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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해상법·선박건조금융법 이슈진단(5)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임의해사중재
[540호] 2018년 08월 31일 (금) 13:39:49 김인현 komares@chol.com
   

김인현 교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
선박건조금융법 연구회 회장

해운업이나 조선 산업을 영위하다 보면 각종 분쟁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런 분쟁해결수단을 영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다. 해운 세계 6위, 무역 10위 그리고 조선 1위를 달성한 현재에도 이러한 경향은 여전하다. 우리나라 해운회사 보험법무팀 업무의 90%는 영국 등 외국의 재판이나 중재와 관련된다. 그 결과 우리는 해마다 많은 법률비용을 외국에 유출하여 커다란 법률수지적자를 낳았다. 그 결과 해상법은 전달하지 못하고, 해상변호사의 숫자는 늘어나지 않았고, 다시 영국에 분쟁해결을 의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왔다. 
이런 악순환을 타파하기 위해 2004년 해수부와 KMI는 우리나라에 해사중재원 설치 타당성 연구용역을 실시하였다. 한국해법학회는 대한상사중재원과 공동으로 2006년 해사표준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해법학회는 2011년 Korea P&I와 함께 “한국해상법의 밤”을 개최하여 우리 법과 우리 법정과 중재의 사용빈도를 높이는 캠페인을 벌였다. 2014년 12월 해사법정과 해사중재의 활성화를 더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선주협회, 한국해법학회 그리고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가 공동으로 “한국해사법정·중재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해사법원설치운동의 결과 2016년 2월 그 전단계인 해사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게 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17년 8월 말 대한상사중재원은 부산시의 지원하에 해사중재부분을 부산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펼쳤고 부산에 “아태해사중재센터”를 설치하려는 의사를 피력하였다. 이에 추진위에서는 과연 대한상사중재원의 계획이 영국의 LMAA나 싱가포르의 SCMA와 경쟁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것인가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부정적으로 판단하였고,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해사중재제도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2017년 9월 11일 3차 회의에서 추진위원회는 10인 소위원회를 결성하였다(설립추진위원장 김인현). 위원회의 설문조사의 결과 응답자의 95%는 현재 대한상사중재원의 기관중재보다 더 효율적이고 전문적이면서도 저렴하고 객관성이 보장되는 임의중재를 근간으로하는 해사중재를 원하였다. 위원회는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2018년 2월 28일 임의해사중재를 지원하는 서울해사중재협회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회장으로는 정병석 변호사(김&장, 전 한국해법학회 회장)을 추대하였다.
 

서울해사중재협회
중재에는 기관중재와 임의(ad hoc)중재가 있다. 대한상사중재원(KCAB)은 대표적인 기관중재이다. 기관중재란 기관이 중재관련 행정을 총괄하는 중재를 말한다. 중재기관이 중재인의 선정에 개입하고 중재절차도 기관이 주도한다. 중재인 보수도 당사자로부터 수령하여 중재기관에서 지급한다. 이에 반하여 영국의 런던해사중재(LMAA)이나, 미국의 해사중재(SMA), 싱가포르의 해사중재(SCMA)는 임의중재(ad hoc)이다. 이들은 기관의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당사자들이 직접중재인을 선정하는 대단히 효율적인 중재로서 해사분쟁에서는 압도적으로 선호된다. 

본 준비위원회에서는 업계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 영국 LMAA와 싱가포르의 SCMA와 같은 임의중재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서울해사중재협회가 지원하는 중재도 임의중재가 되도록 설계하였다. 협회의 중재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된다. 본 협회의 중재규칙에 따르면 중재통지서를 신청인이 피신청인에게 송달함으로써 중재절차가 개시된다. 중재절차는 당사자들과 중재인이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협회에서 추천하는 등재된 전문중재인 명부에서 당사자들이 중재인을 직접 선택한다. 중재인 보수는 당사자가 직접중재인에게 지급한다. 당사자는 본 협회에게 전혀 행정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 협회의 사무국은 국장 1인만 존재하여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구조가 된다.

3인 중재의 경우, 신청인은 분쟁사안이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중재합의가 있는지 확인하고, 해사중재인 명부에서 중재인을 선정한다. 중재통지서를 피신청서에게 신청인이 송부하고, 피신청인은 통지서를 받고 통지답변서를 송달한다. 양 중재인들이 제3의 중재인(의장중재인)을 선정한다. 당사자들과 중재인은 중재의 절차, 중재인의 보수 등에 대하여 합의한다.
중재는 아래와 같이 진행될 것이다. 신청인이 신청서를 송달하고 피신청인이 답변서/반대신청서를 제출한 다음 재답변서를 제출한다. 의장중재인이 1회 심리기일을 잡아서 심리를 시작한다.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중재심리실에 출석하여 주장/입증을 하게 된다. 당사자들은 중재 대리인(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당사자들은 증인, 참고인들을 불러서 자신의 입장을 보강할 수 있다. 증거보전 목적으로 손상부위에 대한 수리금지명령 등 임시적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의장중재인은 심리를 종결한 다음 중재심리를 마치면 중재인들과 합의하에 판정문을 작성한다. 중재판정부가 신청인과 피신청인에게 판정문을 송부한다. 판정문은 서울해사중재협회에 보관된다.

중재의 장점은 신속하고 유연하다는 점에 있다. 국제적인 경향은 중재는 단심으로 종료되고 법원에 항소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영국의 경우는 중재심판부가 법률의 판단을 잘못한 경우에도 법원에 항소가 가능하다. 중재인의 중재판정은 중재법에 의하여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제35조). 법원의 법관이 내린 판결과 효력면에서 차이가 없다. 중재판정문을 가지고도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신청인은 중재판정문을 관할법원에 제출하고 승인 혹은 집행결정을 받는다. 이를 집행관에게 제출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중재판정문을 가지고 해외에서 집행을 하고자 할 때에도 뉴욕협약에 의하여 가입국은 다른 나라의 중재판정문의 효력을 인정해준다. 이는 서울해사중재협회만이 가지는 효력은 아니다. 중재가 가지는 일반적 효력이다. 판결의 경우는 해외에서 집행은 상호주의하에서 협정이 체결된 경우에만 가능하지만, 중재의 경우 뉴욕협약의 당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민사재판보다 유리하다. 판정문은 당사자들의 승낙없이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다만, 학술적 목적으로 30일내 당사자의 이의가 없으면 익명 처리하여 사용가능하다. 

서울해사중재협회는 두가지 특이한 제도를 갖는다. 소액사건에 대하여는 신속성이 필요하므로, 1억원 이하의 소액분쟁에 대하여는 1인 중재, 서면심리에 의한 중재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선박충돌과 같은 손해배상에 대한 중재도 특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동 제7장). 과실비율의 산정이 선박충돌손해배상에서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선장출신, 해양안전심판원에서 동일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과 변호사를 선박충돌중재 중재인 풀이 구성된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길게 걸리고 비용이 많이 발생되는 법원에서의 선박충돌사건처리를 간단히 해결가능하다. 소액의 손해라서 법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수협중앙회 회원인 어선 선주들 사이의 충돌의 경우에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 
 

남은 과제
앞으로 우리나라는 기관중재를 행하는 대한상사중재원이 2018년 3월 부산에 개소한 아태해사중재센터와 임의중재를 하는 서울해사중재협회가 양립하게 된다. 아태해사중재센터는 기관중재이다. 싱가포르도 SIAC이라는 기관중재와 SCMA라는 임의중재가 있다. 해상사건을 연간 각각 40건 정도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임의중재는 중재인을 당사자들이 직접선정하고, 중재인 보수도 중재인과 당사자들이 직접정하는 것등 기관중재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재인과 당사자들이 중재를 주도하고 기관의 조력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생소한 점이 있다. 그 점에서 기관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아태해사중재가 선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양 기관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발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양 기관은 한국해사중재의 발전을 위하여 해외홍보나 한국법의 영문화작업 등 협업도 가능할 것이다.

해사임의중재 제도가 성공하기 위하여는 수요자인 선주, 화주, 조선, 해상보험, 물류 업계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해사관련계약서에서는 한국준거법에 서울해사중재협회의 임의중재에 의한다는 중재문구를 넣어야한다. 국내 당사자들끼리의 분쟁은 필수적으로 본 중재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관행적으로 외국으로 가는 것은 피해야한다. 협회는 공정하면서 객관성이 담보되고 전문성을 갖춘 해사중재가 잘 발달할 수 있도록 중재인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도록 중재인 등재 선정기준을 확보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제도도 마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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