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경쟁력 강화 속 외국기업 진출 줄이어 경쟁 심화
신노동법 등 열악해지는 제조기업 환경으로 중견업체 ‘이중고’

 

‘개혁·개방’이라는 정책아래 그 실체를 드러낸 중국은 여러 모로 매력적인 국가로 부각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의 국토와 세계의 1/3을 육박하는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있는 국가로 꼽혔다. 실제로 중국의 지금의 성장은 이 조건을 잘 활용한 것에서 출발했고, 앞으로도 그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이란 나라가 순수하게 보유하고 있던 이 조건에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단연 제조기업이다. 저렴한 부지와 값싼 노동력은 제조기업에게 두말 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조건이기에, 세계의 많은 제조기업들은 중국행을 결정했다. 그 결과로 'Made in China'가 찍힌 공산품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숙이 세계 각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이 1차적으로 제조업을 끌어들였다면 자연스럽게 그 뒤를 쫓은 건, 물류기업 스스로다. 중국내에서 많은 제조기업들이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물류기업들의 중국진출은 필수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지금까지도 그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물류기업들의 업황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 특히 최근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중국의 노동시장은 물류기업 자체의 영위는 물론, 제조사들의 사업환경을 어렵게 하고 있어, 물류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해사문제연구소에서 주최하는 바다의 날 기념행사로 중국을 다녀온 것을 계기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포워더 업계의 현주소를 알아보았다.

 

코트라 “운수·창고업종 한국기업 사무소 약 214개”
북경·청도 등 한국제조기업 진출지역에 다수 포진

중국현지에 법인 혹은 사무소를 설립하기 위한 절차로 지정기관에 따로 신고 등을 필해야하는 것은 아니어서 중국시장에 뛰어든 국내 포워더 업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단 코트라 자료에 의하면 중국 현지에 운수·창고업체로서 개소된 법인 또는 사무소는 약 214개 정도. 여기에는 항공사와 해운사, 그리고 지역별 거점이 모두 셈돼 있다. 하지만 적어도 1/3 가량은 포워더 업체가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중에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글로비스와 범한판토스, 한진, 현대택배 등 굵직한 물류기업들과 우진글로벌로지스틱스와 삼영익스프레스, 성일해운항공, 화산해운항공, 범아INT, 오리엔트해운 등 중견 포워더 업체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업체들은 주로 한국 제조기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북경과 청도, 천진, 대련, 상해, 광주 등지에 법인 혹은 사무소를 개소하고 현지영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으며, 독자법인을 잘 허가하지 않는 중국시장의 특성상 대부분 합작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처리하는 물량은 한중 수출입물량이 기본이지만 최근에는 제3국간 교역물량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화물은 세계 어느 국가와의 교역에서도 수출물량이 현격히 많은 불균형형태를 이루고 있어서 선박스페이스를 얼마나 잘 확보하느냐가 포워더업의 주요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불리한 법제로 사업환경 열악
중견 포워더사 신노동법으로 이중고 심화

최근 중국내 포워더 시장의 경쟁은 한국시장 못지않게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포워더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단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내 포워더들이 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여서 외국 포워더들의 중국내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국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중요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글로비스는 작년부터 1억원 이상을 투자해 웹버전인 수출입 포워딩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 대다수의 포워딩회사들이 컨테이너 수출입 관리를 수작업에 의존하고나 패키지 시스템을 사용함으로 인해 화주사와 포워더, 운송업체 등 관련 당사자들간의 정보공유가 어렵다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으로 현재 글로비스는 중국내 화주사에 컨테이너 수출입 운송관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나마 대형업체들의 사정은 좀 나은 편이다. 중국 정부는 포워더 업체의 난립을 이유로 정부에서 인정하는 NVOCC(무인선박운송인)면허를 취득하는 기업에만 영업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운송사고 발생시 책임질 수 있는 기업에만 영위할 수 있도록 한 방침인데, 면허취득에 드는 비용이 중소형업체들에게는 만만치 않는 금액인 80만불(미화)이 소요된다.


여기에다 올 들어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노동법에 중견 포워더사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선, 합작 등의 법인형태로 인해 파견인원보다 현지 직원을 더 많이 기용하고 있는 사업자로서의 직접적인 어려움은 물론, 주요 고객사인 중소기업들이 현지사업 축소 또는 제3국으로의 사업장 이전에 줄을 서고 있어 영업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삼영익스프레스의 윤창오 팀장은 “세계 최대 소비지역인 미국시장 소비위축과 중국의 신노동법 시행, 증치세 환급율 저하 등 대내외적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면허취득에까지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중국시장에서의 매출이 조금씩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제 중국의 포워더 시장은 세월 좋았던 1차 시대가 저물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시장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듯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유수 포워더사들이 몰려들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국내 포워더사들의 ‘고군분투’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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