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이하 11%…청년 선원이 사라진다

<한국인 선원 연령별 승선  현황>        출처 : 2018년 선원통계연보
<한국인 선원 연령별 승선  현황>        출처 : 2018년 선원통계연보

3만 5천명 중 50·60대 66%, 20·30대는 17%

선원수급·세대갈등·해난사고·건강문제 등 잇따라
 

우리나라에서 배를 타는 젊은 선원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20·30대 청년 선원의 비중은 점점 줄고 있는 반면 50세를 넘어 60·70대에 진입한 고령 선원들의 비중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선원의 고령화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만큼 선원수급 불안정과 선내 세대갈등, 선박운항사고, 선원 건강관리 등 당면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인 선원들의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재 승선 중인 한국인 선원 3만 5,000여명 가운데 60·70대를 포함하는 50세 이상의 선원은 66.2%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60세를 넘은 고령선원은 1만 2,797명으로 전년대비 3.4% 늘었고 전체 36.5%의 점유율을 보였다. 50대 선원은 1만 45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공식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70대를 넘는 선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재 배를 타고 있는 20·30대 젊은 선원은 7,098명으로 20% 비중에 불과하다. 특히 이중에서도 30세 이하의 선원은 3,944명으로 11%에 그친다. 세부적으로는 25세 미만이 1,299명, 25-29세가 2,645명, 30-39세 3,154명, 40-49세 4,747명이다. 이중 20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직급은 3급 항해사(1,009명)와 3급 기관사(981명)였다. 일반적으로 해사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 대신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배를 타는 청년층으로, 3년간의 복무기간이 끝나면 배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 고령화는 외항선 보다 내항선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내항선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이 가능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젊은 계층의 유입이 더욱 줄고 있다. 외항선은 고령 부원을 제외하고는 청년층과 중장년 및 고령층 간에 큰 폭의 차이는 없었다. 총 8,408명의 선원 중에 60세 이상은 1,794명, 25-29세가 1,703명, 50-59세 1,661명, 30-39세가 1,401명, 40-49세가 1,108명, 25세 미만이 742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내항선은 총 8,033명의 선원 중에 60세 이상 4,354명, 50-59세가 1,807명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30대는 615명, 40대는 786명에 불과했다.

60세 넘는 한국인 부원 5,242명 가장 많아

한국인 부원 선원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국인 부원 1만 3,319명 중에 60세 이상이 5,242명으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항선 역시 부원 1,370명 중에 60세 이상이 592명으로 가장 많았다. 내항선은 총 1,944명의 부원 중에 60세 이상이 1,179명이나 됐다.

이에 따른 선원 수급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육상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해양사고의 위험, 내항해운의 영세성 등으로 젊은 층의 선원직 기피가 심화되면서 그 자리를 고령 부원 선원들과 외국인 선원들이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 외국인 선원은 총 2만 5,301명으로 전년대비 8.5%나 늘었다. 외국인 선원의 국적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이다.

한 선박에 고령 선원과 젊은 선원, 외국인 선원의 혼승이 늘어나면서 세대 격차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선내 갈등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선박이라는 특수한 근무환경과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구성원 간 의사소통 부재와 업무처리 갈등은 더 나아가 인격침해, 선상폭력 등의 문제로 치닫기도 한다. 이에 최근 선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선원 간 갈등관리 및 의사소통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인권침해 예방교육도 한층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50-60대 해난사고 징계율 높아

선원의 고령화는 선박 운항의 안전성 및 직무상 재해 문제와도 연결된다. 선원의 연령이 높아지면 해상노동과 같은 특수직업에서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부상의 위험성도 커지기 마련이다.

2017년 발생한 선원사고는 총 2,759건으로, 특히 60대 이상의 선원이 70% 이상 승선하고 있는 내항선과 연근해어선에서 주로 발생했다. 내항선은 632건이고, 연근해어선은 1,799건이나 사고가 발생했다. 반면 외항선은 161건, 원양어선 119건, 해외취업상선 36건, 해외취업어선 12건으로 집계됐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통계에서도 60대 고령 선원의 해난사고의 징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해난사고 징계자 242건 가운데 51-60세 이하가 99건, 61세 이상이 9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30세 이하는 1건, 31-40세 9건, 41-50세 이하는 38건이었다. 이에 따라 고령 선원을 위한 재해 예방 및 재교육 시스템이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영어소통능력과 최신선박 및 IT기기 조종법, 관련 법률 및 규제에 대한 이해 등이 포함된다.

동시에 고령 선원의 예상치 못한 발병 등에 따라 선원의 건강 문제도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선원의 질병 리스크가 커지면서 개인의 건강관리 뿐 아니라 연령별 직무 다변화 및 탄력근무, 적합직무개발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육상에 비해 열악한 선내 의료환경을 개선하고, 해양원격의료의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60세 이후부터는 근골격계 계통의 정밀 신체검사를 통해 신체적성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선원 정년제와 촉탁 근무

선원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젊은 층의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이 강구되고 있다. 우선 해양수산부는 올해 연말까지 향후 5개년의 선원인력 양성계획을 수립할 예정으로 있다. 또한 선원 근로여건 개선과 복지 확충을 위한 ‘선원법’ 개정을 추진한다. 여기에는 기항 중 부당한 선원 치료 거절 불가, 의사 승무 대상선박 예외 삭제, 선원의 날 제정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해양원격의료의 시범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선원 근로감독 및 해사노동인증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휴양시설 이용, 선원자녀 장학금, 무료법률구조, 장해선원 재활 지원 등 체감형 선원복지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내항선원의 정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흔히 해기면허는 유효기간이 없으며 선원의 직업연한을 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 다만 개정 도선법에 따라 도선사의 정년은 65세로 제한하고 있다. 대형 외항선사의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통상 60세 전후의 정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난으로 인해 보통 정년이 끝나도 경력에 따라 신체 건강한 경우 촉탁제도를 통해 일정기간 더 근무할 수 있다.

젊은 선원이 줄고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내항은 정년제를 도입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국해운조합의 ‘내항상선 선원수급 및 고용안정화 방안연구’에 따르면, “내항선원 취업규칙에 정년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고용을 안정화하고 내항선원의 복지 및 임금형태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현재 다수의 내항선사 종사자들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특정계약, 육상의 비정규직 형태)의 체결로 인해 복지, 퇴직금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합리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선원의 취업규칙에 정규직의 정년을 규정하고, 이후는 정년후 고용으로 활용하여 고용보험상의 정년퇴직자 계속고용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원 정년의 적정 연령으로는 65세가 제안됐다. 일반 기업의 경우 60세를 취업규칙상 정년으로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수급 분석시 선원의 퇴직연령을 65세로 추정하고 있으며, 국내 교통기관의 경우 취업규칙상 항공기 기장은 65세, 철도기관사는 60세로 되어 있다. 내항선원들은 70세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항선원의 정년 제도를 조기 도입할 경우 선사는 구인난과 추가 인건비 부담이, 기존 선원들은 구직난으로 선박운항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취업규칙상 정년 제도를 도입하되 단계적으로 5년 후까지 70세, 이후는 65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년 연한이 지난 선원들에게도 신체 건강한 자에 한해 촉탁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선사는 노하우의 전수 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 선원은 근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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