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15년 8월, 텍사스 A&M 대학교 연구팀은 코스타리카 연안을 탐사하던 도중 수컷 바다거북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당시 거북이의 코에는 흰색 막대가 박혀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플라스틱 빨대였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빨대를 빼주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유튜브에 공개했고, 이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여러 부문에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을 위한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18.10.22.~10.26일 동안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해사기구(IMO) 제7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는 “DEVELOPMENT OF AN ACTION PLAN TO ADDRESS MARINE PLASTIC LITTER FROM SHIPS”라는 안건으로 작업반(Working Group)이 결성되어 선박으로부터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총 46개의 IMO 회원국과 17개의 정부간기구 및 비정부기구가 회의에 참석하였으며, 필자는 우리나라 대표로서 동 작업반 회의의 전 과정에 참여하였다.
본 기고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기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제로 논의하게 된 배경과 작업반 회의의 주요 논의사항을 개략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논의 배경
본격적으로 선박기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해 논의를 시작한 제73차 IMO MEPC 회의(’18.10)를 거슬러 올라가면 UN 고위급 해양회의(’17.06)가 개최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다른 여러 부문에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에 관해 논의하는 회의가 있었지만, UN에서 공식적으로 선박으로부터 발생하는 플라스틱 및 미세 플라스틱 감축 의지를 선언문으로써 표명한 UN 고위급 해양회의에서부터 간략한 논의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료:YouTube "Bruno Soagers"
자료:YouTube "Bruno Soagers"

UN 고위급 해양회의 (The high-level UN Ocean Conference)
2017.6.05.~6.09일 동안 뉴욕 국제연합(UN) 본부에서 UN SDG(지속가능개발목표) 14를 주제로 UN 고위급 해양회의(The high-level UN Ocean Conference)가 개최되었다. UN SDG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적 약속으로서 17개의 주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14번째인 SDG 14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양과 해양자원 보존 및 이용”에 관한 것이다. 17개의 SDG 목표 중 SDG 14 하나의 목표만을 단독 의제로 하여 회의가 열리는 것은 UN SDG가 채택 이후 처음 있는 일로서 그만큼 해양환경 보존에 관한 많은 국제적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 회의를 통해 행동촉구선언문(Our Ocean, Our Future: Call for Action)이 채택되었고, 동 선언문에 선박으로부터 발생하는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 감축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제30차 IMO 총회 (IMO Assembly 30)
2017.11.27.~12.06일 동안 개최된 제30차 IMO 총회에서는 호주 외 13개국이 제출한 문서(A 30/11/1)에 의해 다시금 UN 고위급 해양회의에서 채택된 행동촉구선언문이 언급되었다. 동 문서는 SDG 14의 원활한 이행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의 방지를 위해 국제적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또한, 비록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 발생원이 육상이라고 할지라도, 어업 및 항행 활동에 의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이 상당함을 지적하며 IMO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시설로부터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제72차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 (IMO MEPC 72)
2018.4.09.~4.13일 동안 개최된 제72차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는 제30차 IMO 총회 결과에 따라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신규 작업과제(New Output)가 요청되었고 이것이 동 회의에서 승인되었다. 이에 따라 제73차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부터 정식 의제로 등재되어 논의가 시작되었다. 통상 IMO 회의에 신규 작업과제로서 승인이 완료되면, 차기 2개년 작업과제로(Post-biennial agenda) 편입되어 정식 의제로서 논의가 시작되는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하여 곧바로 다음 회기부터 논의가 시작되는 특별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주요 내용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을 위해 다양한 부문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IMO는 “선박”에 중점을 두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제30차 총회 문서(A 30/11/1)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발생은 바다에 있는 선박으로부터 나오는 것보다 육상으로부터 발생하여 떠밀려 오는 양이 더 많지만, 이러한 모든 범주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원을 IMO에서 다루지는 않는다.
제73차 IMO MEPC 회의결과를 살펴보면 초안으로서 선박기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을 위한 30가지의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모든 대응방안에 대해 다루지 않고 필자가 회의 참석을 통해 느낀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또한, 우리나라 실정에 영향성이 큰 3가지 항목에 관해 개략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첫째는 유실 어구(Fishing Gear), 둘째는 유실 컨테이너(Loss of Container) 그리고 셋째는 중수(Grey Water)이다.
 

유실 어구 (Fishing Gear)
지도에는 없지만, 대한민국 영토의 16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 섬(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리고 최근 연구결과1)에 따르면 이 쓰레기 섬의 46% 정도가 유실되거나 버려지는 폐어구(ALDFG: Lost or otherwise discarded fishing gear)로 구성된다고 추정되었다. 실제 회의장에서도 많은 회원국은 유실 어구로 인한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대책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어구 표식(Marking of fishing gear)의 강제 적용이다. 어업 활동에 사용되는 도구를 총칭하는 어구는 가벼운 무게 때문에 주로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제작된다. 어업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재해와 같은 이유로 어구 유실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실된 어구가 수거된다고 할지라도 그 주인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사용자로서는 유실 어구 관리가 안일해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해양오염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6년부터 “어구 실명제”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실효성이 낮고 어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2016년, 어구와 관련된 포괄적인 법안인 “어구 관리법”이 제정되었으나 이 또한 현재 국회에 법안계류 중이다. 회의 중, 효과적인 어구 표식 제도 적용을 위해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서 개발한 어구 표식 지침서2) 활용이 언급되었고, 다수 회원국은 IMO가 이를 참고하여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FAO와 협력하여 실효성 있는 어구 표식 방안을 개발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둘째는 케이프타운협약3)의 발효 촉진이다. 케이프타운협약은 어선박의 구조, 복원성, 감항성 등을 규정하는 어선의 안전과 관련된 협약으로서, 발효 조건은 22개국의 회원국이 수락하고 이 나라들의 공해상을 항행하는 길이 24m 이상의 어선박의 합계 척수가 3,600척 이상이 되는 날로부터 12개월 이후에 발효된다. 회원국은 현재 선박으로부터 발생하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이 상선이 아닌 어선의 어업 활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견해에 공감하였으며, 이에 관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어선의 안전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합의하였다.

셋째는 MARPOL 부속서 Ⅴ장의 이행 강화 및 관련 규칙의 검토이다. MARPOL 부속서 Ⅴ장은 선박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폐기물을 규제하고 있으며, 부속서 Ⅴ장 3.2 규칙에서는 어구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 해상 배출을 금지하고 있다. 단, 동 부속서의 7 규칙을 통해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가 취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실사고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적용제외 조건으로 두고 있다. 사실상 어구가 유실되더라도 이에 관한, 회수 의무는 없는 것이다. 또한, 선박으로부터 발생하는 폐기물 관리와 관련하여 총톤수 400톤 이상의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만 폐기물 기록부(Garbage recode book) 비치 및 기록의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400톤 미만의 어선 대부분은 폐기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이 지적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규정 검토가 필요함이 언급되었다. 추가로, 일부 회원국은 현행의 폐기물 기록부에는 플라스틱 양을 큐빅 미터(㎥)로 기재하게 되어있지만, 플라스틱의 특성상 힘을 가하면 부피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한다면 폐기물 기록부상에 플라스틱의 종류와 양의 단위를 좀 더 세부화할 필요성이 있음을 제기하였다. 결론적으로 선박으로부터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관련된 MARPOL 부속서 Ⅴ장의 전반적인 검토의 필요성과 이행 강화 방안의 모색에 합의하였다.
 

자료:YouTube "NEWS WATCH"
자료:YouTube "NEWS WATCH"

유실 컨테이너 (Loss of Container)
세계선사협의회(WSC: World Shipping Council)의 조사에 따르면 2014~2016년까지 대략 1,390개의 컨테이너가 해상으로 유실되었으며, 이는 보고되지 않는 유실 컨테이너는 포함되지 않은 통계이다. 최근에도 2019년 1월 1일, 북해 지역을 항해 중인 파나마 기국의 MSC社 19,000TEU 컨테이너 선박에서 폭풍으로 인해 컨테이너 270개가 바다로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이송되는 화물의 양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운송되는 컨테이너에는 다양한 화물이 선적되는 점을 고려하여, 회원국은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된 유실 컨테이너로 인한 해양오염의 심각성과 이에 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본 작업반 회의에서는 컨테이너 유실 방지를 위한 고박 등과 같은 사전 대책이 아닌 유실사고에 따른 사후 대책 방안을 논의하였다.

유실 컨테이너에 관한 논의 중, 가장 큰 쟁점은 유실 컨테이너의 추적(Tracking)에 관한 것이었다. 일단 바다에 컨테이너가 유실되면 해안으로 밀려오지 않는 이상 가라앉는 컨테이너를 회수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일부 회원국은 컨테이너 유실사고에 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사고 위험 해역을 설정하고 예방 대책의 마련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실 컨테이너의 추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통계가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다수 회원국은 현행의 기술로 공해상에 유실된 컨테이너를 일일이 추적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결론적으로 회원국들은 컨테이너 유실사고 시 위치, 시간 그리고 컨테이너의 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규정의 제정 검토에 동의하였다.
 

중수 (Grey Water)
중수는 선박의 거주 구에서 선원이 사용하는 샤워실, 세탁실을 통해 배출되는 폐수를 총칭한다. 중수에 함유된 샴푸와 합성세제 등에는 크기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Micro plastics)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회원국은 의제 문서를 통해 플라스틱이 포함된 중수로 인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중수 배출 제한에 관한 IMO 차원의 규정 제정 검토를 제안하였다. 하지만 실제 회의장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의 회원국이 제기한 선박으로부터 배출되는 중수가 과연 얼마만큼 해양오염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신뢰성 있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 결과, 결의서 초안에 중수 배출 규제에 관한 문구가 삭제되고 선박으로부터 배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연구 수행으로 대응방안이 결정되었다. 이에 관한 구체적 연구방법 및 방향에 대해 현재 통신작업반에서 논의 중이다.

이번 회의에서 중수 배출 규제에 관한 논의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중수가 미세 플라스틱과 연관되면서 배출 규제의 명분이 분명히 세워졌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에 관한 연구 및 정책 검토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오염에 미치는 인과관계가 분명함으로 머지않아 어떠한 형식으로든 강제적 중수 배출 규정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선박의 설계와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낼 수 있는 중수 처리장치(Grey water treatment plant)의 개발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나오며
이번 IMO MEPC 작업반 회의에 참여하면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다수 회원국의 많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회의를 통해 도출된 결의서 초안을 살펴보면 상기 언급한 세 가지 사항 이외에 다양한 대응방안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서 이렇다 할 결정사항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의제라고 판단되며 특히, 어구와 관련된 문제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많은 어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검토와 협의를 통해 관련 국제규정 제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실 컨테이너와 중수에 관한 규제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관련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무조건적인 규제 반대보다는 해양환경 보호라는 대명제하에 가능한 한 우리나라의 실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제규정 제정을 선도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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