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산업은 이제 체계적 위험국면에서 벗어나 비체계적 위험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세계 모든 해운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종료되고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회사와 벗어나지 못하는 회사가 엇갈리는 상황이 시작되는 것이다. 향후 10년간은 이러한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해운기업은 막대한 투자비를 날림으로써 지속가능발전이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서는 기업은 향후 한세대의 지속가능발전을 보장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희비를 가르는 데는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겠지만 첫 번째로 중요한 변수는 에너지전환문제이다. 기후변화 이슈로 시작된 에너지전환은 이제 눈앞의 현안과제로 부각되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부터 모든 해역의 황산화물질(SOx) 배출한도를 0.5%로 축소한다. 세계 해운업계는 적용시기 연기를 요구했으나 IMO는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뿐만 아니다. IMO는 2050년까지 국제해운업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CO2 배출량 가이드라인인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를 지속적으로 강화해감과 동시에 배출량 감시시스템도 개선해가겠다는 포석이다. ‘선박의 무공해운항’을 비전으로 설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환경규제에서 자유로운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희비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연료문제로서의 에너지전환문제는 중장기 전략적 포지션을 구축해서 대응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해운업계는 황산화물질 배출저감대책으로 저유황유탱크 설치냐 아니면 탈황설비인 스크러버 장착이냐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미시적 조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우선 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개방형 스크러버의 사용을 금지하는 항만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폐수를 육상에 버리는 폐쇄형 스크러버도 결국은 규제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저유황유탱크 설치는 저유황유의 수급 및 가격 변동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저유황유가 엔진성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기술적 문제 제기도 나타나고 있다. 만약 저유황유 사용이 엔진성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선박의 시장가치에 치명적일 수 있다. 더구나 이러한 대응이 황산화물질 배출 감축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산화탄소 배출감축대책으로는 미흡할 수 있다.

황산화물질,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문제에 보다 근본적 대응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LNG엔진선박이다. 석유를 LNG로 대체하는 기본적인 에너지전환 포지션이다. LNG를 선박연료로 사용하면 NOx, SOx 등의 배출은 90% 이상 감축할 수 있고, CO2는 20-30% 정도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선가가 20-30% 정도 상승하며, LNG관련 설비장착으로 선박의 화물선적공간이 축소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LNG를 안정적으로 급유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점차 해결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LNG엔진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조선소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기 때문에 선가상승문제는 구조적 문제에서 시장경쟁문제로 전환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항만들은 LNG벙커링설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LNG벙커링선박도 건조되는 추세이므로 LNG 급유의 안정성은 비교적 빠르게 확보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카타르, 미국, 호주 등이 대대적인 LNG수출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LNG수급의 안정성도 확보되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LNG추진선박도 에너지전환의 궁극적 포지션으로는 취약점이 있다.

우선 이산화탄소 감축 기대치가 20-30%밖에 되지 않는다. IMO의 목표치인 50% 감축을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더구나 이산화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인 수소경제시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수소경제 구축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도 최근 수소자동차 로드맵을 수정하여 시간단축전략을 추진할 태세이다. 특히 석탄, LNG 수출국인 호주는 이러한 수소경제 도래에 대응하여 서호주의 광할한 영토를 대규모 수소 생산기지로 구축하여 수소수출국으로 부상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도기에 우리 해운업계가 에너지전환전략을 늦추면 또 다시 패러다임 추종국으로 고생할 것이며, 그렇다고 잘못 선택하면 막대한 투자비만 낭비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 임기응변보다는 회사실정에 맞는 중장기 전략포지션을 정하여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하지 않으면 안되고, 잘못해서도 안되는 첫 번째 변화과제가 에너지전환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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