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연료 선택한 선사들,속속 스크러버 설치 확대
개방형 스크러버 배출수 문제, 향후 추가 규제 위험성 있어
“유가 스프레드, 스크러버의 가치를 결정할 것”

지난 3월 외신은 머스크그룹이 자사 탱크선 일부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탱커스가 보유한 LR2급 기존 선박 1척과 신조선 3척에 스크러버를 장착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 다른 선종에는 당초 계획대로 저유황류를 사용하겠지만 대형 탱크선에는 스크러버를 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분석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2020년 배출가스 규제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스크러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올라가고 있다. 스크러버 대신 대안연료를 IMO 규제의 대안으로 선택했던 세계 유수의 대형 선사들이 속속 스크러버를 검토하거나 발주하기로 결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상황도 나쁘지 않다. 스크러버 제조 산업규모는 연평균 45%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2022년에는 6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 스크러버에 대한 우려도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크러버 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오픈형 스크러버에 입항금지 조치가 전 세계 주요 항만에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오염 배출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 규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유가 스프레드도 스크러버를 달 것인지, 달지 않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선주들에게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당초 250 달러 수준으로 예상되었던 기존 연료유와 대안 연료유의 스프레드가 어떻게 될지 전혀 향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IMO가 절대 유예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배출가스 규제가 이제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현 상황에서, 해운업계는 그 어느때보다 명확한 대답을 원하고 있다.

스크러버. 달 것인가? 말 것인가?

2019년 상반기, 뜨거운 스크러버 시장

지난 3월 21일 현대상선은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설비(Scrubber) 설치 상생 펀드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황호선 사장을 비롯해, 현대상선 유창근 사장, 서석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안광현 현대글로벌서비스 사장, 신준섭 DSEC 사장 등이 참석한 이번 협약식에서 현대상선은 현재 운영 중인 주요 컨테이너선 19척에 대해 2020년 상반기까지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2020년부터 적용하는 IMO 황산화물 배출 규제는 글로벌 해운사들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차질없이 준비해 IMO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뿐만 아니라 2020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비해 상당수 선사들이 신조선에 대한 스크러버 장착을 추진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2M 중 하나인 MSC가 스크러버를 주요 대안으로 선택한 대표적 선사이다. 지난해 7월, 1억 9,800만달러 규모의 스크러버 계약을 바르질라와 체결한 MSC는 신조선뿐만 아니라 기존 선박에까지 스크러버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올해 2월 MSC는 자사가 보유한 선박 86척에 스크러버 시스템 장착을 위한 파이낸싱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4억 3,9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4곳의 은행으로부터 조달해 기존선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겠다는 것.

저유황유를 고집하던 세계 1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도 최근 일부 사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 IMO 규제의 근본적인 취지는 친환경 연료 사용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머스크는 그동안 스크러버 대신 대안연료를 사용할 것이라고 강력히 천명해왔지만, 지난해 3분기, 자사가 보유한 사선 중 일부 대형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한다고 발표하면서 황산화물 배출 규제 대비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 컨테이너 선사 중 유일하게 LNG추진선을 황산화물 배출 규제대안으로 선택한 CMA CGM도 소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있으며, 스크러버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하팍로이드도 일부 사선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고 LNG와의 비교 테스트를 준비 중에 있다.

벌크선종에서는 프레드릭센 그룹 계열사인 골든오션과 프론티어가 스크러버를 장착할 예정이며, 유조선 선종에서도 스크러버를 장치한다는 소식들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스크러버가 대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선사들이 스크러버를 일부 채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단기적인 비용면에서는 스크러버가 가장 유리한 상황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격과 공급의 불확실성이 큰 대안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기존 연료를 활용할 수 있는 스크러버 장착이 리스크 대비가 쉽다는 것. 대안연료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선사들이 그 부분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스크러버를 설치했다고 가정했을 때, 대안연료를 사용하는 방법 대비 비용적으로 얼마나 유리해질까?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의 경우 2020년 이후에도 3.5%이상의 중유를 계속해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대안연료와의 차이가 톤당 250달러로 가정했을 때, 연간 500만달러 전후의 연비 절감 매리트가 발생한다.

2020년 1월 1일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작과 동시에 대안연료의 가격 급증은 예상이 아니라 예정되어 있고, 스크러버를 설치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다른 대안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DNV-GL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선종에서 기존연료와 스크러버를 조합한 대응방안이 LNG와 저유황유보다 월등히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OPEX와 CAPEX를 모두 포함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기존 선박에는 스크러버가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2019년 현재 스크러버 설치가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비 할 수 있는 첫 번째 카드는 아니라고 말한다.

신규건조 선박의 경우 스크러버 장착의 수월성 덕분에 당분간은 스크러버 설치 기조가 계속 될 것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황산화물 배출 규제의 주류 대응방식은 연료 교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발간한 산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 규제에 대한 선주들의 주된 대응 방식을 신조선과 기존선으로 구분해 분석했을 때, 기존 선박의 규모가 척수 기준으로 수주잔고에 31배에 이르고 있고, 이 같은 규모의 기존 선이 스크러버 장착이나 LNG 추진 개조를 통해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크러버 채택 비율이 계속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스크러버 채택 선박 비율도 전체 선대의 4%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증거라는 것.

여기에는 기존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데 대한 어려움이 이유로 분석되고 있는데, 현재 운항 중인 기존 선박의 경우 스크러버 장착비용이 신조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원인이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이 스크러버를 장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살펴보면, 발주 이후에 설계에 1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스크러버 제작에 7~15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스크러버와 선박의 야드 이동에 1개월, 사전 조립에 1개월, 설치에 또 1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선박의 추가적인 설치비용부담으로 미운항 손실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개방형 스크러버에 대한 규제 가능성은?

스크러버가 가지고 있는 두 번째 불안요소는 추가적인 규제 가능성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1월 발간한 KMI 동향분석에 따르면 스크러버가 가진 단점으로 추가 규제의 가능성을 들었다. 질소산화물 감축을 위해서 별도의 장비 설치가 필요한데, 개방형 스크러버의 경우 해수로 정화시킨 후 해당 물질을 다시 바다로 배출시킴으로써 수질 오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1월 UAE의 푸자이라항이 개방형 스크러버 입항 금지조치를 발표했다. 싱가포르와 더불어 전 세계 선박 벙커링 2위 항만인 푸자이라항이 개방형 스크러버 입항 금지를 발표함으로써 개방형 스크러버 입항 금지 국가는 11개국으로 늘어났다. 싱가포르항과 더불어 전 세계 선박 벙커링 1위와 2위 항만 모두에서 개방형 스크러버 선박의 입항이 금지된 것이다.

개방형 스크러버에 대한 BAN 기조가 늘어나면서 현대상선을 비롯해 몇몇 선사들은 이에 대비해 대안연료용 저장 탱크를 함께 사용한다는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IMO와 국제사회의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입장에서 개방형 스크러버와 대안연료를 같이 사용하는 방안이 실제로 환경규제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단순히 몇몇 항구에서 입항금지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세정수 처리와 관련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아주 높은 확률로.

한편 스크러버를 실제로 사용하게 될 선사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스크러버를 설치했다고 해서 스크러버를 사용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안영균 연구원이 지적한 대로 IMO 규제 준수를 위해 스크러버를 설치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배기가스를 정화하지 않고 대기오염물질을 그대로 배출할 우려가 있으며, 이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장비작동 감시 시스템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로 시스템을 도입하고 가동하는 것 보다 개방형 스크러버 자체를 금지시키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스크러버를 가동하고, 감시시스템을 적용한다고 해도 오염된 배출수 처리 문제는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대안연료 저장탱크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배출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결국 스크러버가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몇몇 항만들의 오픈형 스크러버 입항 금지가 각 항만별 전략적인 의도를 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벙커링 규모 1, 2위 항만인 싱가포르와 프자이라항만의 개방형 스크러버 입항금지가 대안연료 벙커링 선점을 위한 전략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선박용 기존 연료유 벙커링 허브에서 저유황유와 LNG 벙커링 허브로 나아가려는 전략을 추진중인 싱가포르의 경우 개방형 스크러버를 금지시킴으로써 대안연료의 교체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ECA를 발효한 중국도 환경오염 개선이라는 명분과 더불어 저유황유 공급 인프라 구축을 통해 향후 대안연료 벙커링 시장 선점을 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각 항만별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서 환경보호라는 대의명분이 더해지면서 그 파급력은 더욱 확대 될수 있다.

불확실성의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지난 2월 IMO 해양오염방지대응전문위원회(PPR) 6차 회의가 새 배출가스 규제와 관련 세부지침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PPR에서 검토하는 사항은 스크러버 배출수 샘플링과 모니터링 기준 및 질산염 농도 측정기준, 개방형 스크러버 배출수의 유해성 등인데, 특히 최근 개방형 스크러버 배출수 관련 논란이 가중되면서 PPR 6차 회의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었다. 그러나 PPR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세부 논의를 내년으로 연기하게 된다. 스크러버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선사입장에서 다행이라면 내년에 새롭게 변경되는 기준이 기존에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스크러버를 아직 장착하지 못한 선사이건, 이미 장착하고 있는 선사이건 간에 PPR의 결정이 도출되기 전 까지는 불확실성이라는 안개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센터 윤희성 센터장은 주간해운시장포커스 420호에서 ‘IMO 2020 대응은 아직도 불확실성의 연속’이라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IMO 황산화물 규제에 대한 대응에서 기업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문제들 때문에 혼란 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처음에 이 문제는 스크러버의 설치, LNG를 포함한 대체연료의 사용, 저유황유의 사용이라는 세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비교적 단순한 것으로 보였지만 배출수에 의한 환경오염을 우려한 개방형 스크러버의 대한 제재 발표, LNG 사용 시 발생하는 메탄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 저유황유 공급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이에 대한 불확실성, 저유황 연료유의 품질에 대한 불신, 스크러버 금융의 한계성 등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의사결정에 대한 복잡성이 커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크러버와 관련 이미 늦었다면, 스크러버 설치에 대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윤 센터장은 “로이즈 선급의 한 컨설턴트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럼에서 연료유 공급이 전형적인 공급망사업임을 감안할 때, 2,000척 남짓밖에 안되는 스크러버 장착 선박들은 고유황연료의 공급가능성 문제를 사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저유황유와 고유황유를 공급하는 바지선도 구분되어야 하고, 물류 측면에서 비용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실제 공급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는 것.

저유황유의 품질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고 윤 센터장은 지적한다. IMO 회의에서 저유황유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정당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 고유황유의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에 합의함으로써 또 다른 불확실성의 단초를 남겼다는 것. 만약 고유황유의 사용이 허가될 경우 스크러버를 이미 설치한 선박의 경우 당초 저유황유를 사용하려고 했던 선박에 비해 CAPEX와 OPEX 모두에서 경쟁 열위에 서게 된다는 것. 윤 센터장은 “작년에 휴스턴에서 공급된 연료유가 200척이 넘는 선박에 기계적인 문제를 야기한 것이 이러한 합의를 이루게 한 계기”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기존 연료인 고유황유와 대안연료인 저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두 연료유 사이의 가격 차이는 250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유가 흐름은 그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실제 연료유의 2020년 선물가격 스프레드는 175~185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고 윤 센터장은 지적했다.

스크러버의 가치는 스프레드가 결정

현재까지 선사들이 2020년 환경규제를 대비해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는 대안은 저유황유의 사용이다. 다시 말해 2020년을 기점으로 저유황유의 수요와 가격이 상승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 저유황유를 공급하고 있는 정유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삼성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와 해운선사들의 준비상황을 점검해볼 때, 기존 선박연료유(HSFO)와 대안연료(블렌드, VLSFO)의 가격 스프레드는 2020년에 크게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일시적으로 대안유류에 대한 수요의 급증은, 전망이나 예상이 아니라 확정 된 미래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대안연료의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이다. 대안연료의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스크러버 설치를 고민하고 있던 선사들은 이미 늦었지만 최대한 빨리 스크러버 장착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더불어 노후선의 급격한 퇴출 효과도 만들어 낼 것이다. 부가적으로 조선산업의 새로운 호황기도 시작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2020년을 고점으로 대안연료가격이 안정화 된다면? 스크러버는 미운오리새끼 처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HSFO와 대안연료의 스프레드는 유지될 것인가?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스프레드는 2020년을 고점으로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HSFO를 대체할 선박연료유 가격은 정유업체들의 대응에 달려 있고, 정유업체들이 설비투자를 통해 대안연료의 생산량을 늘리면 장기적 관점에서 가격 자체는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정유업체의 대응을 살펴보면 엑손모빌(Exxon Mobil), NIS 가즈프롬, 코스모오일, SK이노베이션 등이 HSFO 비중을 낮추기 위한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엑손 모빌은 싱가포르 정제설비에 수조원대 고도화 설비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가즈프롬도 세르비아에 3만 dpd 규모의 딜레이드 코커 증설을 진행 중이다. 코스모 오일도 HSFO 비중을 낮추기 위해 일본에 2,000 bpd 수준의 딜레이드 코커 증설을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오일메이저인 Shell도 0.5% VLSFO 블렌딩을 완료하고 가동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ArcLi

ght Capital, Hestya Energy도 LSFO 생산을 위해 가동이 중단되었던 설비를 재가동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말 원자재 선물가격도 이러한 시장동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인데, 원유와 HSFO의 2017년 10월 2019년 만기와 2020년 만기 선물 사이 스프레드는 2.5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차이가 6.6달러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 선물은 전년 만기 선물대비 각각 4.9달러, 3달러 정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디젤선물과 브렌트원유도 2019년 만기 선물과 2020년 만기 선물 사이 스프레드는 0.9달러에 불과했는데 2018년 말 3달러 수준까지 벌어졌다가 역시 1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스프레드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톤당 300 달러 이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정도의 차이가 발생 했을 경우 케이프 벌크선의 경우 대안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1일당 약 1만 3,000달러의 비용부담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해 2월 유럽계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RIM 인털리전스 계측에 따르면 0.5% 이하의 선박용 연료유 가격은 2월 말 싱가포르항 기준 570~590달러 선으로 스프레드는 160 달러 수준이며, 이 같은 격차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프레드와 관련된 두 가지 시나리오

지난 해 IMO MEPC 73차 회의에서 몇몇 국가들이 요청해온 배기가스 규제를 연기 없이 2020년 1월 1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행이 2년 유예된 선박평형수관리협약(BWMS)의 사례가 있는 만큼 혹시나 연기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업계에게 몇 달 후 시행될 2020년 환경규제와 불확실성은 업계 발등에 붙은 불이 되었다.

삼성증권이 예상한 것처럼 대안연료 및 HSFO의 스프레드 차이는 2020년에 가장 크게 확대되고 이후 점차 회복된다는 가정하에 스크러버 제작업체와 이를 설치하는 해운선사 입장에서는 설치 ‘타이밍’에 따라 수해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선주사들 입장에서는 대안연료와 HSFO의 스프레드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2020년 이전에 스크러버의 장착을 원하고 있겠지만 주요 스크러버 제작업체들은 이미 일감을 상당 기간 확보한 상황이다. 즉 스크러버를 장착 따른 수혜를 입을 선사들은 이미 다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즉 스크러버를 달고 싶어도 달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들이 고유황유를 사용함으로써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면?

반대로, 생각보다 스프레드가 확대되지 않음으로써 대안연료가 큰 충격 없이 정착하게 된다면?

“결국은 비용”

스크러버 시장의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QY리서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해양 스크러버 시장규모는 2022년까지 61억 달러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연평균 증가율은 45%에 육박한다.

현대상선은 스크러버와 저유황유 전용 탱크를 조합함으로써 2020 규제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LNG READY 디자인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이야기다.

중소형 선사인 팬오션, 폴라리스 쉬핑, 대한해운, 에이치라인 등도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 장착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라는 믿을 수 있는 하주를 보유하고 있고, 스크러버 장착비용을 산업은행이 지원하며, 포스코가 운임인상을 통해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내 대부분의 선사들은 대안연료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한국선주협회가 지난해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저유황유 사용을 규제의 해결책으로 선택했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 중 69.4%를 차지했다.

국내 선사들이 저유황유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우선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대안연료의 사용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스크러버를 장착하고 싶어도 장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크러버를 장착하기 어려운 이유는? 결국에는 비용이다. 600만 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스크러버 장착 비용도 부담되지만, 미운항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업체에서는 정기검시 기간에 중국 수리조선소에서 스크러버를 개조하고 있는데, 한국 수리조선소 대신 중국 수리조선소를 선택하는 이유도 결국에는 비용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KMI는 스크러버 설치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스크러버 설치는 초기 투자비용과 화물 적재공간의 감소 등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선박연료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남아있다는 것. 국내 선박들 가운데 장기운송계약 선박을 중심으로 약 30%의 선박이 스크러버 장착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스크러버 설치에 대한 비용 지원과 솔루션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국내 중소조선소 일감 제공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2019년 친환경 설비 개량 이차보전 사업’을 통해 18개 선사 111척에 스크러버 설치를 지원한다. 해양수산부가 IMO의 환경규제를 앞두고 해운선사들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신설한 이번 사업을 통해 해운선사들은 대출액의 2%의 해당하는 이자를 보전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정부차원에서 추가적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공고한 ‘친환경선박 제도시행과 IMO 선박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조직체계 연구 용역’ 입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IMO 등 국제선박 환경규제 현황을 조사 분석하고, 정책적, 기술적 경제적 영향 분석과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정부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우리 해운업계가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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