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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체험기
[551호] 2019년 07월 18일 (목) 11:25:08 김동관 komares@chol.com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770km 거리의 초광역 트랙킹 루트인 ‘해파랑길’을 찾는 트랙킹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2010년 지정한 ‘해파랑길’은 10개 구간에 50개 여행지를 거치는 루트로 총 코스는 50개이다. 올해초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한 필자가 트렉킹을 하며 동행자에게 툭툭 건네거나 혼잣말하듯 기록한 日誌식의 체험기를 투고해왔다. 이번 6월호부터 구간별 체험기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11코스  나아해변 - 감포항  18.8km / 3시간 55분
-2019년 5월 3일 금요일 맑음

23시 30분 서울 경부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주행 심야우등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걷는데 필요한 절대시간을 벌기 위하여 우리는 야간행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다 젊은 시절에야 아무  문제 없겠지만 환갑을 넘긴 나이에 괜찮을까??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경주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벽 3시...일단 전번 원행에 봐두었던 사우나에서 잠시 휴식후 해장국에 속을 달래고 150번 버스를 타고 1시간여 걸려 봉길터널 앞에서 하차 걷기를 시작한다

 

-2019년 5월 4일 토요일 맑음
07시 30분 해무가 가린 아침 햇살아래 봉길해변에서 문무대왕릉을 향해 기도하는 굿쟁이 아낙...무슨 열성일까 나도 덩달아 기원을 바라고 있었다 해변 모래톱을 잠시 건너면 되는 길을 괜히 감은사지를 돌아 산길 걸어 내려오니 좀은 짜증난다 감은사는 신라 신문왕이 부왕인 문무왕의 유지를 이어 사찰로 완공 시켰고 용이 되어 나라를 지켜주는 부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감은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안내문을 읽고 보니 돌아가는 길을 만든 연유를 알거 같기도 하였다. 아직은 시작인데 밤차의 여독 때문인지 이어지는 해안길 동해바다를 보는 마음이 처음보다는 익숙해진 느낌 좋기는 한데 처음의 감동은 사라진 듯해서 인생사도 그렇지 않나 생각하다...그래서일까 해룡일출 대관음사의 금빛 불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연약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심으로 뜻모를 웃음을 짓다 외로운 관음상은 무슨 생각으로 바다를 볼까.. 나도 바다를 보는데 ..

 

   
 

나정항 해수욕장...왠지 갑자기 응답하라 1984 성나정이 생각난다 우리도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이 많듯이 그렇게 진하게 다가오는 삶의 무게 어제보담 오늘이 또 내일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데 지금의 시대는 그게 아녀 고운 모래를 밟으며 고뇌를 깊게 묻어 본다 이어지는 전촌해수욕장 날렵한 거마상이 하늘을 향해 허공을 달릴 듯이 서있다 아름다운 자태에 절로 사진 한 장 찰칵...전촌항에서 산길 본 코스를 버리고 해변길로 둘러가다 왜 해파랑길이 산길로 갈까 이후로 우린 알로 가기로 맘을 먹다 해변길을 걷다보면 왠지 힘든 피로가 풀릴 듯하고 바다로 향한 염원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전번 코스길에 터널구간을 버스로 지나는 덕분에 좀은 일찍 감포항에 다다르다

 

12코스 감포항 - 양포항  13.5km / 4시간 25분
좀은 편한 코스라고 그저 해변길을 걷나보다 생각하고 일찍 양포항에 도착하면 내일 여정을 생각해서 좀 더 걷는게 나을 거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감은사지 석탑을 본뜬 송대말 등대에서 바다를 보다 바닷바람이 불어 온다 힘든 내 몸을 위로해줘서 고마우이 거기까지 그 후론 31번 국도를 따라 걸으며 쌩쌩 달리는 덤프트럭의 위협에 움찔하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걸었던 것 같네
15시 45분 끝지점 양포항에서 인증도장 찍기 위해 찾아 다녔던 불편함과 그 후 사진에서 확인한 해파랑길 안내판이 13-14 코스여서 좀 당황스러웠다 왜 공무원들은 이런 실수를 여지껏 두고 있을까 그동안 거쳐 갔던 수많은 이들도 그냥 두어 버린 무심함이 지금 순간 싫으네. 내가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만 둔다.

 

   
 

신창해변을 지나 오른 산길에서 위로 아래로 이정표가 두 개 선택을 강요받다 아마도 새로 코스길을 한 거 같은데 우리는 무조건 알로다(밑으로)하고 내리 달린 해안길 위로 펜션들이 들어서고 어디쯤에서는 이정표가 사라져 날은 저무는데 바쁜 마음에 헤매이는 두 남자  그래서 대진해수욕장 민물 바닷물로 끊어진 모래톱에 과감히 도강을 시도하다 발이 빠져 축축해진 양말에 무거운 발을 끌고 잠잘 곳을 찾는데 더는 못가겠다
아직 시즌이 아니라서 민박은 안한다네 우짜지. 하여 “남서방횟집” 에서 식사도 하고 민박도 소개받는다 너무 고마우셔라 모듬회 한사라에 소주를 마시며 또 이런 저런 인생 상담까지 해주고 민박집을 가니 10명이 자는 큰방에 단둘이 잠을 잔다. 텔레비전도 없네 에라 일찍 자자 넘 피곤하다...


13코스 양포항 - 구룡포항  19km / 6시간 30분
-2019년 5월 5일 일요일 맑음 

새벽 5시 일찍 잠든 탓에 일찍 깨어나 보니 밤새 보일러가 꺼져서 어젯밤에 빨아둔 트레킹화가 여전히 축축하다  어쩔 수 없이 걸으면서 말리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모포항 뒤로 산엘 오르니 아침해가 뜬다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좋으네 이어지는 해안길엔 어구 쓰레기 천지 13-14 코스에서 참으로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에 대해 생각했다. 관련단체나 지자체에서 이런 해변을 깨끗이 하는 일에는 좀 더 신경쓰고 해파랑길도 한번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장길복합낚시공원을 거쳐 보릿돌목교를 걸어가보다 바다 위를 걸으며 참 많은 낚시꾼을 보고 저들과 나는 무엇이 다를까 생명을 취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길을 걸으며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 좋을텐데...하정리항을 지나며 문을 연 식당이 없어 할 수없이 물보라상회에서 라면을 끓여 주린 배를 채우다 아침햇살에 젖은 양말도 말루고 그늘에 앉자 먹는 그 맛은 일품이야 역시 시장이 반찬 하하하
병포리를 지나며 산복도로처럼 구룡포항이 내려다 보인다 그 길에서 해파랑길을 걷는 두쌍의 커플을 보다 새삼 반가움이 앞선다 자기들은 13코스를 있기 위해서 역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하기야 우리처럼 무식하게 해파랑길을 이렇게 무모하게 이어가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게 우리의 참 모습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구룡포항은 상당히 큰 항구인데 대게 70-80%를 잡는데 영덕, 강구에서도 구룡포항의 대게를  가져 간다나. 우째 대게 한 마리 묵고픈데 그저 해두는 그냥 가자고만 하네 멍게 한사라도 못하고 가는 신세가 애처롭네.

 

14코스 구룡포항 - 호미곶  14.1km / 5시간
일본인가옥거리가 있다는데 바쁜 마음에 그냥 멀리서 겉만 보고 갈 길을 재촉한다. 해두가 잽싸게 사진 한 장을 찍곤 온다. 새벽이면 경매하는 것도 보려만 그저 햇살 따가운 세멘트 길을 힘들게 걷는다 구룡포 해수욕장을 지나 구룡포 주상절리가 있다는데 10코스 강동화암주상절리 본 탓에 머 그저 그래 주상절리는 제주도가 최고 아닐까 해안길을 걷는 길 그저 인간의 쓰레기로 별로 좋은 인상 없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많은 축양장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어 괜히 화가 났다 군데 군데 아름다운 펜션이 없었다면 아마 해파랑길 걷는 걸 포기하지 않았을까 라메르 펜션은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내 아이들과 한번 와보고 싶을 뿐이야 많은 이들이 캠핑에 고기를 구으며 휠링하는 모습을 보며 옛적 생각이 많이 났다.
 

   
 

라면하나에 버티고 걷고 난후  호미곶을 앞두고 배고픔을 해결하는 일이 급하다...길가 횟집에서 물회를 시켜 물론 주인아저씨의 투박한 솜씨지만 맛있게 먹었다  그간의 피로가 확 풀리는 듯 하여 좋았어. 시원한 바닷바람에 그저 누워 한숨 자면 좋으련만 그래도 고지가 저긴데 마지막 피치를 내다 멀리서 호미곳의 손조각이 보일때 14코스를 완주하였다는 기쁜 마음이 앞섰는데 수많은 인파에 치여 좀은 복잡한 심경이야 어려운 걸음하는 우리보다 저네들이 더 행복한 걸까 해수탕에 몸을 담궈 피로를 들어 보는데 무질서한 주차에 버스는 늦게 오고 두 번을 갈아 타고 포항고속터미널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도착하다 주린 배가 콩나물국밥으로 채우고 심야우등 타고 GO 서울 도착하니 밤 11시 30분 각자 도생으로 겨우 택시타고 집으로 오다 내도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 불러야겠다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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