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에게 큰 꿈을 주는 해양 종합대학 되겠다"

학생-교수-직원 제 역할 다 하도록 '통합 용광로' 역할

 

 

한국해양대학교가 고급 선원과 해양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해양강국을 리드하는 싱크탱크가 되려는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이하 해대)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3월 6일 제 5대 총장에 취임한 오거돈 총장에게서 비롯되었다.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오 총장은 78년부터 2004년까지 26년간 부산광역시의 공직자로 지냈다.

 

그는 국내 최대 항만도시인 부산의 내무국장과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정부 부시장을 역임한 뒤, 참여정부에서 1년여간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수행하며 해양과의 특별한 인연을 다졌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경선을 통해 해양대학 총장에 선출됨으로서 그의 해양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관시절 선진 해양강국을 모토로 한 정책을 펼쳤던 그가 지금은 해대 상아탑의 CEO가 되어 해양전문 인적자원의 양성과 정책 브레인 역할로 대한민국의 ‘해양강국 만들기’에 일조하는 ‘교육인프라’를 선언했다.


4월 3일 부산 영도에 위치한 해대의 총장실에서 만난 오거돈 총장은 장관시절 면담 때보다 더 고단해 보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스케줄 때문이라고 관계자가 귀뜸했다. 적지 않이 쏟아낸 기자의 질문에 그는 성의있고 열의에 찬 답변을 내놓아 서울에서 4시간여를 달려갔던 기자의 수고로움을 말끔히 잊도록 해주었다.


오 총장은 해양대학을 경쟁력있는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시키려 한다. 우수한 학생의 확보와 함께 교수가 연구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려 한다. 이를 위해 대학 내부의 역량을 모으는 통합적 리더쉽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992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이후 각 대학간에 존재하는 갈등요인을 통합하는 리더쉽을 발휘하기 위해 그는 취임후 보직 인선시에 경선당시 반대측에 속했던 인물을 중용하기도 했다. 학생과 교수, 직원이 모두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통합 용광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그가 정한 총장직 수행의 기본 목표이다.


한편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발전기금 모금활동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러나 기금은 일방적인 지원금이 아닌 ‘Give & Take'형태를 통해 산업계와 대학이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맞춤형 인재양성과 직원 연수, R&D에 의한 기술공급 등 다양한 윈윈방법을 모색해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오 총장은 인도지나와 중동 등에 해양대학교 분교를 설치함으로써 ‘해대의 세계화’를 구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해대를 해기사 육성의 국제 메카로 만들고, 대내적으로는 해양의 종합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꿈이다.

 

 배타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해운·항만·해양산업·해양자원 개발·에너지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해양을 연구하는 해양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 그는 “해양관련 고급 일자리는 앞으로도 계속 창출될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보는 입장에서 해대가 젊은이에게 큰 꿈을 꾸게 하는 대학이 되었으면 한다”고 미래지향적인 해양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래 전부터 인재양성 분야에 봉사하고 싶었다. 해양인재 양성을 책임지는 자리인 해대총장직을 통해 하고 싶던 일을 적절한 시기에 할 수 있게 되어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그러나 만사가 개인의 의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님에, 해대 총동문회와 해양산업 일선 종사자들의 관심과 애정어린 지원이 필요하다. 해대를 도와주면 많은 보람을 갖게 될 것이다.”고 취임 한달의 소감을 밝혔다.


어눌한 어조로 말하지만 해양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있는 오 총장이 주도하는 해대 안의 변화의 바람이 보수적인 교육집단을 어떻게 움직여 나갈 것인지 지켜볼만하다. 오 총장은 취임식에서부터 권위와 형식을 버린 파격적인 행사로 변화를 선언했고, 일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이야기도 전해들린다. 

 

“해양산업계 방향 제시하는 ‘지식등대’ 역할
◈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비 해대출신 총장님의 취임에 관련업계는 기대와 우려의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해양대학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입니까?
“‘영원한 해양인’으로서 우리나라 해양계를 대표하는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직을 맡는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입니다. 저의 취임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출신의 문제라기보다 해양산업계와의 관계에 초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엄연히 한국해양대 AMP 과정을 거친 해대 출신입니다. 무엇보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CEO형 총장으로서 업계의 상황을 다른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해수부 폐지는 해양대의 입장에서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해수부라는 통합 조직이 사라졌기 때문에 해양계를 대표하는 우리 대학의 위상이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해양대를 변화와 혁신, 그리고 통합의 리더십으로 ‘선진해양강국을 리드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업계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해양산업계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지식 등대’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부산지역 해양수산계 교육기관 통합 바람직”
◈ 수년 전부터 해양대학간의 통폐합 문제가 거론되어 왔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대한 총장님의 견해은 어떠한 지요?
“목포해양대학과의 통폐합은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지리적 문제 등이 얽혀있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산지역 해양수산계 교육기관을 통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에 있는 해사고등학교와 해양수산연수원을 한국해양대 산하로 통합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 대학 인근에 모여 있다는 지리적 측면이나 교육 운영상의 효율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초급 해기사를 양성하는 해사고등학교와 중급 해기사를 양성하는 해양수산연수원, 고급 해기사를 양성하는 한국해양대학교가 하나의 인재양성기관으로 통합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 해기사 양성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여깁니다.”

 

“선협 회원의 40%이상 50개사 선주 동문 이미 선주될 인재 양성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현시점에서 해양대학이 선원 양성은 물론 선주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선주협회 회원사의 40%인 50개 이상의 선주가 우리 대학 동문입니다. 40대 출신 동문도 있습니다. 이미 우리 대학은 단순히 배를 타는 차원을 넘어 선주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해기사 전문인력 양성 대학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해사산업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해사산업분야'는 물론 해운경영·해운행정·통상 등 ‘해운통상국제지역분야'와  조선해양기자재·정보기술 등 '해양산업관련 공학기술분야', 해양자원·수산생명과학·해양환경기술 등 ‘해양과학기술분야'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의미의 종합적인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으로서 발돋움할 것입니다.”

 

◈ 해대내 일반대학 학생들에게 승선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는데 대한 견해는 어떠합니까?
“현재 공과대학의 경우 선박훈련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국제대학에서의 선박훈련 필수화도 검토할 방침입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전공분야는 물론 세계화에 적응시키기 위해 일반대학들도 외국어능력과 선박능력, IT분야 역량 등 전인적인 해양인으로 양성할 수 있는 적정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입니다.”

 

“캄보디아·미얀마 등 해기사부족 지역에 분교 설치”
◈ 최근 해양대 졸업자들 인기가 최고입니다. 선원은 물론 조선과 선급 등 해기사 출신들의 육상 취업률이 높습니다. 반면 실제 배를 타는 해기사는 공급부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해운분야의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곳만이 아닌 해대 본연의 기능인 고급선원의 승선율을 제고하기 위해 해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시대와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해기사 출신들이 육상근무를 선호한다는 것은 근무여건이 육상에 비해 열악한데다 육상근로자와의 임금격차가 거의 없어져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타지 않으려는데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해기사 공급부족 문제는 결국 근로여건 개선과 복지향상 등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 대학을 비롯한 정부와 관련부처, 산업계 등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 차원에서는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 국가와 아프리카, 중동 지역 등 해기사가 부족한 지역에 분교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한국 해기사뿐만 아니라 세계 해기사 공급의 메카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실제 비공식적으로 캄보디아에 대학 분교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하는 대학 되려면 R&D 프로젝트 강화”
◈ 해대가 연구 프로젝트 사업을 강화한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대학을 ‘연구·개발하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힘 있고, 역량 갖춘 대학으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R&D 프로젝트를 따내야 합니다. 지금 우리 대학의 낮은 R&D 수주실적은 ‘교수의 연구역량’보다 ‘대학의 대외 역량’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연구하고, 제안서도 만들고, 수주를 위해 로비까지 해야 하는 3중 부담을 해소할 수 있도록 대학이 다양한 지원을 해나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학내에 ‘R&D 프로젝트 지원센터’를 만들어 대외섭외와 사업계획서 편집·디자인, 법률지원 등 공통분야는 지원센터를 통해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용역수주를 확대할 또다른 방안도 있습니다. 프로젝트는 중앙이나 지방정부, 산업계의 공모에 응하고 열띤 경쟁을 통해 따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대학은 블루오션적 방법으로 용역을 수주하려고 합니다. 용역 수요분야에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R&D 사업에 대한 이슈를 던져주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해양대학에서 구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용역을 의뢰할 기관이나 단체, 기업체의 정책결정권자와 밀접한 대화채널이 형성돼 있을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채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인적·물적 네트워크와 일의 맥을 아는 행정 경험, 조직의 통합적 리더십 역량과 전국적인 지명도 등이 든든한 밑천이 되어줄 것입니다.”

 

“부산과 해양대학은 운명공동체, ‘해양’이 살 길이다”
◈ 우리나라 제 1의 국제무역항인 부산에 위치한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으로서 해양대학이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시죠.

“부산과 우리 대학은 운명공동체입니다. 걸어 온 길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산은 경공업시대에 잘 성장했으나 중화학공업시대에 쇠락한 측면이 있습니다. 국가경제는 급속히 성장한 반면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해 쇠락 속에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본인은 부산과 우리 대학이 살 길은 결국 ‘해양’임을 자신있게 천명합니다. 우리 대학은 해양수도 부산을 지향하는 부산시와 협조 연계할 일들이 많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윈-윈(win-win) 할 길을 서둘러 찾아가야 합니다.”

 

해양계 교육기관의 통합, 시너지효과 극대화 필요
◈ 해사관련 학생들의 승선실습과 관련, 해양대학 별로 개별 시행하는 것보다 실습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기관을 통해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해사관련 승선실습의 ‘효율성’ 문제는 운항경비 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사관련 승선실습을 목적으로 배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이 우리대학과 목포해양대 단 두 곳뿐인데, 이를 통합할 경우의 효과가 얼마나 될 것지는 의문입니다.


흔히 일본의 항해훈련소를 사례로 듭니다. 일본의 해기교육은 4.5년 과정으로, 졸업 후에 6개월의 승선실습을 마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실습 전문기관에 승선실습을 위탁하는 제도가 도입될 경우, 4.5년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수한 학생의 유치와 졸업생의 승선율이 어찌될 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 해양계 대학의 실습선 운영과 교육내용은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효율적인 수준으로, 외국의 해양관련 유수 대학들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차제에 해양계 교육기관의 통합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는 대학 2곳, 고등학교 2곳, 재교육 시너지 기관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는데,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재교육기관과 고등학교를 대학과 통합하여 해기인력의 공급 루트를 다양화함으로서 심각한 해기사 부족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초·중·고급 해기사로 구분하여 양성 공급하고, 단기과정과 전문대학과정 및 편입과정을 골고루 운영해 해기인력의 수급조절 기능을 수행함으로서, 한국해운산업의 영원한 숙제로 남아 있는 해기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특히 실습선은 상선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 상선기능을 하는 실습선에서 현장교육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필리핀의 경우 실습생들은 일반 상선에 승선해 직위에 관계없이 실습기간을 갖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한국해대 실습선의 현황과 이같은 지적을 반영할 의사는 없는 지요?
“우리 대학에는 현재 2척의 배가 있는데 초창기 실습선 ‘한바다호’를 신조할 때 상선기능을 고려했으나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대학에서는 실습선 실습 6개월, 상선 실습 6개월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러나 상선에서의 실습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산학협력 차원에서 좀 더 효율적인 승선실습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 방법으로, 범선을 이용한 Seamanship Training 1개월 후에, 이론 위주의 실습선 실습 5개월, 상선실습 6개월이라면 이상적인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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