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쾅’·부산신항 컨선 추돌 ‘아찔’…대책은?

 
 

자칫 대형사고 날 뻔…음주운항 처벌 및 예선사용 규정 강화, 용호부두 전격폐쇄
 

봄철에 국내 부산항 해역에서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선박충돌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해 해운선사 및 종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광안대교에 러시아 화물선이 충돌하고, 부산신항 부두에서는 컨테이너선박끼리 추돌하는 등 해양사고가 빈발하면서 예선사용에 대한 규정이 한층 강화되고 용호부두가 전격폐쇄되는 등 후속조치가 잇따랐다. 특히 바다 위 음주운항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해경의 음주단속이 강화되고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도 발의됐다.
 

최근 부산 광안대교와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SEA GRAND)’호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었다. 2월 28일 오후 부산항을 출항한 러시아 화물선 5,998톤급 씨그랜드호가 오후 4시 23분경 부산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은 것이다.

2002년 12월에 완공한 광안대교는 부산을 대표하는 교량 건축물이자 핵심 교통시설로 하루 통행량만 12만여대에 달하고, 출퇴근시간대만 2만 5,000여대가 집중된다. 다행히 인명 피해나 해상 오염은 없었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에 의해 러시아인 선장이 긴급체포됐으며,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086%로 나왔다. 부산해경은 3월 2일 업무상과실, 업무상과실치상, 해사안전법 위반 혐의로 선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선박 VDR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씨그랜트호는 사고 전날인 2월 27일 오전 9시께 부산 용호부두에 입항해 경북 포항에서 선적한 화물인 쇠파이프 1,495톤을 내렸다. 이어 다음날 오후 4시께 스틸코일 1,415톤을 실은 뒤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장은 용호부두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6% 상태로 예인선 없이 배를 몰아 계류장에 정박 중이던 요트 등 선박 3척을 들이받은 뒤 광안대교 교각과 충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요트 항해사 등 3명이 갈비뼈 등을 다쳤고, 요트 2척과 바지선도 파손됐다.

일부 시설이 파손된 광안대교는 복구공사를 완료하면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산시설공단이 3월 13일 발표한 광안대교 긴급안전진단 중간결과와 향후 복구 계획에 따르면, 선박 충돌로 광안대교 하판 박스 측면이 가로 4m, 세로 3m 찢어지고, 교량 충격을 완화하는 교좌장치 하부 연결부위에 일부 균열이 발생했다. 복구작업에는 60일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며 부산시는 복구가 마무리되는 5월 1일부터 차량 통행 제한을 전면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바다 위 음주 운항 처벌 강화된다

러시아 화물선의 광안대교 충돌사고를 계기로 바다 음주 운항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해경은 그간 음주단속을 해왔던 낚싯배나 소형 어선 뿐 아니라 화물선과 여객선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음주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음주 운항에 대한 처벌 강화도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국회의원(부산 해운대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선박 음주 운항 처벌 기준을 강화한 ‘광안대교법’을 대표발의했다. ‘광안대교법’은 혈중알코올농도와 선박의 크기에 따라 단계별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해사안전법’ 개정안과 음주운항에 따른 면허 정지·취소 기준을 강화한 ‘선박직원법’ 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다.

선박직원법 개정안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0.08% 미만인 경우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6개월, 2차 위반 시 면허취소가 가능하며, 0.08% 이상일 경우에는 1회 위반만으로 면허가 취소된다. 해사안전법 개정안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0.03% 이상~0.08% 미만, 0.08% 이상~0.2% 미만, 0.2% 이상으로 세분화하고, 5톤 이상 선박과 5톤 미만 선박으로 구분해 최대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해경에게 상시적으로 음주 측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았다.

윤 의원은 “선박의 음주운항은 자동차의 음주운전보다 훨씬 위험하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번져 엄청난 재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관련 법규가 미비하고 처벌 수위가 약해 음주운항으로 인한 선박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광안대교법’은 ‘바다 위의 윤창호법’이다. 음주운항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며 논의를 촉구했다.

부산신항 부두, 머스크-ZIM 컨 선박 충돌

부산신항 1부두에서는 컨테이너 선박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3월 2일 오전 7시 48분경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부두에서 머스크의 파나막스급 컨선과 ZIM의 네오 파나막스급 컨선 2척이 충돌한 것이다.

이날 부두에 접안 중이던 머스크 산하 선사인 사프마린이 보유한 4,500teu급 ‘사프마린 노크완다(Safmarine Nokwanda)’호는 기관고장으로 후진이 되지 않아 선석에 대기 중이던 1만 70teu급 이스라엘 선사 ZIM의 용선 컨테이너선 ‘텐진(Tianjin)’호의 선미 좌측 부분을 추돌했다.

홍콩 국적의 2005년 건조된 사프마린 노크완다호(6만 3,000dwt급)호와 라이베리아 국적의 2010년 건조된 텐진호(11만 6,400dwt급)에는 각각 24명, 22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나 해양오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양 선박은 임시 수리를 마친 후 현재 모두 부산항을 떠나 중국과 미국을 향해 항해 중이다.

이밖에도 전국 해상에서는 다양한 선박사고가 잇따랐다. 3월 15일 전남 영광군 앞바다에서는 오후 5시 44분쯤 부산선적 44톤 예인선이 침몰했다.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동 선박은 15일 오전 7시께 충남 서천 화력발전소에서 선적 화물 없이 출항, 마산항으로 향하던 중 침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전남 북부 서해 앞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실종된 예인선 선원 3명 중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3월 20일 전남 여수 해상을 운항 중이던 494톤급 석유제품 운반선에서 불이 나 선원 6명 중 2명이 숨졌다. 사고 선박은 여수에서 부산으로 회항 중이었으며, 석유제품은 실려 있지 않은 상태였다. 여수해양경찰서는 “선내 거주구역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는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총톤수 천톤 이상 선박 예선사용 규정 강화

러시아 화물선의 광안대교 충돌 및 부산신항 컨선 추돌을 계기로 부산항 선박사고 재발방지 차원에서 총톤수 1,000톤 이상 선박의 예선사용 규정이 대폭 강화되고 용호부두의 운영이 중단됐다.

부산항만공사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내놓은 ‘부산항 내 선박운항 사고 재발방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먼저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을 돕는 예선 사용 규정이 대폭 강화된다. 총톤수 1,000톤 이상 선박의 예선사용 의무 규정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선사들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해 위반 시 고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항만운영정보시스템(Port-MIS)에 강제도선과 예선사용 면제 선박 관리 기능을 추가해 입출항 신고 때 이를 파악해 위반 선박을 가려내고, 영어 구사가 어려운 외국인 선장과 도선사와 의사소통을 위해 전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오는 5월부터 외국항만보다 예선 사용 기준이 느슨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예선 2척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대상 선박을 현재 16만톤 이상에서 6만톤 이상으로 조정했다. 예선사용 기준 강화로 부산항을 이용하는 6만톤 이상 16만톤 미만 선박 7,000여척의 비용 부담이 척당 62만원에서 171만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유사사고 발생시 관계기관간 연락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씨그랜드호 교각 충돌사고와 같은 대형사고에서 부산청, 부산시 간의 CCTV 공유 등 비상연락체계를 추진하되, 광안대교 등 주요 교통시설에서의 사고발생시 대처방안 등을 담은 매뉴얼을 작성하기로 했다.

용호부두 화물기능 6월 완전 중단

용호부두의 화물기능은 6월 4일부터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1990년 개항한 용호부두는 일반잡화부두로 벌크선으로 운영하는 부정기 화물이 실리며 대다수가 일본이나 러시아로 가는 배다.

용호부두는 광안대교와의 거리가 짧고 부두 자체의 크기가 작아서 큰 화물선이 왔을 때 사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인근에 주거단지가 만들어지면서 부두 운영에 따른 소음과 공해 등으로 부두 조기 운영중단과 재개발을 요구하는 민원이 잦은 상황이다.

이에 BPA와 부산해수청은 용호부두 입항 제한 조치 기간(6월 3일) 이후에도 부두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용호부두 운영 중단에 따른 대체 부두를 확보하고 항운노조원 전환 배치, 용호부두 재개발 등 후속 절차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용호부두 화물은 감천항 7부두에서 처리하고 있으며, 북항 8부두 등을 추가로 활용해 물류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입항 제한 기간 물동량 감소로 인한 용호부두 노동자 60여명의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6월 이후에는 다른 부두로 옮겨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용호부두 재개발을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부산시, 남구청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오는 6월에 사업시행자 공모에 나서 연말까지 시행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용호부두는 도선사가 승선하지 않아도 되는 ‘임의도선 구역’으로 외국 선박이 이를 이용해 예·도선 비용 절감하려고 용호부두를 이용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선장의 음주 운항이나 판단 잘못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재 임의도선 구역으로 지정된 용호부두와 다대포항을 강제도선 구역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부산해수청은 3월말에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하고 규제심사를 거쳐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또 부두별 특성을 고려한 안전조항을 명시하고, 광안대교 인근에 선박 운항금지 구역을 설정해 6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봄철, 선박 충돌 왜 자주 발생하나?

최근 5년간 해양사고 통계에 따르면, 봄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해양사고 발생 건수는 적으나, 선박 충돌로 인한 인명피해 비율이 높고 기관 손상으로 인한 선박사고가 자주 발생(최근 5년간 2,453건 중 807건, 33%)하는 계절이다. 해양수산부의 2014-2018년 선박충돌로 인한 인명피해를 살펴보면, 봄철이 31.9%로 겨울(30.3%), 여름(22.7%), 가을(15.1%)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에는 일교차에 따른 안개 발생빈도가 높아 충돌사고의 위험성이 크고, 한파와 기상 악화 등으로 겨우내 사용하지 않던 소형선박의 기관설비 오작동이 잦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해수부는 3월부터 5월까지 △봄철 해양사고 대비 선박 안전점검 △해빙기 항만·시설물·해역 안전관리 △해양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ㆍ교육 등을 중점 추진하는 ‘봄철 해상교통 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빈발해진 해양사고에 대응하여 각 지자체에서는 3월 관계 기관 합동으로 무역항 내 해양사고 사전 예방점검을 실시하거나 지도,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세계 각지 선박 사고 잇따라 발생

세계 각지에서도 아찔한 선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3월 12일 프랑스 연안 라로셸 인근에서는 ‘그랜드 아메리카(Grande America)’호가 화재로 전복돼 침몰했다. 5만 6,642gt급 로로 화물선인 그랜드 아메리카호는 함부르크에서 카사블랑카로 항해하던 중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침몰했으며, 선원 27명은 전원 구조됐으나 2,200톤의 선박연료가 바다에 유출됐다. 그랜드 아메리카호의 운항사는 이탈리아 선사 ‘그리말디 라인(Grimaldi Lines)’이다.

또한 동 선박이 실은 365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45개에 위험물질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당국은 현재 해상오염을 막기 위한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으며, 초기 카데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알려졌으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3월 23일에는 1,400여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노르웨이 크루즈선이 악천후와 엔진고장으로 표류하면서 자칫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 했다. '바이킹 스카이'호는 노르웨이 서부 뫼레오그롬스달 앞바다 2㎞ 해상에서 엔진 고장을 일으켜 표류했다. 노르웨이 구조당국은 여객선이 좌초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헬리콥터를 이용해 승객 479명을 구조했었다. 바이킹 스카이호는 이날 엔진 4개 가운데 3개가 다시 작동하면서 예인선 2척의 도움을 받아 24일 오후 4시쯤 인근 몰데항에 무사히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는 MSC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MSC Zoe’호에서 악천후로 인한 컨테이너 유실사고가 발생했다. ’MSC Zoe’호는 벨기에 엔트워프항을 출항해 독일 브레멘하벤항을 항해하던 중 북해에서 폭풍과 파도를 만나 갑판에 적재된 컨테이너 중 최소 345개를 바다에 유실했다. 바다에 떨어진 컨테이너에는 가구, 가전제품, 장난감 등 뿐 아니라 과산화물 등의 독성화학물질도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컨테이너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과립제 2,400만개가 2월 네덜란드 해안에서 발생한 바다오리 2만마리의 떼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조류 과학자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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