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클레임 예방가이드(60)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선사들이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017년 9월 8일 선박평형수 관리 협약이 발효됨으로써 해운선사들은 늦어도 2024년 9월 8일까지 자신의 선박에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allast Water Treatent System, 이하 BWTS)를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황산화물 배출 규제(MARPOL Annex VI)로 인하여 선박에 사용될 연료유의 황산화물 배출 기준이 기존의 3.5%에서 0.5%로 낮아져, 선주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운선사들은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소위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하여야할지 혹은 기존 연료유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저유황유를 활용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으며, 이러한 선택지를 바탕으로 선박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은 발효된 지 1년이 경과하였음에도 국적선의 BWTS 설치율이 5.8%에 불과하여, 관련 협약에 대한 해운선사들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현재, 전 세계 선복량의 77.19%를 차지하는 78개국이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을 비준하였다. 이는 2016년 9월 핀란드가 비준서를 IMO에 기탁할 당시 30개국이 협약을 비준했던 것에 비하면 가입국가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협약 발효 1주년을 맞아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선주가 관련 장치를 설치 및 운영하는데 고려하여야 할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설치 및 논의 현황
일본 선급(Class NK)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 현재 일본 선급에 등록된 선박 총 7,315척 가운데 1,915척(26%)만이 BWTS 설치를 완료하였다. 그리고 2024년까지 총 5,400여척이 관련 설비를 장착하여야만 하는데, 그 중 52%인 2,832척이 2022년까지 설치를 마쳐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설치대상 국적선 898척 중 52척만이 BWTS를 설치하여 설치율이 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BWTS의 설치율이 저조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때 항·중·일간을 운항하는 선박에 대하여 협약 적용을 면제시키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과는 여러 가지 이유로 2016년에 이미 면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으며, 금년 초에 있었던 중국과의 협의에서도 서해에 협약 면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협약상 동일위험지역(Same risk Area) 개념을 서해에 적용하여 협약 적용 면제를 추진하려 하였으나, 서해는 동일위험지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양국은 협약 면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BWTS의 최종 설치기한이 기존의 2022년에서 2024년으로 연장되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선박의 최근 국제기름오염방지증서(IOPP) 정기검사가 2014년 9월 8일에서 2017년 9월 7일 사이에 진행되었다면, 선주는 2017년 9월 8일 이후의 첫 번째 IOPP 정기검사시까지 BWTS를 설치(최대 2022년 9월 8일)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박의 IOPP 정기검사가 2014년 9월 7일 이전에 실시되었고, 이후의 첫 번째 IOPP 정기검사가 2019년 9월 8일 이전에 완료된다면. 선주는 두 번째 IOPP 정기검사 시(최대 2024년 9월 8일)까지 관련 설비 설치를 유예할 수 있다.

이러한 설치시한 유예 연장 결정은 자금 압박 등에 시달리는 해운선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설치 면제를 위한 시도가 무산되고 BWTS 설치율이 낮은 상황에서, 결국 대부분의 선주들은 주어진 기한내에 관련 장치를 설치하여야만 한다.

BWTS 설치 계획상의 유의점
미국(America Bureau of Shipping) 선급 협회는 2018년 9월 5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해양 환경 회의에서 261기의 BWTS를 설치한 37개의 유럽 선주들을 상대로 진행된 설문조사의 (잠정)결과를 공개하였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설문 대상 중 작동 불능(inoperable)인 장치는 전체의 5%에 불과하였지만, 설치된 장치의 44%에서 작동 이상(problematic operations)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BWTS의 안정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설치를 유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장치의 결함들이 점차 개선되고 설치 시한이 다가올수록 BWTS 시장이 점차 Seller 중심의 시장 될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라도 선주들은 아래 사항들을 고려하여 BWTS의 설치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1) 협약 및 기국법상의 요건 확인
선주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선박이 BWTS 설치 대상 선박인지, 설치 대상 선박이라면, 선박의 IOPP 정기검사 기록을 검토하여 언제까지 BWTS를 설치하여야 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특히 선박이 미국에 입항하거나 입항 예정인 선박이라면, 미국내에서 시행 중인 요건도 확인하여야 한다.
 

2) 예비 조사
BWTS의 선박 적합성을 평가하려면, 적절한 예비 검토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검토에는 선종, 운항 패턴, 평형수 수용 용량, 설치 공간의 크기(BWTS의 크기),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혹은 호환 여부(예를 들어 발전기), 보건 및 안전상의 요건들(예를 들어 BWTS가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평형수 처리 시 관련 위험), 선원에게 추가적으로 부과되는 업부량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
 

3) 시간에 대한 고려
선박에 장착될 수 있는 BWTS의 종류, BWTS의 설치 및 확보 가능성, BWTS의 인도 시점, 설치장소의 수용 능력 및 스케쥴 등에 따라 설치에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선주가 선급 혹은 기국과의 협의할 때 소요되는 시간도 고려되어야 한다. 많은 수의 선주들이 IOPP 정기검사 일정을 조정하여, 설치 시기를 가급적 뒤로 늦추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치 기한이 도래할수록 관련국, BWTS 제조사, 선급들의 업무량도 늘어나, 협의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선주가 요구하는 조건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독일선급(DNV GL)은 장치를 주문해서 선박에 장착하기 까지 대략 6개월에서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수용시설이나 관련 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주가 기한 내에 관련 설비를 설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설치기한이 1차례 연기되었기 때문에 기국 혹은 관련 국가는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 미국 입항 여부에 대한 고려
미국은 IMO 협약과는 별개로 자국내에서 선박평형수 관리 규정을 도입하여 이미 시행하고 있고, 독자적으로 BWTS의 형식을 승인(type-approval)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 입항할 계획이 있는 선박들은 IMO 규정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시행중인 규정도 고려하여 BWTS의 설치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미국 해안경비대(United Staes Coast Guard, 이하 USCG)가 승인한 장비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에는 IMO가 승인한 장비의 임시 사용이 허용되거나 규정 적용이 면제되었다. 그러나 USCG는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하여 USCG 요건을 충족시키는 BWTS(현재 17개)가 늘어나고 있음으로 선주들이 관련 규정으로부터 면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 입항하려는 선주들은 이제 USCG와 IMO의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5) 직원 및 선원에 대한 교육
설치할 BWTS가 결정되었다면, 직원 및 선원들이 관련 장비를 적절하게 다루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훈련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 훈련 등은 선박의 안전관리시스템(Safety Management System)에 명확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이 시스템에는 선박평형수관리의 개관 및 협약 관련 제규정, 선박에 비치되어야할 선박평형수 관리 계획(ballast water management plan)의 내용 및 업무 분장, 선박의 BWTS의 운영 및 유지 보수 계획, 비상 상황시 대응 절차, 선박평수 기록지(Ballast water record book)의 작성 요령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설치 및 운항상의 유의사항
1) BWTS 설치계약 체결 시 유의사항

BWTS가 선박에 설치되어 운영된지도 1년이 경과되었지만, 미작동 혹은 오작동의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이는 선주가 장치 선정에 있어 면밀한 계획을 세워 선급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선급은 BWTS를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는 선주들이 BWTS 업체의 기술지원 부족, 충분하지 못한 선원 교육 자료 및 프로그램, 예비부품의 공급 지연, BWTS 판매자들의 AS 지연 등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였다고 밝혔다. 선주들은 BWTS 업체와 계약 체결 시, 이러한 내용들이 관련 계약서에 명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장치를 설치한 후 운항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즉 불가동 손실 혹은 용선료 손실 등은 제조업체들이 표준 계약서에는 면책/면제 조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선주 입장에서 설치 비용을 낮추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러한 손실에 대해서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확보하여야 한다.
 

2) 용선 계약 체결 시 유의사항
통상적으로 협약/규정 등을 미준수하여 발생한 지연/손해 등은 선주가 부담하여야 한다. 즉, 협약/규정 미이행, 긴급상황 발생 시 대응 실패 등으로 항구에서 선박이 지체된 다면 관련 시간/비용은 선주가 책임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약 준수 및 선박평형수 처리 과정에 제기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명확하고 명시적인 조항을 삽입하고자 한다면, 국제유조선선주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Independent Tanker Owners, 이하  Intertanko) 등에서 작성한 Ballast Water Management Clause 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국제건화물선주협회(INTERCARGO)는 BWTS장착으로 선박 평형수 용량 및 처리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만약 설계/장착/시험운항 과정에서 이러한 가능성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용선계약서상의 관련 내용에 이러한 내용이 반드시 반영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체 지연이 발생할 경우 용선주는 선주를 상대로 클레임을 제기할 것이다. INTERCARGO는 선박 발전기가 BWTS의 전력 요구 수준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하였다. 특히 전기분해 방식과 자외선처리 방식의 BWTS가 상당한 수준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필요 전략량 등이 고려되지 않은 체 BWTS가 설치되어 사용된다면,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와 선박의 하역 장치에 충분한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화물 작업 및 평형수 처리 작업에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결론
Intertanko는 지난 3월 BWTS을 설치한 회원사의 60% 가량이 BWTS가 작동하지 않았거나 작동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BWTS 제작 업체들이 결성한 단체 BEMA(Ballast Equipment Manufacturers’s Association)도 지난 8월 공개한 서한에서 BWTS의 초기 모델들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주들이 관련 장치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설치할 것을 촉구하였다.
장기 불황과 환경규제 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는 선주 입장에서는 BWTS의 설치 시기를 가급적 늦추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설치 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관련 장치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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