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역이 이루어지는 한 해운업은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영속되는 해운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일부 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고 또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여 그 자리를 메꾸게 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작동원리이다. 해운업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상당히 크며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발생 전에 BDI가 1만포인트를 능가했으나 그 해 말 1,000포인트 이하로 급감하면서 아주 크게 변동하였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산업이기도 하여 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산업 특성을 잘 이해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경영에 임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해운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오는 가운데서도 2017년 현재 선복량이 8,600만 DWT로 세계시장의 4.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해운의 매출이 약 30조원에 이르고 외화가득도 18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우리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가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관계로 수출입 상품의 운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 경제의 발전에 기여해 오고 있다. 

그런데 해운업이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보니 어느 한 순간에 위기에 처할 수 있기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는 해운기업의 선박 확보를 위한 자금조달과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을 다루면서 해운기업의 경쟁력 확보방안에 대해 견해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전세계적으로 해운기업의 자금조달 원천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은행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다음으로 회사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자금은 모두 정해진 기간 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 즉 타인자본이다. 반면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자기자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타인자본을 사용하는 경우 자본비용은 자기자본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해진 기간에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 기업은 부도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반면에 자기자본의 경우는 비용이 다소 높으나 이익이 나지 않아서 주주에게 배당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부도처리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7년 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직면하였을 무렵 우리나라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약 400%를 시현했으나 최근에는 100% 수준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당시 해운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400%보다 훨씬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2018년 3분기말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부채비율이 106.8%로 보고되고 있는 등 우리 기업의 재무구조는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6년 우리 외항선사 중 138개사의 부채비율이 평균 223%로 조사되고 있으며 그 중 60개 선사는 부채비율이 4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정기선사인 현대상선의 2018년 기준 부채비율이 534%를 시현해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해운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해운업이 고가의 선박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많이 확보하다 보니  제조업에 비해 재무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채를 사용하는 경우 세금절약효과로 인해 자본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타인자본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수준까지 타인자본을 사용할 것인지가 과제로 생각된다.   

 특히 기업재무학계에서는 어느 수준까지 부채를 사용하는 것이 기업가치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으나 명쾌한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58년 Modigliani와 Miller는 완전자본시장을 가정하는 경우 부채를 사용하는 기업과 사용하지 않는 기업 사이에 기업가치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5년 후 그들은 법인세를 고려하는 경우 타인자본을 많이 사용할수록 기업가치(VL)는 증대하는 것으로 밝혔다. 그림에서 점선으로 표시되고 있는 즉 부채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의 가치(Vu)와 부채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세금절약효과(TcD)의 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부채를 많이 사용할수록 기업가치는 증대하는 것이 되어 기업은 부채를 더 많이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Modigliani와 Miller는 부채를 사용하는 경우 재무곤경에 빠지고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였다. 최근에는 많은 학자들이 타인자본을 많이 사용할 경우 재무위험에 노출되어 기업이 부도위험 등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부채를 사용하는 수준이 제한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즉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재무곤경에 빠질 확률이 높은 기업은 그 만큼 추가적으로 타인자본을 조달하는데 제약을 많이 받게 되고, 재무위험에 덜 노출되어 있는 기업은 타인자본을 다소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이제 우리해운기업의 재무상태를 고려하여 우리 해운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앞에서 살펴본 이론적 접근과 연계하여 짚어보고자 한다. 많은 해운기업이 부채비율이 높고 최근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타인자본을 추가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다른 조달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중소선사는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어려워 정부정책자금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종국적으로는 자본시장에서 주식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도 많은 해운기업이 비공개 기업으로 머무르고 IPO(신규공모주발행)를 통한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데,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IPO,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기자본의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데 있어서 또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는데, 즉 지금까지 선박확보에 소요되는 자금의 많은 부분을 은행권으로부터 제공받았다. 그러나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규율하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앞으로 시행될 Basel III에서 최저자기자본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해운기업의 경우 앞으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는 점도 고려하여 자본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자금조달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모펀드를 활용하여 자기자본의 비중을 조금이라도 증대하는 방안으로 접근하는 것이 요구된다. 시중에 유동자금은 매우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자산운용사의 선박펀드 진출을 장려하여 자기자본의 활용을 제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고려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전환사채, 우선주 발행 등을 통한 일종의 메자닌금융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추후에 자기자본화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진 부채로 우선 자금을 조달하고 만기가 도래할 때 자기자본으로 편입하여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기선사 중 1등을 하던 한진해운이 파산될 무렵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정부는 400% 수준으로 조정하면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안다. 해운기업의 경영자는 지금부터라도 자금조달에 있어 지나치게 은행권에 의존하는 전략에서 자본시장을 통해 자기자본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조달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접근에는 기업을 보다 공개적으로 경영할 의지를 갖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해운업이 가장 발달한 그리스의 경우도 가족기업형태로 운영하다 보니 많은 기업이 비공개 상태로 남아 있는데, 해운기업의 자금조달에 있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의지도 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하면 거의 매일 상장기업에 대한 정보가 언론매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기업의 홍보도 자연적으로 이루어져 해운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도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장정이 있다. 

현재 우리 선사들이 직면한 재무적 약점을 극복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해운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방법의 전환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해운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급한 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처럼 자기자본의 확충을 통해 우리 해운기업이 재무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야 국제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발전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제교역 증대 즉 수출입 화물의 운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외화 가득을 통한 국제수지 개선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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