 기업의 유치가 어렵다는 점에 대해 빌헬름슨하벤항의 불빈켈 대표는 “독일에서는 현재 농산업과 관련한 제조업체의 입주가 가능하며, 항만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공산품별로 일부 항구에서만 업체를 유치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해놓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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