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 및 투자기능의 법적 의의

[그림1] 아시아-북미 항로에서의 한국 프리미엄       (단위:달러/F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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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드디어 해양진흥공사(이하 공사)가 발족되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이후 해운업계는 경기역행적인 해운전문금융기관의 발족을 요망하게 되었다. 경기가 나빠지면 우선 용선료가 떨어지게 되니, 비싼 용선료로 선박을 빌린 선주들은 지불할 용선료를 은행에서 빌려야했다. 운임수입이 떨어지니 선박의 운항에 소요되는 비용(운영자금)이 부족하여 이 또한 은행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경기가 나빠지면 선가가 싸지는데, 이 때 선박을 매입하거나 신조선을 해야 한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이 필수적인데 은행은 불경기이므로 대출을 오히려 꺼린다.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경기역행적인 선박금융을 일으킬 수 있는 해운에 특화된 전문은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업계의 요망사항이었다. 2010년 이에 대한 연구용역(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실시한 선주협회는 이의 설립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였다. 2016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이어 파산이 되자 한국해운을 살려야겠다는 정부내에서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문재인 대통령후보는 해양전문선박은행 설립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마침내 해양진흥공사가 발족하게 되었다.

경기역행적 선박금융전문은행인가?

업계가 바라던 경기역행적인 해운전문 선박금융기관이기 위하여는 대출과 보증, 그리고 선박은행(tonnage bank)의 기능을 해야 한다. 선주가 필요로 할 때 쉽게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해주어야한다. 그런데 공사법에 의하면 대출기능은 나와 있지 않다. 대출은 은행만이 하도록 되어있는데, 해양진흥공사가 대출을 하게 되면 기존의 시중은행과 기능이 중복되므로 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증기능은 공사의 주된 기능이다(제11조 제1항). ‘한국해양보증보험’을 흡수하여 설립된 것이니 만큼 당연한 것이다. 조직도 상으로도 해양보증본부장을 두고 있다. 선사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선박건조대금을 대출받을 때 시중은행이 담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 공사가 보증을 서주는 것이다. 선사의 대출을 도와주는 유효한 기능이다.

또한 선박은행(tonnage bank)로서의 기능도 있다. 공사법에 의하면 투자의 기능을 공사가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제 11조 제1항). ‘한국선박해양’을 흡수한 것이니 만큼 투자는 공사의 큰 축이다. 조직도상 해양투자본부장을 두고 있다. 선사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자신이 소유하는 선박을 매각하고 다시 이를 용선해서 사용하려고하는 경우 공사는 매수인이 되어준다. 매각대금은 시장가격으로 하지만, 장부가격과 시장가격만큼의 차액은 공사가 유상증자를 해줌으로써 선사가 매각함으로써 손실을 피하게 한다.

해양진흥공사는 선박전문은행의 3가지 기능 중 가장 중요한 대출기능이 빠져있기 때문에 완전한 해운전문금융기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보증기능이나 선박은행으로서의 기능은 살리고 있기 때문에 제도상으로는 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증과 투자기능

공사의 가장 큰 기능은 선사들이 필요로 하는 선박에 대한 보증과 투자이다.

공사가 보증을 한다는 것의 법적의미는? 예컨대, A선사가 국내조선소에 신조발주를 한다고 하자. 자기자본 10%, 시중은행 자금 60%대출(선순위)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30% 대출을 더 받아야하는데, 선순위대출과 달리 A선사는 제공할 담보가 없다. 선순위는 자체 건조중인 선박을 담보로 하면 되므로 대출은행도 대출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 제공할 담보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A선사는 공사에 찾아가서 후순위 대출에 대하여 대출금지급보증을 해 줄 것을 의뢰하게 된다. 이를 수락한 공사는 대출은행과 보증계약을 체결한다. 공사는 보증을 영업으로 제공하는 상인에 해당하므로 상법상 연대보증인이 된다(상법 57조 제2항). 연대보증의 경우 변제기일이 되면 채권자는 채무자 혹은 보증인 누구에게나 지급을 구할 권리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민사보증과 다르다. 민사보증의 경우는 채권자는 우선 채무자에게 변제를 받도록 노력해야하고 그것이 불가할 때 비로소 보증인에게 변제를 구하게 된다(이를 보증인이 가지는 최고검색의 항변이라고 한다)(민법 제437조). 이러한 보증을 받게 되면 시중은행이 30%의 건조자금 대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공사는 신용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증은 연대보증이기 때문에 공사가 노출되는 위험은 크다. 따라서 공사는 자신이 장차 대출금을 지급해야하는 경우 그 손실을 보험을 통하여 위험을 분산시켜야할 것이다. 대출금을 은행(채권자)에게 지급한 공사는 A선사에게 구상청구를 할 것이지만, A선사가 지급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공사는 보증금 지급을 보험사고로, 대출금 지급으로 입은 손해액을 보험금으로 하는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공사가 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선박, 컨테이너 터미널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 공사가 선사의 주식에 투자하여 주주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사법에 의하면 선박 등에 대한 투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사는 한국선박해양의 기능을 그대로 승계하였다. 한국선박해양은 sale & lease back을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해낸 바 있다. 공사도 그러한 전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본다. 예컨대, A선사는 운영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부채비율이 높아져서 은행도 더 이상 대출을 하여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높은 가격에 사두었던 선박을 매각하여 당장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영업은 지속되어야하므로 그 선박을 다시 용선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공사는 이런 A선사의 의뢰에 매수인이 되기로 한다. 공사는 A선사와 선박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동시에 용선계약도 체결하게 된다. 공사는 선박에 대한 매각대금을 지급하게 되고 A선사는 발등의 불은 끌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선박에 승선중인 선장이나 그 선박을 이용하는 화주들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등기부상 소유자만 변경되게 된다.

시중은행이나 외국의 선주들이 매수인이 되는 것과 다른 점은 공사가 투자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 있다. 시장가가 1000억인데, 장부가가 2000억원인 경우 매각으로 A선사는 1000억의 손실을 보게 되고, 자본이 줄게 되므로 점차 부채비율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에 공사는 1000억에 대하여 유상증자의 형식으로 자신이 주주로서 투자를 하게 된다. A선사는 자본이 다시 1000억이 유입되게 되므로 부채비율에 변화는 없게 된다.

공사가 선박에 대한 투자를 하게 되는 경우, 보증의 경우와 달리 자신이 소유자가 된 선박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할 것인지가 중요하게 된다. sale & lease back을 통하여 매수인이 된 공사는 기본적으로 금융기능을 하지 해상기업으로서의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즉, 운송인이 되지는 않는다.

우선 공사는 선박에 대한 소유자로서 다양한 책임을 부담한다. 우리나라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혹은 민사책임조약(CLC)상 등기부상 소유자로서 유류오염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난파물 발생시 소유자로서 제거의무를 부담한다. 물론, 해외나 국내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시켜 직접책임을 회피할 수는 있지만, 종국적으로 공사 자신이 지급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경우 공사는 해상기업으로 인정되어 선주책임제한권을 가진다.

다음으로 공사는 자신이 선박을 직접 운항하지 않기 때문에 용선을 주어야 한다. 공사가 선택할 수 있는 용선은 선체용선이나 정기용선이다. 정기용선을 해주게 되면 선박소유자가 선원을 공급해주어야 한다(상법 제842조). 공사는 선원을 고용하지는 않지만, 선박관리회사에게 위탁하면 선원공급은 가능할 것이다. 선박관리회사가 선원의 사용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사가 사용자가 된다. 그러면 공사는 선원의 사용자로서 여러 가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공사로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선체용선(단순/국취부)을 해주면 용선자가 선원을 공급하고 선원의 사용자로서 용선자가 책임을 부담하므로, 공사로서는 한결 가볍게 된다.

공사가 선박의 소유자로서 법정된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상법에 의하면 운송인이 항해용선자 혹은 정기용선자인 경우 운송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을 운송인 뿐만아니라 소유자도 부담하도록 되어있다(상법 제809조). 선박이 가압류될 수 있다. 또한 선박우선특권을 채권자가 행사하면 선박이 임의경매에 들어가므로(상법 제777조) 종국적으로는 공사가 손해를 보게 되므로 공사는 이에 대한 보험가입 등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사가 소유하는 선박(파나마 선적인 경우)이 선박연료유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우리 항구에서 채권자인 공급업자가 선박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면, 비록 공사는 연료유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지라도 선박이 팔리게 되므로 전혀 모르는 공급자에게 공급대금을 먼저 지급해야할 것이다. 그런 다음, 용선자게 회수할 수 있지만,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보험으로 위험을 분산시켜야한다. 선박은행의 기능을 하는 데에는 이렇게 많은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 한편, 공사 소유선박은 신용도가 높으므로 화주로부터 선호될 것이다. 특히 공사의 보증을 통해 신조하는 경우 부채비율이 커지게 되므로 선사는 자본을 증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상증자나 영업이익의 증대와 같은 방법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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