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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 Markit 시장분석 / 빅데이터로 본 해운 시장(3) - 미·중 무역전쟁
미중 무역전쟁이 대두무역에 미치고 있는 영향
[542호] 2018년 10월 31일 (수) 10:33:02 이대진 komares@chol.com

 

   
이대진
IHS Markit 수석 컨설턴트

필자는 한진해운의 해운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현재 IHS Markit Singapore office에서 해양무역 부문 수석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싱가포르 철광석 포럼, 발틱 코펜하겐 해운 및 원자재 포럼 등 아시아 및 유럽 등지에서 열리는 다양한 해운 및 조선 시장 세미나의 주요 연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해운 항로 분석(AIS Shipping route analysis), 한·중·일 해운 조선 산업 분석, 해상 운임 전망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였다.                     -편집자 주-
 


시리즈로 전개되고 있는 ‘빅데이터로 본 해운시장’에서는 IHS Markit이 직접 수집 및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위치 정보(AIS) 데이터 및 화물의 수출입 데이터 그리고 IHS Markit 경제, 기술, 군사, 에너지, 원자재, 금융 부문의 분석데이터를 활용하여 해운시장의 주요 흐름을 짚어보고 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9월 제네바와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운임 및 원자재 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전 세계 대두 무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돈 많이 벌면 뭐할기고?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오래전 유명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한 개그맨의 이 멘트가 한참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자본 만능주의의 허무함을 풍자한 유행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발전과 도시화에 따른 중산층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육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현 상황을 상당히 잘 설명해주고 있다.
IHS Markit이 각국의 세관에서 수집하고 있는 무역 통계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소고기 수입량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지난해 약 70만 톤의 소고기를 수입해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소고기 수입국이 되었다. 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의 1인당 육류소비량은 약 50.2kg인데 한국의 55.9kg, 미국의 98.6kg과 비교하여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당분간 육류 소비 성장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돼지고기 사랑과 대두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인 육류섭취의 대부분(약3/4)은 돼지고기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향후 중국의 육류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기본적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증가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중국 양돈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의 수는 4억 마리, 전체 양돈 농가의 수는 약 6천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돼지의 주요 사료가 바로 대두에서 대두유(Soy oil)를 짜낸 후 남는 찌꺼기인 대두박(soybean meal)으로 돼지에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어 돼지고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대두(콩)는 원래 차나 비단 등과 함께 중국의 대표 수출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로 카길 등 다국적 곡물 기업의 수입 대두 가격 경쟁력 우위가 지속됨에 따라 중국의 대두 절대 생산량 자체(약 1천4백만톤, 세계 4위)가 전혀 작지 않음에도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 증가에 따른 대두 수요 증가분은 대부분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다.
또한 중국 음식의 대부분이 기름에 튀기고 볶기 때문에 식용유 수요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으로 중국은 사료인 대두박을 직접 수입하기보다는 국내의 가공공장(crushing mill)을 통해 대두유(식용유)와 대두박(사료)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대두를 주로 수입하여 사료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남미의 부상
이러한 연유로 중국은 2010년 약 3천만 톤에서 2017년에는 약 3배 이상 증가한 약 9천6백만 톤의 대두를 수입하였는데 그 중에 약 3천3백만 톤은 미국, 그 외 약 6천만 톤을 남미 국가(브라질 5천1백만 톤, 아르헨티나 6백5십만 톤, 우루과이 2백5십만 톤)에서 수입하였다. 수입 액수로 따지면 브라질로부터 210억 달러 치의 대두를 구매하였다. 이는 중국의 브라질 상품 전체 수입액의 약 1/3에 해당하며 중국의 브라질산 철광석 구매액(181억 달러) 보다 많다. 한편 중국은 2017년 미국으로부터 140억 달러어치의 대두를 구매하였고 이는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의 2/3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왜 미·중 무역전쟁에 대두가 자주 등장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중심에 선 대두
지난 7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미국산 대두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대두에 대한 관세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의 핵심 텃밭인 중서부의 농장지대(Farm Belt)의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대두 생산 상위 10개주 중 8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어 대권을 거머쥔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농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거나 잉여 농산물을 매수하기로 하였다. 또한 유럽 연합(EU)과는 철강, 알루미늄 및 자동차 등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등 무역전쟁을 멈추는 대신 유럽 엽합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확대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또한, 가격 경쟁력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새로운 대체 수출국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며 이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1월~8월까지 IHS Markit의 무역 데이터에 의하면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량은 3백50만 톤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하였음에도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및 대서양 국가에서 거의 3백만 톤 이상 수입량을 늘렸다 (전년 대비 76% 증가). 또한 대만, 파키스탄, 이란을 중심으로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 2백만 톤 이상 추가 수입하면서 오히려 최근까지 총 수출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11%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물론, 본격적인 수확물이 수출되는 4분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나 예상보다 더 많은 대체 수출지가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절대적인 대두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어떻게 미국산 대두의 부족분을 채우고 있을까? 앞서 차트 2에도 나타나듯이 미국 농무부(USDA)는 올해에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9천만 톤 이상의 대두 수입량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이는 뚜렷한 대체지가 없는 현 상황에서 남미산 대두의 재고가 다 소진된다면 미국산을 결국에는 수입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무역 패턴의 탄생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는 브라질로부터 대두 수입을 크게 늘려 왔다. IHS Markit의 최신 통계 자료에 의하면, 미국산 대비 가격 프리미엄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천만 톤의 대두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난다. 작년 한 해 수입량과 맞먹는 양을 8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브라질 전체 대두 수출량의 약 85%에 해당하는 양이고 추수기가 지나가는 브라질로서는 남은 기간의 추가 수출 분량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남미 농부들이 자국산 대두를 최대한 높은 가격에 중국으로 판매하는 대신, 자국용 대두는 값싼 미국산을 수입하는 새로운 무역 패턴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브라질산 대두를 많이 수입하던 유럽 및 중국 외의 아시아 국가들은 값싼 미국산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이는 항구의 입항 가능 선박에 제한이 있는 대형 파나막스 선보다 수프라막스 및 핸디 선형 운임 시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적으로 대두 무역 패턴의 변화는 톤마일 증가와 값싼 미국산 대두에 대한 투기수요 증가로 이어져 운임에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은 자국의 대두 생산을 늘리는 한편, 자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옥수수로 사료를 대체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통 사료의 20%에 해당하는 대두박 비율을 12%까지 내리는 방식으로 약 2천7백만 톤의 소비량을 줄여 미국산 대두 수입 감소분을 만회하겠다는 일각의 시나리오를 실제로 시행해 버릴 수도 있다. 혹은 미국 농부들이 낮은 가격때문에 파산하거나 대두 신규 파종량을 줄이게 되어 전체 물동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거나, 오히려 미국 대비 톤마일 효과가 더 큰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의 신규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체선이 늘어 남미의 주요 곡물 운반선인 파나맥스 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무역분쟁 때문에 원유 가스 컨테이너 등 해운 시장 전반에서 다양한 새로운 무역패턴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전의 경험만으로는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해운시장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다라고 단정하기보다 오히려 미국발 무역 전쟁이 일으키고 있는 전 세계적 무역 패턴의 변화에 대하여 데이터를 통해 자세히 검토하여 선종별 운송 루트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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