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회생절차 신청, 15일 법원 접수, “수빅조선소의 파산은 한국 중소·중견조선소에 대한 경고”
2007년 본격 가동, 100여척 이상 건조 했지만 손실 누적이 악재

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가 신청한 회생절차가 필리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빅조선소의 몰락을 단순히 한 기업 해외 법인의 몰락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조선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2018년 수주실적 1위 탈환이라는 플랭카드의 그늘아래 관심받지 못하고 고사당하고 있는 중소·중견조선사에 대한 경고라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1월 15일 ‘(주)한진중공업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공시를 통해서 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HHIC-Phil Inc.)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문이 필리핀 현지 올롱가포 법원에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파산은 면하게 되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지난 1월 8일 필리핀 현지 올롱가포 법원에 경영정상화 도모를 위한 회생절차를 신청했었다. 이는 필리핀 현지 법인 ‘Financial Rehabilitation and Insolvency Act’에 따른 것으로, 국내 기업회생 절차와 유사한 제도라고 한진중공업은 종속회사 주요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서 밝힌 바 있다.
필리핀 법원의 개시결정문 접수에 따라 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는 회생계획안 제출, 필리핀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의 관리 아래 본격적인 회생절차에 들어간다.

계속되는 적자, 모기업 구조조정 발목잡아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진중공업의 이원화 정책에 따라 주로 상선을 건조해온 수빅조선소는 조선산업의 장기 불황과 이에 따른 수주부진, 신조선가 하락 등으로 영업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한진수빅조선소는 2016년 1,820억원, 2017년에 2,3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신규 수주 계약은 10척에 불과했다. 

수빅조선소의 경영악화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중공업 정상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수빅조선소의 지속되는 손해가 모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수빅조선소의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모기업인 한진중공업은 자산매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지만 손실 발생과 자산 매각이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진중공업은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했다. 우선 지난 해 초 추진한 투자유치가 그것이다. 2018년 2월 한진중공업은 삼일회계법인을 투지유치 자문사로 선정하고 투자유치를 추진했었다. 당시 CMA-CGM으로부터 수주받은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를 성공시킨 수빅조선소는 최대 1조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시도한 것. 초대형선 건조력을 담보로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당시 한진중공업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2월 초에 시작했던 투자유치는 반년이 지나서까지 특별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기술력은 가지고 있지만 낮은 채산성이라는 근본적 원인의 해결 없이는 수빅조선소에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투자은행업계의 분석이었다.

수빅 조선소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국내 대비 저렴한 임금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수빅 조선소의 인건비가 국내 조선소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기자재 등은 대부분을 한국, 특히 부산 경남 조선해양기자제공업단지에서 공수하는 상황이라 국내 조선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는 것. 여기에 장기불황과 저선가 기조가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자가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투자은행들의 판단이고, 결국 투자유치 실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현지 기업과 지분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8월 한 언론은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의 한 기업과 수빅조선소 지분 85% 가량을 처분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1조원 규모의 지분매각을 통해서 수빅조선소를 매각하고 2016년 이후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중공업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것. 그러나 여러 견해차로 인해 이 또한 불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은 수빅조선소를 제외하고는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2017년 한국종합기술을 500억원에, 지난해 5월에는 기내식 서비스업체인 하코(Hacor) 지분을 980억원에 아워홈에 매각한 바 있다. 

한진수빅조선소, 2005년부터 철구공장 건설 협약에서 시작
한진중공업과 수빅과의 인연은 2005년 시작된다. 한진중공업은 2005년 5월 당시 필리핀 대통령이던 아로요 대통령과 수빅경제자유구역 내에 철구공장(Steel Favrication)을 건설하는 협약을 맺는다. 500억원을 투자해 수빅만 9만평 부지에 절단, 조립, 도장공장을 설치해 연간 3만톤 규모의 해치커버 및 각종 철구조물을 생산하고. 여기서 생산된 철구들은 한진 영도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신조 컨테이너선에 사용할 계획이라는 것, 당시 관계자는 “협소한 부지로 인해 증가일로의 선박건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산 영도조선사의 건조능력과 규모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로부터 반년 후인 11월, 조선해운 전문매체인 트레이드윈즈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세계 4위급에 조선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한다. 당시 트레이드윈즈는 한진중공업이 수빅에 건설을 계획 중인 철구공장이 조선소로 전환되며, 12월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 전까지 엠바고가 걸려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철구공장에 대한 계획도 아직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선소 전환설을 부인했는데, 그에 반해 필리핀 내부에서는 한진중공업의 조선소 건설을 거의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시 한국 조선업계 관계자도 한진중공업이 공격적으로 사세 확장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었다. 

수빅조선소의 본격적인 시작은 다음 해인 2006년 확정된다. 당시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은 막사이사이 기술대학교에서 한진중공업이 수빅만에 10억달러를 투자해 당시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8,000teu급이 건조 가능한 조선소 건설을 확정했고, 건설공사를 위해 건설소 예정부지까지 연결되는 22.7km의 도로 건설을 앞당겨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 한진중공업은 2월 2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필리핀 현지법인를 통해 수빅만 경제자유구역내에 조선소 건설을 결정했다고 발표한다. 당시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필리핀 조선소 건설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협소한 부지로 인해 LNG선, VLCC, FPSO 등 해양플랜스 사업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조선 경쟁력의 증강과 동시에 플랜트 및 건설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추진했다”고 그 의의를 밝혔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수빅조선소는 2007년 5월 최초 선박 건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고, 2016년까지 매출액 1조 2,000억원, 영업익 2,2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3월, 한진중공업은 CMA-CGM으로부터 4,300teu 급 컨테이너선 4척, 총 2억 5,000만달러 규모의 수주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발표했다. 또 그로부터 세 달 뒤인 7월에는 아랍에미레이트의 EML로부터 11만 4,000톤급 아프라막스 원유운반선 4척을 2억 7,000만달러에 수주하고, 12월에 추가로 4척을 수주하면서 조선소가 준공도 되기 전에 이미 3년 반에 이르는 건조물량을 확보한다.

수빅조선소가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간 2007년,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서 “지난 해(2006년) 우리는 회사 역사에 길이 기록될 기념비적인 일들을 함께 이루어냈다.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씨앗을 뿌렸다”며, “수빅조선소의 본격 가동 및 생산운영체제를 완벽히 구축함으로써 영도조선소와 함께 중장기 발전을 위한 토대를 튼실히 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2월 1일 공시를 통해 수빅조선소 사업비를 증액한다고 밝혔다. 이 시기까지 수빅조선소는 CMA-CGM으로부터 4,3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독일 선주인 NSC Schiffahrtsgesellschaft사와 역시 4,300teu급 동형선 6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등  등 총 12척, 7억 2,000만달러 규모의 수주를 완료한 상태였다. 

3월 초 강재절단식 이후 본격적인 가동애 들어간 수빅조선소눈 그리스 벌크 선사인 Transmed Shipping으로부터 17만 5,000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4척을 추가로 수주하는 등, 연일 새로운 일감을 확보하고 있었다. 

수빅만에서 불어온 훈풍은 한진중공업에도 따스한 온기를 전하고 있었다. 2007년 한진중공업의 1분기 조선 부문 매출은 3762억 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6%, 영업이익은 137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61%의 급성장을 보였다. 당시 이같은 영업익의 대폭 상승은 2004년 상반기 이후 저가수주 물량의 감소로 건조선가가 상승하고, 여기에 생산성 향상으로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에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메가컨선 수주 폭발한 2007년, 수빅 조선소도 1만teu급 건조 동참
수빅조선소가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간 2007년은 막 태동을 시작한 1만teu급이 폭발적으로 발주되던 시기였다. 7,500teu급을 초대형선, 1만teu급을 극초대형선으로 부르던 2007년, 머스크의 엠마 머스크를 시작으로 전 세계 선사들은 경쟁적으로 1만teu급을 발주하고 있었다.

당시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가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2007년 7월 기준 발주된 7,500teu 이상급 컨테이너선은 174척 151만teu였는데, 1만teu급 발주량은 284척 297만teu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만teu 급 총 발주선가는 550억달러였으며, 그 중 75%가 한국 조선소에서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빅조선소도 그 같은 호황를 만끽하고 있었다. 독일 NSC Schiffahrtsgesellschaft사가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 1만 28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하며, 수빅조선소도 1만teu급 신조 행진에 동참하게 되었다.

2007년 12월 수빅조선소는 1단계 건설사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총 132만㎡(약 40만평) 부지에 길이 370m, 폭 100m, 깊이 12.5m의 제5도크와 안벽 1.6km, 초대형 골리앗크레인, 조립공장 등의 생산설비가 완공된 것, 1단계 제5도크의 연간 강재처리능력은 22만톤으로 4300teu급 컨테이너선 16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였다. 

2008년 6월, 한 증권사는 기업분석보고를 통해 대한민국 6대 조선사 중 한진중공업이 영업이익률 1위를 차지할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08년 1분기 한진중공업 조선사업부는 전년 대비 14.1% 증가한 4470억원의 매출과 7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

2008년 7월 4일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한 첫 번째 선박이 명명식을 가졌다. 그리 대단할 것 없는 4300teu급 컨테이너 선박 명명식에서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이 직접 아르골리코스(Argolikos)라고 직접 명명하며 수빅 조선소가 필리핀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필리핀 대통령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선가하락 시작, 위기의 도래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선가 회복, 1만teu급 선박의 출현과 선사들의 경쟁적 발주에 힘입어 조선업도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경쟁적 신조 발주, 특히 1만teu 급의 대량 건조는 해운업 뿐만 아니라 조선업에도 매서운 한파로 다가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신조선가는 2012년에 여름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 하락은 바닥을 모르고 계속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신조 수요가 감소하면서 도크를 비게 하지 않으려는 조선사들의 경쟁적인 수주활동이 이를 더욱 가속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실제로 2012년 5월 기준 4800teu 급 신조선가가 평균 5,300만 달러에서 유지되고 있었는데, 수빅조선소에서 5,000teu급 10척을 수주하면서 신조가를 척당 4,500만달러에 수주하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을 끌어내리는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

당시 외신에서는  “한국 중소 조선사 중 해외 조선사를 통해 중국 조선사 보다 낮은 가격으로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며 “신조가가 회복을 기대하기란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역사적으로 신조가가 저점을 기록하면서 선주들의 신조선 발주 욕구를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해운업계가 선복을 줄여가는 당시 분위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2013년 들어 수빅조선소는 연달아 수주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주실적을 조기 달성하기도 했다.  2013년 6월 기준 수빅조선소는 19척, 12억 달러의 수주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수주목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리스 테크노마르(Technomar)사로부터 수주한 6,9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및 옵션 2척, 벨기에 엑스마(Exmar)사로부터 수주한 3만 8,000cbm급 LPG선 4척 및 옵션 4척, 미국 오크트리캐피털(Oaktree Capital)과 그리스 오션벌크(Oceanbulk)그룹의 조인트벤처 기업인 오션벌크캐리어즈(Oceanbulk Carriers)사로부터 수주한 5,4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및 옵션 8척, 그리스 선사인 코스타마레시핑(Costamare Shipping)사로부터 수주한 9,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옵션 5척 포함) 등을 연달아 수주한 것. 옵션이 전부 행사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수빅조선소의 수주실적은 38척, 24억 달러로 2008년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의 수주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2012년 체결한 미해군 수리ㆍ병참기지 구축작업 계약 등도 수빅 조선소가 적자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주실적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조선경기는 여전히 침체되어 있었고, 수빅조선소에 대한 투자와 운영 지원 등은 수익창출 능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2013년 12월 한진중공업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조정한 한국신용평가는 “(수빅조선소가) 2013년 들어 수주가 늘어나고, 신조선가가 소폭 상승하는 등 영업활동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업황의 반등은 아직 미지수이며, 수주조건도 불리해 단기간 내 가시적인 수익성 회복과 현금흐름의 개선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도 “2013년 4분기 중 대규모 적자를 시현하는 등 조선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위혐이 높아지면서 손익 및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의 무보증사채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수빅조선소와 관련 “2013년 들어 상선발주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수주잔고가 증가세로 반전했지만, 선가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고 있으며 선박건조대금 결제조건 악화로 인한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5개월 후, 한기평은 한진중공업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단계 더 하향 평가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한진중공업은 1,4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손실액이 108.4% 증가한 것. 당기 순손실도 2,998억원으로 전년보다 57.6%나 증가하 실적을 보였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수빅조선소에서 처음으로 건조하는 LPG선 공사손실충당금 120억원이 대표적 손실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2만teu 인도해 기술력 입증, 그러나 추가 수주는 미미
2016년 수빅조선소는 메가컨테이너선이라고 부르는 2만teu 시장에 진출한다. 2016년 4월 CMA-CGM과 2만 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 건조계약을 체결한 것, 수주금액은 척당 1억 5,000만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이 외에도 1만teu급 컨테이너 선박 수주도 이어가면서 2016년 상반기 동안 수빅조선소는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모기업인 한진중공업은 2016년 6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채결한다. 당시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자율협약 체결을 계기로 뼈를 깍는 자구노력 이행과 함께 상선 중심의 수빅조선소와 특수선 중심의 영도조선소 영도조선소 투 트랙 전략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2017년 3월 수빅조선소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척을 수주하면서 선종 다양화를 통한 수익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VLCC 신조선가가 척당 8,100만달러 정도였기에 총 수주액은 약 3억 2,000만달러 정도로 추산되었다.

그러나 수빅조선소의 신조선 편중은 여전한 상황이었다. 2007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이후 수빅 조선소는 약 100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해 인도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이 컨테이너 선박이었고, 벌크선도 27척에 달해, 전체 신조 선의 80% 이상이 컨테이너와 벌크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반면에 척당 단가가 높은 특수선의 경우 건조 척수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쳐, 수주 실적 대비 수익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었다.

역대 최악의 조선시황이었다는 2017년을 버텨낸 조선업계는 2018년 IMO환경규제에 따른 특수호재에 수혜를 입고있다. 특히 빅3라고 불리우는 한국 대형 조선 3사가 2018년 한 해동안 전 세계 LNG 신조발주를 싹쓸이하면서 세계조선 수주량 1위도 재탈환하는 등 회복의 희망을 본데 반해, 중소조선사들은 여전히 힘겨운 시기를 버텨내고 있었다. 수빅조선소도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야 했던 것은 마찬가지 였는데, 2018년 1월 2만 1,000teu급 선박을 인도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같은 기간 수주잔량은 53만 5,000CGT로 2017년 초 16위였던 수주잔량 순위는 40위로 추락했다.

이후에도 LNG 등 친환경 선박에 집중된 신조발주시장에서 소외된 수빅조선소는 2018년 한 해 동안 특별한 수주 실적을 기록하지 못한 채 2019년 초 결국 법정관리라는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다.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한진 수빅조선소 채권 금액은 1초 2,000억원 규모로 파악되어 있었다. RG보증이 6100억원, 그리고 필리핀 제작금융 6,000억원이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2018년 6월 기준) 수빅 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12척 38만 6,000cgt에 불과했다.

“한진중공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필리핀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필리핀 올롱가포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8일, 가장 충격에 휩싸인 곳은 한진중공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국내조선해양기자재업체가 모여있는 부산·경남 지역이었다. 

1월 8일 부산시는 경제부시장 주재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협력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지 않도록 중앙정부에 세제지원을 요청하고, 이미 시행 중인 조선해양기가재기업 긴급자금지원 특례보증 제도를 활용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다음 날인 9일 부산시 오거돈 시장은 직접 한진중공업을 방문해 상황보고를 받은 후 “부산시에서도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여 정부와 협의하는 등 조선기자재 업계의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미지급한 물품대금은 부산지역 159개사, 경남 80개사에 7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수빅조선소는 별도 현지법인이기에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에서 직접적인 지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조선업계에서는 제 2, 제 3의 수빅조선소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2018년 조선수주량 1위 탈환이라는 축포는 조선 빅3를 향한 것일 뿐이고, 기술력이나 선박건조규모 등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미약한 작은 중소조선의 경우 2017년의 수주절벽은 개선되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해 11월 정부에서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에 힘입어 다시 부활을 꿈꾸는 중소 조선사 및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이번 수빅조선소 사태와 관련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소조선 관계자는 “지난 해 RG 발급이 취소되어 마지막 선박 인도를 끝으로 실질적으로 조선기능을 상실했던 SPP조선이 빠르면 2월 파산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조선사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해 정유섭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중소소선사에서 발급된 RG는 전체 RG에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조선사의 경우에도 16.2%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빅조선소의 법정관리를 단순히 한 기업이 가진 해외 조선사의 몰락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빅3의 그늘에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하고 고사하고 있는 한국 중소·중견 조선사의 현재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빅조선소 인수전, 외교전으로 확대되나?
한편 회생절차에 들어간 수빅조선소 인수와 관련, 특이한 전개가 펼치지고 있다. 인수전에 외교적인 문제가 개입하게 된 것. 

최근 외신은 수빅 조선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최근 중국의 조선소들이 수빅조선소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 관계자들이 수빅 조선소를 방문해 인수를 위한 검토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

한편 중국 기업의 수빅조선소 인수 시도에 대해 필리핀 정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고도 외신은 전했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와 연결된 수빅조선소가 중국기업의 관심을 받는 것이 그리 탐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 특히 수빅조선소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조선소인 만큼 국가 전략적 자산을 해외, 특히 중국 기업에 넘기는 것을 정부차원에서 막으려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필리핀 현지 언론은 필리핀 국방부 로렌자나 장관은 상원에 출석해 수빅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로렌자나 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필리핀 정부가 수빅조선소를 인수하는 것을 제안했으며, 인수하면 해군이 직접 관리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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