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770km 거리의 초광역 트랙킹 루트인 ‘해파랑길’을 찾는 트랙킹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2010년 지정한 ‘해파랑길’은 10개 구간에 50개 여행지를 거치는 루트로 총 코스는 50개이다. 올해초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한 필자가 트렉킹을 하며 동행자에게 툭툭 건네거나 혼잣말하듯 기록한 日誌식의 체험기를 투고해왔다. 이번 6월호부터 구간별 체험기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05코스 진하해변 - 덕하역  17.6km / 4시간 30분

- 2019년 3월 16일 토요일 맑음
새벽 4시 30분 휴대폰 알람소리에 잠을 깨다
전날 잠을 설쳐 몸이 많이 무겁다
5분 10분 일어나 광명역으로 차를 몰고 가니 새벽이라 차도 안 막히네
주차장을 나와 플랫폼으로 가는데 제법 쌀쌀하다 아직 봄이 멀었나보다
6시 16분 KTX에 탑승하니 서울역에서 탑승한 해두 후배가 반갑게 나를 맞는다
김밥과 도시락으로 KTX에서 아침을 먹는다
배가 부르면 걷기도 힘들고 시간도 걸리고 처음 걷고난 후의 학습효과이다.

 

 

비몽사몽 자다 깨다 보니 어느새 울산역 08시13분
타고 갈 5004번 리무진은 오는데 납품처 직원이 안보이네 우짜노..
간발의 차로 만나서 물건을 건네주고는 리무진 탑승..다행이야
온산읍사무소 앞에 내려 LS니꼬동제련 사택 옆을 지나 덕신대교 밑 화야강에 들어서다
지난번 걷기에서 마쳤던 곳에서 다시 이어가길 시작하다
아침이라 햇살도 좋고 시골 느낌이 남아 있어 걷기 좋았는데
덕망교를 지나며 아스팔트길..별루다
 

 
 

동천1교를 지나며 표시가 사라져 하기 싫은 빠구또를 하고는 헤매다 겨우 다리 밑을 통과해서
제대로 걸어 걸어 덕하역까지
옛날 일제시절에 이 기찻길 놓는다고 우리 백성이 얼마나 노동을 했을까
새삼 되돌아보아지는 내 나라에 대한 소중함
한적한 덕하역에서 인증사진을 찍는다
많은 이들이 머 엣날 모습이 남아있다고 한참 입발린 소리
내가 보기엔 그저 낡은 모습..인생의 뒷안길 같은 처연함일뿐인데..
덕하시장 가서 요기를 하려다가 백또가 싫어서 근처에 찾다보니
덕하식당..옛기억에 맛있게 먹은 생각이 나서 보신탕 한그릇
해두는 말간 국물을 처음 본단다 하기사 서울은 빨간 육개장식이니까
60년이 넘은 세월에 할매가 식당을 넘긴지도 20년이 되었다나
식당 호적이 1963년도라 한컷!
아지매랑 이런저런 얘기하다 입소문 내겠다 하고는 길을 나서다 (2019. 3. 18.)

 

 
 

 

06코스 덕하역 - 태화강 전망대 15.6km / 5시간 30분

오후 1시 내륙길을 걸을 생각에 발이 무겁고 지도를 봐도 고생길
함월산 신선산 삼호산으로 이어지는 내려갔다 올라갔다 울산 솔마루길..
덕하역 앞 굴다리를 거쳐 산길에 접어들고 이어서 공사구간을 지나
좀 헤매다가 선암 호수공원으로 내려선다
여기도 괜히 돌고 도는 기분.. 호수가엔 많은 사람으로 좀 붐비고
날씨가 좋아서 가족 동반도 보기 좋았어
예전엔 있었는지 모르지만 처음 와본 느낌은 울산에서 가 볼 만하다는 곳이란 걸
이어지는 산길은 몇 개를 오르내리는지..삼호산 솔마루 하늘길 육교까지 멍 때리며 걷고
육교에서 한 컷을 하고나니 해가 제법 기운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고래전망대를 지나 또다시 산길..산길..태화강 전망대로의 탈출구를 찾기가 좀 어렵네
한바퀴 헛걸음질 하고나서..아마도 머에 홀린 듯..발길을 비춰주는 인도등 따라
도로로 내려선다 겨우 끝났다는 안도감..태화강 전망대 밑에서 인증도장을 찍고
어스름 내리는 강변을 바라보며 긴 걸음의 무거움을 내리다

 


07코스 태화강 전망대 - 염포삼거리 17.1km / 4시간 45분

잠자리를 찾아 삼호교쪽으로 가면 모텔이 있을 거라는 처제전화에 좀 더 걷기로 하다
어차피 내일 다시 걸어야 하는 코스이니까..
어둠의 어스름에 하늘엔 까마귀의 군무가 장관을 이루고
까마귀 울음소리와 어둠의 영향인지 좀은 무서운 느낌..오멘의 영화 한 장면이 불현 듯 생각이 나 몸이 움찔..
그래도 강바람은 느낌이 좋았어 이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삼호교 근처 강변에는 음식점은 많은데 모텔은 하나도 안보이네
전부 다 밥 묵고는 집엘 가나 갸우뚱..


내친김에 유명한 울산의 자랑 십리대숲(대나무가 10리) 길을 걷다
숲길 안에도 걸어갈 수 있게 한거 같은데 그냥 강변을 따라 걸었다
때마침 트윈폴리오의 감미로운 노래가 더해져 피곤한 중에서도 너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한껏 빠져들다
태화루를 지나며 멀리 모텔 네온사인을 발견하고는 오늘의 코스를 마무리
겉보기와는 달리 온돌이 뜨건한게 좋아서 가성비도 물론 GOOD
늦은 저녁  손이 큰 주인 아지매 덕분에 배터지게 묵고는 들어와 잤다

 

-2019년 3월 17일 일요일 맑음
새벽 5시..어김없이 해두 후배는 일어나 꿈직이고..몸은 무거운데 뜨신 방이라서
피로는 좀 풀린 듯..해서 삶은 계란 1개로 요기하고는 다시 길을 나서다
태화강 강변길..건너편에는 새로 조성되는 고층 건물의 위용을 보이고
훤히 뚫린 전경이 보기에 좋았는데
이 길은 여름 때양볕에 걷는다면 거의 죽음일 듯..하지만 오늘은 시원한 새벽
강바람을 맞으며 기분좋게 걸었다..나무가 있었으면 좀 좋았을까
자전거 길과 나란히 하며 걸어가는 길은 그저 단조로움..멍 때리면 걷기엔 좋음
태화강 억새군락지 바삭 마른 모양새로 서걱되는 소리
푸른 빛 돌때에는 아마도 멋진 광경을 연출할 거 같은데 지금은 몰라
염포삼거리..삼포가 미포 염포 제물포라고 개항지를 말하는 걸 나중에 알았다
인증 도장을 찍고 아침을 먹을래도 아직 오픈 전


할 수 없이 패밀리마트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요기를 한다
노숙자 모습으로 처연하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염포산으로 올라가는 길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운데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죽음이다..그래도 가야 하니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걸을 뿐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울산항 모습은 과연 압권
공업도시 울산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겨
하지만 빈 도크를 바라보면서 자꾸만 우리의 미래에 대해 드는 불안감
어서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잘 돌아가야 하는데
방어진 체육공원 지나서 내려가는 길 터벅터벅 걸으며 마지막 피치를 내다
잘 꾸며진 봉수대를 지나서 한참을 내려가니 도시의 거리
방어진항을 지나 슬도..많은 사람들이 건너가 보는데 우린 그저 사진 찍고 패스
이어지는 바닷가길은 지나온 내륙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하여 주었다
바다는 언제나 우리에게 진심으로 다가 온다 가슴이 아리도록..
정말 아름다운곳에 많은 조그만 카페..시간상 패스하고 인증샷 한 장
울기등대..대왕암공원 지나 일산해변에 들어서다
대와암 공원에는 주말 관광객으로 주변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멀이서 한컷.

 

-드디어 8코스 완주
인증도장 찍는 곳에서 어떤 분이 색스폰을 불어준다
일산이층집에서 시레기테레기로 늦은 점심을 먹고 볼일도 보고 쉬다가
처제랑 약속한 현대중공업 정문까지 이동
차를 타고 울산역으로 가다 해두 후배는 입석으로 바꾸어서 서울행
내는 처제 부부랑 커피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헤어지다
담에도 또 울산으로 와야 하는 9코스를 기다리며...(2019.03.22.)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