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괴물에게 번개를 던지는 제우스 (왼쪽)
그림 1. 괴물에게 번개를 던지는 제우스 (왼쪽)

세계 6위의 글로벌 항만인 부산항의 2018년 10월까지 컨테이너 처리물동량은 약 1,749만 TEU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65만teu에 비해 약 5.1% 증가하였다. 특히 9.67%에 달하는 높은 환적물동량 증가율은 글로벌 경제 불안과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의 늪에서 이룬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다. 기존의 아시아 거점항만인 싱가포르, 홍콩, 카오슝 등은 환적화물의 이탈방지를 위해 시설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10대 항만 가운데 7개의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13.5 계획’에 따라 상하이항, 닝보-저우산항을 환적중심항만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항만들의 도전은 부산항의 환적화물 유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016년 이후 4개의 얼라이언스가 3개로 재편되고, 상위 20개의 글로벌 선사가 11개로 통합된 것 또한 선사들의 항만기항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더불어 머스크의 Triple-E(18,000te
u급) 발주를 시발로 격화되고 있는 초대형선박의 공급 증가는 항만의 기능에 스마트한 변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해운·항만환경변화에 대응하여 글로벌 2위의 환적항만을 목표로 개발·운영 중인 부산항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며 글로벌 거점항만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효율적인 환적 항만의 조건
글로벌선사 간 환적패턴은 자사 및 얼라이언스 소속선사 간에 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2M과 느슨한 얼라이언스 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상선을 통한 부산항의 환적화물 확대는 용이하지 않다. 2018년 10월말 기준 부산항 11개 터미널의 처리 물동량은 전년 대비 약 5.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얼라이언스 유치 실패 후 현대상선의 물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부산 신항 4부두는 4.8%의 물동량 감소율을 보이고 있고, 영업 지속성이 불투명한 부산 자성대부두 또한 8.9%의 물동량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이 현상은 글로벌 해운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얼라이언스의 지원이 없이는 환적화물의 유치가 용이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부산항의 Hub & Spoke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 선사와 국적 인트라아시아 선사 간 환적화물의 비중확대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2006년 24.7%의 비중을 보였던 인트라아시아 선사의 환적화물 비중이 2016년 15%, 145만teu로 대폭 감소하였다. 한편 2016년 중국 및 일본항만과 연계된 부산항의 환적물동량은 410만teu로 전체 환적화물의 42.4%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산항이 거점환적항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보완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간선항로에 투입되는 초대형 선박의 증가는 기항 항만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추진될 것인 바, 이에 대응하여 초대형 선박기항에 적합한 하역 및 연계수송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체계적인 연계수송 시스템의 구축으로 항만적체를 줄이고 효율적이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물류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항만 내 터미널 간 환적화물의 이동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터미널 운영을 체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터미널의 운영사를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11개로 구분되어 있는 터미널 수를 4~5개로 운영사를 통합하는 것이 요구된다. 세 번째로 부산항에 기항하는 글로벌 선사의 다양성이 있어야 인트라아시아 선사의 환적물동량을 확보가 용이하다는 전제하에, 현대상선이 2M+HMM에 존속하며 안정적으로 얼라이언스 화물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의 항로별 선박 투입현황을 보면 아시아-북미항로 13.8%, 아시아-유럽 19.0%, 중남미 22.5%, 중동 11.9%, 아프리카 13.9% 등으로 다변화되어 있는 반면, 아시아계 선사인 COSCO, Evergreen, ONE, YangMing 등은 아시아-북미, 아시아-유럽 등 간선항로에 60% 정도의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아시아-북미 33%, 아시아-중동 48%로  두 항로에 서비스가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항로다양화를 위해 유럽선사와 전략적 제휴가 절실히 요구된다. 네 번째로 글로벌 선사와 인트라아시아 선사 간 환적물동량 증가를 위해 부산 신항에 피더 전용부두를 설치해야 한다. 부산 북항에 기항하는 대부분의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은 환적에 따른 추가비용 때문에 서비스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항만 간 피더요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북중국 및 일본 중소형 항만, 그리고 신 남방정책에 발맞추어 대형 선박의 직기항이 어려운 동남아시아 중소형 항만과 부산항간의 연계운송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항만자동화를 넘어 스마트 항만으로 전환
2018년 기준으로 시장에 투입된 15,000teu급 이상 선박은 약 1,675척이며 2019년 2,115척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017년 까지 시장에 공급된 18,000teu급 이상 선박은 35척이며 2020년 까지 추가로 72척의 선박이 인도될 것인 바, 이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초대형 선박은 동서 기간항로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간선항로상의 초대형 선박 유치를 위해 항만의 스마트화가 요구된다. 스마트 항만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타(Big Data),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 기술 등을 융합하여 항만내외에서의 물류흐름을 자율적으로 최적화하는 항만을 의미한다. 스마트 항만이 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터미널자동화는 물론, 친환경 에너지고효율 항만으로 배후도시와 연계성 강화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공급사슬망이 갖추어져야 한다. 터미널 간 화물정보 공유는 물론, 교통망, 운송순단, 이동 화물 정보 등 다양한 정보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스마트화가 가능하다. 또한 선박기술의 발전수준, 항만의 구조 등 전반적인 해상물류체계를 고려하여 육상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항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부산항은 스마트 항만의 첫 단계인 자동화 항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자동화 항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찍이 항만자동화를 추진해온 유럽의 로테르담항, 함부르크항 등은 유인 하역작업을 제외한 대분의 작업이 무인으로 진행되는 완전자동화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자율운항선박이 접안하여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항만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2017년 6월에 개최된 제98차 국제해사기구(IMO) 해사안전위원회에서 자율운항선박을 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로 규정하고,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실험운항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롤스로이스사와 구글이 손잡고 개발하고 있는 자율운항선박은 선박에 자율자동차의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2035년경 실제 운송서비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2018년 업무계획에 국가물류체계 혁신을 위한 스마트항만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이 정박할 수 있으며 초고속 해상통신망을 기반으로 실시간 화물관리, 원격제어, 위치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 해상물류체계 구축의 핵심은 스마트 항만이다. 따라서 야드 부문만 자동화 설비를 갖춘 부산항은 자동화를 넘어 친환경스마트 항만으로 변신하기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스마트 항만 구축사업은 선박의 대형화와 자율운항이 확대될수록 그 가치를 더할 것으로 판단된다. 초대형 선박들은 시간당 500teu를 처리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이며 체항시간이 긴 항만에 기항을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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