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중 직무 외 원인으로 재해를 당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8두43774 판결1)-
 

 
 

Ⅰ. 사안의 개요
(1) 어선원인 X가 동명호 승무 중이던 2012월 11월 2일 직무 외의 원인에 의하여 뇌경색증이 발병되어 하선한 후, 같은 날부터 요양치료를 받다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인 2016년 6월 5일 사망하였다.
(2) X의 유족인 원고들은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이하 ‘어재법’) 제27조 제2항을 근거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피고로 하여 유족급여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3) 피고는 직무 외 원인으로 요양 중 3개월이 경과한 이후 사망하였으므로, 직무 외 유족보상의 지급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4)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유족급여부지급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제1심2)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항소심3)도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원고들이 상고를 제기하였다.

Ⅱ. 직무 외 재해보상청구권의 성립요건
1. 선원법의 규정

선원법은 선박소유자에게 선원이 승무 중(승하선 과정, 기항지에서 상륙기간 포함) 직무 외 원인으로 재해를 당한 경우에는 3월의 범위에 한하여 요양보상을(선원법 제94조 제2항, 다만 선원의 고의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하여는 선원노동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경우 제외), 요양 중에 있는 선원에게 요양기간 중(3월의 범위에 한한다) 매월 1회 통상임금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의 상병보상을(선원법 제96조 제2항), 선원이 승무 중 직무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승선평균임금의 1,00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의 유족보상을(선원법 제99조 제2항, 다만 사망의 원인이 선원의 고의로 인한 것으로 선원노동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경우를 제외한다) 각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의 규정
어재법 제27조 제2항 본문은 피고는 어선원 등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제2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는 중에 사망한 경우 포함)에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은 피고는 어선원 등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요양기간의 최초 3개월 이내의 비용만을 요양급여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취지
선원법과 어재법이 승무 중 직무 외 원인으로 인한 재해에 대하여도 보상을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일반근로자와는 달리 선원은 선원직무의 특성상 그 직무상뿐만 아니라 승무 중에도 그 위험성이 매우 큰 데 비하여 그 과정에서 부상·질병·사망 등과 직무상 관련성 등이 명백히 규명되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하여 선원보호의 측면에서 재해보상을 인정한 것이다.4)
 

4. 견해의 대립
가. 문제의 소재

직무 외 재해보상청구권의 성립요건은 선원이 (i) 승무 중, (ii) 직무외 원인으로, (iii) 재해(부상, 질병, 사망)를 당하였을 것 등이다.
그 중 ‘승무 중’이라는 시기적 요건이 (i) 직무외 원인을 제한하는 것인지(제1설, 원인제한설, 즉 ‘승무 중에 있었던 직무외 원인’으로 ‘재해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 (ii) 재해의 발생 시기를 제한하는 것인지(제2설, 결과제한설, 즉 ‘직무외 원인으로 한 재해’가 ‘승무 중 발생하였을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5), 3개월간 요양기간 중 사망한 경우를 포함한다), (iii) 직무외 원인과 재해 모두를 제한하는 것인지(제3설, 원인·결과 공동제한설, ‘승무 중에 있었던 직무외 원인’으로 ‘승무 중 재해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 여부가 문제된다.
 

나. 제2설(결과제한설)의 문제점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위 견해 중 어느 것이 타당한지 살펴보자.
 

①선원 A가 직무와 무관하게 기왕증으로 인하여 승무 중 사망한 경우
②선원 B가 직무와 무관하게 기왕증으로 인하여 승무 후에 사망한 경우
③선원 C가 승무 중 직무와 무관한 싸움으로 부상을 당하여 요양보상(3개월에 한한다)을 받는 도중에 부상이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
④선원 D가 승무 중 직무와 무관한 싸움으로 부상을 당하여 3개월간 요양보상을 받은 후 부상이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
 

제1설에 의하면, 위의 사례에서 A와 B는 유족보상을 청구할 수 없고, C와 D만이 유족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제2설에 의하면, A와 C는 유족보상을 청구할 수 있고, B6)와 D7)는 유족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 제3설에 의하면 C만 유족보상을 청구할 수 있고, A·B·D는 유족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 새로운 해석론
(i) 1962년 선원법은 ‘승선계약존속 중 직무 외에서 재해를 당한 경우’로 규정하여 제2설의 입장을 취하였다고 해석되었으나, 현행 선원법의 규정상으로는 승무 중이라는 요건이 원인을 제한하는 것과 결과를 제한하는 것 모두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므로 선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점(in dubio pro labor),8) (ii) 질병의 경우에는 이를 발견하거나 질병·사망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장기간 소요되는 경우도 있는 점,9) (iii) 재해보상의 연혁과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선원근로계약 존속 중 재해를 보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10) (iv) 선원재해보상제도의 생활보장적 성격과 재해보상청구권의 확장적 해석이 국가해양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점,11) (v) 제1설에 의하면 위의 사례에서 A와 C는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A를 보호영역에서 배제하는 점, (vi) 제2설에 의하면 승무기간 중 직무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해는 선원의 지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승무와 무관한 사유로 인한 재해보다 보호의 필요성이 더 강함에도 불구하고 보호의 범위에서 배제되고, C와 D는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해의 결과발생시점에 따라 보호여부가 결정되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점12) 등에 비추어 보면, 승무 중이라는 시기적 요건은 직무 외 원인과 재해의 발생시기를 선택적으로 제한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제4설, 원인·결과 선택적 제한설).13) 즉 ‘승무 중 발생’한 직무 외 재해 및 ‘승무 중 직무 외 원인’으로 승무 이외의 시기에 발생한 재해 모두가 승무 중 직무 외 원인으로 인한 재해에 포함된다(위의 사례에서 A, C, D 모두 보호대상이 된다).
 

Ⅲ. 대상판결의 검토
1. 제2설(결과제한설)의 채택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래 하급심은 제2설(결과제한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이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가 제기되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어재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는 중에 사망한 경우’란 어선원 등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다가 요양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사망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여, 하급심 판례와 동일하게 제2설(결과제한설)의 입장을 취함으로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2. 근거
가. 직무 외 재해보상을 인정한 취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만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는 달리, 어재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과 제27조 제2항 본문은 어선원 등의 경우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재해에 대하여도 요양급여, 유족급여의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어선원 등은 작업환경의 특성상 그 직무상뿐만 아니라 승무 중에도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매우 큰 데 비하여, 재해와 직무의 관련성 등을 명백히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하여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도 승무 중 직무 외 재해보상을 인정하여 어선원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직무상 재해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위 규정의 특수성 및 이에 따른 재정적 부담 등을 고려하여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은 직무 외 원인으로 인한 재해에 대하여 지급하는 요양급여의 범위를 요양기간의 최초 3개월 이내의 비용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취지는 유족급여에 관한 제27조 제2항 본문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다가 사망한 경우 기간의 제한 없이 유족급여 지급 대상에 포함시키게 되면, 요양기간이 장기화되어 승무 중 입은 부상 또는 질병이 사망의 주된 원인인지 아니면 고령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다른 질병 등이 사망의 주된 원인인지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까지도 유족급여를 지급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어재법 제27조 제2항 본문은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어선원 등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는 중에 사망한 경우’를 유족급여 지급 대상에 포함시키되, 그 범위를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요양급여가 이루어지는 기간 중’, 즉 ‘요양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사망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선원법상 직무외 재해보상 규정의 고려
어재법은 해운업이나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선박소유자 등과 비교하여 재정적 여건이 좋지 않거나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연근해어업 종사 선박 등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을 갖춘 어선 소유자는 어선원재해보상보험에 당연가입하도록 하고 피고로 하여금 어선원 등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연근해어업 등에 종사하는 어선원 등이 입은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려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어재법은 지급주체를 선박소유자가 아닌 피고로 정한 것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보험급여의 종류와 내용을 선원법의 재해보상과 거의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선원법 제94조 제2항은 어재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과 마찬가지로 선원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에 의하여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 요양에 필요한 3개월 범위의 비용만을 요양보상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원법 제99조 제2항 본문은 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제94조 제2항에 따른 요양 중의 사망을 포함한다)하였을 때에는 유족에게 유족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때 ‘제94조 제2항에 따른 요양 중’은 그 문언상 제94조 제2항에 따른 요양보상이 지급되는 기간 중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선원법과 어재법의 관계에 비추어 선원법 제99조 제2항 본문의 내용은 어재법 제27조 제2항 본문의 해석에 있어 마땅히 고려되어야 한다.
 

다. 개정 연혁
2009. 5. 27. 법률 제97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어재법 제27조 제2항 본문은 ‘피고는 어선원 등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요양 중의 사망을 포함한다)한 경우에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9. 5. 27. 개정을 통해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을 추가하여 현재와 같이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는 중에 사망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게 되었다. 이는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요양급여가 이루어지는 기간 중 사망한 경우에 한하여 유족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을 보다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 입법재량의 범위
어재법 제27조 제1항은 ‘직무상 사망한 경우’, ‘직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는 중에 사망한 경우’에는 기간의 제한 없이 유족급여 지급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어재법 제27조 제2항 본문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와 ‘승무 중 발생한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는 중에 사망한 경우’도 유족급여 대상으로 정한 것은 작업환경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어선원 등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일반 근로자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보장급여의 하나인 재해보상보험급여의 기준이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문제는 재해보상보험기금의 상황, 국가의 재정부담능력, 전체적인 사회보장수준과 국민감정 등 사회정책적인 측면 및 보험기술적 측면과 같은 제도 자체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필요에 의하여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주어진 영역이라는 점에서,14) 직무 외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유족급여 지급 여부 및 그 범위의 결정은 입법자에게 폭넓게 허용되는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속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보면, 승무 중 발생한 부상 또는 질병이 사망 원인에 일부라도 기여한 경우 기간의 제한 없이 유족급여를 지급한다면 보험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점, 요양기간이 장기화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사망에 승무 중의 부상 또는 질병 이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어재법 제27조 제2항 본문이 사망 시기를 기준으로 유족급여 지급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는다거나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소결
대상사안에서 X는 승무 중이던 2012. 11. 2. 직무 외의 원인에 의하여 뇌경색증이 발병되어 하선한 후 같은 날부터 요양치료를 받다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인 2016. 6. 5. 사망하였다. 대법원의 입장에 의하면, X의 유족인 원고들은 어재법 제27조 제2항 본문이 정한 유족급여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선원의 직무 외 재해보상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종전부터 하급심 실무와 학계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진행되었던 ‘승무 중 직무 외 원인으로 인한 재해’의 개념에 관하여 최초로 명확하게 제2설(결과제한설)의 입장을 채택함으로써, 직무 외 재해보상청구권의 성립에 관하여 제기되었던 법률관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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