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증가세 둔화, 황해권 거점항만 아직 멀어
“단일 거버넌스 구축 필요, 물동량 창출 방안도 마련해야”

한때 중국과의 교역 증가와 꾸준한 인프라 구축으로 평택항의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던 시기가 있었다. 포화상태에 이른 인천항을 대신해 황해권의 거점항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평택항의 모습은 장밋빛과는 다른 색을 띄고 있다. 지금의 평택항 그리고 과거의 사람들이 꿈꾸었던 평택항의 미래를 통해 앞으로 그려나갈 평택항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볼 필요가 있다.

2018년 물동량 증가율 1.2%, 컨 화물 전국 4위

경기평택항만공사가 발표한 2018년 평택항 8월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8월까지 누계 물동량은 7521만 5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컨테이너 처리량이 43만 2000teu로 전년 동기 대비 1.3%, 자동차가 93만 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7%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국 항만 중 평택항 물동량 처리 순위를 살펴보면 자동차는 여전히 가장 많은 물동량을 기반으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총 물동량은 5위, 컨 물동량도 4위에 그치고 있다.

평택항 관계자들은 올해 평택항 물동량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4만 3000teu를 처리했던 컨테이너 물동량은 올해도 60만teu대에서 무난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이 같은 물동량 수준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올해 8월 경기평택항만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동남아시아 신규 항로 개설 등 해외마케팅 강화로 교역국이 다변화 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신규 개설한 평택항~베트남·태국 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1만 5400teu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늘면서 평택항 물동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2015년에 120만teu 가뿐히 달성할 것”

그러나 2010년 평택항에 관심이 주목되던 시절 평택항의 미래와 지금 평택항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평택항을 바라보며 꾸었던 장밋빛 꿈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가 2011년 발표한 제 3차 항만기본계획을 살펴보면 평택당진항의 밝은 미래가 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3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0년 44만 7000teu의 물동량을 처리한 평택당진항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 평균 14.3%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2015년에 87만 3000teu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2.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2020년에는 160만 2000teu의 물동량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특히 202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평택당진항이 전국 5개 항만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시 정책당국은 평택당진항 육성 기본 방향을 ‘남부 수도권과 중부권의 대중국 교류 및 권역경제성장의 거점으로 육성, 원활한 원자재 수입 및 제품 수출 지원을 통해 국가 산업단지 활성화, 부두와 항만배후단지·산업단지가 연계된 항만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수립한 바 있다.

평택항 물류관계자는 2010년까지 평택항의 미래는 장밋빛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관계자는 “대 중국 교역량이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카페리를 통한 인적교류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당시 평택항은 인천항을 넘어 말 그대로 대 중국 관문항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 관계자는 “2015년에 87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할 것이라는 당시 해수부의 항만기본 계획상의 물동량 예측과 관련해 지역사회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평택시와 평택항 관련 업단체가 당시 물동량 증가세를 바탕으로 예측한 2015년 컨 물동량은 120만teu는 가뿐히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0년 당시 평택항 발전협의회는 성명을 통해서 “경기도와 평택시가 포트세일과 인센티브 지원 등 물동량 유치와 항만 배후의 지원시설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평택세관을 비롯한 CIQ기관에서는 이용자 중심의 통관시스템으로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고 있으므로 2015년경에 120만teu이상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단일 거버넌스의 부재가 발전 지체의 원인”

대 중국 교역량의 증가, 배후부지의 지속적인 개발, 그리고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에도 평택항은 당초 정부가 생각하는 그것처럼 남부 수도권과 중부권의 대중국 거점 항만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평택항 관련 사람들은 성장하지 못한 것과 관련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곤 한다. 수도권 물동량의 절반 이상이 부산에 집중되어있는 기형적인 구조에, 인천항과의 치열한 물동량 다툼, 거기에 평택과 당진, 경기와 충남이라는 지역 갈등, 평택시와 격리된 항만의 특수성, 여기에서 야기된 시민의 무관심과 정치권의 무관심, 거기에 항만정책을 힘 있게 밀고 나갈 주도적인 플레이어가 없는 등 다양한 문제가 현재 평택항의 주저함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 항만관계자들은 주도기관이 부재하다는데 있다고 말한다. 평택항과 관련된 주요 사안과 관련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해양수산부, 경기도, 충청남도, 평택시, 당진시, 아산시의 갈등을 중재하고, 이를 통해 충돌가능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주도기관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대표적으로 평택당진항 PA의 설립이다.

평택대학교 이동현 교수가 한국항만경제학회지에 발표한 ‘평택당진항의 갈등 원인과 거버넌스 접근을 통한 해결방안’을 살펴보면 평택당진항을 둘러싼 갈등의 근본에는 거버넌스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평택당진항의 거버넌스 구조는 참여 주체 간 이해관계자 간 충돌 및 분쟁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조로 되어 있고, 항만관리권이 평택지방해양항만청에게 부여되어 있는데, 중앙부처 공무원은 주도세력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배후단지의 관리운영과 관련한 주도세력이 없다 보니 항만행정과 도시행정이 괴리되어 있다는 문제도 있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평택당진항의 개발 계획부터 운영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며, 지방자치단체의 도시행정이 항만의 경쟁력 제고와도 괴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단일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는 평택당진항 PA 신설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성 및 실효성 차원에서 PA가 가장 바람직하며, 관련 지자체는 물론 항만청, 이용자 등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준비협의회를 만들어 중앙-지방 연합형 거버넌스 모델의 PA설립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평택당진항 PA 설립에 대한 목소리는 단순히 이 교수 한사람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빠르게는 2010년 이전부터 이러한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었다.

2010년 당시 경기평택항만공사의 서정호 사장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2012년까지 평택당진항 PA가 출범이 가능하다고 밝혔었다. 당시 서 사장은 PA 설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발주한 항만별 재정자립도 평가 분석 연구 용역에서 평택당진항의 재정자립도가 PA설립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었다.

서 사장은 “항만의 관리 및 운영주체가 정부가 아닌 민간 혹은 공기업으로의 전환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부산, 인천 등 이미 운영 중인 PA도 설립 준비 당시 해당 항만의 재정자립도와 PA 설립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지역의 통일된 의견이 있어 탄생이 가능했던 만큼 평택당진항을 관할하는 지자체인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PA 설립에 대해 동의하고 이를 중앙정부(당시 국토해양부)에 적극 요청할 경우 PA 설립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이후에도 이러한 목소리는 다양한 방면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주장돼 왔다. 2012년 당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감리위원은 평택항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항만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부산, 인천, 울산, 여수광양은 물론,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도 관리 주체를 국가에서 공사로 옮겨갔다”며 “국가 관리에서 공사로 변경되면 의사결정 시스템의 변혁과 고객 및 기업유치 경쟁, 규제업무와 상업업무의 분리로 항만이 경쟁력을 얻게 된다”고 근거를 들었다.

이러한 목소리는 2018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창립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평택당진항 포럼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항만배후단지, 지역경제와의 연계 등도 고려해야

PA와 같은 단일 주도기관이 들어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당연히 그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러면 평택당진항이 대중국 황해권 관문항만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근섭 연구위원이 2016년 발표한 ‘대외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평택항의 대응방안’에 몇 가지 방안들이 제시돼 있다. 김 연구위원은 성장 동력(지속가능성)확보를 위해서는 항만배후단지의 역할이 향후 30년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종 항만배후단지에 민간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항만배후단지 운영으로 수출입 물동량 단순 처리를 넘어 실질적인 물동량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2종 항만배후단지는 카페리 등의 여행객 유치 관점에서 접근하고 상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확보 가능한 배후부지 전체의 최적 활용방안(Grand Plan)을 구상함에 있어서 전체 기능에 대한 방향성과 연계성을 설정하고 단계별로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여유항만 능력 확보와 배후도시와의 기여도 제고도 지적됐다. 대외 여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여유항만능력의 확보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이고, 여유 능력을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탄력적 시설 운영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물동량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 연구위원은 전자상거래의 거점화, 배후산업지원 기능 강화를 들었다. 우선 전자상거래 거점화의 경우 한중간 카페리 운송을 통한 평택항의 한중 전자상거래 클러스터 가능성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평택항으로 한-중 전자상거래 해상 배송 및 물품 중량을 30kg까지 확대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중국 보세구를 활용한 해상운송 확대 시 대규모의 물동량도 유치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한 항만배후단지에 전자상거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공동물류센터 도입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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